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0/14 02:31:57
Name 몽키.D.루피
Subject [일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리뷰 - 주요인물소개(1) 까라마조프 가 남자들

저는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것도 아니고 그의 작품은 『죄와 벌』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그리고 너무 예전에 읽어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단편집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분석까지는 할 수 없지만, 단지 이렇게 긴 소설을 읽고 나중에 기억에서 잊혀지면 아까워서 뭔가 글이라도 남겨야겠다싶어 이 글을 쓰게 됐네요. 완성된 긴 글을 하나로 쓰면 좋겠지만 그때그때 생각나는대로 조금씩 글을 써두는게 더 효율적인 거 같아서 연재형식으로 몇번에 걸쳐 나눠 올리겠습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리뷰 - 예상 글 순서


주요인물소개(1) 까라마조프 가 남자들

주요인물소개(2) 그외 등장인물

줄거리 요약

기독교적 구조로 본 까라마조프 인물 관계

- 선과악 이분법적 대립 구조

- 영혼, 이성(정신), 육체 삼분법적 구조

- 성경의 내러티브 구조


이 글의 최종 목표는 인물 간의 관계를 종교적인 내러티브나 모티브를 활용해서 나름대로 분석해보는 것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도스토예프스키를 잘 아시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다소 어설프더라도 아마추어의 다양한 견해 중 하나라고 여기고 너그럽게 봐 주시길... 또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글이라 소설 상의 사실관계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은 언제든지 지적해 주세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다 읽고 먼저 든 생각은 괜히 도본좌,도본좌 하는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처음에는 정치, 사회, 종교의 풍자극으로 시작했다가 범죄 수사물로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고 법정드라마로 끝을 맺습니다. 한명의 작가가 평생에 한 번 만들까말까한 인물이 도스토예스프끼 작품에서는 떼로 나온다고 하는 말을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정말 그랬습니다. 번역본으로 보기때문에 비교적 서사구조가 단순한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은 상당부분 메리트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언어의 뉘앙스와 러시아 문화의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정확히 모르니까 특유의 묘사에 대해 온전히 알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인간 군상에 대한 방대한 묘사와 각 인물의 치밀한 심리묘사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거기에다가 그 비교적 단순한 서사구조마저 범죄심리극으로 흐르면서 끝까지 범인의 실체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않습니다. 




또한 이성주의를 극복하고 기독교(러시아 정교)적 민중의 삶을 중요시하는 특유의 세계관은 그의 결론을 동의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종교적 성찰을 하게 만듭니다. 그러한 성찰의 절정이 바로 소설 속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대심문관' 이야기이죠. 도스도예프스키의 종교적 세계관은 진정한 자기희생과 부활이라는 두 키워드로 관통됩니다. 그 길이야말로 염세주의로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성의 회의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인물소개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소설을 보신 분이라면 이 복잡한 소설의 기억을 같이 되살려간다는 느낌으로 봐주시고, 소설을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스포일러 조심해주세요. 고전에 무슨 스포일러냐 할 수 있지만 저는 되도록이면 이 소설은 결말을 모르고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주요인물소개(1) 까라모조프 가 남자들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


무신론자쾌락주의자자식을 낳아 놓고 자식이 있었는지도 까먹을 만큼 인류보편적인 도덕심이나 양심이라곤 일절 없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는 모욕을 당하는 광대짓마저도 감수하는 극단적인 인물입니다.(도스토예프스키 작품에서 극단적이지 않는 인물을 찾기가 더 힘들지만). 하지만 의외의 영특함도 있어서 무신론자로서 종교를 조롱하는 이야기는 이반 까라마조프가 인정할 정도이죠.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까라마조프


표도르 까마라조프의 첫 번째 부인에게서 낳은 첫째 아들어머니는 집을 나갔다가 객사하고아버지 표도르가 자식에 대해서 전혀 신경도 안 쓰는 사이 남에 손에 의해 길러져서 군인이 되지만 중위로 전역합니다. 아버지와 비슷하게 육체적인 쾌락을 추구하지만 정직함과 명예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심은 남아 있습니다애칭은 미짜.


 


이 소설의 진주인공 격으로 미짜와 표도르 까라마조프 사이의 갈등이 소설의 핵심 서사입니다.


1) 먼저,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산을 사이에 두고 갈등이 있습니다표도르 까라마조프는 씀씀이가 헤픈 드미트리의 생활비로 이미 유산을 다 지급했다는 입장이고 드미트리는 받을 돈이 있다는 입장으로 대립합니다.


2) 그리고 그루센까라는 여자를 사이에 두고 갈등이 있습니다미짜는 까쩨리나라는 약혼녀가 이미 있었지만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한달 전 그루센까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됩니다거의 동시에 그루센까를 좋아하게 된 아버지 표도르는 그루센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돈 삼천 루블을 준비해놓고 그루센까가 집에 방문하기만을 기다리죠그루센까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놀리는 재미에 빠져서 둘을 농락합니다.


 


삼천 루블


미짜까쩨리나그루센까표도르의 사각관계에서 돈 삼천 루블은 가장 핵심적인 매개체입니다표도르의 능력과 부와 재산을 상징하고 미짜의 무능력과 최소한의 명예와 정직함을 상징하죠.


 


삼천 루블의 전말


미짜는 까쩨리나가 모스크바에 송금하라고 준 삼천 루블을 그루센까와의 하룻밤 파티를 위해 다 써버립니다미짜는 최소한 도둑놈 소리는 듣지 않기 위해서 천 오백 루블은 남겨두고 나머지 천 오백 루블만 탕진하게 되죠. (하지만 천 오백 루블을 감취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모든 사람들은 미짜가 삼천 루블을 탕진했다고 알고 있습니다미짜 생각으로는 천오백 루블을 돌려주면 비열한 인간이라고 욕은 먹을지언정 도둑놈은 아니라는 논리이지만 그루센까와의 사랑의 도피를 위해서는 이 천오백 루블이 필요한 상황입니다그래서 미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달동안 고민하면서 아버지에게서 어머니의 유산으로 삼천 루블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죠.


표도르는 미짜가 받고 싶어하는 삼천루블를 봉투에 넣어놓고 그루센까에게 준다고 이야기합니다그리고 그루센까가 집으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그 삼천 루블이 든 봉투의 존재는 표도르의 사생아이자 하인인 스메르쟈꼬프가 유일하게 알고 있었고스메르쟈꼬프가 미짜에게 정보를 흘리게 되죠.


미짜 입장에서는 얼마나 속 터지는 일이겠습니까. 삼천 루블만 있으면 자신의 불명예를 다 씻고 그루센까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할 수 있는데 절대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인 아버지는 자기가 사랑하는 그루센까를 뺏기 위해 자신의 유산과도 마찬가지인 삼천 루블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까요.(물론 다 미짜 혼자 만의 생각이지만) 결국 미짜는 점점 심리적으로 몰리게 되고, "그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반 표도르비치 까라마조프


표도르 까라마조프가 둘째 부인에게서 낳은 둘째 아들(둘째 부인의 첫째 아들). 참고로 둘째 부인은 미쳐서 죽습니다형 미짜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잊힌 채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좋은 후견인을 만나 교육을 받게 되죠.


냉철한 이성주의자회의론자무신론자입니다교회를 옹호하는 논문을 개제해서 유명해져서 교회 관계자들이 좋아합니다만 사실 그 글은 교회를 교묘히 까는 글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교회법이 없으면 사회법도 소용없다는 내용이었지만(정확히 기억은 안 나네요그 논문의 본질은 한마디로 '신이 없으니 도덕도 없다'입니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이러한 회의주의적 사상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의 사상과 닮아 있죠이반 까라마조프는 라스꼴리니꼬프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그 둘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의 사상은 까라마조프 집안의 사생아인 스메르쟈꼬프에게 극단적으로 전달되어서 결국 "그 사건"에 얽히게 됩니다. "그 사건" 이후 이반은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거의 미쳐버리죠.


이반은 이 소설의 진진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짜와 더불어 가장 핵심적인 인물입니다특히 그가 극 중에서 지은 대심문관’ 이야기는 소설 속에 소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알렉세이 표도르비치 까라마조프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지만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각 인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서사를 소개해주는 역할밖에 없습니다둘째 형 이반과 같이 아버지 표도르의 둘째 부인이 낳은 아들입니다. 20살에 수도사가 되기 위해 마을의 수도원에 들어갔지만 멘토였던 조시마 장로가 죽은 뒤 세속으로 나오게 되죠애칭은 알료샤.


참고로 극의 시점에서 미쨔는 28이반은 24알료샤는 20살입니다미짜는 이반이 태어나기 전에 다른 곳에 넘겨지기 때문에 미짜와 이반알료샤가 같이 살아본 적이 없는 반면 ,이반과 알료샤는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집에서학창시절에서 후견인의 집에서 같이 지냅니다.


까라마조프적인 성격과 그가 자란 배경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성품의 소유자입니다태어날 때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태어나죠독실한 정교회 신자로서 도덕과 양심정직함의 힘을 믿습니다소설의 인물 중 거의 유일하게 진심으로 형인 미짜를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스메르쟈꼬프


까라마조프 집안의 유일한 사생아까라마조프의 동네에는 유명한 광년이 있었는데 이름은 스메르쟈쉬차야입니다어느 날 밤스메르쟈쉬차야가 까라마조프 집의 높은 담을 뛰어넘어 별채 욕실에 들어와 죽어가고 있는 걸 집안 하인 그리고리가 발견하게 됩니다그녀는 임신한 상태였는데 아이를 낳고 죽습니다. 마을에는 그 아이의 아버지가 표도르 빠블로비치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표도르는 그 아이를 내치지 않고 길러 줍니다. 표도르는 스메르쟈꼬프를 하인으로 삼고 그리고리 부부와 함께 별채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요리에 재능을 보이자 표도르가 요리 유학을 보내 집안의 요리사를 시키게 되죠. 스메르쟈꼬프는 어릴 때부터 간질이 있었는데 간질 발작을 할 때면 표도르도 걱정할 정도로 의외의 관심을 받습니다.


니힐리즘의 극단적인 형태를 가진 염세주의자입니다어릴 적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동물을 죽이는 등의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이 있었죠. 형이나 아버지 앞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소설 속에서의 지능 순으로 따지면 이반과 더불어 단연 탑입니다오히려 이반을 도덕적인 함정에 빠트리고 자신을 변증하는 장면만 보면 이반을 압도하죠.


작가의 전작 죄와 벌의 악마적 실체의 현현인 스미드리가일로프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에서 악마적 인물은 바로 스메르쟈꼬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스미드리가일로프는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의 사상의 악마성을 구현한 인물이죠. 라스꼴리니꼬프의 사상을 간단히 요약하면인간은 범인(평범한 사람)과 비범인으로 나눌 수 있고 비범인은 인류 역사의 진보를 위해 도덕적 제한 없이 어떠한 행동도 허락된다는 것입니다(예를 들어나폴레옹). 스미드리가일로프는 육체적 쾌락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악마성의 구현이라면 스메르쟈꼬프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의 염세주의의 극단을 달리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죠. 그 사상에서 보여질 수 있는 가장 진화된 형태의 악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인물소개를 하고 나니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그 사건"은 까라마조프 가의 모든 인물들 사이의 부조리한 관계가 얽히고 얽혀서 나타나게 된 소설의 가장 핵심 사건입니다. 줄거리 요약 편에서 서술하려고 했는데 일단 "그 사건" 전말 정도만 간략히 언급하겠습니다.




친부 살해 사건의 전말


평소 미짜는 아버지를 죽일 거라는 말을 떠들고 다닙니다실제로 그런 편지를 까쩨리나에게 쓴 적도 있죠(나중에 법정에서 상당히 불리한 증거로 채택됩니다)유산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시마 장로의 암자에서 성사된 회담을 표도르가 광대짓으로 깽판쳐서 모욕을 당한 후 저녁집에서 아버지를 팬 적도 있습니다(이미 후레자식이나 마찬가지).


친부살해가 있던 날 밤알료샤는 수도원에 있었고이반은 그날 아침 아버지의 부탁을 듣고 체르마쉬나라는 동네로 떠납니다(하지만 생까고 모스크바로 고고씽). 스메르쟈꼬프는 이반에게 간질발작을 예고한 후 진짜 간질을 일으켜 드러누워있었습니다. 별채의 하인 그리고리는 아파서 드러누웠고 그의 아내는 남편이 아플때마다 하는 이상한 민간요법을 시행후 똑같이 드러누워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날 밤 표도르 까라마조프의 상황에 신경쓸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죠.


미짜는 그 전날부터 삼천 루블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실패하고 그루센까에게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루센까가 집에 없자 아버지 표도르한테 간 것으로 착각하게 되죠. 그루센까 집에 있던 절구공이를 충동적으로 집어 들고 아버지의 집으로 칩입합니다.


표도르는 그루센까가 집으로 찾아올 것을 대비해 둘만의 신호(창문 두드리기)를 만들어 두었는데 그 신호는 스메르쟈꼬프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짜의 정보원 역할을 하던 스메르쟈꼬프는 미짜에게 가르쳐 주죠. 그 날 밤, 아버지를 찾아간 미짜는 그 신호로 아버지가 창문을 열게 만듭니다. 아버지를 본 미짜는 증오의 감정이 솟아오르지만 그 순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소설에서도 생략하고 넘어갑니다.


도망가던 미짜를 우연찮게 깨어난 그리고리가 발견하고 잡으려고 하지만 미짜가 휘두른 절구공이에 머리를 맞고 쓰러집니다. 미짜는 담을 넘으려다가 그리고리의 생사를 확인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빠지게 되죠. 아버지의 집에 그루센까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미짜는 다시 그루센까의 집으로 가서 그루센까의 행방을 묻는데, 여자 하인이 그루센까가 5년 전 떠난 폴란드인 약혼자가 되돌아와 그를 만나러 갔다는 얘기를 합니다. 절망한 미짜는 그 길로 술과 안주를 사들고 자살을 하기위한 권총을 소지한 채 그루센까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가죠. 거기서 마지막 파티를 벌이고 죽으려는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폴란드인은 찌질했고, 오히려 미짜와 그루센까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동이 틀 무렵 검사와 예심판사, 경찰서장이 들이닥쳐서 미짜를 체포합니다. 미짜는 아버지를 죽인 적도 없고 아버지의 돈도 강탈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모든 증거가 미짜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요즘 말로 빼박캔트)



이상으로 까라마조프 가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사실 이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어떻게 이런 인물을 창조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 한트럭이 더 남았습니다. 다음 글에서 소개할 조연들도 이 정도 묘사와 각자의 서사를 담고 있거든요. 그럼 언제 쓸지 기약하기 힘든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ps. 우왕 이벤트 이후 자유게시판에 양질의 글이 늘어난 거 같아서 좋습니다. 저도 정말 오랜만에 글쓰기 버튼을 누르게 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10/14 02:36
수정 아이콘
이렇게 뽐뿌를 주시면 또 안볼수가 없겠네요. 죄와 벌은 초반부에서 졸려 나가 떨어질 뻔 하다가 중반부에 정말 흡인력 있게 쪼이는 글빨에 그 두꺼운 책을 금방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만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과연...?
책리뷰는 언제나 추천입니다.
몽키.D.루피
15/10/14 02:48
수정 아이콘
까라마조프는 죄와벌에 비해 분량은 많지만 훨씬 술술 읽히는 편입니다. 죄와벌은 원고료가 절실했던 도스토예프스키가 내용을 질질끌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죠.
15/10/14 02:58
수정 아이콘
오오 이거 대박의 스멜이 물씬 풍기는 1편이네요!! 저는 무신론자이자 회의론자이면서 염세주의자는 아닌 지라 해당 사상이 꼭 염세주의로 빠진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19세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2 편 기다리겠습니다!

(2편은 두 시간 정도 기다리면 올라오나요?)
몽키.D.루피
15/10/14 03:14
수정 아이콘
네 어디까지나 도스토예프스키 세계관에서 그렇다는거죠 크크. 그런 관점이라면 그의 세계관에서 이반 까라마조프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가느냐를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사실 까라마조프 이야기는 작가가 20년은 더 쓰겠다고 했던 소설인데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쓰고 석달후에 도스토예프스키가 죽습니다. 미완의 걸작으로 남은 셈인데 오히려 해석의 여지를 더 많이 남기는 측면도 있는 거 같습니다.
사랑의사막
15/10/14 03:10
수정 아이콘
젊은 시절에 선배들이랑 알료샤가 주인공이라는 파, 이반이 주인공이라는 파, 아니다 드미드리가 주인공이라는 파 요렇게 삼파전이 벌어졌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그 주인공을 선택한 사람들의 성향도 그에 맞게 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yangjyess
15/10/14 03:11
수정 아이콘
이반이 쓴 교회에 대한 논문은... 다른 성직자가 쓴 '교회법은 사회법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책에 대한 비판입니다.

기독교 초창기 교회는 그저 교회였음 -> 이교도 국가(로마)가 우리 기독교 국가 할래요! -> 로마는 교회를 자기 내부에 포함시켰지만 국가 시스템은 어쩔수없이 여전히 이교도 스타일(그때까지 문명화된 지혜를 버릴수 없으니) -> 교회도 로마 속에 들어가긴 했지만 교회의 목적 양보 못함, 교회의 목적은 모든 국가를 교회로 바꾸는것 -> 성직자의 책은 현실적인 절충안으로서는 타당하지만 근원적인 교회의 소명에는 배치된다.

이 논문은 관점에 따라 교회를 까는 걸로 보일수도 있고 찬양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죠. 교회의 소명을 저버렸다고 보면 까는 거지만 교회가 결국 추구해야 하는 방향제시에 대해 본다면 찬양이니까요.


이반과 라스콜리니코프의 이론적 차이점은... 라스콜리니코프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고 했을때 미쳐 날뛰게 될 어중이 떠중이들은 사회의 시스템이 다 걸러 줄거라고 말합니다. 포르피리가 라스콜리니코프의 논문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며 떠보죠. 니 논문에 나오는 비범인이 많아지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냐고. 거기에 대해 '걱정 마시랑께롱? 감옥은 폼으로 있나?'라고 비아냥대죠 크.

스메르자코프와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의외로 연약한 츤데레? 악당으로 보았습니다. 스메르자코프는 자신의 행동의 기반이 될 이반에게 배신? 당하자 급격한 맨붕이 오고 스비드리가일로프도 두냐를 끝내 겁탈하지 못하는 모습을... 의외로 순정남... 크
몽키.D.루피
15/10/14 03:17
수정 아이콘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스씨 집안 악당들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크크.
15/10/14 03:45
수정 아이콘
아 저도 군시절에 흥신문화사(?) 판본으로 어렵게 읽었는데, 이제는 읽었었다는 기억 정도만 남아버렸네요. 크크
중간에 작가가, 자세히는 기억나진 않는데, 꽁친가 뭔가로 드립치는 부분이 참 재밌었다는 거랑요,,
몽키.D.루피
15/10/14 09:34
수정 아이콘
꽁치드립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인물들이 다 하나같이 말이 많고 횡설수설하면서 각종 드립들이 난무하죠 크크. 한국어로 봐서 아마 더 이해하기 힘든 거 같아요. 러시아 사람이 러시아어로 보는 도스토예프스키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긴 합니다.
타짜장
15/10/14 04:13
수정 아이콘
이게 그때 그시대의 통속소설이었다니!!!!!!

이게 그때 빚에 쪼들려 빚갚을려고 쓴 글이라니!!!
몽키.D.루피
15/10/14 09:35
수정 아이콘
공밀레만 있는 게 아니라 문밀레도 가능하다는 사실! 문과인을 갈아넣으면 이런 작품이 나옵니다!
새벽이
15/10/14 06:39
수정 아이콘
몇 년 전에 두 번 정도 1권만 읽고 포기했습니다.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서 본문은 읽지 않았습니다만, 현재 국내에 출판되어 있는 여러개의 번역본 중에서 추천해 주실만한 것이 있는지요? 아버지께 받은 아주 예전 번역본이었고 그 만연체에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몽키.D.루피
15/10/14 13:39
수정 아이콘
제가 번역본까지 비교해서 추천해 드릴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긴한데 제가 본 건 이대우 씨가 번역한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입니다.
새벽이
15/10/14 23:2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수면왕 김수면
15/10/14 06:53
수정 아이콘
후훗, 제가 에덴의 동쪽과 더불어 세계명작이라 쓰고 막장 드라마라 읽는 소설이 등장했군요. 저도 시간 나면 만만치 않은 막장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한 번 비슷하게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아마 게을러서 안될겁니다;;;
15/10/14 09:28
수정 아이콘
책으로 읽어볼려다가 포기한 소설
퐁퐁퐁퐁
15/10/14 09:38
수정 아이콘
이렇게 읽으니까 정리가 되네요. 처음엔 책 내용보다 이름 외우느라 혼났던 기억이...크크.
몽키.D.루피
15/10/14 09:44
수정 아이콘
제가 이 글을 적게 된 목적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소설은 일년 안에 거의 다 까먹을 확률이 백퍼센튼데 읽은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구요. 인터넷에 찾아봐도 잘 정리된 글이 없기도 했구요. 이 글을 보면서 다른 분들의 기억도 살아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cHizCaKe
15/10/14 10:25
수정 아이콘
이 소설을 본지 십년이 넘었네요. 시간이 계속 지나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는 사람들은 계속 있을 것이고, 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에 왠지 제가 기쁘고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이것이 고전의 힘인가 싶습니다.

2편을 기대합니다!!
미남주인
15/10/14 10:26
수정 아이콘
읽을 부분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까워서 매일 아주 조금씩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거의 한 달 넘게 아껴가면서 읽고, 소설 속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대개는 다음이 궁금해서라도 책을 잡으면 한 번에 다 읽게 되는데 이것저것 잡다한 일 때문에 우연히 책을 읽다 몇 차례 끊겼는데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렇게 아껴가며 읽는 방법도 있구나 싶어서 재밌기도 했고요.

무협소설인 영웅문을 여러 번 깊이 빠져들어 읽어본 분들 많이 계실텐데 그런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스크립트로만 봤을 뿐인데 생각하는 모습이나 무공이 발현되는 영상을 비슷하게 묘사하곤 하는데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은 분들도 그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비슷해요. 아마 작가가 상상한 것들을 독자에게 잘 와 닿도록 표현해낸 덕분이겠죠.

푹 빠져들 수 있는 책들 너무 좋아요~

책이 꽤 두툼해서 가끔 책장을 보다 눈에 걸려도 일부러 외면하곤 했는데 덕분에 조만간 다시 읽어 보게 될 것 같네요.

추천 꾸욱~
pnqkxlzks
15/10/14 11:32
수정 아이콘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내용이 가물한데, 책 제목만 들어도 뭔가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저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 두 책을 모든 고전소설 중에서 가장 좋아합니다. 두 작품 모두 폭주하는 광기 속에서 날카로운 이성이 빛나고, 결국 사랑으로 모든 걸 감싸안는다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좋은 작품 다시 떠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하네요.
15/10/14 12:49
수정 아이콘
참고로 이걸 보다가 사람이름과 드립에 지쳐서 포기하신분은 만화로 독파하는 시리즈로 초반부나 반만 딱 읽고 들어가시면 좋습니다.
원작흡입력이 증가하는 기적을 보게 됩니다 크크크
15/10/14 15:12
수정 아이콘
저도 읽은 지 몇 년 돼서 내용이 가물가물 했는데 이 글 보니까 어렴풋이 생각나네요. 그 두꺼운 책을 다시 읽기에는 엄두도 안 나고 다음에 올리실 글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5/10/14 15:28
수정 아이콘
신입생 시절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과제였는데
한 십여페이지를 보고 등장인물 이름들에 도저히 적응이 안되서
쿨하게 강의를 드랍했죠 크크크

언젠가 다시 봐야지 하면서 시간만 지나왔는데
이런 글이라니 감사합니다.
근데 스포일러 주의라니.. 이 글을 보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되네요 ㅜㅜ
Love&Hate
15/10/14 16:41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대심문관 이야기는 과거 저에게 큰 영감을 준 이야기입니다.
여자를 사람으로 생각하고 제가 대심문관이 되기로 했습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1493 [일반] [국내축구] 하나은행 FA컵 결승대진 확정 [11] 이홍기3897 15/10/14 3897 0
61492 [일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114] 토다기12006 15/10/14 12006 1
61490 [일반] 매드 히스토리언 [4] minyuhee3757 15/10/14 3757 3
61489 [일반] [스포츠] 유로 2016 조별예선 종료. [35] Rorschach7445 15/10/14 7445 2
61488 [일반] "김일성 주체사상을 아이들이 배운다" 현수막 철거 [45] 어강됴리9735 15/10/14 9735 2
61487 [일반] 크롬북을 통해서 들여다 본 클라우드 컴퓨팅과 그 미래 [30] 善兒6651 15/10/14 6651 9
61486 [일반] '물총 쏘고 머리채 잡고'…법정 온 캣맘·주민 분쟁 [263] 카우카우파이넌스14355 15/10/14 14355 1
61485 [일반] 김문돌 이야기 -7- [13] 알파스3507 15/10/14 3507 7
61484 [일반] 초등 국정교과서 쌀 수탈을 일본 수출로 표현 [133] 설현보미팬Vibe11708 15/10/14 11708 5
61483 [일반] 유성은/스테파니/허각의 MV와 아이유/하이그라운드/김동완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6] 효연덕후세우실3894 15/10/14 3894 1
61482 [일반] 소방관님들...힘내세요 [18] 법규10854 15/10/14 10854 2
61481 [일반] [야구] 스탯티즈 오픈 [59] 삭제됨7196 15/10/14 7196 0
61479 [일반] [야구] 롯데 손아섭 MLB 도전선언 [103] 이홍기10701 15/10/14 10701 0
61478 [일반] 이민을 가려할 때 생각할 것 2 – 외국에서 한국으로 이민 [37] 밀물썰물7003 15/10/14 7003 9
61477 [일반] 여성이라 낙태된 아기 40만명에 대한 이야기 [75] 예루리12684 15/10/14 12684 14
61476 [일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리뷰 - 주요인물소개(1) 까라마조프 가 남자들 [25] 몽키.D.루피7931 15/10/14 7931 13
61475 [일반] 사도 - 그 때 그 날, 임오화변 [16] 눈시6943 15/10/14 6943 13
61474 [일반] [일상, 짧은 글, 안 야함] 아들놈이 야동을 봤다는데 [89] OrBef10929 15/10/14 10929 2
61473 [일반] 2016년 농어촌학자금융자 제도개선 사항 안내 (개선인가요?) [16] 윙스3305 15/10/14 3305 0
61472 [일반] [야구] 매치를 넘나드는 보상판정_KBO 준플레오프 [86] 이홍기9018 15/10/13 9018 0
61471 [일반] [가요] 가슴을 울렸던 80년대 록밴드들 [75] KARA7932 15/10/13 7932 3
61470 [일반]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121] 어강됴리13193 15/10/13 13193 22
61469 [일반] 갤럭시노트5 실버 출시 및 넥서스 5x 예약판매 개시! [18] 냉면과열무8110 15/10/13 8110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