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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02 20:21:37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근시는 정말 햇빛 부족으로 생기는 걸까?...

상이 앞에서 맺힌다...--;;;


다들 아시겠지만 근시는 우리의 안구가 정상적인 안구보다 앞뒤로 길어지면서 초점이 망막 앞쪽에 맺히게 돼서 사물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저 역시 심한 고도 근시의 소유자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는데 그 당시 반에서 유일하게 안경을 쓴 학생이었던 것은 당연했고 나중에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에도 한 반에서 안경을 쓴 친구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지나가다 보면 안경을 착용한 학생들을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근시도 감기처럼 전염이라도 되는 것인지 왜 이렇게 근시가 늘었을 까 궁금해 하기도 했지요.

근시의 이유로는 그 동안 여러 가지가 제시되곤 했습니다. 당장 저희 부모님들은 처음에는 TV를 주범으로 꼽았었고 나중에는 유전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바꾸셨지요. (제 외가 쪽 사촌 형들이 상당히 많이 안경을 쓰셨습니다.) 요즘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근시의 주범이 TV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쪽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책 역시 꾸준하게 비난을 받는 부류이긴 하지만 앞의 두 친구들보다 운이 좋은 게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덜 하라고 하면서도 책을 덜 읽으라는 소리는 별로 하지 않으니까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근시 현황을 보면 미국 같은 경우는 젊은이들의 약 40~50%가 근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동아시아의 경우(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입니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고등학생 정도 나이대의 아이들의 경우 약 80% 이상이 근시를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지역에 따라서도 근시의 발생률이 차이가 나는 걸까요? 동아시아의 학생들이 미국의 학생들에 비해서 TV나 스마트폰을 더 장시간 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 지역의 아이들이 책을 더 많이 보고 있어서일까요? 그리고 왜 예전 세대들보다 요즘 아이들에게 근시가 더 많이 발생하는 걸까요?

예전부터 가장 흔하게 언급되었던 것이 바로 너무 가까이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 때문에 근시가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명한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같은 경우도 심한 근시로 고생을 한 사람인데 그 역시 자신이 근시를 가지게 된 원인을 그의 저작 활동과 여러 가지 수학 계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과학자들은 가까이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행위와 근시와는 그렇게 큰 연관관계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두 번째 범인으로 자주 지목이 되는 것이 바로 유전적인 영향입니다. 저희 부모님 역시 나중에는 이 이론에 경도되어 유전이 제 근시의 원인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실제로 부모님 양쪽이 다 근시인 경우 자식들이 근시가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희 커플과 제 딸아이도 바로 이 경우입니다(...ㅠㅠ...). 과학자들 역시 유전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근시의 발생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최근의 급격한 근시의 증가를 다 설명할 순 없다고 보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969년 캐나다 북부의 한 이누이트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처음에 조사를 했을 때는 전체 131명 가운데 단지 2명만이 근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율도 따지면 전체 인구의 약 1.5% 정도만이 근시였던 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사람들의 자식들과 손자들을 조사해 보니 자식들과 손자들 대에서는 거의 50% 정도의 사람들이 근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지 유전 현상으로만 이것을 설명하기에는 근시의 발생 비율이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이 나타난 것입니다.

결국 과학자들은 유전적인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최근 들어서의 급격한 근시 발생률의 증가는 환경적인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환경적인 이유로 지목이 된 것은 뜻밖에도 바로 햇빛이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 당장 궁금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일부 과학자들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근시 발생의 원인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전달해 보겠습니다.

이 가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도파민이 안구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도파민이 안구에서 발생하는 데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햇빛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 도파민이라는 물질은 우리 신체의 낮과 밤의 사이클과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이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우리의 낮 동안의 시각과 밤 시간 동안의 시각의 전환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안구에 도파민이 발생하게 되면 이것은 즉 현재 이게 낮이라는 신호가 되는 것이고 안구에 도파민이 줄어들게 되면 이제 밤이라는 신호를 우리 몸에 전달하게 된다는 겁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확실하고 뚜렷한 도파민의 주기(낮에는 도파민 성분의 높아졌다가 밤에는 낮아짐)가 아동기에 있어서 우리 안구의 건강한 발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만약 아이들이 낮 동안에도 주로 실내에 있으면서 밝은 햇빛 보다는 침침한 전등의 빛에 더 많이 노출이 되게 되면 안구가 앞뒤로 늘어나게 되면서 근시가 발생하게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동기에 아이들이 낮 동안은 충분한 시간만큼 자연적인 햇빛에 노출이 되어서 도파민을 만들어 내서 이러한 도파민 주기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해야 근시가 발생하지 않을 텐데 요즘의 아이들은 낮에도 주로 실내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이러한 도파민이 충분하게 발생하지 않아서 도파민 주기가 흐릿해 지는 것을 근시 발생의 원인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론을 입증해주는 실험 결과들이 좀 있다고 합니다. 시드니 대학교의 과학자들은 6~7세 연령대의 중국계 아동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었습니다. 한 집단은 시드니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었고 다른 집단은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집단이었습니다. 양쪽 집단의 부모들은 모두 약 70% 정도의 비슷한 근시 발생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근시 발생률은 너무 달랐습니다. 시드니에 살고 있는 중국계 아이들의 근시 발생률은 겨우 3.3% 정도였는데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근시 발생률은 약 29.1%였습니다. 오히려 시드니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숙제나 독서는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아이들보다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두 집단 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야외에서 활동하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시드니에 살고 있는 중국계 아이들은 1주일에 약 13시간 이상을 야외에서 활동하는 반면에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1주일에 겨우 3시간 정도만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었습니다.

독일의 과학자들은 병아리들을 대상으로 해서 실험을 해봤다고 합니다. 이들은 병아리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에는 고글을 씌워서 안구로 들어오는 빛을 통제했고 다른 집단은 그대로 나두었습니다. 그들은 고글을 씌운 병아리들은 일반적인 실험실 조명 아래에서 사육되었고 그렇지 않은 병아리들은 햇빛의 효과를 내기 위해 아주 밝은 조명 아래에서 사육을 했습니다. 조명을 제외한 나머지 조건들은 양쪽이 다 동일했습니다. 실험 결과 밝은 조명 아래에서 사육된 병아리들에게서 근시가 발생하는 시점이 60%정도 느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을 한 후 과학자들은 다시 병아리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이번에는 어느 쪽 집단의 병아리들에게도 고글을 씌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두 집단 다 밝은 조명 아래에서 사육을 시켰습니다. 단, 이번에는 한 집단의 병아리들에게는 도파민 생산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주입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도파민 발생이 억제된 병아리들은 밝은 조명 아래에서도 근시 발생 시점이 느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요즘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우리가 어렸을 때 보다 훨씬 더 적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학교가 파하면 바로 학교 정문 앞에  줄서있는 학원 봉고차로 옮겨 타서 이 학원에서 다시 저 학원으로 학원 투어를 다니다가 어두워지면 형광 조명이 있는 집으로 바로 들어오게 되니 밝고 화창한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은 정말 별로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이것은 가설일 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이 가설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언젠가 한국의 학교 교육 시스템과 입시 제도가 정말 혁신적으로 바뀌어서 어린 아이들이 맘 놓고 오랫동안 운동장에서 뛰놀게 되었을 때 지금의 아이들과 그때의 아이들의 근시 발생률을 비교해 보면 이 가설이 맞는 지 아닌 지 검증할 수 있겠지만 왠지 한국에서는 앞으로 그런 기회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우울한 생각이 듭니다...


본문의 내용은 아래의 동영상을 참고로 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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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16/04/02 20:25
수정 아이콘
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예루리
16/04/02 20:32
수정 아이콘
근시에 대한 설중에 성장기에 수면중에 빛이 안구에 쬐이면 근시가 된다는 것이 있더군요. 그래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자는 한국의 경우 서양에 비하여 근시 비율이 높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맞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의 시력을 위해서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스핔스핔
16/04/02 20:32
수정 아이콘
오오오...
CoMbI COLa
16/04/02 20:34
수정 아이콘
와 저도 지금까지 책이든 TV든 스마트폰이든 가까이서 보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근시가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사실(가설)을 하나 알아가네요. 저희 외삼촌이 사촌동생들을 거의 터치하지 않는데, 딱 하나 강제하는게 하루에 1시간 이상 밖에서 놀기입니다. 심지어 첫째와 둘째가 고3 수험생일 때도 고수하셨었죠. 외삼촌은 참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했고, 사촌동생들은 약간 부럽기도 했습니다. 다만, 유전적인 영향인지 둘째를 제외한 첫째와 셋째는 아주 심한 근시라서 안경을 쓰고도 시력이 0.5가 안 되었습니다.
estrolls
16/04/02 20:34
수정 아이콘
궁금한게 있는데요..그렇다면 난시도 유전적이거나 습관에 영향을 받는건가요...?
심한 난시는 아니라서 안경안쓰고도 생활하는데는 불편하진 않지만 가끔 먼곳을 쳐다볼때 답답할때가 있어서요..흐흐..
(건강검진때 시력측정해보니..양쪽 다 1.5 이상이라고 나와서 화들짝..ㅡㅡ;;)
16/04/02 20:47
수정 아이콘
저도 난시가 있는데, 저의 난시 원인은 속눈썹이 눈을 계속 상처내는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문제는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것이 유전이라는게...
꾹참고한방
16/04/02 21:09
수정 아이콘
글이 술술 읽힙니다.
늘 감사히 읽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16/04/02 22:03
수정 아이콘
야외활동이 문제라면 남녀간 시력차이가 많이 나야죠.
그리고 저 시드니와 싱가폴의 중국애들간 차이는 야외활동 시간뿐만 아닌데요. 먹는 음식부터 시작해서 공기중의 수분과 염분 함유량과 지구자기장과 중력의 크기도 다 다른데. 이런식이면 서양과 동아시아 사람들의 이런저런 신체적인 차이도 전부 우유섭취량의 문제로 결론 내려버릴수 있죠.
16/04/02 22:06
수정 아이콘
저는 근시이자 난시인데 과연 난시는 왜 일까가 가장 궁금합니다. 저는 나안으로 계단 내려갈 때가 제일 무섭거든요,.. 넘어져서 구를까봐...
근시도 근시인데 난시 때문에 나안으로 사물을 보는데 훨씬 힘들고 피곤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케르나르
16/04/03 15:32
수정 아이콘
저는 좀 다른 이유로 원근감이 떨어져서 계단이 참 무섭더군요. 지하철 계단들은 그나마 계단시작하는 곳 끝나는 곳을 노란 줄로 표시해놔서 편합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 고맙더군요.
이치죠 호타루
16/04/02 22:38
수정 아이콘
일리있는 가설이고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오랜만에 한낮에 밖으로 나왔는데 그간 워낙 야간생활을 한 시간이 길어서인지 한동안 시야를 어떻게 하지 못해서 쩔쩔맸던 걸 생각해 보면, 몇 달의 생활만으로도 이 모양인데 환경적인 요인이 엄청나게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연필깎이
16/04/02 23:31
수정 아이콘
가설이지만 굉장히 설득력 있네요.
한동안 유전영향이 가장 클 거라고 생각하다가,
그렇다고 하기엔 요즘 근시가 너무 많지 않나... 했었는데.
잘 읽고 갑니다.
16/04/03 03:33
수정 아이콘
제 가설은 눈이 적응한다입니다 실내생활 많이하면 시력 나빠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덜 그러합니다 마친가지로 같은 시력이라도 안경을 일찍 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시력이 더 빠르게 나빠집니다 또한 비슷한 시력의 안경쓰던 두사람중 한 사람은 안경을 벗으니 시력이 꽤 회복된 경우를 여럿 봤습니다 그 회복기간도 몇년인경우도 있고 십년 이상 걸려 정상으로 돌아온것도 있고 반즘 회복된 사람도 있고 다양합니다 또한 시력이 나빠지는 시기가 주로 성장기이며 급격히 크는 사춘기시절 특히 더 그렇다라는것도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경우 확인이 모두 주변인들뿐이라 검증 샘플이 몇명씩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심증은 안구성장에 유전적 영향을 받지만 주로 시야환경에 안구가 적응한다는 결론의 가설을 얻었지요 그래서 다 자라기 전엔 저는 안경을 가능한 쓰지 말거나 적게 쓰길 추천합니다
블랙비글
16/04/03 10:1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Sith Lorder
16/04/03 11:01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글과 좋은 댓글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네요.
안그래도 딸아이가 난시가 조금 있는데, 안과에 가서 안경을 쓸 정도인지 아닌지로 의사마다 말이 달라, 안쓰는 쪽으로 결론난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네요. 근데 불편함을 못느끼는걸로 봐서는 안경의 도움이 일단 필요없는 상태입니다. 집안 사람중에 난시가 없는데, 큰아이가 난시가 조금 있는걸로 봐서는 유전이 100%는 아닌 것 같구요. 대충 미루어 짐작하는 이유는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것 때문에 부부간에 마찰도 조금 있었는데....
sway with me
16/04/03 11:44
수정 아이콘
야외활동이 많은 쪽이 근시발생이 적어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햇빛 때문인지는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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