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3/09 14:00
그런 장점도 있군요.
저는 사람이 스스로를 규정한다는 것에 다소 부정적이었던게, 스스로를 규정짓는 이의 편협함만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젓곤 했는데, 생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면 저는 어떤 입장을 세우고 사는가... 를 생각해보면, 특정한 무슨무슨 주의라고 거창하게 붙일건 없고.. '학식과 이론으로 무장한 자가 현상을 왜곡하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 주 입장인 듯 합니다. 9:1로 존재하는 것을 5:5로 만든다던가, 현실적인 양적/질적 차이를 원론적으로는 다를 바 없다는 말로 청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분노하는.. 그런 의심 많은 사람... 제3자의 직관적 이해를 왜곡하는 시도를 불의라고 여기는 사람.. 정도의 입장이라면 입장인 듯 합니다.
16/03/09 15:09
입장을 세운 사람이 본문처럼 잘못을 했을 때 '입장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입장도 없는 것들이 나를 비난하느냐'는 식의 대응을 하는 것을 많이 목격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실 본문의 '입장을 세운 사람'은 밖에서 보는 입장을 세운 사람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입장을 세운 사람은 스스로에게 입장을 세우는 것이며,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필요는 사실 없습니다. 우리가 보는 '입장을 세운 사람'들은 우리에게 자신이 입장을 세웠다고 선언하여 그것을 우리가 목격한 사람들인거죠. 저도 저 자신을 평가하고 지향하는 틀이 있습니다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굳이 알리고 싶진 않습니다. 금연을 하면 금연을 하는 것이지, 나 금연한다 라고 떠들 필요는 없는 것이거든요. 나 금연한다 라는 선언이 실제 나의 금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도움에 불과하다고 봐서요.
16/03/09 15:19
아 금연한다는 선언은 금연에 도움이 됩니다. 저도 그래서 끊었거든요! 크크
하지만 가치관의 틀을 타인에게 선언하거나 자가 규정을 하는게 필요없다는 입장은 저도 동의합니다.
16/03/09 15:30
저는 그 '입장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라는게 하나로 통칭되어 잘된 노력/부질없는 노력 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악군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는건 아니고요;) 분야나 위치에 따라 그 입장 자체가 허술한 토대 위에 서 있는 경우라면, 아무리 입장으로 돌아갈 노력을 열심히 한 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반대로, 의미가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요. 저는 사람이 어떠한 입장. 정체성을 갖고 있느냐는 그 본인의 성장이나 발전에 도움이 될 일종의 동력으로서는 가치가 있을지언정 입장으로 돌아간다는 방향성 자체는 가치중립적. 그러니까 그 자체가 장점/단점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 충실하고 솔직하되, 동시에 얽메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 것이 진정 자신만의 입장을 명확하게, 튼실하게 만드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입장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입장을 커스터마이징한다? 이런 느낌으로.. 입장을 천명한 이들에 대한 편견? 내지는 선입관? 을 버릴 계기가 된 글임에는 틀림이 없고, 제가 오역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입장을 갖는다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 동력을 갖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군. 그리하야 자신의 입장에 충실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어쨌든 그 충실한 시간과 경험만큼의 지식/지혜를 갖출 수 있겠군" 정도로 해석했네용.
16/03/09 14:16
헐? 아래의 논쟁을 보신 뒤에 바로 휘갈겨(?) 쓰신 글일 텐데, 미리 준비하지 않고도 이 정도의 글을 막 써내려가실 수 있는 그 능력이 부럽습니다.
찬사는 이정도로 하고, 언제서부턴가 저 스스로가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지지한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 이유가 본문과 일맥상통하면서도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어떤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려면 그 입장에 합치되는 삶을 살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하는데, 저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보아도 그에 합당한 노력을 저언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 개인과 가족, 친한 친구들에게는 자유지상주의자가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지만, 샌더스 캠프에 기부금을 내고, 그러면서도 상당수 샌더스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악담을 퍼붓고, 동물 보호소에서 일하지만 스테이크는 없어서 못 먹고, 이공계 지망 여학생들에게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면서 정작 자기 아내 커리어는 전혀 도와주지 못하고, 기타 등등등! 전혀 일관성이 없더란 말이죠. 근데 저 모든 것을 최소한의 수준으로라도 일관성을 가지고 이끌어가고 싶은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았는데, 그 결론이 '에라 그딴건 진지한 분들이나 하시라고 하고 나는 그냥 주변에 피해만 주지 말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살련다.' 더군요.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능. 하지만 글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피지알뽕에 취한다~!!
16/03/09 15:44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이렇게 깊은 일침은 처음보는데요... 이쯤되면 침이 아니라 창 수준.
16/03/09 14:26
베스트는 너와 내가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해주시는거죠. 그러한 환경속에서 다양성이 생기는게 좋지않을까 하고 생각해본적이 있습니다.
현실은 [그래 니 생각도 알겠다. 너의 그런 점을 난 존중하지만 그래도 일단 내 생각이 무조건 맞고 너는 틀렸다] 가 되버립니다. 다시 한번 반성해봅니다 ㅠ_-
16/03/09 14:42
다만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는 입장, 주의을 세우는 것도 성급한 노릇일 수 있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6/03/09 14:43
좋은 글이네요. [입장을 정한 사람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신의 주장과 행동이나 언행이 일치하지 못했을때, 소위 배신을 했을 때 취해야 할 태도의 지향점은 존재합니다. 그것은 다시 입장으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이라는 부분이 특히 와닿네요. 얼마 전 본당 신부님이 고해하러 갔을 때,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합니다. 했던 실수를 하고 또 하지요. 하지만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라고 하셨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저도 정말 못하는 거긴 하지만, 누군가 실수를 저지르고 반성했을 때, 그 사람을 매도하지 않고 받아줄 수 있는 포용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낙인 찍지 말고요.
16/03/09 14:55
논란을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주시는 좋은 글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각자가 가진 비대칭적 '정신적 자산'에 대한 고려는 저도 자꾸 놓치는 부분입니다. 제 입장을 설득시키고자 조급함이 앞서는 경우가 종종 있네요.
16/03/09 15:11
"~주의자"라는 말이 너무나 선명해서 덧글들에서 규정짓는다는 단정적인 인상으로 연결되는 듯 합니다.
저는 조금 완화시켜서 삶의 지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자 정도로 읽고 싶네요. 훌륭한 사람은 지금까지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키배를 포함하여 어떤 형태의 타인과의 교류들 역시 그러한 과정이었으면 합니다. 사이다같은 글 감사합니다.
16/03/09 15:15
저는 사실 무슨 무슨 주의자라고 자가 규정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혐오하는 유형의 사람입니다. 왜 그런고 하니
1. 본인 스스로 규정한 사상이나 생각의 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떨어진다. 2. 본인의 정체성으로 규정한 생각의 틀과 매우 상이한 일상 행동을 보여준다. (좌파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데이트 폭력을 행한다거나 애국보수주의자라면서 친일이력을 옹호한다거나..) 3. 본인의 생각의 틀을 자가 규정하는 것을 자신과 코드가 다른 사람과의 선전포고 쯤으로 오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본인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가치관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좋은 움직임이겠죠.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당당하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사람들이 글쓴 분이 의도하신 부류의 사람보다 제가 위에 적은 것과 같은 소아병 환자나 얼치기 교조주의자나 이기적인 욕망을 지적 허영이라는 악세사리로 위장하는 유형의 사람이 넷상이든 오프라인이든 훨씬 많은 게 현실이고 현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주장하는 가치나 사상에 엿먹이고 싶지 않다면 아무런 무게감이나 책임감 없이 자신을 규정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른팔에서 흑염룡이 날뛰는 어린 소년들이라면야 뭐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나이 먹을만큼 먹고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은 본인들이 내뱉는 말에 얼마나 큰 의무가 따르는 지 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리고 이런 무슨 무슨 이즘이니 무슨 무슨 주의니 하는 철학, 가치관들이 다른 생각의 틀을 깔아뭉게거나 말살시키는 시대는 이미 종언을 고한 지 오래라고 보는데 그 가치관의 사도를 자처하는 인터넷의 투사들은 왜이리 자신과 다른 생각을 깔아뭉게고 무시하고 모멸하면서 못이겨서 안달인지 모르겠어요. 읽은 책들이 아까운 것 같습니다. (제대로 읽기는 한 걸까요?)
16/03/09 15:46
저와 굉장히 비슷하네요. 저도 자칭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이 마초이즘에 가장 가까운 행태를 부리는 걸 너무나도 많이 목격한지라, 대외적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주의같은걸 드러내고 다니는 사람들을 굉장히 비신뢰하게 되었습니다.
16/03/09 15:52
공감합니다.
저도 그래서 좀 전에 댓글로 '저는 무슨 무슨 주의자, 주의자 입니다' 라고 [ 한창 댓글 달려다가 바로 취소 했습니다 ] 우리가 당당하게 자신이 '무슨 주의자' 라고 선언하려면 그 개념에 대해서 그만큼 정확히 알아야 하고, 자신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선행 되어야 하는데 보통 그렇지 못하거든요. 님 말씀대로 무게감, 책임감이 있어야겠네요... 얕은 지식과 성찰로 함부로 자신을 규정하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16/03/09 15:38
저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밖으로는
절대 내뱉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절대중립 양비론 컨셉이죠 본문에서 말씀하신 입장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서요 그렇지만 쓰신 내용에 비추어 보면 저는 입장이 없는 사람이 아니네요 중립주의자였어요.
16/03/09 15:5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글링아빠님이 제가 하고 싶은 뉘앙스의 말을 이미 하셨지만..제 말을 하자면... 2번째 내용에서 얘기되는 입장 개념이 조금은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일부는 ~주의자 같은 입장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어떤 이슈에서 발화자가 점하는 위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의 의미 범위가 좁으니 후자는 당연히 포함되겠습니다만)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 어떤 부분 (특히 입장을 갖는 것의 장점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굳이 '~주의자'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도 '발화자의 책임있는 위치'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전자의 입장에서 '합리'를 비판합니다만, 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합리'라는 문제접근법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의자라고 스스로를 명명한다고 해서 굳이 책임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주의자라고 해도 그 내부에서 당사자의 위치는 무수히 다양하기에 - 당장 제일 간단해 보이는 베지테리언마저 십여가지에 가깝게 입장이 나뉩니다 - 애초에 책임을 안 지려는 사람은 그런 맥락과 무관히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나는 나의 의견과 위치에 책임을 진다'는 사고가 책임을 늘리죠.(이런 의미에서라면 '입장'이란 표현이 맞는데, 이 입장은 앞의 '~주의자'라는 입장과는 다른 거 같거든요) 저는 그런 점에서 사람들이 ~입장을 가지기 보다는 말과 위치에 책임을 지니길 바랍니다. 그 책임이란 고교 일반사회 시간에 배웠던 것 그대롭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주장이 틀렸다고 판단될 때까지 이성적으로 주장하며, 틀림이 판단/확인될 때는 옳음을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사회적 시민의 자세이다.
16/03/09 16:06
2016년 3월 현재 제 머리 속을 가장 많이 채우고 있는 '입장'이 뭔가를 생각해보니 다음과 같네요.
기독교 성소수자인권 성차별/여성혐오 반대 이 중에 나는 OO이다 라며 스스로 떳떳하게 정체화하는 것은 '기독교인' 밖에 없습니다. 저는 성소수자인권운동가도 아니며, 페미니스트로 자신을 규정해도 되는지 역시 자신이 없습니다. 요즘 더 많이 접하고 고민하게 되는 이슈는 오히려 뒤의 2개인데, 그 둘보다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규정하기가 쉬운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 요즘은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이 딱히 무언가를 책임져야 하는 이름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광훈 목사, 소강석 목사 같은 사람들도 기독교를 대표한다며 떵떵거리는데, 나 하나 기독교인이라고 한다고 뭐 그리 달라지겠나 싶어서... (...) ---------------------------------------- 글자밥 청춘님이 느끼시는 괴리와 비슷한 괴리 때문에 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등으로 규정하기를 주저하고 있지만, 사실 그러한 괴리는 이미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는 분들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계시겠죠. (자조였는지 농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정희진 씨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도 들었고...) 가부장제 남성중심/이성애중심주의 사회에서 평생을 살아온 영향이란 건 아무리 씻어내도 잘 씻어지지 않으니까요. 역시 자신을 OO주의자로 규정하는 데에서 멈춰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6/03/09 16:0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두고 두고 읽어도 좋은 글이네요. 추천을 하나 밖에 못 주는 게 이렇게 아쉽게 느껴지긴 또 첨이네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