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글이 범람하는 피지알입니다
살림팁과 함께 동참해보고자 합니다 크크
우리 애기는 놀랍도록 규칙적인 아기입니다.
아침 7시 20분에 On 버튼이라도 눌린것처럼 부릅 눈을 뜹니다.
그리고는 허공에 발차기를 하고 에- 에- 하고 파닥거리면서 엄마를 깨웁니다.
고3때도 8시에 일어났던 엄마인데...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진거예요
저번달까지는 6시에 일어나고 그랬습니다.
덕분에 남편은 아침을 얻어먹고 출근을 할 수 있었지요...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밥부터 먹입니다.
220미리를 10분만에 뚝딱 해치우고 나서 트림을 시킨 후 바운서에 앉히고 젖병을 씻습니다.
어제 막수하면서 썼던 젖병이랑 오늘 아침에 쓴 젖병까지 2개를 씻어요.
친구들은 젖병을 막 다섯개씩 사놓고 쓰던데 저는 2개로 아직 잘 쓰고 있습니다.
160미리 젖병 2개가 더 있긴 한데 그건 100일 전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려서 지금은 이유식 계량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젖병을 씻고 와서 보면 어김없이 끙아를 해놓고 저를 보면서 웃고 있어요. 아유 내 새끼.
호외요 호외~ 우리 아들 똥쌌어요~ 를 외치며 화장실로 데려가 씻어줍니다.
뽀송뽀송해진 엉덩이에 뽀뽀를 한 번 하고 새 기저귀로 갈아입힌 후 아기체육관에 눕힙니다.
이제 30분~1시간은 자유롭습니다.
그렇다고 놀 수 있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전 살림하는 주부니까요!!
아기가 생긴 이후로 살림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아기를 안고 할 수 있는 일, 아기를 안고 할 수 없는 일.
보통 이 시간에는 아기를 안고 할 수 없는 일을 합니다.
대파 썰어서 소분하기라던지, 마늘 다진 거 소분하기라던지, 귀리를 볶는다던지, 저녁거리 중 초벌로 삶아야 하는 게 있다면 그걸 삶는다던지...
보통 칼이나 불을 쓰는 일들을 지금 해치웁니다.
오늘은 대파를 소분해서 저장해뒀어요.
대파는 이런 식으로 소분해둡니다.
한 단 사면 저렇게 3봉지가 나와요. 보통 한달 가까이 쓸 수 있습니다.
잘게 썰어둔 것들은 요리할 때 뿌셔뿌셔해서 슥슥 뿌려주고 길게 썬 애들은 수육할 때 넣거나 육개장이나 소고기 무국할 때 크게 썰어넣습니다.
매운 눈 비벼가면서 대파를 썰고 있으면 뒤에서 아기체육관 피아노 건반 무너지는 소리가 납니다.
얼른 달려가서 다시 세워주고 마저 남은 대파를 정리합니다.
대파가 없는 날엔 마늘 다진 걸 소분합니다.
사진처럼 납작하게 펴서 소분해두면 필요한만큼 손으로 똑똑 잘라 쓸 수 있어서 편해요.
얼음처럼 얼리는 것도 해봤는데 그건 두꺼워서 잘라내기가 힘들더라구요.
1회용 위생봉지에서 2면을 잘라준 후 길게 펴서 조금싹 납작하게 펴서 깔아준 담에 돌돌 말아줍니다.
냉동실에 두고 깡깡 얼면 저렇게 지퍼백 안으로 모아줘서 쓰면 됩니다.
이왕 소분 이야기가 나온김에 베이컨 소분한 사진도...
길게 하나하나 떼서 소분한 건 그냥 구워먹을 때 쓰고 잘라서 소분한 건 파스타나 샐러드 위에 뿌려먹는 용도로 씁니다.
저것도 위생봉지 자른 거에 돌돌 만 건데 랩보다는 저게 더 튼튼해서 좋아요.
랩은 뜯어낼 때 힘이 없어서 랩이 뜯기고 고기가 따로 떨어져나오지 않습니다.
여튼 이런 일을 하나 마치고 나면 체육관이 지겨워진 아기가 칭얼대기 시작합니다.
그럼 매트위에 눕혀서 뒤집기 훈련을 시킵니다.
궁뎅이를 살살 밀어주면 잘 뒤집어요.
조만간 혼자 막 뒤집을 날이 올텐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ㅠㅠ
그렇게 뒤집고 다시 눕혔다가 뒤집고 다시 눕혔다가를 너댓번 반복하면 체력이 떨어진 아기가 안아달라고 힝~ 소리를 냅니다.
포대기 앞으로 매기 방법으로 아기를 안습니다.
포대기는 최고예요. 허리와 어깨 둘 다 아프지 않으면서 양손이 자유롭습니다.
양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제 아기를 안고 할 수 있는 살림을 시작합니다.
청소기 한 번 돌리고 물걸레 청소기 한 번 돌립니다.
먼지로 털고 닦고 하는 청소는 주말에만 해요
아기를 아빠가 안고 다른 방으로 대피해있고 저는 먼지 폴폴 일으키면서 청소하고...
평일에는 그냥 간단하게 청소기만 돌립니다.
그 동안 아들은 엄마 품에 안겨 집안 곳곳을 뚤레뚤레거리면서 구경합니다.
빨래하는 날이면 빨래도 돌려줍니다.
아기 빨래 따로 하기 때문에 2번을 돌려야 합니다.
2번의 빨래가 끝나면 건조기에 같이 싸잡아넣어서 돌려줍니다.
그러고있으면 잠이 온 아기가 귀를 만져대기 시작합니다.
쪽쪽이를 물려주면 방전된 것처럼 1분 안으로 잠들어요.
보통 이때의 시간이 10시 정도 됩니다.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집 앞 시장에 갑니다.
야채같은 건 바로바로 사서 해먹는 성격이라서...
저는 5일장이 들어서는 읍면리 단위에 사는데 장날에 시장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다만 단점은 시장 어르신들이 애기만 보면 너무 잔소리를 하세요.
아이고 애기 춥다~ 태열때문에 땀띠 났다고!!!
애기 배고프겠다~ 밥먹은지 1시간밖에 안됐다고!!
진짜 애기 춥겠다 배고프겠다 소리가 제일 듣기 싫어요.
애기는 울면 그냥 배고파서 그런거라고 생각하시나봐요.
날씨가 따뜻해서 양말 한 번 안 신기고 나갔다가 진짜 애기 양말도 안 신기고!! 소리를 열 번 넘게 들었습니다 ㅠㅠ
애기가 귀한 동네라 그런지 돌아다니면 많이 예뻐해주시기도 하지만 잔소리도.. 절레절레
집에 있는 날에는 2시간동안 아기를 품에 안고 전날밤에 한 드라마나 예능을 봅니다.
앉아서 볼 수 있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기들에게는 높이 센서와 등센서가 있기 때문이지요.
앉으면 보통 20분 안으로 꿈지럭거리면서 칭얼거리려고 시동을 겁니다.
이 때 벌떡 일어나서 궁뎅이를 또당또당해줘야 다시 잠듭니다.
안겨자는 게 불편해서 그런거면 그냥 누워자면 될텐데... 아유 이 새...아니 내 새끼.
그리고 귀신같이 12시가 되면 또 눈을 부릅 뜨고 누가 나를 안고 있는지 고개를 들어 확인합니다.
엄마야~ 라고 하면 함박웃음을 지어보입니다.
그러면 분유를 또 타서 먹이고 또 바운서에 눕혀놓고 제 볼일을 봅니다.
오늘은 저녁 메뉴가 낙곱새이기 때문에 곱창을 좀 삶아놔야 합니다. 지금은 물에서 핏물을 빼고 있어요.
새우 머리도 따놔야 하고 낙지도 다듬어야 하는데 점심시간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애기가 잘 때 하면 될텐데~ 라고 하신다면 물소리에 애기가 깨니까! 라고 답해드리겠습니다.
자는 애기 깨우는 거 아니예여.
저는 이 시간에 첫끼를 먹는데 보통 전날 먹고 남은 반찬을 먹거나 빵과 귀리우유를 먹습니다.
저녁만 성대하게 먹지 점심은 항상 부실한데 왜 살은 안 빠지는지 모르게쏘요.....
그리고 건조기에 들어가있는 빨래를 가져와 아이 옆에서 개기 시작합니다.
이건 아빠 빤스~ 이건 아들 옷~ 하고 끊임없이 말을 하면서 놀아주면 말똥말똥 쳐다보면서 웃고 막 그래요.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그래도 누워서 엄마만 봐도 칭얼거리지 않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요즘 저는 기적을 경험하는 중입니다.
오후 낮잠을 누워서 자기 시작했어요. 신이시여 ㅜㅜㅜ
1시쯤되서 칭얼거리면 안방에 암막커튼을 치고 데려가서 같이 눕습니다.
맹꽁씨의 "기다리다"를 무한반복하면서 옆에서 같이 따라불러주면 3곡 안으로 잡니다.
그 상태로 2시간 30분~3시간 정도 자요.
그럼 애기를 눕혀놓고 밖으로 나와서 자유시간을 누리느냐??
저도 잡니다. 애기 잘 때는 같이 자야돼요.
그래서 애기 깨어있을 때 집안일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발버둥치는 겁니다.
애기 잘 때 살림살이하면 진짜 너무 지쳐서 힘들어요...
4시가 되면 또다시 아침처럼 눈을 부릅뜨고 파닥거리기 시작합니다.
배고플 때 5분이상 방치하면 극대노가 찾아오는 아기이기 때문에 후다닥 분유를 타서 먹입니다.
그리고 또 바운서에 눕히고 저녁을 차리기 시작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오늘 저녁은 낙곱새입니다.
양파를 썰고 양념장을 만들고 새우와 낙지와 삶아놓은 곱창을 다듬어서 준비를 해야겠지요.
그러다보면 5시에 또 칭얼거리고 또 품에서 재우면 6시에 아빠가 퇴근을 합니다.
문열리는 소리에 부릅 눈을 뜨고 아빠를 맞이해줍니다.
아빠가 안고 물고 빨고 하는 동안 저는 낙곱새를 볶아서 저녁을 차려내고 앉아서 마음편하게 먹는 첫 식사를 하게됩니다.
제대로된 상 차리는 게 하루에 한 번인데도 메뉴 고민을 많이 합니다.
남편이 한 번 먹은 음식은 다음날 먹지 않는 병을 앓고 있어서 매번 다른 걸 해줘야 하거든요.
그냥 밑반찬에 먹자- 하는데 또 그렇게 먹이기엔 제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래서 냉장고 문에 재료들을 다 기재해둡니다.
이런 식으로 기재해두고 아 이거 먹은지 좀 됐네- 싶으면 꺼내서 먹고 그래요.
카드값이 많이 나온다 싶으면 냉장고파먹기 하기에도 좋습니다.
엄마 아빠의 식사시간이 끝나면 아기의 이유식타임입니다.
첫날에 이유식 30미리를 먹은 우리 아들. 커서 강호동 되려고 그래???
요즘은 80미리도 꿀떡꿀떡 다 먹어요.
다만 아빠가 옆에서 장난감으로 계속 시선을 뺏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위를 쳐다보고 엄마가 숟가락을 입에 넣어줄 수 있어요.
안 그러면 자꾸 옆을 보고 자기 손을 쳐다보고 해서 먹이기가 힘들어요...
20분동안 아빠는 아기 앞에서 튤립 사운드북 가지고 노래불러주고 꼬북칩 빈 봉다리로 바삭바삭 소리내주고 손가락 인형으로 연극도 하고
생쑈를 하면서 밥을 먹입니다.
내 새끼 입에 먹을 거 들어가는 거 보는 기분이란.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게 이런거지 시포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사과퓨레가 있길래 호기심에 한 번 먹여봤는데 그 날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 입 먹고 나서 요리왕 비룡의 오오~~ 오오오오오오!!!! 하는 소리가 머리속에서 울려퍼지는 표정을 짓더니 그 후로 입이 계속 마중나오더라구요.
좀 늦게 주면 손으로 테이블을 탕탕 치면서 빨리 달라고 빨리 달라고...
태명이 먹깨비였는데 (아빠가 먹깨비 1세, 전 먹깨비 신부) 태명도 잘 지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후 육아는 아빠의 몫입니다.
저는 그동안 휴롬으로 녹즙을 짠다던지 오렌지 쥬스를 만든다던지 합니다.
휴롬은 과일이나 채소 찌꺼기를 바로바로 씻어줘야 해서 애기 안고는 하기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챙겨먹으라고 양배추를 잘게 썰어 계란이랑 촥촥촥 섞어서 토스트용 계란 지단을 만들어놓습니다.
토마토도 꿀 넣어서 갈아놓고 하면 지가 알아서 챙겨먹고 나가요.
그리고 9시가 되면 목욕시간입니다.
요즘들어 발로 물을 차고 손으로 물을 쳐서 튀기는 스킬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얌전히 앉아만 있었는데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ㅠㅠㅠ
다 씻고 나온 아들 로션 오일 발라주고 불끄고 천장에 별 보이게 인형 켜주고 맹꽁이형의 노래를 들려주면 또 금새 잠들어요.
이렇게 밤 9시 30분이 되면 비로소 저의 진정한 자유시간이 찾아옵니다.
애 재우고 나면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저녁 설거지는 애 재울동안 남편이 해뒀고 저는 맥주 한 캔을 까면서 남편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1시간도 안되는 그 시간이 너무너무 소중하고 좋아요...
이 시간이 없었으면 우울증이 왔을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요.
그렇게 160일을 살아왔습니다 흐흐.
조리원이나 통잠 안잤던 날들을 빼면 두세달 되려나요?
아기가 진짜 규칙적인 생활을, 똥싸는 시간마저 규칙적이라 그나마 좀 편한 육아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남자애라 커갈수록 활동적이 될거고 안심할때가 아니겠지요.
그래도 지금도 그렇듯이 그 때가 되면 그 때의 상황에 만족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육아글과 임신글 올라오는데 크크
귀한 시간 내주셔서 읽으신 만큼 도움되셨기를 바래요. 아니면 재미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