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3/14 07:21
천원에 돌을 둬야한다는 글을 저도 봤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알파고에게는 판을 쪼개서 보는 알고리즘도 포함되어있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죠. 부분적인 악수 정도는 잡아낸다는 겁니다. 천원에 두면서 게임 전체를 설계할 수 있다면 모르겠는데 돌을 두다보면 결국 언젠가 한 번쯤 했던 모양이 나올 수 있고.. 그러면 이세돌 9단이 무조건 지거든요. 잘 몰라서 하는 얘기죠.
16/03/14 09:09
1200여대의 CPU가 동시에 하는 계산을 전성기의 이창호 사범께서는 오로지 하나의 머리로 하셨다는 거죠.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면서 신산 이창호 9단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새삼 다시 느낍니다.
16/03/15 01:38
그러니 신이라 불리었죠. 신이라는 타이틀을 따내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공교롭게도 이창호 사범님의 스승인 조국수님은 전신(戰神)이라는 별명이 있죠.
16/03/14 09:49
창호는 당연히 치고나가야 하는 수순인데 갑자기 하수처럼 물러난다. 난 어이가 없어 야단을 친다. 그러면 떠듬떠듬 말한다. ‘그렇게 하면 싸움이 붙고, 그러다가 아차하면 역전 당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물러서면 2, 3집밖에 못 이기겠지만, 결코 지는 일은 없다’고.
나무위키에 있는 조훈현9단의 인터뷰글입니다. 바알못이지만 알바고가 딱 이런 방식으로 하는것 같더군요.
16/03/14 09:50
이세돌9단의 승리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안구에 습기가 차오른적도 오랜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세돌9단의 승리에는 이창호9단의 숨은 공로가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알파고는 수천만판 대국을 스스로 두며 자가학습으로 승리확률이 높은 전략을 찾아나간것이라 설령 이창호9단이 인류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기풍으로 나타났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창호9단 덕분에 이세돌9단포함하여 한중일3국의 최고바둑기사들은 이창호의 바둑을 파훼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해와고 사실상 알파고의 최대 전략을 10년이상 실습해본 셈이니까요. 만약 이창호9단을 미리 경험하지 않은상태에서 알파고가 갑자기 등장하였다면 인간계 바둑기사들이 느꼈던 그 참담함은 이루말할수 없었을겁니다. 알파고는 전투에 있어 이창호 9단보다 엄청나게 강하다는것이고, 또한 유리할때 굳히기는 바둑의 신과 같을겁니다. 알파고의 드러난 문제점은 불리하거나 비등할때, 급소가 되는 수가 바늘구멍처럼 미세할때 그걸 찾아내는것은 어쩌면 꽤 부족할수도 있는것 같습니다. 어짜피 모든수를 테스트 해보진 못하거든요.
16/03/14 09:56
어제 바둑을 보니까 모양상 안되는 수는 계산에서 걸러지는 모양이더군요. 78수를 두자 인간이라면 위험을 느꼈을텐데 도리어 백을 잡았다고 보고 선수 활용을 하더군요.
알파고가 접전상황을 인식할 수 있으면 특수상황에서는 수의 탐색을 보다 확대함으로써 약점을 보완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약점 보강이 상대적으로 쉬워보입니다. 이세돌 9단이 마지막으로 기계를 이긴 프로기사가 되지 않을까요? 마음이 답답하군요.
16/03/15 01:50
오히려 그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인공지능의 개발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될 것이니 말이죠. 저는 그리고 인공지능이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쪽에 서고 있어서...
라듐이었나, 하여간 피에르 퀴리가 노벨상을 수상할 때의 마무리 연설을 첨부합니다. 답답한 마음이 좀 풀리시지 않을까 싶어서요. It can even be thought that radium could become very dangerous in criminal hands, and here the question can be raised whether mankind benefits from knowing the secrets of Nature, whether it is ready to profit from it or whether this knowledge will not be harmful for it. The example of the discoveries of Nobel is characteristic, as powerful explosives have enabled man to do wonderful work. They are also a terrible means of destruction in the hands of great criminals who lead the peoples towards war. I am one of those who believe with Nobel that mankind will derive more good than harm from the new discoveries. 라듐이 범죄자의 손에 들어가면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인류가 자연의 비밀을 아는 게 도움이 되느냐, 그것으로부터 인류를 풍요롭게 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또는 그런 지식이 위험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느냐... 이런 의문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노벨의 발견들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예죠. 엄청난 폭발물은 사람들로부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전쟁으로 사람을 끌고들어가는 거대한 악에게 있어서는 끔찍한 파괴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저는 노벨과 함께, 인류는 새로운 발견을 통해 위험보다는 인류에게 좋은 것들을 더 많이 끌어내리라고 믿는 사람들의 편에 서겠습니다.
16/03/14 13:20
문체는 담담한데 묘하게 흥미진진하고 읽는 사람을 끓어오르게 하는 글이군요. 바알못 입장에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과연 제4국은 이세돌 9단에게 유의미한 실마리가 되었을까요? 아니면 약점이라 할 수 없는 오차 범위에 불과한 것일까요? 시작 전 구글 측은 반반 승률을 예상했다는데 그대로라면 5국도 이세돌 9단이 이겨야 하는데...
16/03/15 01:52
실마리가 되었으리라는 쪽에 한 표를 던집니다. 결과는 까봐야 알겠지만 설령 진다고 하더라도 이세돌 九단은 분명히 그 미세한 틈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질 테죠. 그리고 이번 감기는 짧고 세더군요. 꼼짝없이 하루를 꼬박 끙끙대며 앓아누워야 했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6/03/14 14:02
4국 초반부에 해설자들이 이세돌9단이 어린시절 전성기 이창호 9단을 상대로 두던 스타일이 나왓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이제 알파고를 인정한거라고..
16/03/15 01:53
문득 드는 생각인데 어쩌면 이세돌은 그냥 이세돌스럽게 인터뷰하고 이세돌스럽게 상대에 맞춰서 바둑을 두는 것뿐인데, 괜히 주변에서 그걸 보고 붕붕 떠서 자만하고 절망하고 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군요. 음, 그러니까 본인은 별 생각이 없는데 주변에서 호들갑을 떠는 느낌?
16/03/14 18:1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려운 얘기도 있어 전부 이해는 못했지만 변과 귀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변과 귀는 멀티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변은 미네랄 멀티 귀는 가스멀티. 센터하나만 지으면 자원이 바로 확보되고 수비도 쉬운곳. 중앙은 이후 전략의 요충지이지만 즉시 전력으로 환산되기 힘든곳.
16/03/15 01:57
말씀하신 비유가 딱 맞습니다. 중앙은 바둑의 판세를 갈라버리는 최대의 전략 요충지지만, 이렇다할 자원은 없는 곳이죠. 헌데 중앙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서(이게 소위 말하는 "두터움"이라는 추상적인 개념과 크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판이 돌아가는 양상이 바뀌게 되죠.
바둑격언 중에 "중앙으로 한칸 뜀에 악수 없다"는 말과, "쌈지뜨면 지나니 대해로 나가라"라는 말이 있습니다(구석탱이에서 조그맣게 사는 걸 바둑속어로 쌈지 떴다고 합니다). 둘 다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하려고 노력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