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대학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는 한 가지 실험을 합니다. 그녀는 인간의 기억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지, 인간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한 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녀가 했던 실험의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실험 참가자들을 선별하고 난 후 그녀의 연구팀은 참가자들 몰래 참가자들의 가족들과 접촉해서 참가자들의 어린 시절에 관한 정보들을 수집합니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한 참가자 당 네 가지의 이야기들을 구성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숨은 노림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네 가지 이야기들 가운데 세 가지는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었지만 나머지 한 가지는 연구팀에서 완전히 창작을 한 내용이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모든 참가자들마다 동일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쇼핑몰에 갔다가 길을 잃어서 혼자 쇼핑몰을 해매고 있을 때 어떤 나이 많은 아주머니가 자신을 발견하고 부모님에게 데려다 주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어떠한 실험 참가자들도 실제 이런 일을 경험했던 사람은 없었지요.

실험 참가자들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하면서 이 네 가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적어도 실험 참가자들 가운데 4분의 1은 자신이 어렸을 때 쇼핑몰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지요. 문제는 단순하게 기억이 난다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일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고 했던 참가자들이 일주일 후 다음 인터뷰에서는 그 사건에 대해서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해내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아주 이상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고 하는 참가자도 있었고 다른 참가자는 그 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엄마가 자신에게 엄청 화를 내더라는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일도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식의 기억 조작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기록물이 아닙니다. 영상 기록물과는 다릅니다. 기억은 과거에 있었다는 일을 재구성하는 쪽에 가깝다고 합니다. 필연적으로 세세한 부분이 실제와 다를 수 있고 때로는 일의 발생순서가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청문회에 불려온 증인이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할 때 저는 그 증인의 말이 믿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기억이 흐릿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부장님께서는 "분명하게 이거 업무지시한 기억이 난다"고 하시는데 저는 전혀 그런 업무지시를 들은 기억이 없다면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