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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13 22:10:59
Name Farce
Subject [일반] 기원전 슈퍼히어로의 공상과학적인 후일담: 오디세이아
뿌슝빠쓩~! 참으로 거창한 제목입니다!
아 이걸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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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작품을 가지고 SF라고 하면 말이 안되지 않냐고요?]
하지만 전부 사실인걸요~

안녕하세요. Farce입니다. 오늘은 오디세이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오디세이아'라는 제목이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이렇게 풀어서 설명해보면 들어보신 분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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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 전쟁을 끝낸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항해를 시작하는데...']

위의 줄거리에서 짐작이 가시듯이 이 오디세이아라는 작품은 트로이 전쟁을 다루는 "일리아스"라는 작품의 후속작이며,
작품의 전개에 있어서는 에필로그에 해당합니다.

(혹여나 책들의 이름이 익숙치 않게 들리신다면, 익숙하실 영어식 명칭도 있습니다. '오디세이'와 '일리아드'요)

언제적 그리스 신화냐~ (심지어 세트로 자주 팔리는 로마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옛날!?)
라고 쉽게 떠올리실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정말 옛날에 쓰여진 '고전'입니다.

기원전 8세기 즈음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워낙 오래 되었다보니 서양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흘러간 옛 이야기가 얼마나 지금 작품들에도 영향을 남겼는지, 한번 말해보는 기회를 가지고 싶습니다.

이천년이나 남은 작품이 어떻게 아직도 우리에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요?
도대체 무슨 꿀잼 요소를 남겨두고 있을까요?
아 물론 꿀잼 요소가 없으면 제가 글을 쓰지도 않았을테니, 혹시라도 재미가 없을까 걱정은 안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재미는 바로, 오디세이아가 호메로스에 의해서 쓰여질 시점,
기원전 8세기의 그리스가 처한 현실을 살펴보기 시작하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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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리스는 '그리스 암흑기'라고 불리는 세기말 아비규환이 사백년 만에 끝나가던 시점이었습니다.]
'사백년 간의 혼란기'라, 수 많은 역사를 접하고 있는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참으로 별것 아닌 표현입니다만,
참고할 다른 역사책도 없었을 고대인들에게는 인간의 존재가 단지 고통받기 위해서 존재하는지 스스로 물어볼만한
고통스러운 시절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이야기에서 잠시 있다 등장할 '바다 민족' 때문에 일어났지요.

하지만 호메로스가 마침내 이야기를 완성한 시점에서는
기나긴 고통도 영원하지 못하고 마침내 그리스를 유린하던 외적의 침입이 잠잠해지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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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원시 그리스의 문명들은 붕괴했지만 다시 또 새롭게도 '폴리스'라고 불리는 도시국가들의 군웅할거가 확고해졌으며,]
이 폴리스들은 성벽과 잘 훈련된 창병들을 가지고 서로 전쟁을 벌일 지언정, 세금, 질서, 교역을 다시 그리스인들에게 회복시켜줬지요.

청동의 옛 역사가 끝나고, 강철의 새시대가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이 '아테네', '스파르타', '테베' 등에 대해서
앞으로 수백, 아니 수천년 동안 떠들게 될 것이 분명해지는 바로 이 시대에,

호메로스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아니라 자신이 들었던 옛 시대의 멋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고통이 끝나지 않았고 새 고통이 시작될 시대에 과거의 멋진 신화들을 보면서 위안을 삼자는 생각에서 였을까요?
아니면 과거의 찬란한 신화에서 어떻게 검과 검이 부딪히고 피비린내가 나는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지 되짚어보고 싶었을까요?

우리가 지금은 물어볼 수 없던 어떤 이유에서, 이 호메로스라는 사람은
(사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호메로스의 존재 역시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한 사람인지, 여러 명이 돌려쓴 필명인지도 모르지요)
글자도 없는 그리스의 암흑기에 이렇게 암송을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옛날 옛적에..."

그리스 사람들이 돌맹이와 막대기를 들고 우가우가~를 하고 있을 시절,
나일강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문명이 번영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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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과 꿀이 흐르는 나일강의 이집트 문명이었지요.]

이집트가 오래되었다 오래되었다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오래된 것이냐 물으면
새삼스럽게 참으로 무서워지는 것이, 문명의 형성은 기원전 3000년,
피라미드를 짓고, 전차를 타고 정복전쟁을 나서던 것이 기원전 2600에서 2200년쯤 됩니다.
그렇습니다. 기원후 2020년대인 지금의 기준에서 봐도, 두배인 4천년 정도 격차가 있을 정도로 옛날입니다.

이 찬란한 선진문명의 영향을 받아서, 그리스에서 최초로 문명의 꽃을 피운 것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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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아 문명]이었습니다. 현대 기준의 국경에서 보자면, 그리스 본토와는 거리가 있는 남부의 크레타 섬의 문명이었지요.
이들은 돌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궁전, 목욕탕, 성벽을 지었으며,
그리스 본토를 포함한 근처의 야만인들에게 조공을 걷어 부를 축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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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조공을 바치던,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인들이 탐나던 미노아 문명을 침공하고 흡수하여,
[마침내 그리스 본토에서 '미케네 문명'이 시작됩니다.]

아직 철기시대가 오지 않았기에, 미케네 문명은 (그 이전의 미노아가 그랬듯이) 청동기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왜 이렇게 영웅이 많은지에 대한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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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으로 무장한 영웅]의 시대는 중세 기사 이전에 이미 미케네 문명에서 등장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강철로 무장한다는 개념은 청동기 시대에는 당연히 적용될 수 없었습니다.
청동은 철보다 구하기는 쉽지만, 합금이라는 특성상 전근대에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했습니다. (후대에 철로 대체된 이유)
따라서 일반적인 병졸이라면 무기로 석기를 사용하고 (사실 사람도 돌에 찍히면 아프고 죽거든요...)
갑주로는 똑같이 석기라면 충분히 막아줄 천옷이나, 아니면 후대에도 잘 쓰일 가죽갑옷을 쓰면 되겠지요.

어 그런데, 적장 아킬레우스가 저를 향해서 달려오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무기조차도 번쩍거리는 청동기로 무장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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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졸들의 석기는 통하지도 않는 것을 본다면, 저라도 이런 순박한 질문을 했을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호메로스의 두 작품은 21세기의 관객들이 보기에도 재미있는 요소를
무려 3가지나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사실 이 작품들은 슈퍼히어로물입니다! 히어로 복장도 있고, 히어로 능력도 있고, 신도 있습니다 흐흐!
'트로이 전쟁'은 심지어 '어벤져스' 같은 세계관 연동 대작이었지요!
미케네 문명이 알고 있던 모든 세계관의 모든 히어로들이 (물론 워낙 옛날이라 진짜 그곳 전설 출신인지,
그냥 먼 동네 출신이라고 미케네 작가들이 설정을 그렇게 쓴지는 지금도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출동해서 두 팀으로 싸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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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듣는 관객조차도 이런 스케일에는 화장실에 가는 법을 까먹었을지도 모릅니다.]

둘, SF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후대의 과학기술에 대한 전망이 있는 현대적인 의미의 SF는 아닙니다만,
오히려 '고대의 대단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영웅'라는 요즘 대중작품의 주먹구구식 기술관과 많이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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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황금기라고 무한히 추억될 미케네 문명은 곧 ['바다 민족']이라고 불리는 외세의 침략을 받아서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바로 철기 시대의 도래였습니다. 청동 방패와 청동촉이 달린 창으로 무장한 슈퍼히어로들의 세계는,
무쇠로 무장한 '야만인'들의 침공에 무기력하게 무너졌습니다.

현대인에게 이 당시의 혼란을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핵무기가 무분별하게 풀린 시대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왕국을 지키고, 모든 것의 국경선과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정해주던 영웅을 손쉽게 죽일 철기 생산법이 세상에 풀렸으니까요.
어떤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앞부분은 히어로물, 뒷부분은 참혹한 전쟁영화인 괴상한 영화였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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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부터 영웅들이 최신 무기로 싸우던가요.]
이미 기원전 8세기의 그리스인들이 보기에도, 이름을 부르며 한명씩 무력을 겨루고, 전차에 올라타 투창으로 싸우던 전쟁은
지나칠 정도로 옛 시대의 전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히어로의 멋은 구식 몸싸움에서 나오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셋, 포스트 아포칼립스 요소가 있습니다. 미케네 세계관의 '트로이 전쟁'에서 대부분의 영웅은 죽고 은퇴한 뒤에,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를 주인공으로 '끝나버린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다 민족'이라는 두루뭉실한 이름에서 짐작이 가듯이, 이들의 존재는 어떤 한 민족이나 국가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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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바로 옆동네의 그리스인들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청동기 시대의 붕괴]라고 불리는 이 무서운 시기의 진짜 무서운 점은
차라리 바다 민족이 몽골족처럼 하나의 세력이었다면 미노아를 미케네가 흡수했듯이, '인수인계'가 이루어졌을텐데,
미케네의 붕괴 이후 등장한 것은 새로운 그리스의 통일 왕조가 아니라 미케네의 잿더미에서 등장한 수많은 도시국가였습니다.

본래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은 1960년대 이후 핵전쟁의 공포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등장한 장르입니다.
이전에도 '개인의 사망, 마을의 파괴, 국가의 멸망'에 대한 작품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인간 세계의 완전한 파괴, 또는 인간이 절멸하지 않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세계'
같은 기분 나쁘고 쓸때없이 스케일이 큰 소재를 감히 상상하지 않았죠.

이런 소재를 이미 접해보고 알고 있는 현대인에게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철기시대 사람들이 이미 사라진 청동기 시대의 영웅을 상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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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돌아와서 질서를 바로 세울 것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왕국 이타카에 돌아와서, 자신의 아내를 희롱하는 구혼자들을 무찔어야합니다.
그리고 이 구혼자들은 호메로스와의 동시대를 살고 있는 철기시대의 사람들이지요.

즉 구혼자 시점에서 서술하자면 이야기가 이렇다는 것입니다. 이타카라는 섬나라가 있는데,
"아 글쎄 거기 왕족들은 아직도 먼 고대에 신화 속의 영웅들이 트로이 전쟁에 가서 싸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에 따르자면 언젠가 왕이 돌아와서 왕좌를 다시 차지해야한다고, 새로 왕을 안 모신다니까? 어처구니가 없어서!"

신화의 이야기, 영웅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시간의 흐름이 이상하기 마련입니다.
오디세이아를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혼자들이 오디세우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왕비에게 몰려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스토리 자체의 전개를 보자면 이게 맞긴 합니다만. 이 구혼자들이 상징하는 내용을 보자면

오히려 오디세우스가 영웅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신화적으로 시간을 낭비했다는 뜻도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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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 이전의 시대는 이것보다는 사람들이 더 교양이 넘쳤던 것 같은데 말이죠]
영웅의 자리를 탐내고 있는 것이 다른 영웅이 아니라는 부분이 시사하는 요소는 꽤나 큽니다.
이들이 못나서 귀환한 오디세우스에게 혼날 것이라는 전개를 위한 것도 있지만,

'영웅의 시대가 끝났으며, 다만 영웅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려는 필멸자들의 역사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거든요.

이는 순전히 영웅의 시대를 다루던 앞 작품 일리아스와는 오디세이아가 다른 부분입니다.
일리아스의 유명한 첫 문장은 '오 뮤즈 (영감의 정령)여,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노래하소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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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가 꾀를 내서 끌고온 아킬레우스는 가장 강인한 용사였고 트로이 전쟁에서도 죽었습니다.]
하지만 트로이 전쟁의 후일담은 죽은 아킬레우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살아남은 영웅 중에서도 무력이 뛰어난 영웅이 많을텐데도, 굳이 오디세우스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블 영화로 치자면 아이언맨도, 캡틴 아메리카도 아닌 한 앤트맨 정도 되는 인물이 에필로그를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꾀돌이"라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 고대에는 아무리 좋게 쳐줘도 영웅의 미덕은 아니었지요.
그러면 도대체 이런 영웅이 만드는 후일담은 어떤 종류의 것일까요?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오디세이아 안에서 오디세우스 시점의 초반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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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가 난파한 오기기아라는 섬에서 물정령(님프) 칼립소가 그에게 제발 항해를 단념하라고 속삭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리스인들의 지명에서 오기기아는 실존하지 않는 섬이라는 겁니다. 신화의 영역입니다.
"아 역시 소문으로 들었던 멋진 영웅님이시군요. 저와 여기서 백년을 해로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당신은 이미 트로이 전쟁에서의 명성으로 사람보다는 전설이 된 존재. 당신이 돌아간다면 사람이 되어서 늙어 죽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대답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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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설의 오디세우스가 맞냐고? [이제는 아니야..."]
그리고는 뗏목을 만들어서 자신의 항해를 계속합니다.

오디세이아가 에필로그인 이유는, 오디세우스가 스스로 전설을 끝내고, 인간의 역사로 돌아가기 위해 마음을 먹기 때문입니다.
아킬레우스는 전쟁터에서 죽어서 전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계속 말합니다. "돌아간다. 가족을 본다. 늙어 죽는다."

그는 마침내 괴물의 세계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사는 페아키아섬에 도착해서 그들에게 자신의 모험을 말합니다.
사이렌, 퀴클롭스, 키르케와 같은 신화적인 존재들로 가득 찬 이야기는 이때 과거 회상의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되지요.

그리스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던 페아키아인들은 오디세우스의 명성은 알고 있었지만,
워낙 외딴 곳이다보니 오디세우스의 얼굴은 알지 못하고, 그의 이야기를 반신반의하면서 듣고나서야,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신화 속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지요.

그래서 그들은 '지나간 시대의 항해술'을 통해서 '생각으로 움직이는 배'를 내어줍니다.
이것은 그리스인들이 믿던 미노아인들의 기술력이었고 페아키아인들은 최후의 미노아인들이라는 것이었지요.

인간의 섬에 도착한 줄 알았으나, 아직까지도 신화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오디세우스는
그래도 마침내 페아키아인들이 내어준 배 덕분에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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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에 오디세우스는 잔인하게 구혼자들을 모두 죽입니다.]
위엄으로 굴복시키는 것도 아니며, 말로 물리치는 것이 아닙니다.
인내와 노력 끝에 고향에 도착한 것과는 어울리지도 않게도 말이지요.

본래 그리스 신화에서 살인은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비록 신은 인간을 쉽게 죽이곤 하지만,
인간의 살인은 항상 처벌 받았습니다. 신이 처벌을 내리거나, 저주를 내리거나, 아무튼 제명에 살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설정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디세이아의 결말부는 노골적으로 선혈이 낭자합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는 신들에게 (손쉽게) 용서를 받지요.

오디세우스가 일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전설 속의 존재를 무시했던 구혼자들의 최후가 말 그대로, 자연재해라도 만난 것처럼 산산조각나는 것이 당연해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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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청동기 시대의 영웅들의 이야기도 끝이 납니다.]
호메로스 이후로도 많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이 신화를 기록할 것이지만, 호메로스는 이야기의 마지막을 이렇게 끝을 냈습니다.
북유럽에 라그나로크가 있다면,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오디세이아가 있습니다. 신화는 이 이전의 이야기는 있어도, 이후는 없습니다.
이 이후에 일어난 것의 기록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릅니다. 호메로스조차도 이건 역사 이전이었다. 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너무 옛날 이야기인 나머지, 그냥 평범한 '신화' 이야기로 단순하게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옛날'은 수백년이 넘어가는 기나기고, 또 복잡한 세월이고는 합니다.

옛날 사람이 옛날의 이야기를 쓴다면, 지금 사람이 옛날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쓰는 것과 어쩌면 꽤나 비슷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
영웅의 이야기, 그리고 영웅이 업적을 이루고서 객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줄거리는
지금도 많이 반복되고 있으며, 당연히도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요소가 있습니다.

또한 거대한 세계관의 끝은, 그 세계가 멸망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어도, 완결화를 보는 독자의 가슴은 언제나 웅장해집니다.
어떤 작품은 기대에 못 미치고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또 어떤 작품은 결말이 마음에 들고 또 멋지기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건 명작이라고 불러줘야겠네요.
오디세이아 또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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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22:17
수정 아이콘
와 최근에 일리아드 오디세이를 읽었는데 이럴수가!!!
걍 지금 만나는 서양유래 문화문물의 못해도 1/5은 일리야드 오디세이에 모티브가 있고 여기에 성경을 더하면 못해도 1/3이 다 여기서 나왔다고 봐도 될 만하죠.
일리야드가 신화(?)라면 오디세이가 비로소 인간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영웅으로 뒤질걸 알면서 병역기피를 한 아킬레우스랑 아들내미때문에 병역을 하고 개고생하며 돌아온 오디세이가 1편과 2편이라니!!!
21/04/14 13:0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은근 서양 작품도 모티프를 따지면 다 정해져있지 않나요? 언제적 그리스-로마 신화냐~ 라고 하지만 그 언제적이 워낙 영향력이 지대해서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보이는 것이 많으니 도저히 놓아줄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종교 경전도 모티프 모음집으로 보게되더라고요. 확실히 옛날 사람들이 수백년간 적어둔 재미있는 이야기를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나주꿀
21/04/13 22: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1. 영웅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어디서 들어봤는데 생각하고 찾아보니 수업시간에 들었던 조지프 켐벨의 영웅의 여정이네요.
일상에서 모험의 세계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이런 저런 종교와 신화에 적용되는 걸 보면
뻔하지만 가장 잘 팔리는 이야기구조가 맞나봐요.

2. 언젠가 미래에 지구 문명이 한번 리셋되고, 수백년 뒤에 테크노 바바리안이 된 후손들이 용산이나 남부터미널 전자상가에 있는
건담 프라모델, 혹은 핫토이 피규어를 발견하고선 마블시네마틱 신화, 건담신화, 철혈의 오펀스는 건담 신화에 들어가야 되냐 마냐로 싸우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StayAway
21/04/13 22:44
수정 아이콘
지금도 최신 북미 신화인 스타워즈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
전 블리자드의 수 많은 타락의 원전이 다스베이더라고 믿고 있습니다.
21/04/14 13:05
수정 아이콘
1. 인간의 문화가 바뀌어도, 하드웨어가 원시인의 것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확실히 먹히는 소재는 다 정해져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디서 들은 말인데 어떤 작품에서든 독창성 VS 예측성은 같이 끌고가야한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독특해도 전개가 예측이 안되서 사람들이 안 좋아하고, 너무 뻔해서 예측이 줄줄이 되어도 외면 받는다니, 어쩌면 고전 작품은 독창성의 측면에서 그 '뻔하지만 얘가 원조야~'라고 보정 받을 수 있으니 명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2. 한국 말로는 공식설정, 영어로는 캐논(Canon)이라고 하던가요 흐흐흐. 뭐 이미 현시대의 사람들도 쓸때없이 작품을 만들어두고는 '아 공식에서 취소~ 아 설정변경으로 취소~ 이번에 리부트한다~'라고 하고 있으니, 미래인이 특별히 설정정리를 잘할 거라고는 기대도 안합니다 흐흐. 이미 전근대에도 경전이나, 신화관에 대해서 엄청난 변동이 있었고 수정이 있었던걸 보면 (제가 피지알에 올리기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지요), 인류는 항상 이러다가 스러질 운명인가 봅니다~
게임할 시간에 공부했으면
21/04/13 22:30
수정 아이콘
매번 좋은 글을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을 달게 만드시는군요.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다른 세상을 보고 온 느낌입니다.
(실례되는 표현이 아니면 좋겠습니다.) 심지어 아주 생소한 소재가 아닌데도 말이지요.
21/04/14 13:08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최고의 극찬이십니다!

듣기에는 생소하지만, 읽어보면 익숙한 그런 글을 저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글로 찾아뵈겠습니다.

저도 초기에는(?) 별 생각없이 가볍게 현안에 대한 글도 다뤄보고 그랬습니다만, 며칠 뒤에 정정보도가 뜨거나, 정리한 자료가 한쪽의 입장이거나 하는 등의 일로, '뭘 준비해서 말하려고 해도 틀리기가 너무 쉽구나~'라고 스스로 생각한 뒤로는 최대한 옛 이야기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재밌지만 놓치고 있는 내용도 워낙 많아서요~
진산월(陳山月)
21/04/13 23: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고맙습니다.
21/04/14 13:08
수정 아이콘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 대한 가장 강한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4/13 23:11
수정 아이콘
진짜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덕심이 있는 지역의 역사인데 이쪽으로는 읽어도 읽어도 항상 재밌어요. 슈퍼히어로와 아포카립스 크크 좋은 관점인 것 같습니다
21/04/14 13:10
수정 아이콘
(수정됨) 누구나 덕질하는 지역은 하나씩 있지않나요 흐흐흐~ 저는 페르시아가 그렇게 좋더랍니다.

에드워드 카 선생님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했지 않습니까, 문학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은 그 어떤 시대보다 문화작품을 많이 만들어내고 소비시장에 내놓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런 장르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다시 과거를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너무 현대인의 시각으로만 봐서 해석을 그르치면 안되겠지만, 과거의 명작이라면 현대인이 봐도 재밌는 요소가 가득차있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겠지요~
어즈버
21/04/13 23: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잘 읽었습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청동기 시대의 붕괴를 다룬 영어로 된 다큐멘터리들을 찾아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나저나 미노아 문명 영향권이었으며 화산폭발로 멸망했다는 산토리니에 꼭 가보고 싶어요.
21/04/14 13:14
수정 아이콘
청동기 시대의 붕괴에 대해서 잠시 조사를 해보면서 (뭐 그래봤자 구글에서 띄워주는 글을 몇개 읽어보는 것입니다만 흐흐), 학설이 제가 알던 버젼과 최근의 해석이 많이 다른걸 보면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좀 나누어보고 싶어지는 댓글이군요!

기존에는 '바다 민족'과 '도리아인'에 의해서 와장창 무력으로 작살이 났다~ 라는 것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말씀하신 것처럼 기후변화 같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서 수백년에 걸쳐 천천히 난세 끝에 미노아가 축소되었다니... 와 저도 말씀하신 산토리니에 가서 한번 제 스스로의 사건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에이치블루
21/04/1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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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1/04/1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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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은 덧글 언제나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더 재미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GNSM1367
21/04/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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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글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21/04/1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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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는 더 굉장한 글로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댓글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Ms.Hudson
21/04/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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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드, 오디세이는 슈퍼히어로물 맞죠. 시대가 지나도 무조건 통하는 이야기 구조의 대표격. 서브플롯만 가져다 잘 각색해도 영화 하나 나올 정도로 빈틈이 없죠.
원조만의 특별한 점을 꼽는다면, 기원전 8세기에 쓰여진 만큼 폴리스 정립보다도 이전이라 도덕이나 사회규범에서 자유로운 서술을 볼 수 있는게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예나 지혜, 센슈얼리티같은 원초적인 인간의 욕구와 감정에 솔직한 서술이 좋아요. 그래서 현대에 보기엔 더더욱 허구적 신화같아 보이는것 같아요.
21/04/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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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 성적인 이야기도 많고, 등장하는 괴물들도 되게 잔인하죠. 확실히 요즘 사회통념에 맞춰서 검열된 글을 읽는 것보다 차라리 고전이 더 문학의 힘을 이해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21/04/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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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오디세이를 단순한 우화가 아닌 한 세대의 종말 이후의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기리는 영웅담으로 해석한 건 굉장히 상쾌하네요.

무지몽매한 이들을 전부 심판하고 새로 쌓아올릴 새 시대는 과연 아름다울 것이라고 호메로스는 여겼을까요?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21/04/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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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렇게 해석하실 수도 있군요. 호메로스가 의도한 신화의 결말은 보다 낙관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해석은... 피의 철기시대에 걸맞는 핏덩이 결말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돌아와서 유토피아를 세웠다는 것도 아니고, 구혼자의 유족들이 요구하는 피값에 대해서 신들이 물리쳐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란고란
21/04/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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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예전에 이런 애니도 방영했었죠.
https://namu.wiki/w/%EC%9A%B0%EC%A3%BC%EC%84%A0%EC%9E%A5%20%EC%9C%A8%EB%A6%AC%EC%8B%9C%EC%8A%A4

로드 무비? 성장드라마? 다 기원은 오딧세이아 였을까나요..
윗 덧글에 없는 거 중에 당장 떠오르는 건 드래곤 라자네요....
21/04/1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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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런 작품도 있었군요... 제가 태어나기 한 10년전의 작품이군요! 이야, 일본의 애니메이션 발전사를 보면, 요즘에는 보이지 않는 '서양 고전의 애니화'가 참 역사가 깊어서 감탄하게 됩니다. 역시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군요...

오디세이아도 길가메쉬 이야기의 구조에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있으니, 아무래도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 영웅은 가서 잘 싸우는 것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이야기까지 요구하나 봅니다. 드래곤 라자는 제 "읽어봐야지" 목록에 있긴한데, 참 다른 책들과 함께 영원히 밀리고 있네요 흐흐흐흐... 저도 언젠가 피지알에 올려볼 수 있게, '로드 무비'라고 불릴 만한 작품을 취미로 틈틈히 시간을 내서 쓰고 있는데요. 나중에 그걸로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란고란
21/04/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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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에 우리나라에서도 방송해줬고, 95년에 재방도 해줬다네요. 유튜브에 영상이 혹 있을까 찾아봤는데, 영어판이나마 일부가 있네요. 재밌게 봤었어서 내용도 일부 기억합니다.
드래곤 라자는 지금보면 유치해보일 순 있는데, 그냥 술술 읽히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피지알러분들 중에서도 읽으신 분 많으실거에요.
세츠나
21/04/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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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네요
21/04/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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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디세이아가 재미있는 덕분입니다~
냥냥이
21/04/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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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드는 읽는 내내 숫자만 가득한 회계장부를 읽는 기분이었는데, 일리아드가 끝나고 오디세이아를 보는 순간 sf소설책읽는 기분이었습니다.
21/04/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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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신화시대 그리스인들에게는 '항해'였겠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우주항해'와 오히려 비슷한 모험과 환상의 세계였겠군요... 아 글에서도 이 부분을 다룰 수 있었을텐데 이제야 저도 깨달았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일리아드는 마블 영화보다는 저스티스 리그 같은 느낌이 아닐까요. 흐흐흐, 단독작품이 있지도 않은데 뭐이리 영웅들은 많고 세계관은 넓다고 떠드는지 원~, 역시 오디세이아가 더 짜임새 있게 멋진 작품인가 봅니다.
21/04/1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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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고전적 영웅 이야기 정도로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이런 설명과 해석을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래서 문과가 있어야...(?)
저는 다양한 기록에서 보이는 관점들에 흥미가 많은데, 당시 그리스 사람들이 그 이전 시대에 대해 인식하던 모양을 이번 글에서 알게 되네요.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때가 있었는데, 학교 도서관 구석에서 찾은 1980년대쯤 발간된 한자혼용이 절반이 넘고, 당시의 정치사회적 관점이 그대로 글자로 남아있는 내용을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딱 그런 것처럼 이제는 모두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지식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생한 현장이었던, 낡았지만 신선한 느낌을 계속 Farce님 글에서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도 자주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1/04/1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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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쓸모 있는 문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료나 문학을 읽으면 말씀하신 부분이 정말 와닿는 순간이 오고는 합니다. 지나간 일을 누군가가 숨을 몰아쉬면서 현재진행형으로 보고 있었다는 뻔한 사실을 마주하는 것.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지요! 다음 주제로도 재밌는 것을 많이 생각하고 있으니 그렇게 찾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TheLasid
21/04/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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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Farce님이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영웅 서사시 정말 좋아합니다. 무척 재밌게 읽었어요!
21/04/1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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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제 글의 선생님! 새로운 글좀 써주세요 흑흑!

응원이 되는 덧글 감사합니다.
TheLasid
21/04/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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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ce님 글을 읽고, 모처럼 일리아스를 새로 읽었습니다.

2020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판본이 있던데, 무척 재밌더군요. 전쟁 덕후가 이야기꾼이 되어 일리아스를 현대적으로 옮긴책이에요.

<신과 인간의 전쟁, 일리아스> 존 돌런 저, 정미현 옮김입니다.

Farce님의 좋은 글이 즐거운 독서로 이어졌죠. 감히 추천합니다. 나중에 한번 읽어보세요 :)
장고끝에악수
21/04/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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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니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한번 사서 볼까싶네요. 괜히 지루하고 어려운건 아닐지..
21/04/1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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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고전의 문제점이 바로 그것이지요. 요즘같은 소비주의 시대에 쓰여진 것이 아니기에... 시장에서 사가지고 많은 사람이 읽어보라고 쓰는 글이 애초에 아니기 때문에, 쓸때없이 글이 장황하고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평상시에 관련 작품에 흥미와 취미가 있으셨다면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원전' 자체는 평상시에 읽으시던 종류의 책이 아니라면 좀 추천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교양서적 입문서적으로 흥미를 이어보시는 것이 어떠실련지요?
장고끝에악수
21/04/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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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도서관에 한번 들려야겠어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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