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류현진과 관련된 인터넷 여론의 대다수는 그의 재활 성공 여부가 아니라 오만불손한(했던) 행실인 것 같다.  
파도파도 튀어나와 이제는 괴담이라고까지 언급될 정도로 지난 세월 동안 그는 참 지독히도 못되게 굴었던 모양이다. 사실 그의 형편없는 팬 관리는 수 년 전부터 관련 기사에 심심찮게 댓글들로 회자되는 편이긴 했다. 최근 달리는 대부분의 악플에 언급되는 내용들은, 완전히 새로운 그의 부덕을 고발하는 내용이 아니라 따지고 보면 이렇게 여러 차례 언급되었던 적이 있는 소극적 고발문들의 내용과 거의 유사한 성격의 확대 재생산 컨텐츠 혹은 변주들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다가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에게 류현진의 품성이 화두가 되는 시점이 지금일까.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그가 다져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당당히 담당하고 있는 순간에는 왜 그의 형편없는 행실에 대한 고발문이 그저 사이드 에피소드였던 것일까. 심지어 예전에는 그의 천재적인 야구 실력과 더불어 '쿨'한 캐릭터로서의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로 포장되던 장면까지 떠오르는데, 인간으로서의 당시의 류현진과 지금의 류현진의 실체가 달라진 부분은 무엇일까.

뭐, 사실 그다지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이긴 하다. 재활에 실패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국위를 선양하는 다져스 3선발로서 기능할 수 없는 류현진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도덕적 잣대의 시험을 이제야 치렀고, 통과하지 못했다. 만약 정말로 메이저로의 인상적인 복귀 없이 이대로 하향 곡선을 타다 은퇴라도 한다면 야구선수로서 이뤄낸 업적보다 좋지 못했던 인성으로 더 오래 기억될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왜 몇 년 전에 우리는 그에게 지탄의 시그널을 적극적으로 보내지 않았을까. 성격은 좀 더럽지만, 어쩄든 공 하나는 기깔나게 던지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류현진 선발 경기를 챙겨봤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비겁함이 부끄럽다. 그의 부덕함이 성적위에 묵인될 수 있었던 분위기에서, 일정 부분 나도 그와 공범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