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祭)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밥을 해주고 떡을 해준다는 것은
모름지기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술은 어떠냐
고맙다는 말조차 들을 수가 없다
입맛에 맞는지 알 수도 없다
잔을 부딪칠 수도 없다
그저 빙 돌릴 뿐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원을 들어주는 거 같지도 않다
수저를 옆으로 누이며
하던 대로 따를 뿐이다
그러나 상여의 무거움을 알게 되고
고맙다는 말도
부딪히는 술잔도 무슨 소용이랴
바랬던 가장 큰 원을
스스로 감아버린 사람에게
빌어서 뭐할지냐
열린 문 사이로
바람뿐이던가
눈을 감고
홀로 말을 건다
밥이든 떡이든
쉬운 일이 아니던가
하물며 술은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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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제사를 지낼 때 동생들이 저에게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제사 왜 지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그저 예전부터 하던 것이었기에
으레 그러려니 했었지요.
사실 크게 관심도 없었습니다.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제 또래에서는 제가 가장 높은 출석률을 가지고 있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인지 참석해야하는 건가 해서 참석했었던 것 뿐
그 누구보다 나몰라라 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참석률은 미약하게나마 부모님 발언권을 높여드리기에 조금의 효도이긴 할 겁니다.)
인생에서 여지껏 장례식장에 두 번만 참석할 만 큼 죽음과 가깝지 않았습니다.
시골 어르신이 돌아가셔도 멀기도 했고 어리기도 해서 전 가지 않았죠.
자라면서 아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제가 참석해야할 자리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두 번 중 한 번은 정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제 이름을 지어주신 작은 할아버지
그러고보니 저의 친가와 외가의 할아버지들은 정말 예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제 또래는 아예 본 적이 없습니다.(심지어 며느리들과 사위들도요.)
그러니 기억도 없고
추억할만한 것도 없죠.
그런데 일 년에 한 번 와서 음식 차려놓고
절을 하라고 하니
머릿속에 물음표가 남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겠지요.
그러던 중
기억이 살아있고,
예뻐해주시고 귀여워해주시던 추억이 있는
작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니 느낌이 살짝 달랐습니다.
한편, 자세히 기억이 안 나지만 TV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아마 남자로 기억하는 데 감옥이었나 아니면 어디 집이 아닌 먼 곳에 살고 있었나
그 남자는 며칠동안 자기 먹을 거 안 먹어가면서 음식을 챙겨놓는 겁니다.
자기도 엄청 힘든 상황이면서 음식을 챙겨서 하는 것이 바로
어머니 제사였습니다.
초라한 제사상이라도 그 남자는 어머니 제사를 챙겨드리고 싶었던 거지요.
( 그래도 음식은 결국 남으니 크게 손해 본 것은 없겠지요.)
그 장면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요.
결국 제사의 본질이란 '죽은 자에 대한 산자의 기억법'이 아닐까 합니다.
정확히는 기억법 중 하나겠지요.
누군가는 기도를 할테고
누군가는 음식을 차릴테고
누군가는 모여서 이야기를 할테고
진중한 분위기도 있을거고
떠들석한 분위기도 있을거고
다 각자의 기억하는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사가 형식에만 너무 치우치기도 하고,
제사상 자체를 며느리들만이 준비하는 등의 폐단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