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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1/25 20:11:30
Name lunasea
Subject [일반] 전력 수급에 관한 생각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소비전력량은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너무 적습니다.
한 3배 늘어도 이상할건 없고, 적어도 2배 늘어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상적인 정책입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적게쓰고 있고, 이것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최소한의 삶의 질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아주 적극적으로 소비를 유도하고, '매우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량' 또한 크게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역대 전력수급계획은 모두 '전망 수요'보다 '목표 수요'를 낮게 잡고 있습니다.
최대한 덜 쓰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절약해서 쓰는 것을 바람직한 것으로 보는거죠.

그러나 그런 믿음은 좀 심하게 말하면 '사람들을 계속 거지꼴으로 살게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혹은 서민 혹은 민중이라는 대상을 '친환경이라는 <대의>를 위해 근검절약할 의무를 가진 존재'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전력소비행태에 대한 한전의 자료를 보면, 가정용 전력소비의 핵심은 '가구수'입니다.
가구 구성원 수 보다는 가구의 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또한 한달에 100만원 버는 사람이나 1000만원 버는 사람이나 소비전력량의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많이 씁니다.
지금은 50대가 가장 많이 쓰긴 하는데, 이는 60대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렸을때부터 체화된 습관때문으로 봅니다.
현재의 50대가 60대가 되었을때는 1인당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계층이 60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돈도 지금의 50대, 미래의 60대가 가장 많은 계층입니다.

인구구조를 볼때는 대략 2025~2035년 사이가 아주 역대급으로 많은 전기를 쓰게 될 시기고, 가구수로 볼때도 마찬가지입니다.

2023~2030년 즈음의 시기에 주택수의 순증이 아주 빠를 가능성이 높은데, 그 시기에는 단순히 순증뿐만 아니라 기존의 주택이 멸실되어 재건축되는 수 또한 매우 많을 것이기 때문에 기존주택보다 전력소비가 많은 형태의 집들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어컨수/주택수 비율만 해도 조금이라도 늘면 늘지 줄진 않죠.



가정용 수요의 비중은 현재 15% 전후일텐데, 이것이 정상화된다는 것은 딱 그거만으로도 15%만큼의 증가를 뜻합니다.
현재 전망보다 증가율이 15% 높아지면 모든 계획이 싹 다 틀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증가시킬 의도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의 수요 전망에서는 2025~2030년 시기에 수요의 증가 각이 옆으로 많이 눕습니다.
그리고 원전같은 경우도 2020년대 초반이 지나면 가동이 중단되는게 하나하나 나옵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다시피 딱 그시기에 수요가 상당한 증가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듯 싶습니다.


요금은 어떨까요. 상승율이 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천연가스는 어마어마한 변동성을 가진 상품이고, 아무리 장기계약을 위주로 조달을 잘 한다한들 만약 많이 오른다면 답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지금 사실상 가스에 올인을 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아주 많~이 오를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서는 별로 경계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천연가스가 매장량이 아주 풍부하다고는 하나 수요의 증가 또한 무궁무진할 수 있어 당장의 공급과잉을 가지고 안심할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증가할 수요에 대응할만한 채굴과 운송설비의 공급에 시차가 발생한다면 수년 후의 상황이 공급부족으로 극적인 반전을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세계는 36년 넘는 아주 오랜기간동안 너무 평화로운 물가상황이 펼쳐져온지라 물가의 폭등에 관한 경계감을 많이 상실한 것 같습니다.
곡물가격 및 전체 상품지수의 경우에도 2000년대 중후반을 가지고 '많이 오른 시기'라고들 평가하는데, 최근 300여년간의 역사를 보면 많이 오른게 아니라 다른 상승기들에 비해 오히려 많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2000년대 중후반은 '아주 장기적인 저물가 상황이 펼쳐지는 중에 그냥 잠깐 솟은' 정도고, 그 시기의 상승은 1980년 이래로 장기적인 박스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나타난 '고점을 다소 높이는 변동'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만약 바뀐다면 현재의 사람들로서는 쉽게 상상을 하기 힘든 정도의 고물가가 나타날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재 사람들이 상상을 못할뿐 그것이 딱히 크게 특이할만한 비정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 점도 충분히 염두에 두는 것이 올바른 정책일 것이고, 혹여나 모자란것보다는 애초에 엄청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애초에 엄청 넉넉하게 잡아놔야 그걸 기반으로 사람들의 소비가 정상화 내지는 '선진화'가 가능하기도 할 것이구요.

기후는 어떨까요. 이 역시 최악을 가정하여 넉넉하게 반영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지난 2012~2015년 가량의 사이에 세계에서 펼쳐진 각종 상황을 두고 전력 수요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해서도 미래의 전망에 크게 참고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들 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그 시기의 변화를 참고하여 많은 보고서와 출판물 등을 내어왔습니다.
그것이 만약 일시적 변동 요인을 구조적 요인으로 착각하여 일어난 일이라면, 실제 미래와는 상당히 많은 오차가 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구조와는 전혀 반대되는 구조로 만약 바뀌었을 경우에는 심각할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그런 차이가 전력수급 전망에서도 발생할 위험은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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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Murdo Station
18/01/25 20:37
수정 아이콘
원전 다 없애버리겠다는데 절전해야죠 뭐. 덕분에 한전 주가는 반토막 났지요.
지금이야 절전해서 어떻게 버틴다 쳐도 10년후 20년후에 그 엉터리 수요예측보다 전력수요 급증하면 어쩔생각인지 궁금하네요.
18/01/26 10:39
수정 아이콘
한전아.. 좀 ㅠㅠ
전기차 생각하고 LG화학 샀다가 배터리는 중국산도 나올수 있지만 전기는 한전꺼만 쓰겠지.. 라는 생각에 한전으로 갈아탔는데.. 한전은 주르륵 LG화학은 투더문..
목표는63kg
18/01/25 20:45
수정 아이콘
천연가스 가격 부분만 보충하자면, CME에서 거래되는 Henry Hub 천연가스 선물 가격의 경우 미국내 수급 현황에 따라 변동이 심한편이나,
미국을 제외한 LNG 수출국은 전통적으로 Brent유 가격의 12~15% 정도의 가격으로 장기계약을 맺으므로 도입 가격의 변동성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또한 미국산 LNG 도입 가격은 천연가스 액화비용+Henry Hub 천연가스 선물 가격을 기반으로 하나(장기계약),
미칠듯한 변동성을 고려하더라도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천연가스 장기계약 가격보다 저렴합니다.
superiordd
18/01/25 21:02
수정 아이콘
사실, 전세계 에너지 정책의 주요한 방향은 에너지효율(EE)과 DER(Distributed Energy Resource)에 있습니다. DER의 핵심 중 하나는 수요 자원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요 자원을 지나치게 활용하지 않았고, 과거 가스발전 과잉 투자와 석탄발전 기저화로 더욱 쓸 일이 없었죠. 사실, 신뢰성 DR에 참여하는 수요자원들은 그 동안 참여도 하지않으면서 지나치게 돈만 축낸 부분이 있습니다. 전력수급에 있어 수요 감축노력을 반영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입니다.

전력 수급에서 장기 수요 예측은 매우 정치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목적을 가지고 원전과 석탄 확장을 위해 과장되었다는 부분을 인정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수급위기는 절대 오지 않습니다. 지금 설비 예비율이 탄탄하고, 운영예비력도 지나치게 많이 운영되는 측면이 강합니다. 양수발전은 아예 예비력에 포함되어 있지않은 잉여(비상)자원인데다가 ESS는 예비력용을 설치되었는데, 예비력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약, 정부의 예측이 잘못된다면...언제나 우리에게는 3년 내 빠르게 입지를 결정해서 지을 수 있는 가스발전이 있고, 원전의 경우 (원전에서 주장한 것처럼) 20~30년 더 연장하고 그 때 전원계획을 수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2011년 9월 15일 순환정전이 설비용량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 전 준비된 용량과 운영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나라에 공급력 부족으로 대규모 위기가 올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설비를 일단 늘리면, Boom and Bust에 따라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잉여화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10년후, 20년후, 그리고 30년후 전력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수요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주요 기기를 이에 맞춰서 전력소비를 조절할 수 있는 시점이 올꺼라 생각합니다.

전력수급을 오랫동안 연구했고, 전력산업 미래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했던 사람으로써 쓰신 글에 대해서 동의하기가 힘듦니다.

다만, 전력공급원 구성(전원믹스)의 단순화가 원가변동에 취약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8/01/25 21:49
수정 아이콘
전 다른건 모르겠지만 여름에
에어컨 맘대로 못켤때는
‘아니 이것도 맘대로 못켜면 돈은 왜벌고
경제 성장은 뭐하러 하지????’ 싶던데요...
18/01/26 11:16
수정 아이콘
다 떠나서 가격 비싼 LNG를 대체 연료로 생각한다는 게 문제다. 전력이 급한 여름겨울 피크 때나 몇 시간 단위로 쓰는 거고 기저발전은 석탄/원자력/수력인데 기본이 잘못되었다. 개도국인 모 국가의 경우 전력 사용량 피크 치는 게 한밤중 전기자전거 충전할 때였는데 한국도 향후 전기자동차 보급이 증가하면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라고 옆에 계신 업계 종사자 분께서 코멘트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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