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워: 워해머]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토탈 워 시리즈]를 개발한 Creative Assembly(이하 CA)가 최초로 판타지 세계관 '워해머'를 무대로 삼은 작품으로, 발매 일주일 만에 판매량 50만 장을 돌파하는 등 큰 흥행을 거두며 CA의 주력 타이틀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1부의 흥행에 힘입어 일 년 후 출시된 [토탈 워: 워해머 2] 역시 전작의 문제점을 대폭 수정함으로써 호평을 받았고, 1부와 2부의 세력이 동시에 등장하는 통합 캠페인 '필멸의 제국'을 통해 1부 등장 세력을 선호하는 팬들이 계속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필멸의 제국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1부의 세력에게는 아쉬운 점이 존재했다. 2부에 등장한 세력들이 의례 이벤트 등 개성 있는 캠페인 시스템을 지닌데다가 세력 강화 DLC를 통해 약점을 보완해왔지만, 기존 세력들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2부에 이식한 덕분에 캠페인 상대적으로 시스템과 병력 구성이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필멸의 제국 캠페인의 등장 이후 드워프의 아이템 제작 시스템, 뱀파이어 카운트의 혈족군주 시스템 등 소소한 요소가 추가되었지만 유저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그린스킨은 그런 1부 세력 사이에서도 가장 문제가 많은 진영 중 하나였다.
그린스킨은 워해머 세계관에 등장하는 흉포한 오크와 사악한 고블린이 연합한 세력으로 톨킨이 [반지의 제왕]에서 정립한 오크 종족에서 원형을 따왔다. 햄탈워의 원작인 미니어처 게임 워해머가 1983년에 발매되었으니, 블리자드사의 [워크래프트 시리즈]에 등장하는 오크보다 10년 정도 선배인 격이다.
미니어처 게임 [워해머]의 오크 & 고블린
그린스킨은 선 세력인 드워프와 주로 대결 구도를 세우며 악 세력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정작 게임 내에서는 한동안 유저건 AI건 기를 펴지 못했는데, 타 진영과의 무역이 불가능하고 내정 수입이 부실해 수입을 올리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드워프는 인공지능 보정과 함께 수많은 병력을 이끌고 그린스킨을 꾸준히 괴롭혀왔다.
더군다나 그린스킨은 필멸의 제국 이후 별다른 패치를 받지 못했던 탓에 1부 DLC 세력을 제외한 기본 세력 중에서는 가장 취급이 좋지 않았다. 오랫동안 제작진의 외면을 받은 그린스킨은 '구린스킨'이라 불리며 팬들의 조롱 대상으로 자리매김했고, 그린스킨의 고블린 지도자 스카스닉이 이끄는 '구부러진 달' 진영은 햄탈워 고인물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오크에게 고크의 축복이 온다고 그랬던가. 존버 정신으로 숱한 역경을 헤쳐온 그린스킨은 지난 5월 21일 출시된 햄탈워 2의 신규 DLC [감시자와 배불뚝이]와 함께 진행된 1.9.0 패치에서 전면적인 시스템의 개편이 이루어졌다. 이전과는 다른 종족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환골탈태한 그린스킨의 변경된 캠페인 시스템과 DLC 추가 군주 '배불뚝이 그롬'을 살펴보자.
[감시자와 배불뚝이], 2020년 5월 21일 출시, 가격: 9,300원
그린스킨 캠페인 시스템 전면 리워크
- 충원 요소 추가, 와아아아! 개선, 잡동사니 시스템 등장
여러모로 캠페인 진행에 문제점이 많았던 그린스킨이었지만 그중 가장 큰 문제를 뽑자면 빠른 병력충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병력의 회복을 결정하는 충원 속도는 토탈 워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개편 이전의 그린스킨은 브레토니아와 더불어 충원률 꼴지 세력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브레토니아는 카르카손 진영을 플레이할 경우 15%의 충원 보너스가 존재했지만 그린스킨은 그마저도 없었다. 근접전을 지향하는 세력인 그린스킨은 병력의 손실을 감수하고 싸울 수 밖에 없는데, 호전적이고 포악하다는 설정이 무색할정도로 다음 전투를 위해서는 긴시간의 휴식이 불가피했다.
개편 이전의 그린스킨. 이 정도면 병력 충원을 기다리느니 병력을 새로 뽑는 게 나은 지경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그린스킨의 연구 테크트리가 대폭 변경되면서 충원 속도를 증가시켜주는 연구가 추가되었고, 충원율을 보충해주는 영웅인 트롤 마녀가 새로 등장했다. 비록 트롤 마녀의 경우 활용하기 위해선 이번 DLC를 구매해야한다는 점이 흠이긴 하지만, 이러한 충원 요소의 추가는 그동안 충원율에 목말라 있던 그린스킨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또한 행동력이 0인 상황에서도 병력 충원을 할 수 있는 습격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져 상대 진영의 영토에서 지속적으로 약탈과 충원을 일삼을 수 있게 되었다.
새롭게 변경된 그린스킨의 연구 테크트리
와아아아(WAAAGH)!는 싸움을 갈망하는 오크의 함성으로, 원작인 워해머에서부터 호전적인 그린스킨을 상징하는 대사였다. <토탈 워: 워해머 시리즈>에서의 와아아아!는 캠페인 시스템과 군주의 스킬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둘 모두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변경이 이루어졌다.
기존의 와아아아!는 꾸준한 전투를 통해 한 부대의 투지 게이지를 높여 자신을 따라다니는 와아아아! 부대를 캠페인에서 생성하는 능력이었지만, 이 병력은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지 못하는 탓에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개편된 와아아아!는 각 군주마다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세력 전체에 적용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했다. 상대하고 싶은 세력을 선택하면 자신이 운용하고 있는 모든 부대에 와아아아!를 도와줄 추가 병력이 소집되고, 20 턴 내에 적 세력의 수도를 점령할 경우 용암 아라크로녹 거미, 야생 히드라와 같은 강력한 유명연대 유닛을 모집할 수 있게 되는 방식이다. 새로운 와아아아! 부대의 경우 이전과는 달리 플레이어의 군대와 함께 움직이며 유지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부대의 지원 없이도 손쉽게 40 카드를 운용할 수 있지만, 전투 시 1만 명이 넘어가는 군대를 감당할 컴퓨터를 준비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부대에 추가되는 와아아아! 부대는 전투 시 AI에게 조종을 맡길 수도, 직접 조종할 수도 있다.
와아아아! 고블린 창병! 오크 궁수!
군주의 레벨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전투 버프 스킬 와아아아! 또한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부대 능력으로 변경되었다. 와아아아! 버프는 상대방과의 교전 시 근접 전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와아아아! 포인트를 모아서 사용할 수 있으며, 지도상의 모든 병력에게 버프가 적용되기 때문에 활용 타이밍에 따라 전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제공한다.
와아아아!가 부대 능력으로 변경됨에 따라, 군주가 없는 영지 주둔군 역시 와아아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설 군주의 경우 일반 와아아아!보다 더 좋은 성능의 버프를 제공한다.
새롭게 추가된 잡동사니 시스템은 캠페인에서 나만의 그린스킨 부대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잡동사니는 습격태세와 전투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원으로 자신의 병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사용된다. 유닛의 스펙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지만 고급 병종일 수록 많은 자원이 소모되며 한 번 설정할 경우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공격과 방어, 대보병과 대대형 등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병력의 특성을 강화할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변경 요소들은 그린스킨 진영 전체에 적용된 패치로, 새롭게 출시된 DLC [감시자와 배불뚝이]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햄탈워 1부를 소지한 유저들이라면 필멸의 제국 캠페인에서 다른 그린스킨 리더를 통해서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