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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28 16:41:37
Name 달달한고양이
Subject [일반] 그 오빠 이야기

안녕하세요 달냥이입니다.
오늘 피지알이...저의 피지알이 아니네요....운영자!!! ㅠ_ㅠ 를 외치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어헣
날씨도 그렇고....오늘따라 그 오빠가 생각나는군요.

감정몰입을 위해 진지한 필체로 써 보겠습니다.



**
지금으로부터 한....6년 정도 된 이야기이다.
대학생활의 낭만 중 하나인 조별모임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조는 제법 돈독해서 과제도 다같이 열심히 했을 뿐 아니라 수업이 끝난 후에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이것은 그 중에 하나였던 한 오빠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단둘이 만난 적은 거의 없고 다같이 볼 때 자주 보던 오빠였는데 뭐 키도 크고 훈남이었다.
그런데 처음 봤을때부터 서로에게 이성친구가 있었기 때문인지 썸을 타는 사이로는 둘다 영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많이들 얘기하는 편한 오빠 동생 사이로 기분좋게 지낼 수 있었다.

어릴 적 나는 첫 연애사가 참 길고도 처절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나쁜 남자에게 징하게 휘둘리는 상황이었다.
그럴 적마다 하소연하고 얘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좋은 오빠였다.

길고 긴 첫 연애를 겨우 마치고 한참 힘들어 하고 있을 때쯤 오빠가 나에게 소개팅을 제안해주었다.
상대는 군대에서 알게 된 선임. 카츄사에 다니던 그 오빠의 바로 위 선임인데 사람이 참 괜찮다는 것이다.
'뭐 편하게 보는 친구처럼 생각하면 되지 뭐 만나봐~'

난생 처음 하게 된 소개팅. 들은 대로 인상이 좋고 재미난 사람이었다.
평소에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사람이 워낙 괜찮고 착해보여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몇번의 만남 끝에 사귀기로 했다.

그 오빠는 선임이 완전 신나한다고 하면서도 생각보다 너무 빨리 만나는 것에 조금 걱정스러워했다. 내 지난 연애사를 아는 탓이리라.

나에게 잘해주는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란 마음으로 시작한 연애.
하지만 나는 조금씩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월등한 운동실력을 가진 그는 포상휴가를 자주 받았고 생각보다 정기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었는데
전 남자친구를 근처에서 자주 보는 입장이던 나에게 새로운 남친의 정성은 과분한 것이었다. 내마음이 아직도 정리가 덜 된 것이었다.

하루 저녁 술을 마시고 일찍 잠이 들었던 새벽, 아침에 깨어나 수십번 찍힌 부재중 통화를 보고 그만 질려버렸다.

헤어지자고 하자.

하지만 이윽고 엄청난 갈등이 시작되었다. 새로 만난지 한달이 막 된 상황.
문득 그 오빠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너무 갑자기 시작하는 거 아냐...뭐 너만 좋으면 되지만.'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그럼 그렇지...바보같이 일을 벌렸구나 싶었다.
일단 남친에게 아파서 일찍 잠들었다고 해놓고 학교도 못가고 고민을 시작했다.

마음이 식어버린 사람에게 더 상처를 줄 순없지, 내가 연기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금세 티가 날텐데...

그치만...어후...민망하다...게다가 선임이라는데 내가 이런식으로 끝내버리면 엄청 갈구는 거 아냐....

남자애들에게 들었던 군대담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선임은 하늘이라는데...나같은 애 소개시켜줬다고 뭐라고하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그래도 마음이 안 가는 걸 어쩌나.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헤어지기로 작정했다. 단, 소개시켜준 오빠에게 미리 얘기하기로 했다. 마음의 준비를 시켜아지...;;
11시가 갓 넘은 시각.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다.

뚜루루...뚜루루...

'어 여보세요?'
'어 오빠~ 잘 지내시죠?'

어색하게 통화를 시작했다.

'그렇지 뭐~ 뭐야 이시간에?'

아우 민망해라. 오빠가 소개시켜준 그사람이랑 헤어지려구요...란 말이 차마 안 떨어졌다. 너 그럴 줄 알았다 난리겠지. 선임이라는데 아오 엄청 갈굴거라고 하겠지.

'어우 오빠...어째요 죄송해요...어우...ㅠ_ㅠ'

차라리 얼굴을 보면 그냥 말을 하겠는데 차마 '저 그오빠랑 헤어질거예요' 라는 말이 안나왔다. 오글거리고 민망하고...

'아니 뭐가 죄송해? 뭔데?'

'으..그게...어헣...'

민망함에 말이 안나온다. 잠시 후 오빠가 눈치를 챈 듯 말했다.

'어 너 설마 그일이야?'

구원의 손길이다.

'...네 그니깐요...죄송해요...그치만...'

말이 풀리겠다 싶어 이때다 하고 던지려는 순간.

'야야 안되지~ 그건 안돼~'

헙...ㅠ_ㅠ....

역시 곤란한 거구나. 선임이 무섭다더니...

'그치만 저도 안되겠는데 어떻게 해요 엉엉'

아무리 그래도 난 더이상 그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이미 마음이 떠났는데 어쩌란 말인가.

'야 그래도 안돼 곤란하단 말야 ㅠ_ㅠ'

'그건 그렇겠지만 그래도 힘들단 말예요 ㅠ_ㅠ'

우린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며 대립했다.

문득 오빠가 말했다.

'야 우리 같은 얘기하는 거 맞지?'

'그럴거예요...에휴....'

'어휴....;'

내 머릿속은 온통 이 오빠를 어떻게 설득하는가로 가득 차 있었다. 그치만 설득같은 거 알게 뭔가. 나는 결국 폭발했다.

'그치만 도저히 더 못 만나겠어요~뭐라고 하셔도 몰라요 얼굴보는 것도 자신이 없단 말예요~!"


그 후 정적.

'어....?'


그리고 심히 당황한 목소리.

'...아..아아 그 XX 얘기???'

'(벙~쪄서) ...네....그럼 무슨 얘....기...'

'아 아아아아아 으으하하하 난 난 또오...아....헤어져 헤어져 그럼 니가 싫다는 데 헤어져야지~!!'



알고보니 그 오빠...내가 자기한테 고백하는 줄 알았다고.....

마침 자기 여친이랑 여행 와 있는 중간에 받은 전화인데 너무 당황했다며....

잠시동안 '그래 얘도 나쁜 앤 아닌데..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하고 고민했다고....

'혹시 설마 날 좋아해서 날 통해 소개팅을 받아놓고..혼자 고민하다.... 결국 이렇게 전화했구나...'라며 안쓰러웠다며.......

난 모처럼 배가 찢어지게 웃을 수 있었다.




지금도 이 오빠를 만나게 되면 '역시 안되겠죠..?' 와 '우리 같은 얘기 하는 중인거 맞죠...?' 를 시전하며 놀림.

(참고로 조모임 사람들에게 다 얘기해서 같이 놀림. 오라버니 미안.)


그리고 그 착한 선임님은 좋은 여친님을 만나 알콩달콩 하신다는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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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루인형형
13/05/28 16:4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오늘 자게 흥하네요.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1
수정 아이콘
오늘 무슨 날인가염? 크크크크
레지엔
13/05/28 16:45
수정 아이콘
에 그러니까... 여초사이트 글이네요. 내가 아는 피지알이 아냐!(..)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1
수정 아이콘
저는 여초사이트인 것을 확인하고 가입했는걸요 +_+??
Siriuslee
13/05/28 16:45
수정 아이콘
자 이제 여기에 줄 서실 PGR 회원들이 있다에 50원 겁니다.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1
수정 아이콘
500원은 안되나요...ㅠ_ㅠ.....
13/05/28 16:49
수정 아이콘
(오늘은 이만 나가서 놀아야겠다......)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2
수정 아이콘
비가 오잖아요 이런 날은 피지알과 함께!
이번에도 막줄이 문제인가요....
트릴비
13/05/28 16:5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재밌네요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2
수정 아이콘
잊을 만 하면 제가 다시 상기시켜주곤 합니다....크크
Cazellnu
13/05/28 16:50
수정 아이콘
무언가 적고싶은 말이 가득인데 회의소집하네요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2
수정 아이콘
돌아오셔서 꼬옥....
민머리요정
13/05/28 16:53
수정 아이콘
음, 퇴근할 시간이 된거 같은데.... 어디보자...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3
수정 아이콘
오늘 하루는 피지알과 함께라서 외롭지 않았슴다
좋아요
13/05/28 16:57
수정 아이콘
중요한 얘기를 빼먹으셨네요. 그래서 지금 솔로시라는겁니까 커플이시라는겁니까.
Walk through me
13/05/28 17:03
수정 아이콘
솔로여야 피지알이죠.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3
수정 아이콘
Walk through me님 그럼 아까 글로 아이덴티티를 부정하신 겁니까!!!
Walk through me
13/05/28 19:04
수정 아이콘
유부남은 커플이 아닙니다. 크크
달달한고양이
13/05/28 22:50
수정 아이콘
....아....(묘하게 수긍해버렸다....)
당삼구
13/05/28 17:02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당삼구입니다. 진심으로 지금 솔로시라면 저를 한번..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4
수정 아이콘
아직 우린 서로 모르는 게 너무 많...-////-....
당삼구
13/05/28 23:16
수정 아이콘
지금부터 서로를 알아보며...,ㅡ////ㅡ..
달달한고양이
13/05/28 23:39
수정 아이콘
으잌 크크킄
Neandertal
13/05/28 17:02
수정 아이콘
왠지 글 쓰신 님은 별로 훈훈하지 않은 것 같다에 돈을 걸고 싶네요...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4
수정 아이콘
에어콘을 껐더니 이제 좀 훈훈해지...응 ㅠㅠ??
13/05/28 17:18
수정 아이콘
세상은 참 아름답고,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차있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실거리고

이 아름다움 모두 피지알 안에 있으니 행복하지 아니한가~

솔로든 커플이든 우리는 이곳 피지알 안에 있으니 행복하지 아니한가!!
달달한고양이
13/05/28 17:24
수정 아이콘
얼쑤~자 이제 k` 님 차례....
13/05/28 17:32
수정 아이콘
내용은 일단 훈훈하군요,
일단 500원 걸고봅니다?!
달달한고양이
13/05/28 22:51
수정 아이콘
받고 500원 더!!!.... 아...이게 아닌가요...
저글링아빠
13/05/28 17:42
수정 아이콘
여친이랑 여행 와 있는 중간에 받은 전화인데 너무 당황했다며
그리고 그 착한 선임님은 좋은 여친님을 만나 알콩달콩 하신다는

야.. 이건 뭐 글의 본 흐름은 이래야 내 피지알 답지!!이지만 중간중간 부비트랩을 파놓는 신종 기법이군요??
달달한고양이
13/05/28 22:51
수정 아이콘
가만히 읽다보면 읭?? 하는 글이지요...크크
불량품
13/05/28 17:59
수정 아이콘
커플이.. 커플이.. 피지알을 점령한다....
달달한고양이
13/05/28 22:52
수정 아이콘
가끔 이런 날도 있습니다....크크
나루호도 류이
13/05/28 18:01
수정 아이콘
이런.. 자꾸 이러시면 저도 비장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응?)
달달한고양이
13/05/28 22:52
수정 아이콘
완전 기대하고 있겠슴다!!!!
13/05/28 18:08
수정 아이콘
피쟐은 정말 여초싸이트였던것일까요?
13/05/28 18:35
수정 아이콘
http://58.120.96.219/pb/pb.php?id=humor&no=75051
여초사이트 맞아요. 흘흘...
달달한고양이
13/05/28 22:53
수정 아이콘
제가 그거 확인하고 안심하고 가입했답니다...크크
키르아 조르딕
13/05/28 21:15
수정 아이콘
자 여기 아깽이를 함께 귀여워해줄 늑대 한마리가 있습니다만.
달달한고양이
13/05/28 22:54
수정 아이콘
ㅠㅠ 늑대는 무서워요...흐흐
이드니스
13/05/28 21:31
수정 아이콘
글이 참 달달하내요~
방금 꽈배기로 빙의한 이쁜 커플때문에
전철 구석으로 밀린 제 마음 처럼 달달해요^^
달달한고양이
13/05/28 22:55
수정 아이콘
아 근데 전 왠지 눈물이 나네요.....이드니스님 힘내세요 ㅠㅡㅠ
Paranoid Android
13/05/28 22:56
수정 아이콘
너무달아서방법당할것같네요!!
왜내맘에쏙들지않는사람은 날맘에쏙들어하는가에대한 연구가필요한시점이군요..
달달한고양이
13/05/28 23:00
수정 아이콘
뭔가 추억의 표현이네요 방법...크크
Paranoid Android
13/05/28 23:04
수정 아이콘
고양이에 꿀발라논듯
달달한고양이
13/05/28 23:39
수정 아이콘
왜내맘에쏙들지않는사람은 날맘에쏙들어하는가에대한 연구가필요한시점이군요..(2)
논트루마
13/05/29 00:31
수정 아이콘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좋아하니까요.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면이라도.
불량품
13/05/29 02:23
수정 아이콘
절 마음에 쏙 들어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이 댓글은 무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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