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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06 02:41:45
Name sungsik
Subject [일반] 제갈량과 유선의 대사면

반말체는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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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사후 촉한의 계보는 기본적으로 이렇다.


제갈량 - 장완 - 비의 - 강유이다.
다만, 강유의 경우 그 전의 세사람처럼
군권과 정치권을 모두 섬렵하지 않았기에 좀 다르게 여겨야하지만,
기본적으론 이게 보통으로 여기는 촉한 수장의 계보다.


여기서 눈여겨야 할 것은 제갈량의 경우는 승상의 지위에 있었지만,
촉은 멸망할 때까지 승상의 지위가 공석으로 남겨져 있었다.

이는 위나 오와 아주 다른 부분인데 제갈량 사후 30년 가까이 국가가 이어졌음에도
승상을 공석으로 두었다는 건 촉이란 나라에서
제갈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았었는지를 보여준다.


각설하고 저 계보에서 유선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 것은 장완 사후 부터인데,
이 때부터 그 전과 다른 양상이 하나 나타난다.

바로 '대사령'이다.
사령이란 사전을 공포한다하여 어떤 기념일이나
경사가 있을 때 죄인들을 풀어주는 일이다.
보통 '사면'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대사면이 유선이 정치에 관련한 이후 거의 매년 일어난다.
손권의 경우에도 집권말기 대사면을 빈번하게 선포한다.

이는 제갈량 집권 때와 아주 다른 부분이데
제갈량 집권시 그가 가장 피하던 것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대사면을 내리지 않는 것과
두 번째는 연호를 고치지 않는 것이다.


나라가 망국의 길을 걸을 수록 대사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국가가 내부적으로 약해진다.
그렇기에 제갈량은 주위에서 사면에 너무 인색하다고 할만큼
사면을 쉽게 내리지 않았다.


현대 정치에서도 사면이란 것이 종종 일어남을 보았을 때
2천년전에 이미 그는 사면의 부정적인 부분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했다.


또 하나 그가 하지 않은 것이 년호를 바꾸지 않는 것이다.
년호를 바꾼다는 것은 그 국가가 국가로서의 존엄성등을 다시 세우겠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데 요즘으로 따지면 정치권의 정당 이름이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의 주석을 단 배송지의 경우 사면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연호를 바꾸지 않은 것은 부정적으로 본다.

제갈량 때와 200년후의 인물인 배송지의 시각에도
연호를 바꾸는 허례의식을 긍정적으로 보았음에도
제갈량은 국가의 결속력을 다지는데
의미가 없는 연호를 바꾸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어쩌면 연호를 바꿀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사령을 막고자함으로 볼 수도 있을 것같다.


이는 오히려 당시보다 현대의 시각에서 높히 살만한 부분인데,
현대에 정당이 아무런 이유없이 정당명을 바꾸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이 정당을 보는 시각이 바뀌는 너무나 단순한
중우정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대 정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보다 훨씬 앞선 인식을 보인
제갈량으로부터 우리가 분명히 배워야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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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06 02:58
수정 아이콘
현대사회에서라면 잦은 사면이 단순히 최고 집권자의 인기를 끌려는 방법에 지나지 않겠고; 또 그런 사면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사실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엔간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 사면이란 얘길 해봐야 전혀 관련이 없을테니까요;;
다만 촉한과 같은 중국 고대의 사회에서 사면을 통해서 정말 죄가 없는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는 확률이 적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드네요;
그 사면이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지만요; (법집행이 엉망이라면 사면또한 뇌물같은 편법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겠죠;;)
참 어려운 문제고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09/10/06 03:37
수정 아이콘
atsuki님// 근데 고대 사회일 수록 대사면때 나쁜 놈들만 뇌물써서 풀려나고 정작 죄없는 사람들은 못풀려날 것 같은 기분이...
09/10/06 08:50
수정 아이콘
제갈선생님은 역시 본좌 맞군요..우왕 >.<
OrBef2님// 고대 사회는 확실히 현대 시각으로 보면 막장 of 막장이죠..;
요즘 사회에도 빽이니 뒷돈이니 하는게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데..
그 옛시대에 능력만으로 사람을 기용한 조조나 인덕으로 사람을 다스린 유비가 새삼 대단하군요..
BoSs_YiRuMa
09/10/06 09:10
수정 아이콘
현재의 대한민국에 제갈량같은 인재가 나타난다면 과연 제대로 된 치국을 할수 있엇을까요?
..음.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갈량이 다시 살아와도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만;;(너무 부정적인가요;)
키큰공도리
09/10/06 09:40
수정 아이콘
와, 신선하고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긴 하지만, 삼국지와 접목되니 참 이해가 잘되고 재밌네요.
으흐흐, 다른 사례는 더 없을런지 궁금합니다 - 사면 & 연호 변경 or 정당 이름 변경
09/10/06 12:07
수정 아이콘
BoSs_YiRuMa님// 일단 2MB이 제갈량본좌를 세번 찾아갈까 의문이 드네요. 그냥 지 친구 고용할 듯.
09/10/06 12:13
수정 아이콘
Utopia님// 제갈량 본좌같은 사람이 만약에 나타나서 입바른 소리 두번만 해도 이미 본좌는 직장에서 쫓겨나서 개털이 되겠죠.
DeepImpact
09/10/06 14:12
수정 아이콘
제가 잘못알고있었나요?
제갈량 사후 장완이 승상직을 승계받은걸로 알고있는데요;;;
장완사후 승상직이 공석이었던걸로;;
09/10/06 14:42
수정 아이콘
DeepImpact // 장완은 승상직을 승계받지 않았습니다.
제갈량 사후 상서령이었고 대장군 - 대사마를 지낸뒤 죽었죠.

BoSs_YiRuMa // 시대가 다르다보니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하여
같은 결과를 내긴 힘들겠죠. 다만, 인간 그 자체의 능력과 성품을 닮으며
현시대에 맞는 정치를 하는 정치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edric Bixler-Zabala
09/10/06 16:30
수정 아이콘
제갈량은 법가의 숭배자였기 때문에 대사면 같은 선심성 정책과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대사면이 필요할 만큼 제갈량 생전의 촉 내부 사정이 불안한 것도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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