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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2/03 01:21:54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일반] [잡담] 좋좋소 블루스 - 직원도 남다른 좋좋소


백수를 끝내야 하는데 지원한 곳들은 연락 없으니.. 허한 맘에 자기 계발을 위해 여돌 직캠 영상 몇 개 보다가

스몰토크에 어울리는 주제가 생각나 글쓰기 창을 열어봅니다.




저는 이른바 대기업, 중견기업엔 다녀 본적이 없는 삶의 대부분의 수입을 좋좋소를 통해 번 좋좋소 고인물 입니다.


보통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좋좋소러들끼리 모이면 서로 자기회사를 비하하고 희화화 하며 놀기 마련인데 저는 그래도 운이 좋아 제가 다녔던

곳들 중엔 좋좋소 밈에 등장할 곳들은 없어서(그래도 월급 잘 줬으니..)  그 안에서 있었던 아직도 쇼킹한 에피소드 하나 공유하려 합니다.





때는 한 10년 훨씬 넘은 것 같네요. 제가 다니던 회사는 20대~30대 초가 주력인 회사였습니다. 직원은 뭐 사장님 포함 다해서 10명 좀 넘는?

조그만 회사에 그래도 팀도 나눠져 있고 했지만 비슷한 또래들이라 자발적으로 회식도 많이 하고 그래서 꽤나 사적으로 친했습니다.

뭔 대리님, 뭔 주임님, 뭔 과장님으로 불러야 한다고 회의 때 그렇게 한 소리를 들어도 백날 천날 형형 소리가 난무하는 곳이었죠.
(그래도 밖에선 새지 않았습니다.)



업무가 전공 지식이 필요하거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디자인 팀을 제외하고 필드에서 뛰는 이른바 1팀, 2팀, 3팀의 직원은

알음알음, 소개소개, 친구친구의 전형적인 좋좋소 충원방식을 따랐습니다. 성실하고 체력 좋고 꼼꼼하면 더 좋은? 그 정도면 됐거든요.

말귀 잘 알아 먹고..


1팀은 차장님 - 직원A(우리 회사에 일감 주는 회사의 막내 사원이 자기 친구라며 소개해서 꽂음)

2팀은 부장님 - 과장형 - 나 - 내 소개로 들어온 동생

3팀은 부장님(사장님 친형) - 차장님 - 과장형B  인데 사실상 지원 팀이라 여기 저기 불려 다님

외에 관리부장님 - 경리 사원 그리고 디자인팀 4명? 이 정도가 편제 였습니다. 부장님 차장님 제외하곤 다 30대 초반 이하였었죠.




인원이 얼마 안되니 점심 시간엔 외근 중인 사람 제외하고 우루루 가서 먹곤 했습니다. 삘받으면 낮술도 하고..(아 이게 좋좋소네..)





문제의 그날 직원A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1팀 차장님이 좀 말 안 이쁘게 하는 스타일이라 회사 마당발이자 확성기인 과장형B한테

왜 A 안나왔냐고 물으니 조심스럽게 작업 창고 쪽으로 데려가 국가 기밀 발설 하듯이 조심스럽게 말하더군요.





A의 여동생이 어젯밤에 뺑소니 사고로 죽었다고...

헐.......... 했습니다.





오전 중에 관리부장님이 직원 한 번 소집하시더니 공식적으로 말씀 하시더라구요. 오늘 새벽에 연락 받았다. A의 여동생이 뺑소니 사고로

간밤에 죽어서 A는 고향에 내려가는 길이라고..(서울에서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 멀어서 따로 다같이 조문을 갈 수 없으니

자기(관리부장님)와 과장형B 둘만 대표로 내려 갈거라고 하더군요. B형은 평소에 A랑 사적으로 친하기도 했고 관리 부장님은 운전할 사람이

필요하니 둘만 가는게 맞아보였습니다. 사장님이 A충격이 클거라 기한없이 쉬다 오라 했다고 다시 오면 직원들이 잘 위로해 주라고도 하셨습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시기가 아니라서 다들 그 자리에서 위로 문자 하나씩 보내고 충격을 먹은 채로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근데 이런 쇼킹한 일이 터졌는데 일이 될 리가 있나요 좋좋소가... 다들 네이트온 하는 소리만 타닥타닥 타닥타닥..하다 점심 먹으러 갔습니다.



주제는 뭐 하나죠. A씨 여동생 몇 살 이라고 그러지 않았냐 너무 어린데 무슨일이냐 이게, 그거 범인 왠만하면 잡지 않냐, CCTV 없는곳 없지 않냐

내가 저번에 들었는데 A 시골 완전 깡시골이라 없을거다. 그거 못잡으면 억울해서 어찌냐, A도 그렇고 부모님은 어쩌냐 등등

A가 돌아오기까지 1주일 내내 우리의 주제는 이 하나 였습니다. 다음날 부터는 특히 상갓집 다녀온 과장형B에게 온갖 질문세례가 쏟아졌죠.

평소에 그 말 많고 남 얘기 좋아하던 B형은 뭔 좋은 얘기라고 하냐고 이미지 답지 않게 말을 아끼더군요.

1주일이 지나 A는 출근했고 젊은 직원들은 딱하긴 하나 뭐 어떻게 위로해줄지 몰라 어버버 하고 부장님 급들은 그냥 등 한번 토닥여 주시고

했습니다. 그 말 안 예쁘게 하고 까탈스러운 1팀 차장님도 직속 직원이라 그런가 눈치를 보는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바쁜 회사 생활을 하던 어느날, 우리팀 과장형과 외근을 나가던 길이었습니다. 이 형은 참 사람 잘 챙기는데 앞서 기술한 B형에 꿀리지 않는

유명한 확성기인 사람이었죠. 운전하는 옆에서 똥매려운 강아지 마냥 이리 꼬고 저리 꼬고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습니다.

혼자 뭐 아잉엣훜 발광을 하더니 어렵게 입을 떼더라구요. 너 A일 들었냐고? 그래서 제가 범인 잡았어요? 했더니 아 너 B형한테 못 들었어?

이러는 겁니다. 네? 뭘요? 했더니 혼잣말로 아 B형 진짜 나한테만 말했구나 하면서 엄청 선심 쓰듯이 그래 언뜻 유재석이는 입 무거우니까..

너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알았지? 하더라구요. 네~~ 뭔데요? 했지요..




사고 다음날로 돌아가... 먼길을 운전해서 다녀와야하니 관리부장님과 B형은 조금 일찍 퇴근했습니다. 사장님께서 전달하신 조의금 봉투를 받고.

근데 내려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를 몰라 출발을 못했었죠. 알만한 사람이라고 생각난게 우리 회사에 A를 꽂은 거래처 직원이

생각나 그 친구에게 연락해 봤답니다. 친구는 자기가 확인하고 연락 준다 해서 일단 그걸 믿고 고속도로에 올라탑니다. 퇴근 시간 걸리면

서울 빠져나가기 빡세니까요. 일단 행정구역 까지는 아니까 그 방향으로 달리면서 거래처 직원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더 달렸을 때, 거래처 직원에게 연락이 옵니다.












『저 부장님... A가요.. 어제 술 많이 먹어서 술병이 난건데, 출근을 못할것 같아서 술김에 핑계 댄다고 댄게 그런 거짓말을 한거라..

지방이라 아무도 못 올줄 알고 거짓말 했나봐요..내려오신다니까 지금 겁나서 ...』

??

????


?????



????????



????????????????


『B야, 차 돌려라.. 집 가자』






라는 사연이었던 것입니다. 부장님은 그래도 보고를 해야하니 사장님에게만 말씀드리고 회사에선 사장님 포함 그렇게 셋만 묻어두려했지요.

A의 불행이라면 그 자리에 B형이 껴있었다 는거... 사안의 심각성이 보통이 아닌 건 B형도 알아서 그 확성기가 전원 끄고 살려고 했는데..

몸에 두드러기와 발진, 기침, 몸살이 나는데 어쩌겠습니까 말해야지.. 하필 그게 또 성능 좋은 확성기여서 제 귀에 까지 들린 것이죠.

저도 듣다가 육두문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복귀하고 한 1주일 기 죽은 모습도 연기였다 생각하니까 더 나오더라구요.



사실 좋좋소라 술먹고 지각이나 도저히 못나갈거 같아 연락하면 아오 이 색히야 해장하고 쉬어라 아니면 그래도 오후에는 나와라 이렇게

넘어가고 마는 곳인데 거짓말 할게 없어 가족을 팔아? 아픈것도 아니고 죽여? 라고 생각드니 그 이후론 인간으로 보이지 않더군요.






그 해 연말에 워크샵에서 롤링페이퍼 하는데..(와 이것도 좋좋소네...) 제 손에 들린 A 롤링페이퍼에는 위로와 격려에 말이 가득했지만

저는 구석탱이에다가 "다 알고있다." 라고 적고 말았었죠.




회사는 몇 년 지나 망했고(이게 좋좋소지..) 다들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한 몇 년은 다들 몇 달에 한번 은 모여서 옮기 회사 이야기

새로 생긴 연인 이야기 등등 자주 모임을 갖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비밀 오래 가더 라구요. 한참이 지나 서야 그날의 스토리가 공개 되었습니다.

다들 놀라는 와중에 또 놀라는 포인트 중 하나는 B형이 그렇게 입이 무거웠냐는 것이기도 했구요.




A는 한참이 지나 온라인 청첩장을 보내더라구요. 대단한 멘탈이라고 칭찬하며 쌍욕 박았습니다.



읽으면 본인 인줄 딱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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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츠야
24/12/03 02:45
수정 아이콘
대단하네요. 그냥 혼나고 말지 동생을 그것도 뺑소니 사망으로...
재이소이
+ 24/12/03 07:26
수정 아이콘
좋좋소의 장점이 말한마디면 해결되는데

그말이 거짓말이 너무 심했네요... 동생을 사망으로 팔다니요..;;;
강동원
+ 24/12/03 07:46
수정 아이콘
저도 철없던 시절 출근하기 싫어서 잠수탔다가 변명거리 짜낸다고 머리 열심히 굴려 봤는데...
제가 윗사람 되고 보니 앵간한 건 다 보이더군요. 그러려니 하고 넘겨준 과장님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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