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의 남자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몇번 자리를 같이 했었는데..뭐 아주 친하진 않고 가끔 연락정도는 할수 있는 사이입니다. 왜 만나게 되었느냐는 짝사랑에 실패하고 고통받고 있다네요. 인물은 멀끔하게 괜찮게 생겼고 여자 후리고 다니게 생긴편이고 올해만 서너번의 고백을 여자에게서 받았다는데 아직은 꿈나무입니다. 현실은 정작 실패와 실패만 거듭하는 친구였습니다.



뭔가 조언을 해주고 싶긴 했었는데.. 여자친구앞에서 여자마음얻는 법을 강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정말 도움이 필요할때 여자친구 없는데서 한번 보자고 이야기했었어요. 그 이야기를 한게 지난주였는데 마음이 급했나보더라구요. 주말에 둘이서 비밀회담을 했습니다. 그 친구도 전형적인 짝사랑 테크를 밟고 이제 연락하지 말아줘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테크를 밟았을까요.




1. 그녀를 알게되는 단계.
동아리든 학과든 모임이든 동호회든 그녀를 처음 알게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에게 여자로서 매력이 있는 외모를 가진 여자와 아닌 여자를 어느정도는 구분해둡니다. 속칭 내가 느끼기에 충분히 괜찮은 여자들이 있죠. 그녀도 그 카테고리 속에 들어가 있었을겁니다. 저는 이 쪽 카테고리에 속해있다면 언제든지 남자는 연심으로 변심할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어째든 그렇다고 모두가 바로 짝사랑에 빠지지는 않지요. 여튼 여자친구도 없고 썸녀도 없는 그 남자에게 그녀가 위시리스트에 살짝 들어옵니다. 그렇다고 바로 구매를 하진 않구요.



2. 짝사랑의 시작.
예쁘지만 크게 관심없던 단계를 지나 그녀와 사적으로 조금 친해집니다. 그리고 그녀의 몇가지 모습을 보게됩니다. 뭐 숟가락을 놔준 모습일수도 있고 봉사활동을 가던 모습일수도 있습니다. 자기일에 열심인 모습일수도 있고 나에게 웃어주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을 계기로 마음은 급격히 증폭됩니다. '어차피 잘알지도 못하는여자 이뻐서 좋아하는거 아니야?' 라고 물어본다면 예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다른 이유가 있어요 라고 대답하겠죠. 근데 기실 이런 부분들은 이쁜 사람이 좋아 보이는 효과안에 대부분 들어옵니다. 사랑할 이유가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이유가 제공되어집니다.



3. 그녀를 위한 봉사.
그러면 이제 슬슬 사적인 만남을 하면서 은연중에 마음을 숨긴듯 아닌듯하면서 그녀를 꼬시기 위해 그녀를 위한 봉사를 시작합니다. (반드시 꼬시기 위해서는 아닐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그게 아니라도 시작된 직후 얼마되지 않은 짝사랑이 아닌 실제 연인이 되는 경우도 생기죠. 첫번째 탈출 찬스입니다만.. 여튼 여기서 탈출하지 못하면 쳇바퀴 속에 들어옵니다. 그녀를 위해 봉사하고 노력하고 그렇기 때문에 노력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투입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잃기 싫어지면서 현재의 관계를 깨기가 싫어집니다. 그렇기에 더욱 현재의 관계를 유지합니다. 자신은 한껏 세일하구요. 그녀를 유혹하기 위한 방법이 헌신 봉사 밖에 없으니(없다고 생각하니) 그녀를 위해 노력하고 그게 관계에 반드시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여성 역시 고맙게 받지만 받으면서 뭔가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아니 처음부터 느꼈지만 외면하고 있던 부분을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4. 관계정립 단계
그녀는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나는 연상이 좋아' 라고 이야기하며 나름대로 선을 그어보기도 하고(하지만 전혀 효율적이지 않은) , 때론 거리도 두어보고, 우린 친구지 라며 강조해보기도 하고 소개팅을 해달라고 이야기를 해보기도 합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냥 조용히 이 남자가 자신의 마음만 거두게 된다면 모두가 해피할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당연히 그건 아니죠. 남자는 본인의 세일 전략으로도 상대의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키지 못했기때문에 다음 전략을 준비합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Q. 당신이 B라는 회사의 주식을 샀는데 사자마자 일주일 안에 폭락해서 반토막이 났습니다. 어떻게 하실건가요.
A. 저의 경우에는 남은 투자금 박박 긁어모아서 B라는 주식을 더 구매합니다.

이렇게 주식투자를 하시는 분은 거의 없을겁니다. 근데 연애는 이렇게 하죠. 이게 틀린 투자법이라 이야기를 하는건 아닙니다. 속칭 물타기란 투자법도 있죠. 대망하는 일이 많아서 그렇지. 틀린 투자법이라는게 아니라 주식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 연애는 그렇게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거죠. 여튼 위험해지면 고백을 합니다. 여튼 두가지 무기중에 남은 하나거든요. '헌신과 고백'만이 본인의 무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여기서 고백이 들어갑니다.





5. 관계 마무리 단계
대부분은 거기서 거절 당하며 좋은 오빠,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좋은 봉사와 헌신을 했다면, 너와 만난다면 행복할텐데. 혹은 좋을텐데. 너와 결혼한다면 좋을텐데. 너란 남자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칭찬아닌 칭찬같은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릅니다. 병원에 입원하면 병원음식이 나오죠. 음식이 간이 안되어 있어서 정말 닝닝합니다. (극소수의 매니아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별로 안먹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먹어야겠죠. 그 병원음식을 먹을때면 이런 생각은 합니다. 별로 먹고 싶진 않지만, 이렇게 먹고 살면 건강해지긴 할텐데...... '병원 음식같은 남자'가 되는거죠. 그냥 건강할거 같은 생각이 들지만, 병원음식이 땡기거나 하는 일은 없어요.

'병원음식같은 남자'는 이제 친구와 썸의 중간쯤에서 해맵니다. 가끔 확인도 하려 들구요. 확인해봤자 수긍하지도 않을거면서 확인하려 듭니다. 이야기는 수없이 했습니다.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확인을 하려듭니다.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설득하려들지 수긍하지도 않을거면서요. 서로간에 피곤함과 야속함이 생겨납니다. 중국집에 가서 솔직하게 메뉴를 선택하라고 해놓고 짬뽕을 시키니 짜장면으로 설득하려 합니다. 그럴거면 왜 물어봐라는 생각이 절로 나오고 그 과정이 매우 피곤합니다.





6. 훼손.
현실적으로 그녀와의 좋은 관계는 글렀습니다. 사실 좋은 관계가 될쪽은 여기까지 안오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그녀의 가치가 본인안에서 훼손되기 시작합니다. 여우가 내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입니다. '저 포도는 신포도야.' 사랑에 빠질때와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에서 벗어날 이유가 필요한거죠. 내 생각보다 그녀는 천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내생각에 그녀는 이제 악마일지도 모르죠. 사실 처음부터 그녀는 천사도 악마도 아닌 그냥 사람이었을텐데요. 퍼주다보면 만만하게 보일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때론 이용할수도 있고, 고백을 해도 사람이 아까워 만날수도 있고,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도 보고 싶을수도 있는겁니다. 그런 행동이 나오면 막상 앞에서는 별말 못하지만 하나하나 모아둡니다. 그리고 그녀의 잘못으로 그녀의 가치를 훼손합니다. 그 훼손과정이 끝나면 사랑도 끝나지요. 그래서 오히려 그 뒤에 여성쪽에서 후회하고 연락이 와도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훼손과정이 끝나서 그녀는 더 이상 갖고 싶던 여자가 아니게 되거든요.






'헌신과 고백'만으로 그녀의 마음을 얻을수 없었다면, 본인의 방법이 맞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그때부터는 노선을 수정하든지 다른 여자를 만나든지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음식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게 그녀가 좋은 남자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어서도 아니구요.




병원 음식 좀 그만 멕이고 근처 편의점 가서 설레임 두개 사서 너도 하나 빨고 그녀 입에도 하나 물려주라고 그랬네요.









PS.
본인만의 짝사랑을 즐기고, 베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서 후회가 남지 않을분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 분들은 진정한 위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