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게에 '다단계에 빠진 여자친구'를 보고 급 의문이 생겨서 질게에 남기려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자게에 남깁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호기심이 없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 부터 늘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내가 나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첫번째는 술에 대한 호기심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데, 술취한 아저씨가 나와서 집으로 귀가하며 막 큰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저는 생각합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술을 마시면 저렇게 될 수 있는건가? 나도 술마시면 저렇게 되는건가?
나중에 성인이 되고 나서 (사실 고등학생 때) 술을 마음먹고 친구들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먹어보았습니다.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한병을 먹어도, 두병을 먹어도 최종적으로는 어지럽고, 메스껍고, 나중엔 그냥 졸리더군요.
그래서 아무나 다 그렇게 되는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또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중독'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입니다.
담배를 끊기 어렵다고 하는데, 피우기 싫으면 안 피우면 되지, 피우기는 싫은데 피운다? 이런 모순적인 얘기에 납득이 안갔습니다.
그래서 담배를 피웠고, 나중에 이 것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이해를 하게 됐습니다.
흡연욕구는 식욕과 비슷하더군요.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는 걸 비유하자면, 배는 고픈데 밥을 못먹는 상황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단지 굶어죽지 않을 뿐.
배고픈데 계속 굶어보시면 굉장히 괴롭죠.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담배는 처음부터 안피우는게 최고입니다만,
뭐,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배제한다면 개인의 기호로써는 쾌감 > 건강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 입장에선 마냥 더 나쁜 것만은 아니겠죠.

그 다음은 '최면'입니다.
이건 안타깝게도 아직 한 번도 빠져볼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이게 저한테 먹힐꺼라는 생각이 안들지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서..)

그리고 유게에서 봤던 글처럼 '다단계'에 대한 내용인데,
해당 글은 다단계를 무조건적으로 말리려고 하는 남자친구와 '내가 직접 해보고 안된다는 걸 알기 전에는 납득할 수 없으므로 나는 무조건 해봐야겠다' 라는 여자친구의 대화 내용입니다.

댓글은 전부 남자친구에게 일찍 알아서 다행이다. 헤어지는 것이 낫다. 헤어질 것이다. 라는 글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저는 그 여자친구의 입장이 최소한 이해는 가더군요.

'손해를 보든 뭘 하든 내 문제고 내가 책임질테니까, 시도는 해볼께' 라고 얘기하는 것에서 저 앞쪽에서 제가 그랬듯,
남들이 얘기하는 것보다 본인이 겪고 느껴보지 않으면 납득을 못하는 타입인가 싶더군요.

근데 문제는, 그 다단계라는 것이 분명 그 사람에게 '이건 말이 된다' 라고 느꼈기에 그렇게 판단하는 것일진대
대체 다단계라는게 대강 원리는 알겠고 그냥 풍문으로만 들으면 별 메리트도 없어보이고, 그리고 실패사례도 엄청 많을 것 같은데 말이죠.
'말이 된다'라고 느껴진다는 건 본인 스스로에게 적어도 '논리'의 모순은 없어야 그 '말이 된다'가 성립되는 것일텐데 그게 뭔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혹시 다단계에 빠져본 적 있으신가요? 그리고 당시엔 어떤 점에서 모순이 없었으며, 나중에 알고보니 어떤 점 때문에 처음 생각과 다르게 성공할 수 없었던가요?
실제로 논리에는 모순이 많은데 단지 '말빨'이라는 것 때문에 혹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그 '말빨'을 이루는 근원은 어떤 것일까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갖자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이와 별개로 그 종교에 빠지는 것도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고..

제가 생각하는 '비이성'을 몸소 체감하고 느껴보고 싶은데, 실제로 경험이 일천하여 겪어보지 못하는게 너무 아쉽네요.
'마약', '도박' 같은 건 담배를 통해 중독이 뭔지 알았기 때문에 전혀 궁금하지도 않고, 겪고 싶지도 않지만
'최면', '다단계', '종교' 등은 그것에 빠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간접적이나마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직접적으로도..)

생각나는대로 주욱.. 쓰다보니까 정말 뻘글이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