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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28 13:35:37
Name 사과씨
Subject [일반] 이번 물벼락 사태로 배운 위기 관리 노하우
조직 논리가 강한 곳에 몸 담고 있고 감정적인 지지세력이 충분히 있다는 전제조건이 성립 한다면 적용해 볼 수 있는 노하우인 듯 합니다.
그냥 깔끔한 사과라는 최선의 방법이 있음에도 이런 루트를 타는 게 해괴 하긴 하지만 최신 트렌드인 것 같으니 벤치마킹 해야 할 것도 같습니다.
요약하면.

1. 누군가에게 빼도 박도 못할 잘못을 저지른다. (사건의 발단)

2. 우선 미적 미적 시간을 끈다. 바로 사과하면 지는 거임. 게다가 사과를 해버리면 나의 팬들이 결집할 구실 자체가 사라져 버리니까 사과하면 안됨.

3. 나에게 우호적인 팬들이 인지부조화에 빠져서 알아서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한 노이즈 전략을 구사해준다. 사실 궤변 밖에 안나오지만 다수가 되면 어쩐지 설득력이 생긴다. 뻔한 여론에서 변수가 슬슬 발생하기 시작.

4. 미적 미적 대처가 없는 것에 멘탈 붕괴된 상대방 조직의 과격파가 우리쪽을 과격하게 디스한다.얘들은 스스로가 당연히 정당하다고 생각하니 디스에 아주 거침이 없다. 나를 까던 애들은 환호하지만 내 지지자들의 전투력도 역시 동반 상승한다. 나쁠 것 없음.

5. 이 시점에서 나는 사과 비슷한 걸 하지만 여러가지 핑계와 변명과 구실을 댄다. 위에서 시켰어요~ 그 쪽도 왠지 기분 나빠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의도적인 건 아니었어요.. 등등. 일단 사과'같은 건' 했으니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팬들과 옹호자에게는 자신들의 생각을 정당화할 근거를 던져준다.

6. 팬들의 실드와 비판 여론이 더 크게 맞서면서 판은 커지고 상대방 조직은 더 거세게 여론몰이를 시도한다. 그 와중에 틀림없이 말실수를 하거나 무리수를 둔다. 얘를 들면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업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거나 하는 무리수 스킬이 대표적. 역공 포인트 포착. 사실 구린 구석이 없는 집단은 없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딨겠나.

7. 우리 조직 짱이 나를 커버쳐준다. 얘는 내가 시켜서 한거임. 잘못은 했지만 우리 조직 전체를 모욕한 놈들은 그냥 안넘어가겠음. 이제 더 이상 내 잘못은 중요 포인트가 아님. 나쁜놈은 순식간에 저 쪽이 됨.

8. 우리의 대응에 저쪽은 더 멘탈이 망가져서 더 강경하게 나온다. 더이상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대 조직의 문제로 비화된다. 이젠 나에게 우호적인 팬들 뿐 아니라 중립적인 관망자들까지 상대 쪽에 대해서 비판적인 여론에 가세하게 된다. 올레~

9. 이젠 우리조직 뿐 아니라 내가 몸 담고 있는 업계에서까지 지원 사격에 가세해 준다. 사과 얘기는 희미해지고 어느새 상대편은 우리 업계 전체를 모욕한 나쁜 놈이 되서 도리어 사과를 하고 있다. 그쪽 업계나 우리 업계가 파워밸런스가 기울어지는 명백한 갑을 관계라면 모르겠지만 비슷비슷한 수준이라면 이런 식의 역관광은 시간 문제.

10. 미션 컴플리트~ 이젠 이 일을 기억해주는 사람은 없음. 사람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이슈는 매일 매일 넘쳐남.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주니까 뭐. 물론 피해자도 함께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짐. 남는 건 그 사람의 상처지만 내가 알 바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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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rnoff
13/05/28 13:40
수정 아이콘
상당히 대중적인 방법이긴 하죠 흐흐
무검칠자
13/05/28 13:41
수정 아이콘
글쎄요. 이러다 망한게 티아라 아닌가요?
사과씨
13/05/28 13:44
수정 아이콘
음 티아라는 동종 업계 내에서의 문제라 니편 내편 편가르기 구도를 만들기가 어려웠던 것이 실패 원인이 되겠군요~ 게다가 왕따 문제는 실드 난이도가 너무 높기도 하고.
Smirnoff
13/05/28 13:45
수정 아이콘
티아라는 피해자 쪽이 꾹 참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무리수가 딱히 없었고, 몸 담고 있는 업계에서조차 이미지가 상당히 나빴으니 이 전략을 성공시킬 수 없는 케이스였죠. 크크
레알무리수
13/05/28 13:42
수정 아이콘
글쓴분의 닉네임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글입니다 크크크~~
Bayer Aspirin
13/05/28 13:49
수정 아이콘
아니 선발에게 위기가 생겼을 때 효율적인 위기 관리 노하우나 알아둘 것이지.
언플용 위기 관리 노하우라니..
이런 분식회계하는 벨리사리오 같은...
류현진의 방어율을 돌려줘~
레몬커피
13/05/28 13:56
수정 아이콘
국내 야구선수들이 좀 편하긴 하죠

국내 야구팬덤이 상당히 아이돌팬덤화된 면이 많거든요. 다른나라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아니였던거 같은데)
이미지들도 좋은편이고. 최정은 대놓고 팬 폭행을 하고서도 여전히 팬덤 사이에서는 소년장사니, 순수한 소년 이미지니까요

저야 남이 자기방식으로 좋아하겠다는데 태클걸 생각은 없는데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때 괴리를 느끼는 모습을 보면 웃기기도 하고
많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야구선수들은 야구만 아는 순박한 청년 이미지가 한 8~90%는 될듯....야구만 아는 순박한 청년..그럴리가요
어디 일본 야구만화에 나오는 열혈 야구소년들도 아니고요 크크

선수협도 그렇고...선수협이 뭐 대단한 정의집단인가요 이익집단이지 그리고 이익집단이라는게 이상한것도 아니고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인 면을 보여주는것도 당연한 거고요
알고보면괜찮은
13/05/28 13:59
수정 아이콘
사실 처음 바로 바로 제 때 사과만 했어도 이 사단은 안 났죠. 근데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뛰어가버리고(그것도 두번씩이나) 담날 오후나 되서야 사과한다고 하고(아무리 늦게 일어났다고는 해도 그렇지...)그 사과마저도 온갖 사족과 변명이 덕지덕지 붙어버린지라...
그날 바로 사과 했다면, 아니 그 전에 스탭이 말린 거 보고 안했으면 이런 소리가 안나왔죠.
13/05/28 14:08
수정 아이콘
군대에서 하아...이런데서 뭘배우냐 싶었었는데
딱하나 배운게 잘못했으면 좀 억울해도 숙이고 들어가는게 신속한 문제해결을 위해선 최고다 라는거였어요.크크 억울함이야 나중에라도 분위기좋을때 하소연하면 되지만 변명하는놈으로 낙인찍히면 그 이미지 털어내는게 쉬운게 아니죠.
사과씨
13/05/28 14:27
수정 아이콘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일단 사과할게 있음 깔끔하게 사과부터 하고 여타 문제는 따로 다루는게 맞을텐데 하물며 사건 발생한 시점에서 임찬규한테 억울한 부분 자체도 없었죠. 명백히 잘못했고.. 그냥 사과하면 되는 건데.
레몬커피
13/05/28 14:29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전에 간접 직장생활 체험하면서 크크

뭔가 잘못이 생기면 억울한부분이 많아도 그냥 닥치고 무조건 아무말없이 잘못했다하고 끝내는게 뭐로봐도 가장 깔끔하더군요
사건 발생 시점에 사과 외에 뭔가 다른말이 들어가는순간 이미지가;;
돼지불고기
13/05/28 14:37
수정 아이콘
크크크, 맞는 말입니다-_-a 고집(?) 대결 하면 짬 더 먹은 선임, 아니면 간부에게 질 수밖에 없습니다(?)
13/05/28 14:10
수정 아이콘
10. 미션 컴플리트~ 이젠 이 일을 기억해주는 사람은 없음
=> 현재 상황을 봐선 mission fail
밀가리
13/05/28 14:10
수정 아이콘
지는게 이기는 겁니다. 자존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는데, 팬층이 분열되고 있죠.
13/05/28 14:11
수정 아이콘
글쎄요..현재 상황은 임찬규 임탈이라도 시켜야 그만둘 기세던데.
사과씨
13/05/28 14:29
수정 아이콘
뭐 어제 오늘 야구 시작하면 여론 금방 잦아들거라고 예상됩니다. 결집됬던 야구팬들이 각자의 팀으로 돌아가서 자팀 선수 까기 바빠지겠죠.
13/05/28 14:30
수정 아이콘
하지만 정지훈이 강림하는데...
13/05/28 14:13
수정 아이콘
시간을 2일 전으로 가장 돌리고 싶은건 임찬규일텐데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흘러온건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사건 터지자 마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을 겁니다.
13/05/28 14:23
수정 아이콘
자 이제 타임머신만 만들면 되겠군요... T.T
후란시느
13/05/28 14:30
수정 아이콘
지금 문제인게 임찬규가 사과의 의지가 있는지, 정인영이 그걸 받아줄 의사가 있는지 등을 떠나서 주변에서 넌 일단 가만있으라면서 붙잡고 있는 모양새라서 말이죠...그 때 사과를 어떻게 했어야 했다라는 것을 떠나서 이제 해결 방법은 정인영 측이 적당히 사과를 받아주는 모양으로서 마무리를 짓든가, LG가 임탈까지는 아니더라도 임찬규를 2군에 내려보내는 등의 자체 징계를 하고 KBSN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면서 마무리되는 정도라고 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시간이 약일 듯 한데, 예전에 퍼거슨과 BBC간의 관계마냥 오래가는 것도 뭐 재미라면 재미겠습니다만 그런건 우리나라 정서하고는 아무래도 안 맞을테니...
13/05/28 14:45
수정 아이콘
정인영이 사과를 받아주기가 또 뭐한것이...
지금 자신의 상급자(?)라고 볼수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지금 여기서 정인영이 쉽게 사과를 받아주게되면 정인영은 맘씨좋은 분에 이름도 알리고 이미지도 좋아지고 참 좋겠지만..
그러면서 바로 상대적으로 여태까지 야구계에 쓴소리했던분들은 바보가 되어버릴수 있기에..
13/05/28 14:58
수정 아이콘
진짜 치킨레이스가 되어버렸고, 개인적으론 LG구단주나 사장이 KBSN 사장이나 국장을 찾아가서 마무리 해야될 단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이쪽에서 불이라도 그만때어야 연기가 그만나죠.
저글링아빠
13/05/28 15:52
수정 아이콘
설마요. 여기 대한민국인데..
선수 상대로나 엘지 상대로나 방송국이 먼저 숙이겠죠 결국..
13/05/28 15:38
수정 아이콘
요약하여, 모두 패배하기 군요.
Baby Whisperer
13/05/28 15:45
수정 아이콘
불현듯 이게 죄수의 딜레마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기는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 행동하는데 그런 개별주체의 행동이 모이니 모두 패배하는 사태로.
사과씨
13/05/28 15:52
수정 아이콘
피해자는 제대로된 사과도 못 받고 특정 집단에게 오히려 문제의 원흉으로 백안시되어 더 큰 상처를 받게될 것이고.
가해자는 아무리 당장의 사건이 기억 속에서 흐려진다고 해도 부정적인 인식이 해결되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문제.
가해자가 몸담은 조직은 당장 조직논리에 따라 내 새끼는 확실히 챙겼다는 자긍심(?)같은 걸 챙기고 결속력이 강화 됬을 진 몰라도 평균 이하의 사회의식을 가진 몰상식한 집단으로 낙인 찍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손해.
피해자가 몸담은 조직은 괜한 구설수에 휘말려 상대의 여론몰이에 의해 원치 않은 실수를 하거나 치부가 노출되어 쓸데 없이 평가가 하락되어 손해.
가해자의 팬은 감성에 휘둘려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옹호 논리를 펼치다가 까를 양산하는 빠집단으로 낙인 찍혀서 손해...
상식적인 선에서의 가해자의 비판세력은 뭐하나 생각했던 대로 해결되는 게 없는 현실에 집단 멘붕.

맞습니다. 모두 패배하기네요.
아우쿠소
13/05/28 17:31
수정 아이콘
이미 공이 너무굴러가서 최초 피해자 가해자는 이미 안중에 없어졌죠 ..

제발 사과할때는 사족 빼고 ...

애초에 물벼락사건 이후에 인터뷰 끝나고 바로 가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면 나중에 트윗으로 사과받았어요 ~~ 이러면서 그냥 헤프닝으로
묻혔겟죠 .. 애들 싸움에 때린 남자애가 변명하는 하는동안 빈정상한 여자아이쪽 삼촌이 가정교육이 어찌된거요 하니
남자애 부모님이 뭐 그래 일단 잘못은 했다 근데 너도 가정교육 운운하는건 개념이 안드로메다 아니냐 ? 이러다 할아버지 할머니 다나온거죠 .ㅡㅡ.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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