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노동당은 조선의 '조선노동당'이나 영국 노동당이 아니라 한국의 '노동당'이라는 정당을 말합니다.
혹시라도 모르는 분이 계실까해서 아주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과거 민주노동당이 이래저래해서 결과적으로 '통진당'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라지게 되었고, 그 중 후자가 '사회당'이라는 정당과 합당을 해서 만들어진 정당이 '노동당' 입니다.
2월 초에 노동당에서, 뭐랄까.. '운동권 판 미투운동' 이라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드는 사태가 일어난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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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폭로 글들이 올라오며 운동권에서는 상당한 화제가 되었습니다.
위의 글들에서 인상깊은 대목들을 두서없이 발췌해봅니다.
"나는 조직문화의 피해자다. 언더조직은 늘 나에게 희생할 것을 요구했다. 언더조직에서 진행한 첫 합숙에서 나는 혼전순결과 낙태금지를 강요받았다."
"“비밀”조직이란 것 자체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언더조직 책임자의 강압적인 태도가 무서웠다. 병을 앓던 친구가 고작 스물 셋에 죽었지만 그를 슬퍼하는 것조차 언더조직은 허락하지 않았다. 친구의 죽음으로 휘청대던 내게 감정적이라며 나무랐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위치에서 소외당했다. 집행부에는 다들 본인이 나온 대학 아래 후배들이 있었고 자연스레 "선배"라는 단어를 썼다. 나에게는 그 아무도 선배이지 못했고 부르기에 애매했고 그렇게 동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만든 비 대학 분회에서 사업을 했을때에도 외면당했고, 온전히 나의 것으로 책임져야했다. 그 분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있던 때에도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았다. "조용히 넘어가는 것으로"해결을 보자했다. 나는 집행부였기에 가해자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래야했다."
"후원주점을 준비하던 어느날, "가현씨, 사람을 쓰실거면 미리 허락을 맡아야죠?" 상담실에 불려가 들었던 말. "
"나는 재작년부터 이 조직에 문제제기를 했던 동지들과 함께였다. 여성이 낙태를 하면 안 된다는 문서에, 혼전순결의 문제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았다. 계속 부딪쳐도 바뀌지 않는 것을 안 친구들은 더 많이 아파했다."
"전인적 운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혼전순결 해야 한다고, 낙태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던 그곳은
알바노조, 노동당, 청년좌파, 평화캠프의 모든 결정사항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알바노조의 모든 것은 그 곳의 선배들이 결정했다. 알바노조의 공식자리에서 미리 결정된 사항들도 그 곳을 거쳐 변경되어 통보되기도 했다.
나는 알바노조 공식자리에서 그들의 결정을 마치 처음 듣는 제안인 냥, 우리는 민주주의 하는 냥 연기해야했다."
"허수아비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 역할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위원장에 출마했고 당선됐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업들이 진행되고
나도 모르는 입장문이 홈페이지에 올라갔다.
민주당과 정의당과 같이 사업하는거 선배들이 싫어한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사업들은 거의 나 혼자 맡아야했다.
언더조직에 불려가 혼나기도 했다. 운동가는 본인 인생을 희생해가며 살아야한다고.
애정이 사라졌다. 나와 상관없이 굴러가는 곳. 희망을 잃었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 되었다.
너가 친절하지 않아서. 너가 엄마처럼 사람들을 돌보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날 두고,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화를 내셨다. 삿대질했다. 책상을 쾅. 내리쳤다.
무서웠다. 그래도 사퇴하겠다는 말은 목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 후의 알바노조의 공식행사에서는 위원장인 나의 역할을 다른 선배가 대신하기로 통보받았다.
화가 났다.
3기 위원장은 내가 아니었다.
최..선배였고, 박..선배였고, 구..선배였고, 허..선배였고, 언더조직이었다."
여기에서 언더조직이란 비선조직을 말하고, 그 비선조직이 정당 및 그 주변조직의 의사결정과정을 장악해 공적인 절차를 무력화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 '통진당 사태'라고 불리는 일련의 사태로부터 대중의 눈에 확인된바 있는데, 이러한 문화의 기원은 모두 아시겠지만 8~90년대의 정치환경에 뿌리를 둡니다.
당시는 정파를 불문하고 모든 운동권 조직이 일년 내내 공안 당국과 숨바꼭질을 하는 상황에 있었고, 언제 누가 잡혀갈지 모르니 조직의 실제 운영주체는 아주 은밀한 곳에 있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문화를 정당화하는 조직 이론과 조직이 21세기에도 계속 남아 내려왔고, 조직이 공식적으로는 소멸하더라도 그 구성원들간의 인적관계 및 조직이론에 따른 실질적 체계는 그대로 남아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듯 합니다. 물론 조직 이론이 사라지고 조직도 사라졌는데 사람만 남아 조직의 성격이 양지 지향적으로 바뀐 경우도 있겠죠.
아무튼 조직 이론까지도 남아 내려온 경우가 있고, 그것이 위의 폭로의 내용과 같은 결과를 낳습니다.
위의 비선조직의 경우에는 (구)사회당 쪽을 본진으로 하던 곳이고, 조직 이론을 아주 짧게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강고한 규율을 가진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모인 혁명적 조직(언더조직)에 의해 정당(오픈조직)이 혁명적으로 변모된다. "
강고하고 엄격한 규율은 혁명가의 실천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하며, 그들이 모인 생활공동체이자 투쟁공동체로서의 조직은 그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가진 사회주의적 인격의 표현양식이기도 하다.. 어쩌구해서 결국 규율이 중요해서 잘 지켜야한다느니 하는 소리도 나오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그러다보니 '혼전순결'이라는 이상한 소리까지 나왔는데, 그게 설마 '한 사람이 태어나서 혼인이라는 절차를 실행하기전까지 성관계를 해서는 안된다'라는 소리는 아니라고 본다면, 미혼인 조직구성원이 조직생활을 하는 중 타인과 결혼을 하기 이전까지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해석이 가능하긴 합니다.
위의 발췌문에 있는 '낙태금지'는 애초에 의제가 아니고 검토되지도 않은 사안이며, 혼전순결은 조직 내부에서 무려 '심각하게 검토'한 사실이 있으며, 과도하며 강제할 수 없다고 결론내린 사실이 있다고 조직원에 의해 확인된 바가 있습니다.
조직의 지향인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대의를 위해 그 구성원은 헌신해야하는데, 혼전, 즉 아직 결혼도 안한 어린 것, 아니 어린 활동가는 그러한 헌신을 가장 왕성하게 해야할 나이고, 그들에게 성관계는 그러한 헌신을 아주 왕성하게 하는데 다소 방해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러한 검토를 '심각하게' 행했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물론 모든 비선이 잘못된 조직인 것은 아니며, 정당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저해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순수한 의미로 '드러나지 않는 의견그룹'을 가지는 것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를 저런식으로 억압하는 조직이 오늘날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고, 그런 조직이 권력을 획득했을때 좋은 꼴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이미 세계사에서 검증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발췌문 중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하는 냥 연기해야했다"
그렇다면 위와 다른 정파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애초에 조직의 성격부터가 위와는 전혀 달라서 위의 문제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곳은 이런식으로 바꾸어도 어쩌면 대충 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하는 냥 연기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 실제로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믿는 태도를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연기하고 있다.>
그들이 딱히 잘못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민주적 운영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을 수 있죠.
민주적으로 뭔가를 운영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단순히 운영의 방식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정체성 자체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제기하고 자아비판하는 태도를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는데, 사람이 그러기가 참 어렵죠.
그렇지 못했을때 그 정파의 구성원은 스스로를 비선조직원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스스로 전락시키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를 조직 혹은 대의를 위한 도구화하고, 세상을 보는 방식을 과정이 아니라 결과 위주로 바꾸는거죠.
대의라는 결과만 나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혹은 자신들이 하는 일은 대체로 옳다고 자신 스스로를 기꺼이 세뇌시킬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