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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3/05 01:46:05
Name lunasea
Subject [일반] 노동당 비선조직 파문 (수정됨)
제목의 노동당은 조선의 '조선노동당'이나 영국 노동당이 아니라 한국의 '노동당'이라는 정당을 말합니다.
혹시라도 모르는 분이 계실까해서 아주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과거 민주노동당이 이래저래해서 결과적으로 '통진당'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라지게 되었고, 그 중 후자가 '사회당'이라는 정당과 합당을 해서 만들어진 정당이 '노동당' 입니다.


2월 초에 노동당에서, 뭐랄까.. '운동권 판 미투운동' 이라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드는 사태가 일어난바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bethemi20/posts/1550876538365461

https://www.facebook.com/yong0624/posts/1593147440768799

https://www.facebook.com/gahyun.yoon/posts/1619470024809226

https://www.facebook.com/bee125360/posts/1207353772728240


이런 폭로 글들이 올라오며 운동권에서는 상당한 화제가 되었습니다.


위의 글들에서 인상깊은 대목들을 두서없이 발췌해봅니다.


"나는 조직문화의 피해자다. 언더조직은 늘 나에게 희생할 것을 요구했다. 언더조직에서 진행한 첫 합숙에서 나는 혼전순결과 낙태금지를 강요받았다."

"“비밀”조직이란 것 자체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언더조직 책임자의 강압적인 태도가 무서웠다. 병을 앓던 친구가 고작 스물 셋에 죽었지만 그를 슬퍼하는 것조차 언더조직은 허락하지 않았다. 친구의 죽음으로 휘청대던 내게 감정적이라며 나무랐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위치에서 소외당했다. 집행부에는 다들 본인이 나온 대학 아래 후배들이 있었고 자연스레 "선배"라는 단어를 썼다. 나에게는 그 아무도 선배이지 못했고 부르기에 애매했고 그렇게 동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만든 비 대학 분회에서 사업을 했을때에도 외면당했고, 온전히 나의 것으로 책임져야했다. 그 분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있던 때에도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았다. "조용히 넘어가는 것으로"해결을 보자했다. 나는 집행부였기에 가해자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래야했다."

"후원주점을 준비하던 어느날, "가현씨, 사람을 쓰실거면 미리 허락을 맡아야죠?" 상담실에 불려가 들었던 말. "

"나는 재작년부터 이 조직에 문제제기를 했던 동지들과 함께였다. 여성이 낙태를 하면 안 된다는 문서에, 혼전순결의 문제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았다. 계속 부딪쳐도 바뀌지 않는 것을 안 친구들은 더 많이 아파했다."

"전인적 운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혼전순결 해야 한다고, 낙태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던 그곳은
알바노조, 노동당, 청년좌파, 평화캠프의 모든 결정사항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알바노조의 모든 것은 그 곳의 선배들이 결정했다. 알바노조의 공식자리에서 미리 결정된 사항들도 그 곳을 거쳐 변경되어 통보되기도 했다.
나는 알바노조 공식자리에서 그들의 결정을 마치 처음 듣는 제안인 냥, 우리는 민주주의 하는 냥 연기해야했다."

"허수아비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 역할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위원장에 출마했고 당선됐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업들이 진행되고
나도 모르는 입장문이 홈페이지에 올라갔다.
민주당과 정의당과 같이 사업하는거 선배들이 싫어한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사업들은 거의 나 혼자 맡아야했다.
언더조직에 불려가 혼나기도 했다. 운동가는 본인 인생을 희생해가며 살아야한다고.
애정이 사라졌다. 나와 상관없이 굴러가는 곳. 희망을 잃었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 되었다.
너가 친절하지 않아서. 너가 엄마처럼 사람들을 돌보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날 두고,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화를 내셨다. 삿대질했다. 책상을 쾅. 내리쳤다.
무서웠다. 그래도 사퇴하겠다는 말은 목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 후의 알바노조의 공식행사에서는 위원장인 나의 역할을 다른 선배가 대신하기로 통보받았다.
화가 났다.
3기 위원장은 내가 아니었다.
최..선배였고, 박..선배였고, 구..선배였고, 허..선배였고, 언더조직이었다."



여기에서 언더조직이란 비선조직을 말하고, 그 비선조직이 정당 및 그 주변조직의 의사결정과정을 장악해 공적인 절차를 무력화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 '통진당 사태'라고 불리는 일련의 사태로부터 대중의 눈에 확인된바 있는데, 이러한 문화의 기원은 모두 아시겠지만 8~90년대의 정치환경에 뿌리를 둡니다.

당시는 정파를 불문하고 모든 운동권 조직이 일년 내내 공안 당국과 숨바꼭질을 하는 상황에 있었고, 언제 누가 잡혀갈지 모르니 조직의 실제 운영주체는 아주 은밀한 곳에 있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문화를 정당화하는 조직 이론과 조직이 21세기에도 계속 남아 내려왔고, 조직이 공식적으로는 소멸하더라도 그 구성원들간의 인적관계 및 조직이론에 따른 실질적 체계는 그대로 남아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듯 합니다. 물론 조직 이론이 사라지고 조직도 사라졌는데 사람만 남아 조직의 성격이 양지 지향적으로 바뀐 경우도 있겠죠.

아무튼 조직 이론까지도 남아 내려온 경우가 있고, 그것이 위의 폭로의 내용과 같은 결과를 낳습니다.

위의 비선조직의 경우에는 (구)사회당 쪽을 본진으로 하던 곳이고, 조직 이론을 아주 짧게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강고한 규율을 가진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모인 혁명적 조직(언더조직)에 의해 정당(오픈조직)이 혁명적으로 변모된다. "

강고하고 엄격한 규율은 혁명가의 실천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하며, 그들이 모인 생활공동체이자 투쟁공동체로서의 조직은 그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가진 사회주의적 인격의 표현양식이기도 하다.. 어쩌구해서 결국 규율이 중요해서 잘 지켜야한다느니 하는 소리도 나오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그러다보니 '혼전순결'이라는 이상한 소리까지 나왔는데, 그게 설마 '한 사람이 태어나서 혼인이라는 절차를 실행하기전까지 성관계를 해서는 안된다'라는 소리는 아니라고 본다면, 미혼인 조직구성원이 조직생활을 하는 중 타인과 결혼을 하기 이전까지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해석이 가능하긴 합니다.

위의 발췌문에 있는 '낙태금지'는 애초에 의제가 아니고 검토되지도 않은 사안이며, 혼전순결은 조직 내부에서 무려 '심각하게 검토'한 사실이 있으며, 과도하며 강제할 수 없다고 결론내린 사실이 있다고 조직원에 의해 확인된 바가 있습니다.

조직의 지향인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대의를 위해 그 구성원은 헌신해야하는데, 혼전, 즉 아직 결혼도 안한 어린 것, 아니 어린 활동가는 그러한 헌신을 가장 왕성하게 해야할 나이고, 그들에게 성관계는 그러한 헌신을 아주 왕성하게 하는데 다소 방해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러한 검토를 '심각하게' 행했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물론 모든 비선이 잘못된 조직인 것은 아니며, 정당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저해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순수한 의미로 '드러나지 않는 의견그룹'을 가지는 것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를 저런식으로 억압하는 조직이 오늘날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고, 그런 조직이 권력을 획득했을때 좋은 꼴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이미 세계사에서 검증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발췌문 중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하는 냥 연기해야했다"


그렇다면 위와 다른 정파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애초에 조직의 성격부터가 위와는 전혀 달라서 위의 문제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곳은 이런식으로 바꾸어도 어쩌면 대충 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하는 냥 연기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 실제로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믿는 태도를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연기하고 있다.>

그들이 딱히 잘못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민주적 운영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을 수 있죠.

민주적으로 뭔가를 운영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단순히 운영의 방식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정체성 자체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제기하고 자아비판하는 태도를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는데, 사람이 그러기가 참 어렵죠.

그렇지 못했을때 그 정파의 구성원은 스스로를 비선조직원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스스로 전락시키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를 조직 혹은 대의를 위한 도구화하고, 세상을 보는 방식을 과정이 아니라 결과 위주로 바꾸는거죠.
대의라는 결과만 나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혹은 자신들이 하는 일은 대체로 옳다고 자신 스스로를 기꺼이 세뇌시킬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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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18/03/05 01:48
수정 아이콘
이 파문 나온지 한참된거 같은데..아직도 진행중인가보군요.
18/03/05 01:49
수정 아이콘
한달 정도 되었으니(그 전에는 모르겠습니다) 끝날려면 멀었겠죠.
동굴곰
18/03/05 01:55
수정 아이콘
알바노조라아... 모 레스토랑 사건이랑 관련된데 아니던가요.
최종병기캐리어
18/03/05 01:59
수정 아이콘
구시대의 산물
MVP포에버
18/03/05 02:04
수정 아이콘
세월호 끝났지 하면서 농담하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식장에서 우리 사진찍으러 왔지라며 웃는 사람들이라는 대목이 매우 충격적입니다.
VrynsProgidy
18/03/05 02:17
수정 아이콘
제발 미개한건 미개하다고 좀 하고 살았으면...
고타마 싯다르타
18/03/05 02:28
수정 아이콘
진보신당이면 반이석기진영 아닌가요? 이석기도 외부얼굴마담은 정계의 아이유 이정희에게 맡기고 본원은 이석기라고 하던데 진보신당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네요.
운동권사람이 민주당 들어와서 메이저화 된게 아니면 죄다 비정상인 모양이네요.
18/03/05 03:55
수정 아이콘
진보 운동하던 사람이 정치하겠다고 나설 때 제도권 정당이 아니라 소수 정당으로 가는 걸 색안경 끼고 볼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저런 비선 조직들의 존재죠.
리벤트로프
18/03/05 06:01
수정 아이콘
아무렴 Corpse82의 국내 본류 아니겠습니까?
18/03/05 06:43
수정 아이콘
이런 사건들을 볼때마다 아쉬운건 한국이 헬조선인 이유 중 하나가 하향평준화되서 그런거 같아요. 미국에서도 트럼프 같은 사람이 있고 당선되고 그러는 식으로 막장들은 어디에나 있는데, 결국 괜찮은 사람들이 있고 괜찮은 단체가 있고 그래서 사회가 어느정도 유지가 되죠. 근데 한국은 그런게 부족한 느낌. 그래도 얘네보다 더 악영향을 끼치고 못난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 막 까기도 어렵고
아점화한틱
18/03/05 08:00
수정 아이콘
하이고... 참 꼴같잖네요.
쟤이뻐쟤이뻐
18/03/05 08:34
수정 아이콘
패션운동권은 주변에 수두룩하죠.
18/03/05 08:37
수정 아이콘
대학 때 진보쪽 운동에 참여했던 친구가 몇년 뒤 학을 떼고 나오면서 진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하던게 기억나네요. 어느 방향이나 극단은 저 꼴이죠.
18/03/05 08:47
수정 아이콘
정당민주주의는 민주적이지만 정당 내부는 민주주의적이지 않으니까요. 어떤 이념적 색채가 매우 강한 조직이 전체 대중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정당을 비민주적으로 장악하면서 겉으로는 대중정당을 표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보/보수라서 그렇다기보다는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온건/급진적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18/03/05 09:09
수정 아이콘
그냥 노답...
타마노코시
18/03/05 10:04
수정 아이콘
극과 극은 통한다고..
저게 정당 뿐 아니라 흔히 대학에서 말하는 사회과학동아리에서도 빈번하죠 (물론 그것이 저런 정당의 풀뿌리가 되기도 하지만..)
영원한초보
18/03/05 10:29
수정 아이콘
괴물을 상대하려고 괴물이 됐네요
그래봤자 쪼렙 괴물
블루투스 너마저
18/03/05 11:41
수정 아이콘
아직 80년대를 사는 사람들이군요.
Chandler
18/03/05 12:01
수정 아이콘
정신병수준이네요 저정도면
Been & hive
18/03/05 12:44
수정 아이콘
뭐 괜히 자한당과 비교당하는게 아니긴 합니다.
낭만없는 마법사
18/03/05 13:23
수정 아이콘
으으으으 이래서 제가 좌빨에 가깝지만.... 운동권을 싫어합니다.
18/03/05 14:24
수정 아이콘
운동권이 90년대 이후 몰락한 이유죠
시대 흐름을 역행하니 누가 따르나요
그저 자기들끼리 지지고볶고 하다 사라져가는거죠
그래도 찌꺼기들이 남아서 그안에서도 난리네요
낫아웃양PD
18/03/05 14:52
수정 아이콘
노동당의 본질은 공산당을 추구한다고 알고있어서
六穴砲山猫
18/03/05 17:59
수정 아이콘
돈 없고 머릿수 딸리는 자한당........
먼치킨
18/03/06 00:14
수정 아이콘
얘들은 단체 크기도 얼마 안 되는 것들이 무슨 비선을...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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