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쓰기 대단히 망설여지긴 합니다. 제가 뭐 피드백이 좋은 것도 아니고 - 사실 잘 하지 않습니다, 고쳐야 할 점입니다만 - 그렇다고 멘탈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전 토론하는 게 겁이 납니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올해 무슨 마가 끼었는지 사회적 이슈가 그야말로 빵빵 터지고 있죠. 전세계적 망신거리부터 시작해서 정치 경제 스포츠 할 것 없이 무슨 이슈가 고구마 캐듯이 줄줄이 엮였던 게 근 며칠, 몇 달 사이의 일이었습니다. 유머게시판에 그러한 주제 자체가 올라가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님을 먼저 말해야겠네요. 엄연히 블랙 유머도 유머니까요. 헌데, 유머게시판 글들을 쭉 보다 보면, 블랙 유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자, 잘못한 사람이 여기 있다, 쿨타임 됐으니 까자 하는 느낌이 강한 글들이 보여요.

6년 전에 유머게시판 공지로 올라왔던 Timeless님 글(유게 통합공지 말하는 겁니다)의 "네거티브 방식" 3번 조항의 내용은, 대상비하글, 논쟁글, 선정적인 글을 금지하는 조항입니다. 아무리 사람이 잘못한 행동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익살스럽게 블랙 유머로 풍자하는 것과, 쿨타임 됐으니 까자고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봅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후자에 가까운 까자고 올리는, 즉 정도가 지나치고 아무리 봐도 유머로는 보이지 않는 글들입니다.

지금 유머게시판 보고 스포츠 탭을 찍어볼까요. 최근에 임찬규 선수 건으로 유머게시판이 그야말로 뒤집어졌죠. 분명히 임찬규 선수가 백 번 잘못했고, 대응도 안 좋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트위터에 남긴 글 또한 비판받아야 할 여지가 충분했죠. 비판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 이슈에 대한 몇몇 글들을 놓고 보면, 그러한 트위터 몇 줄 짤막한 걸 올리고, 사진을 올리고, 그에 대한 아무런 풍자나 유머도 없이 마치 현재 누가 트위터를 이렇게 올렸다더라, 어디서 캡쳐본이 올라왔다더라 하고 중계하는 듯한 글이 대다수입니다. 스포츠 탭을 찍어보면 제가 이번 사태에 대한 단체 불판글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유머글을 보고 있는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건 차라리 내용과 살을 더 붙여서 자유게시판에 작성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이슈 자체를 금지시키자는 게 아니에요. 다시 말하지만 블랙 유머도 유머입니다. 이러한 이슈 자체를 금지시키자고 주장하는 건 마치 "난 야구 싫어, 그러니까 유머게시판에 야구 올리지 마"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유머게시판에도 규정이 있고, 또 '유머'라는 목적이 있는 게시판이라면, 그게 끝내기 물벼락을 채찍에 비유한 정말 웃겼던 유머글이 되건, 아니면 썩소를 짓게 만드는 블랙 코미디건간에 그러한 유머와 풍자적인 요소가 있어야 정상이 아닐까요?

제가 보기에는, 현재 유머게시판의 몇몇 글들과 유머게시판의 규정은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비방에 대한 3번 규정도 있지만, 설령 비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8번 규정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 규정은 "자게 대용으로 유게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입니다. 최근의 트위터 멘션 퍼오기, 페이스북글 퍼오기, 사진 퍼오기 등 "현재 상황을 중계하는" 유머게시판의 글들이 제 눈에는 "자게 대용으로 유게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제 생각이 잘못된 걸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운영진 중 한 분께 쪽지를 드렸습니다. 적어도 이 글보다는 표현 수위가 높았을 겁니다. 해당 운영진 분의 답변은, 제가 이야기했던 내용에 십분 공감하고 있다고 하시는군요.



글을 정리해야겠습니다. 요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유머게시판에 유머와 풍자적 요소를 찾을 수 없는 비방글이 부쩍 늘어난 느낌입니다.
2) 설령 아무리 정당한 비판과 비난이라고 해도 유머적 요소가 없다면 자유게시판에 내용을 좀 덧붙여서 쓰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모두가 즐기자는 유머게시판이잖아요. 문자 그대로 즐기자고, 웃자고 들어가는 유머게시판인 만큼, 최근의 일련의 사건사고를 "풍자"가 아닌 "중계"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은가 싶어서 글을 써 봤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