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S vs VCS 미드 시즌 쇼다운의 최종 승자는 PCS의 새로운 맹주 탈론 이스포츠였습니다.
한국인 선수 (리버, 캔디) 와 코칭스태프가 소속되어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캔디는 챌코에서 CJ 엔투스의 최후를 함께한 마지막 멤버 중 한 명이기도 하고, G-REX의 미드라이너로서 LMS 무대에서 활약해 온 선수. 리버는 Baby라는 닉네임으로 더 익숙한, 지난 여름 일본 V3에서 팀을 LJL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정글러입니다.
정규 시즌에는 3위에 그쳤지만 플레이오프 다전제에서 저력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무난히 1위를 차지했고, 결승에서도 팀 플래쉬를 깔끔하게 제압해, 현재 시점에서 동남아 권역에서는 최강의 팀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결과 뿐 아니라 경기력 면에서도 대회의 나머지 팀들과 격차가 있었습니다.
하나비-캔디의 솔로 라인의 개인기가 확실히 상대에 비해 앞섰고, 팀적인 합류/한타에서의 집중력, 그리고 시야 장악 및 라인 관리 등 운영의 기본기에서까지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며 무난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캔디는 결승전 MVP까지 차지했습니다. 판테온으로 초반 게임에서부터 한타까지 퍼포먼스가 상당히 훌륭했네요.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대만이 베트남을 완벽하게 압살했습니다. 팀 플래쉬가 마치에게 1승을 따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맞대결에서 베트남이 모두 패배하여, 1-7의 상대전적 기록.
베트남 팀들의 로스터 변동이 심했던 것이 심한 격차가 난 원인 중 하나이긴 했습니다. GAM과 팀 플래쉬 모두 시즌 중간에 큰 폭의 로스터 변화가 있었습니다. GAM은 아예 코칭스태프들이 팀을 다 떠나버렸고, 팀 플래쉬의 경우도 지금 로스터로 합을 맞춘지가 일주일이나 될까 말까 하죠.
하필 이적한지 얼마 안 된 나울, 팔레트같은 선수들이 합도 안 맞고 컨디션도 안 좋아 보였던게 치명적이었네요.
물론 그걸 감안해도 기본적으로 명백히 지역간 실력 격차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게임 내용이었습니다.
LMS의 해산과 스타들의 연이은 이탈, PCS의 부진한 흥행 등으로 침울하던 대만 팬들에게는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고,
반대로 베트남 팬들은 기대가 컸던 만큼 자조적인 분위기.
그룹스테이지 상대전적에서 1-7로 밀린건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스코어라..
다행히 팀 플래쉬가 준결승 다전제에서 대만의 준우승팀 마치 이스포츠를 제압하고 결승 진출에 성공해서 체면치레는 했습니다만, 결승전에서 탈론 이스포츠에게 결국 3:1로 완패하면서 대만-베트남의 격차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이 미드시즌컵 패배 이후 패인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이 나오듯이 베트남에서도 패배의 이유를 열심히 따지고 있는데,
1) 미숙한 밴픽 실력. 선수들의 챔프폭 자체도 좁고, 전반적인 팀 밴픽에서도 우리가 할 것만 생각하고 상대가 우리의 밴픽을 어떻게 받아치는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 조합이 쉽게 카운터당함. (결승전 3세트에서, 탈론 이스포츠가 판테온, 브라움 픽으로 상대 미스포춘을 카운터치고 + 팀 플래쉬의 데미지 비중이 AD에 편중되었던 게임이 대표적으로 언급됨)
2) 팀들의 전략이 획일적임. 즉 상체 위주의 팀은 시즌 내내 죽어라 상체 위주로만 게임하고, 바텀 위주의 팀은 평생 바텀 위주로만 게임한다. 자국에서는 피차 마찬가지니 통할지 몰라도 국제 대회에 나가면 당연히 상대가 뻔히 대처하기 쉬워짐.
3) 미숙하고 허술한 실수가 너무 많이 나옴. 스킬샷도 허접하고 시야 없는곳에 안일하게 드나들고 등등.. 거기에다가 베트남 팀들의 특성상 한 명의 실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팀원 전체가 도미노처럼 우르르 몰려서 실수만으로 게임이 터져버림.
4) 한국 용병 차이다. 베트남도 한국 용병을 데려와야 한다. (여기에는 약간 정신승리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듯 합니다. 아 순혈 선수들로만 겨루면 우리가 안 꿀리는데 쟤내가 치사하게 한국 선수 써서 졌네~)
5) 근본적으로 베트남이 대만을 이길 수 있다고 근자감 가지던것 자체가 잘못이다. 정신차리고 더 열심히 해야됨
대강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것 같습니다. 저 진단들이 맞다 아니다를 떠나서, 뭐 아무튼 내부적으로 저렇게 이것저것 분석들이 오고가다 보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긴 하겠죠.
대만도 4개 메이저 지역에 비교하면 상대도 안 될 정도로 추락한 지역인데, 그 대만을 끝끝내 못 넘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뭉뚱그려 보면 PCS와 VCS에 주어진 롤드컵 시드 4장이 변수 없이 그대로 맛집이 될 확률이 높아보이긴 합니다. (애초에 4팀 모두가 그룹 스테이지로 올라오진 못하겠지만요)
그나마 '대만이 진짜 쫄딱 망했구나' 싶은 전망이 우세했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아직 최소한의 경쟁력은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나름의 의의가 있는 대회긴 했습니다. 여전히 와일드카드 지역과 비교하기에는 팀플레이가 깔끔하고 운영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베트남은 새로운 슈퍼팀인 팀 플래쉬가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만만치 않은 전력의 대만팀인 마치를 상대로 다전제 승리를 거둔 것이 그나마 위안이고, 남은 서머 시즌동안 합을 잘 맞춰서 그 후 좋은 성과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같네요. 롤드컵 진출을 걱정할 전력은 아닌것 같으니.
기대에 비해 베트남 팀들의 경기력이 좀 실망스러워서 건질게 적은 대회였지만, 롤드컵에선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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