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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22:17
와 최근에 일리아드 오디세이를 읽었는데 이럴수가!!!
걍 지금 만나는 서양유래 문화문물의 못해도 1/5은 일리야드 오디세이에 모티브가 있고 여기에 성경을 더하면 못해도 1/3이 다 여기서 나왔다고 봐도 될 만하죠. 일리야드가 신화(?)라면 오디세이가 비로소 인간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영웅으로 뒤질걸 알면서 병역기피를 한 아킬레우스랑 아들내미때문에 병역을 하고 개고생하며 돌아온 오디세이가 1편과 2편이라니!!!
21/04/14 13:00
크크크 은근 서양 작품도 모티프를 따지면 다 정해져있지 않나요? 언제적 그리스-로마 신화냐~ 라고 하지만 그 언제적이 워낙 영향력이 지대해서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보이는 것이 많으니 도저히 놓아줄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종교 경전도 모티프 모음집으로 보게되더라고요. 확실히 옛날 사람들이 수백년간 적어둔 재미있는 이야기를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21/04/13 22:28
1. 영웅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어디서 들어봤는데 생각하고 찾아보니 수업시간에 들었던 조지프 켐벨의 영웅의 여정이네요.
일상에서 모험의 세계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이런 저런 종교와 신화에 적용되는 걸 보면 뻔하지만 가장 잘 팔리는 이야기구조가 맞나봐요. 2. 언젠가 미래에 지구 문명이 한번 리셋되고, 수백년 뒤에 테크노 바바리안이 된 후손들이 용산이나 남부터미널 전자상가에 있는 건담 프라모델, 혹은 핫토이 피규어를 발견하고선 마블시네마틱 신화, 건담신화, 철혈의 오펀스는 건담 신화에 들어가야 되냐 마냐로 싸우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21/04/13 22:44
지금도 최신 북미 신화인 스타워즈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
전 블리자드의 수 많은 타락의 원전이 다스베이더라고 믿고 있습니다.
21/04/14 13:05
1. 인간의 문화가 바뀌어도, 하드웨어가 원시인의 것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확실히 먹히는 소재는 다 정해져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디서 들은 말인데 어떤 작품에서든 독창성 VS 예측성은 같이 끌고가야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독특해도 전개가 예측이 안되서 사람들이 안 좋아하고, 너무 뻔해서 예측이 줄줄이 되어도 외면 받는다니, 어쩌면 고전 작품은 독창성의 측면에서 그 '뻔하지만 얘가 원조야~'라고 보정 받을 수 있으니 명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2. 한국 말로는 공식설정, 영어로는 캐논(Canon)이라고 하던가요 흐흐흐. 뭐 이미 현시대의 사람들도 쓸때없이 작품을 만들어두고는 '아 공식에서 취소~ 아 설정변경으로 취소~ 이번에 리부트한다~'라고 하고 있으니, 미래인이 특별히 설정정리를 잘할 거라고는 기대도 안합니다 흐흐. 이미 전근대에도 경전이나, 신화관에 대해서 엄청난 변동이 있었고 수정이 있었던걸 보면 (제가 피지알에 올리기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지요), 인류는 항상 이러다가 스러질 운명인가 봅니다~
21/04/13 22:30
매번 좋은 글을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을 달게 만드시는군요.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다른 세상을 보고 온 느낌입니다. (실례되는 표현이 아니면 좋겠습니다.) 심지어 아주 생소한 소재가 아닌데도 말이지요.
21/04/14 13:08
와! 정말 최고의 극찬이십니다!
듣기에는 생소하지만, 읽어보면 익숙한 그런 글을 저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글로 찾아뵈겠습니다. 저도 초기에는(?) 별 생각없이 가볍게 현안에 대한 글도 다뤄보고 그랬습니다만, 며칠 뒤에 정정보도가 뜨거나, 정리한 자료가 한쪽의 입장이거나 하는 등의 일로, '뭘 준비해서 말하려고 해도 틀리기가 너무 쉽구나~'라고 스스로 생각한 뒤로는 최대한 옛 이야기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재밌지만 놓치고 있는 내용도 워낙 많아서요~
21/04/13 23:11
진짜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덕심이 있는 지역의 역사인데 이쪽으로는 읽어도 읽어도 항상 재밌어요. 슈퍼히어로와 아포카립스 크크 좋은 관점인 것 같습니다
21/04/14 13:10
누구나 덕질하는 지역은 하나씩 있지않나요 흐흐흐~ 저는 페르시아가 그렇게 좋더랍니다.
에드워드 카 선생님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했지 않습니까, 문학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은 그 어떤 시대보다 문화작품을 많이 만들어내고 소비시장에 내놓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런 장르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다시 과거를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너무 현대인의 시각으로만 봐서 해석을 그르치면 안되겠지만, 과거의 명작이라면 현대인이 봐도 재밌는 요소가 가득차있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겠지요~
21/04/13 23:11
잘 읽었습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청동기 시대의 붕괴를 다룬 영어로 된 다큐멘터리들을 찾아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나저나 미노아 문명 영향권이었으며 화산폭발로 멸망했다는 산토리니에 꼭 가보고 싶어요.
21/04/14 13:14
청동기 시대의 붕괴에 대해서 잠시 조사를 해보면서 (뭐 그래봤자 구글에서 띄워주는 글을 몇개 읽어보는 것입니다만 흐흐), 학설이 제가 알던 버젼과 최근의 해석이 많이 다른걸 보면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좀 나누어보고 싶어지는 댓글이군요!
기존에는 '바다 민족'과 '도리아인'에 의해서 와장창 무력으로 작살이 났다~ 라는 것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말씀하신 것처럼 기후변화 같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서 수백년에 걸쳐 천천히 난세 끝에 미노아가 축소되었다니... 와 저도 말씀하신 산토리니에 가서 한번 제 스스로의 사건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어지네요!
21/04/14 08:52
일리아드, 오디세이는 슈퍼히어로물 맞죠. 시대가 지나도 무조건 통하는 이야기 구조의 대표격. 서브플롯만 가져다 잘 각색해도 영화 하나 나올 정도로 빈틈이 없죠.
원조만의 특별한 점을 꼽는다면, 기원전 8세기에 쓰여진 만큼 폴리스 정립보다도 이전이라 도덕이나 사회규범에서 자유로운 서술을 볼 수 있는게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예나 지혜, 센슈얼리티같은 원초적인 인간의 욕구와 감정에 솔직한 서술이 좋아요. 그래서 현대에 보기엔 더더욱 허구적 신화같아 보이는것 같아요.
21/04/14 13:20
흐흐흐, 성적인 이야기도 많고, 등장하는 괴물들도 되게 잔인하죠. 확실히 요즘 사회통념에 맞춰서 검열된 글을 읽는 것보다 차라리 고전이 더 문학의 힘을 이해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21/04/14 08:58
오디세이를 단순한 우화가 아닌 한 세대의 종말 이후의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기리는 영웅담으로 해석한 건 굉장히 상쾌하네요.
무지몽매한 이들을 전부 심판하고 새로 쌓아올릴 새 시대는 과연 아름다울 것이라고 호메로스는 여겼을까요?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21/04/14 13:23
오 그렇게 해석하실 수도 있군요. 호메로스가 의도한 신화의 결말은 보다 낙관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해석은... 피의 철기시대에 걸맞는 핏덩이 결말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돌아와서 유토피아를 세웠다는 것도 아니고, 구혼자의 유족들이 요구하는 피값에 대해서 신들이 물리쳐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1/04/14 11:41
예전에 이런 애니도 방영했었죠.
https://namu.wiki/w/%EC%9A%B0%EC%A3%BC%EC%84%A0%EC%9E%A5%20%EC%9C%A8%EB%A6%AC%EC%8B%9C%EC%8A%A4 로드 무비? 성장드라마? 다 기원은 오딧세이아 였을까나요.. 윗 덧글에 없는 거 중에 당장 떠오르는 건 드래곤 라자네요....
21/04/14 13:42
오 저런 작품도 있었군요... 제가 태어나기 한 10년전의 작품이군요! 이야, 일본의 애니메이션 발전사를 보면, 요즘에는 보이지 않는 '서양 고전의 애니화'가 참 역사가 깊어서 감탄하게 됩니다. 역시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군요...
오디세이아도 길가메쉬 이야기의 구조에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있으니, 아무래도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 영웅은 가서 잘 싸우는 것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이야기까지 요구하나 봅니다. 드래곤 라자는 제 "읽어봐야지" 목록에 있긴한데, 참 다른 책들과 함께 영원히 밀리고 있네요 흐흐흐흐... 저도 언젠가 피지알에 올려볼 수 있게, '로드 무비'라고 불릴 만한 작품을 취미로 틈틈히 시간을 내서 쓰고 있는데요. 나중에 그걸로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1/04/14 14:10
87년에 우리나라에서도 방송해줬고, 95년에 재방도 해줬다네요. 유튜브에 영상이 혹 있을까 찾아봤는데, 영어판이나마 일부가 있네요. 재밌게 봤었어서 내용도 일부 기억합니다.
드래곤 라자는 지금보면 유치해보일 순 있는데, 그냥 술술 읽히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피지알러분들 중에서도 읽으신 분 많으실거에요.
21/04/14 13:40
일리아드는 읽는 내내 숫자만 가득한 회계장부를 읽는 기분이었는데, 일리아드가 끝나고 오디세이아를 보는 순간 sf소설책읽는 기분이었습니다.
21/04/14 13:44
그러고보니, 신화시대 그리스인들에게는 '항해'였겠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우주항해'와 오히려 비슷한 모험과 환상의 세계였겠군요... 아 글에서도 이 부분을 다룰 수 있었을텐데 이제야 저도 깨달았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일리아드는 마블 영화보다는 저스티스 리그 같은 느낌이 아닐까요. 흐흐흐, 단독작품이 있지도 않은데 뭐이리 영웅들은 많고 세계관은 넓다고 떠드는지 원~, 역시 오디세이아가 더 짜임새 있게 멋진 작품인가 봅니다.
21/04/15 00:47
그냥 고전적 영웅 이야기 정도로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이런 설명과 해석을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래서 문과가 있어야...(?)
저는 다양한 기록에서 보이는 관점들에 흥미가 많은데, 당시 그리스 사람들이 그 이전 시대에 대해 인식하던 모양을 이번 글에서 알게 되네요.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때가 있었는데, 학교 도서관 구석에서 찾은 1980년대쯤 발간된 한자혼용이 절반이 넘고, 당시의 정치사회적 관점이 그대로 글자로 남아있는 내용을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딱 그런 것처럼 이제는 모두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지식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생한 현장이었던, 낡았지만 신선한 느낌을 계속 Farce님 글에서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도 자주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1/04/15 23:15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쓸모 있는 문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료나 문학을 읽으면 말씀하신 부분이 정말 와닿는 순간이 오고는 합니다. 지나간 일을 누군가가 숨을 몰아쉬면서 현재진행형으로 보고 있었다는 뻔한 사실을 마주하는 것.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지요! 다음 주제로도 재밌는 것을 많이 생각하고 있으니 그렇게 찾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1/04/16 13:38
Farce님 글을 읽고, 모처럼 일리아스를 새로 읽었습니다.
2020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판본이 있던데, 무척 재밌더군요. 전쟁 덕후가 이야기꾼이 되어 일리아스를 현대적으로 옮긴책이에요. <신과 인간의 전쟁, 일리아스> 존 돌런 저, 정미현 옮김입니다. Farce님의 좋은 글이 즐거운 독서로 이어졌죠. 감히 추천합니다. 나중에 한번 읽어보세요 :)
21/04/15 23:18
하하... 고전의 문제점이 바로 그것이지요. 요즘같은 소비주의 시대에 쓰여진 것이 아니기에... 시장에서 사가지고 많은 사람이 읽어보라고 쓰는 글이 애초에 아니기 때문에, 쓸때없이 글이 장황하고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평상시에 관련 작품에 흥미와 취미가 있으셨다면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원전' 자체는 평상시에 읽으시던 종류의 책이 아니라면 좀 추천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교양서적 입문서적으로 흥미를 이어보시는 것이 어떠실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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