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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29 22:07:00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컨저링] - 공포영화의 미덕은 무엇인가?




장르 영화는 장르에 따라 나름의 미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장르 영화가 해당 장르에서 기대되는 미덕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채워줄 때 우리는 해당 영화의 다른 미흡한 점들은 용서할 수 있으며 영화를 보면서 돈은 아깝지 않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막대한 물량을 투입해서 나오는 화려한 CG를 근간으로한 볼거리의 향연을 제공해 주면 소임을 다한 것이고 코미디 영화는 웃겨야 하고 멜로 영화는 남녀간의 절절한 사랑의 감정이 담겨 나오면 되고 스릴러물은 이야기의 전개에 탄탄한 논리가 있어야 하지요.

이렇듯 공포영화는 일단 무서워야 합니다. 그걸 기대하고 표를 샀으니까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공포영화로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컨저링]을 보았습니다. 감독은 요즘 헐리우드 공포 영화계에서 뜨고 있는 별 제임스 완 감독...

영화는 일단 공포영화가 갖추어야 할 기본기는 탄탄합니다. 공포영화에서 느끼는 무서움의 반은 음악과 음향효과에서 나온다고 보는데 제임스 완 감독은 노련하게 음향 효과를 잘 이용하여 무서운 장면이 없을 때라도 소리와 분위기로 긴장감을 자아내도록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영화는 깜짝 깜짝 놀라는 장면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관객들을 놀래키는데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악령의 존재를 지나치게 많이 노출시키지도 않으면서 필요한 만큼만 잘 사용한 것 같습니다.

세 째,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습니다. 베라 파미가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한데 기본기가 탄탄해서 흔들림 없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괜찮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베라 파미가의 남편 역할을 한 패트릭 윌슨도 괜찮고 피해 가족을 연기하는 성인 배우들이나 아역 배우들도 다 기본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음향효과 괜찮고 놀라는 장면도 적절하게 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은 데 결정적으로 저에게는 영화가 그리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것은 제임스 완 감독의 연출이 문제라기 보다는 이제 저에게 공포영화라는 장르가 더 이상 즐거움을 가져다 주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불멸의 캐릭터가 나와서 사람들을 무조건 죽이고 피를 뿜어대는 슬래셔 무비는 진작에 졸업한 지가 꽤 되고 그동안 분위기로 공포를 조성하는 영화들은 지금까지는 그래도 볼만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영화들조차 전혀 무서운 느낌이 들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깜짝 놀래키는 장면에서도 더 이상 놀라지 않게 되고 스토리는 예측이 다 되어서 이때쯤 악령이 나오지 싶으면 여지없이 악령이 등장하고...

뽀로로가 아무리 애들한테 절대적인 인기가 있어도 우리 입장에서는 조카도 없는 자리에서 혼자서 보기에는 별다른 재미가 없는 것처럼 이제 공포영화도 저한테 있어서는 그 수명을 다 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나이가 들면서 즐길만한 장르영화의 범위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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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29 22:08
수정 아이콘
저도 오늘 보고왔는데 보기전에는 엄청무섭다고해서 쫌 쫀 상태에서 봤는데
생각보다! 는 무섭지 않았어요 무서운거 잘못보는데 여자친구손에 이끌려 어쩔수없이 매번보다보니
적응이 된것같아요... 엄~~청 무섭진 않고 재밌게 봤습니다
Darwin4078
13/09/29 22:12
수정 아이콘
악령보다 사람이 100배는 더 무섭다는걸 알았고, 매달 돌아오는 대출이자, 공과금, 관리비, 임대료, 인건비가 훨씬 무섭다는걸 알았기 때문이죠.
마스터충달
13/09/29 22:17
수정 아이콘
전작인 인시디어스도 꽤나 재밌게 봤습니다. 흐흐
이완맥그리거2
13/09/30 14:55
수정 아이콘
저두요
인시디어스도 극장에서 보고 컨저링도 어제 보았는데
전 공포영화 무서워하면서도 즐겨 보거든요.
비록 눈을 제대로 못뜨고 봤지만 재밌게 봤습니다. 크크
13/09/29 22:17
수정 아이콘
영화가 너무 진부했음...
저는 snl보는줄알았음 너무 뻔해서요
13/09/29 22:19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영화보고 많이 실망했습니다.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13/09/29 22:20
수정 아이콘
하아 부럽네요. 전 살짝만 무서운 음악깔린 동영상이면 후덜덜덜덜 하기에 ㅠㅠ
이거보면서 온갖 난리부르스를 다 떨면서 봤습니다. 흑흑
있어요399원
13/09/29 22:25
수정 아이콘
원체 말도 안되는 공포물만 보고 실망하다가 (ex: 무서운 이야기...) 오랜만에 적당히 잘 빠진 공포영화를 접해서 그런지, 저는 괜찮았습니다.
관객을 들었다놨다 하는 기술이 좋던데요 흐흐
엑소시즘 영화인줄은 모르고 봤는데, 예전에 봤던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보다 더 좋은 공포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Neandertal
13/09/29 22:26
수정 아이콘
만듦새가 탄탄한 것은 저도 인정하겠더군요...문제는 저한테는 무섭지가 않다는 것...
있어요399원
13/09/29 22:37
수정 아이콘
사실 공포영화가 재밌는 이유는 영화 자체보다 동행인의 리액션 덕분 아니겠습니까?
13/09/29 22:33
수정 아이콘
그럭저럭 괜찮게 보긴 했는데 딱히 무섭거나 하진 않더라구요.

진정한 공포는 영화가 끝났는데.. 알바가 깜박한건지 영화관 나가는 문을 안열어주더라구요 -_-;

불도 안켜줘서 한참을 어둠속에 서 있어야 했습니다 ㅠㅠ
zeppelin
13/09/29 22:57
수정 아이콘
나름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재밌게 봤네요.
무섭다기 보다는 가끔 놀라는 정도..
사실 셔터이후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 영화는 없던 것 같네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해요.
13/09/29 23:39
수정 아이콘
엑소시즘에 관한 영화는 한국 정서에는 그다지 안무서운것 같아요...

일방적으로 귀신이나 악령한테 당하고 쫓기고 그런 영화가 더 공포스럽게 느껴지네요
13/09/29 23:48
수정 아이콘
공포영화 마니아분들이라면 그래도 괜찮게는 봤을거라 믿습니다.

최신작중에는 이만하게 뽑은게 별로 없었던지라...


그리고 이 영화가 공포말고도 다른 요소들이 꾀 흥미롭게 섞였는데 공포영화치고 배우를 참 잘 뽑았어요 배우덕이 큰것 같습니다
Anti-MAGE
13/09/30 01:03
수정 아이콘
전.. 전작인 인시디어스가 더 좋았습니다. 컨저링도 괜찮은 영화이긴 한데.. 인시디어스에서 보여준 영상은 지금봐도 진짜 후덜덜덜 거리네요..
맨투맨
13/09/30 01:11
수정 아이콘
곧 인시디어스2가 개봉할텐데...이것 역시 기대가 되네요.
Paranoid Android
13/09/30 05:51
수정 아이콘
공포영화보다 악마를보았다가 더 무서웠어요..
종이사진
13/09/30 07:26
수정 아이콘
무섭다기보다는 인상깊게 본 영화인데,
동양 문화권에서는 생각보다 그리 무섭게 받아들여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이 동양인이라 그런지 동양식 정서가 많이 보이더군요.
전설의 고향에 나올 법한 옛날 이야기 방식이라던가,
주온에서 나온 지박령+악령...
효과음도 전설의 고향틱하고.

서양쪽에선 신선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동양권에선 익숙한(=식상한) 부분인 듯 합니다.
13/09/30 08:50
수정 아이콘
서양 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동양식 정서를 서양 영화에 상당히 잘 버무렸기 때문이라
동양 관객들한테는 어필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겁니다.
단순히 소재를 끌어다 쓰는 식의 1차적인 동양적인 코드 활용이 아니라
관객 들었다 놨다 하는 능력이 탁월하죠.
그런데 뭔가 꽝 터져줬으면 할 때가 패트릭 윌슨이 엑소시즘을 직접 행할때인데
그 부분이 좀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tannenbaum
13/09/30 09:38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어떤 공포 영화를 봐도 무섭지가 않네요
어릴땐 전설의 고향만 봐도 이불 뒤집어 썼는데 어느 순간 비오는 깊은 밤 불 다끄고 혼자 공포영화를 봐도 시큰둥한 저를 보면 좀 아쉽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그럽니다
다윈님 말씀처럼 진짜 무서운건 이번달 전기요금과 카드 결제일이 되어 버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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