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1/22 15:29:11
Name Fig.1
Link #1 https://www.fig1.kr/history
Subject [역사] 옛날엔 무슨 책이 유행이었을까? / 베스트셀러의 역사 (수정됨)
#1. 국력이 곧 베스트셀러

19세기 초 인쇄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책 출판 부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16세기 인쇄소가 하루에 찍어낼 수 있는 페이지 수는 1,250장이 최대였죠. 인쇄도 인쇄지만 그 시기에는 판매량을 정확하게 집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는데요. 따라서 판본 수 혹은 번역본의 수가 작품의 성공을 증명했죠. 그렇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는 그 시대의 강대국인 나라에서 주로 등장했죠.

16세기 - [돈키호테]로 대표되는 스페인
18세기 - [로빈슨 크루소]로 대표되는 영국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독일
19세기 - [레미제라블]의 프랑스와 [두 도시 이야기]의 영국
20세기 - 미국의 소설들



#2.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 톰 아저씨의 오두막

1852년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출판 담당자였던 주잇은 책이 출간된 지 일주일 뒤에 첫 광고를 내는데요. 이 광고에는 5,000명의 독자가 책을 구입했다 라는 문구가 있었죠. 2주 후에는 신문의 반쪽 면을 사서 "1만 권 판매 돌파", 3개월 뒤에는 신문 한쪽 면 전체를 사서 "8주 만에 5만 부라는 미국 출판 역사상 전례가 없는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홍보했죠.

출간 1년 후, 주잇은 미국에서 30만 5천 부를 판매했다고 했지만 물론 거짓말이었죠. 실제로 이 책이 30만 부 판매를 달성하긴 했는데요. 소설이 출간된 지 6년 후였죠. 사실이야 어찌 되었든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베스트셀러라고 홍보하는 것으로 실제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이후 책의 판매 부수 및 책의 판수를 부풀리는 행위가 횡횡하게 됩니다.


반면 출판사의 사기(?)행위를 싫어하는 작가도 있었죠. [나귀 가죽]의 출판 담당자가 4,500부가 판매했다고 당시로써는 말도 안 되는 수치로 홍보했습니다. 이러한 홍보를 맘에 들어 하지 않았던 [나귀 가죽]의 작가 발자크는 출판 담당자에게 개정판 서두에 발행 부수와 관련된 정정문을 실으라는 약속을 받아냈죠.



#3. 욕설은 무시하면 사라지지만, 발끈하면 홍보가 된다 - 악마의 시, 인생 소설

1989년 살만 루시디는 [악마의 시]라는 책을 출판했는데요.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않은 평범한 소설이었죠. 하지만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악마의 시의 번역자를 처형하고, 무슬림이라면 '악마의 시'라는 제목의 책을 쓴 자와 그 책의 출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처형하라는 발표를 하자 이 책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죠. 이 사건으로 [악마의 시]는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미국에서만 75만 부가 팔렸죠.
이처럼 호메이니가 발끈한 것은 소설 속 몇몇 장면 때문이었는데요. 무함마드가 다신교의 신들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 모습 및 발언을 번복하는 모습, 종교 지도자 "이맘"이 가브리엘을 이용해서 이교의 여신인 알-랏을 죽이는 모습 등이 문제가 된 것이었죠.

-
미국에서는 책 판매에 있어 한동안 오프라 윈프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는데요. 오프라 윈프리 북 클럽에서 선정된 책은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이죠.
2001년 오프라는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 소설]을 오프라 북 클럽의 책으로 선정하고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하지만 정작 프랜즌은 이를 불편해하며 "오프라 북클럽에 선정된 책 표지에 찍히는 로고 때문에 남성 독자들이 사기를 주저할 것이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이에 화가 난 오프라는 책 선정 이후 진행하는 작가 인터뷰를 취소했어요. 하지만 이 소식은 오히려 소설을 홍보해주는 결과를 낳았죠.



#4. 예나 지금이나 야한 게 잘 팔린다 - 보바리 부인, 채털리 부인의 사랑, 롤리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857년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보바리 부인]은 출간 전 한 잡지에서 연재되었었는데요. 당시 기준으로 노골적인 성애 묘사로 연재되자마자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었죠. 결국 정부에서는 "종교와 공중도덕, 그리고 미풍양속을 모독한 죄"로 [보바리 부인]을 실은 [파리 평론]과 플로베르를 기소했는데요. 다행히 뛰어난 변호사 덕분에 무죄 판결을 받았고, 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 머리글에 변호사에 대한 헌사를 써두었죠. 이 스캔들로 더욱 큰 주목을 받은 [보바리 부인]은 5년간 3만 5,000부를 판매했습니다.


1928년에 완성된 D.H.로런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 때문에 한동안 판매금지 되었는데요. 로런스가 죽고 난 뒤인 1960년이 되어서야 미국과 영국에서 문화적인 조건에서 외설적인 서적을 출간을 허락하는 법률이 통과되어 이 책도 출간되게 되었죠. 이 책은 판매가 시작되고 2달 만에 총 200만 부가 팔렸다고 하네요. 한편 1957년 일본에서도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번역 출판되었는데요. 검찰 측에서 음란 외설물 유포 혐의로 번역자와 출판사 사장을 고소했고 유죄 판결을 받았죠.


1955년 출간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도 외설적인 내용으로 출간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미국에서 첫 3주 만에 10만 부가 팔렸어요. 처음에는 외설적인 내용으로 유명해졌지만, 이후 문학적으로 재평가되어 고전이 되고 50년 동안 5천만 권 이상이 팔린 스테디셀러가 되었죠.


반면 2011년대 3년 만에 1억 부가 팔린 외설적인 소설이 있었는데요. 바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그 주인공이죠. 트와일라잇의 팬픽에서 시작한 이 책은 신데렐라 스토리에 BDSM이라는 가학적인 성적 취향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라는 평가와 함께 출간 석 달 만에 전 세계에서 3천만 부가 팔렸죠.

롤리타와는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는데요. 일례로 유행이 지난 이 책을 사람들이 중고로 팔거나 기부를 했는데요. 영국의 한 자선 단체에서는 그 수가 너무 많아 이 책의 기부를 안 받겠다고 선언했죠.



[참고문헌]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2014). 베스트셀러의 역사. 까치.
이윤경. (2001). [명작! 이래서 명작] '보바리 부인'. 동아일보. URL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10306/7658328/1



<이전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01/22 16:10
수정 아이콘
한국은 7막 x장 같은 공부로 성공한 이야기 논리야 놀x 류 마법천 xx 등의 공부와 관계되고 뒤쳐질수 있다는 공포 압박감에 부모가 사게되는 책도 자주 베스트셀러가 되죠.
22/01/22 22:48
수정 아이콘
크크크 국내 베스트셀러도 정리하면 재밌는 이야기가 많을 텐데 말이죠
아이슬란드직관러
22/01/22 16:36
수정 아이콘
다른 책 읽다가 <나귀 가죽> 보고 궁금해서 일단 들여만 뒀는데 이 글 보니까 궁금해져서 손이 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2/01/22 22:4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롤리타를 다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롤리타 너무 두꺼워요ㅠㅠ
22/01/22 18:09
수정 아이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내가 본 첫 야설이었군요...
22/01/22 22:50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그 당시와 현재의 외설은 많이 다르니까요..
아스라이
22/01/22 18: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매번 올려주시는 시리즈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이하 사소한 태클입니다 .

딴 건 모르겠고 , [ 롤리타 ]는 문학사 적으로 엄청엄청엄청x999 대단한 책 아닌가요? 단순히 야해서 잘 팔린 책이었다가 나중에 재평가 되었다고 하기엔 좀... 그리고 소위 말하는 ' 자기개발서 ' 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게 아쉽네요 . 영양가는 둘째치고 영향력은 대단한 장르인데 말입니다 .
22/01/22 22:55
수정 아이콘
의견 감사합니다:)

롤리타는 물론 문학적으로 아주아주 휼륭한 책입니다만 초기 다른 유명 문학작품보다 잘팔린 요인은 외설과 관련된 구설수이긴 합니다

자기개발서는 아무래도 정리된 문헌을 찾기 어렵다라고요. 그냥 나무위키처럼 나열식이 될 것 같아 본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엮어내기엔 저의 능력밖이라ㅠㅠ
닉언급금지
22/01/22 19:19
수정 아이콘
야설 이야기인데
화니힐이 없다니
외설물 판결 내린 판사가 읽어보고
작가 재능이 아까우니 작가 연금 지급하라고 했던가 그랬던 소설인데...
22/01/22 22:57
수정 아이콘
오 완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인데 흥미롭네요..!
화니힐이라고 검색해봐도 잘 안나오는데 어떻게 검색해야하나요?
닉언급금지
22/01/24 12:12
수정 아이콘
funny hill인가를 일본식으로 읽은 거라 요즘은 '퍼니 힐'로 검색해야지 나올 겁니다.
22/01/24 12:38
수정 아이콘
아 검색해보니 국내에서는 패니힐이라고 표기하나 봅니다!
'순결을 잃은 후 패니는 자신의 성을 이용해 생존과 더 나아가 신분 상승을 꿈꾼다'라니 벌써 흥미진진해서 안읽어볼 수 가 없네요
닉언급금지
22/01/24 13:02
수정 아이콘
문학적으로 읽기는 그레이 시리즈의 상위 호환인 'story of o'를 더 추천합니다. 영화도 명작이지요. 영화 음악은 들으면 '어, 어디서 들어본 노랜데?' 싶으실 겁니다. 물론 미국작가가 무단 도용한 속편인 '르네의 연인'이 더 외설스럽기는 합니다. 이것도 영화가 있기는 한데 그건 그냥 b급 영화라...
22/01/24 15:18
수정 아이콘
'story of o'는 아이즈 와이드 셧을 연상시키는 스토리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영화라 부담없이 이것부터 봐봐야겠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27455 6
공지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9699 0
공지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5848 8
공지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8773 28
공지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9038 3
101333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2) [6] Kaestro1164 24/04/23 1164 1
101332 국민연금 더무서운이야기 [93] 오사십오5091 24/04/23 5091 1
101331 기독교 난제) 구원을 위해서 꼭 모든 진리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68] 푸른잔향2378 24/04/23 2378 8
101330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는가:선거와 임직 [26] SAS Tony Parker 1809 24/04/23 1809 2
101329 예정론이냐 자유의지냐 [57] 회개한가인2446 24/04/23 2446 1
101328 인기 없는 정책 - 의료 개혁의 대안 [127] 여왕의심복4885 24/04/23 4885 42
101327 20개월 아기와 걸어서(?!!) 교토 여행기 [26] 카즈하1917 24/04/23 1917 5
101326 (메탈/락) 노래 커버해봤습니다! [4] Neuromancer639 24/04/23 639 2
101325 롯데백화점 마산점, 현대백화점 부산점 영업 종료 [36] Leeka4960 24/04/23 4960 0
101324 미 영주권을 포기하려는 사람의 푸념 [44] 잠봉뷔르7310 24/04/23 7310 90
101323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14] Kaestro3447 24/04/22 3447 8
101321 [서브컬쳐] 원시 봇치 vs 근대 걸밴크 vs 현대 케이온을 비교해보자 [8] 환상회랑2683 24/04/22 2683 5
101320 이스라엘의 시시한 공격의 실체? [19] 총알이모자라27053 24/04/22 7053 3
101319 작년 이맘때 터진 임창정이 연루된 주가조작사건을 다시 보다가 이런 게시글을 발견했습니다 [21] 보리야밥먹자10711 24/04/22 10711 0
101318 돈 쓰기 너무 힘듭니다. [67] 지그제프10595 24/04/22 10595 23
101317 (스포)천국대마경 애니 다 봤습니다. 애니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이후 최고작 아닌가 싶네요. [25] 그때가언제라도5034 24/04/21 5034 0
101316 셀프 랜케이블 포설 힘드네요 [34] 탄야6072 24/04/21 6072 16
101315 美하원,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130조원 지원안 극적 처리 [79] 베라히9984 24/04/21 998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