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동네에 '금요일저녁'이라는 음식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 가게는 메뉴가 딱 하나였어 '그날식탁'이라는 메뉴였는데 그닥 특이한건 아니고 돼지고기김치찌개에 계란후라이, 조미김에 자반고등어가 나오는 메뉴였는데 맛있고 가격도 적당해서 손님이 늘 많았어
특이한건 좁은 가게에 테이블이 4인용식탁 하나 있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는 했지
그집 주인이 한 삼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아저씨였는데 내가 가게이름이랑 메뉴이름이 궁금해서 물어봐도 그냥 씁쓸하게 웃고는 안알려줬어 별 수 있나 궁금해도 밥이나 맛있게 먹고 나오는거지
그런데 몇년전에 웹서핑을 하는데 그 집 인터뷰가 기사로 올라와있더라고 간략하게 줄이면 이런이야기야
s모 호텔 요리사였던 남자는 어떤 사랑하는 여자와 동거관계에 있었고, 많은 연인들이 그렇듯이 함께 보낸 시간이 오래되자 자주 싸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식상해지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는 둘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고 믿었는데, 평소와 같았던 어느 금요일 저녁, 남자는 저녁밥을 차려놨는데, 여자가 오지 않았다는거지
그날만 오지 않은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것인데, 실종인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연락을 끊은건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남자는 미칠지경이 되어서 요리사를 관두고 방황하다가, 가까스로 정신차리고 음식점을 하나 차려서, 여자를 기다리기로 했다는거야 매일 그날의 식탁을 만들며
근데 기사가 나가고 얼마 안있어서 그 가게는 문을 닫았는데, 과연 두 사람은 재회한걸까? 아니면 남자가 마침내 포기했나? 모를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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