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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7/03 21:17:55
Name 제2형 활자이터
Subject [기타] (장문) 스팀 할인 게임 소개 : Zero escape trilogy (수정됨)
-게임 ‘추천’이 아닌 ‘소개’인 이유는 한국어 지원이 없어 언어의 장벽(영어/일본어)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낮은 국내 인지도나 게임 특성상 가까운 시일 내에 한글화가 실현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였으므로 이미 즐기신 분들도 원활한 포교를 위해 댓글 스포를 피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 Zero escape trilogy

이 패키지는

- Zero Escape : The Nonary Games(2017)
- Zero Escape : Zero Time Dilemma(2016)

의 합본으로, Zero Escape: The Nonary Games는 다시

- Nine Hours, Nine Persons, Nine Doors(2009)
- Zero Escape : Virtue's Last Reward(2012)

의 NDS 플랫폼으로 출시된 두 게임을 HD로 리마스터링하고 풀보이스 지원과 함께 불편했던 인터페이스를 일신하여
더블팩으로 합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Zero's escape trilogy 패키지에는

- Nine Hours, Nine Persons, Nine Doors(2009)
- Zero Escape : Virtue's Last Reward(2012)
- Zero Escape : Zero Time Dilemma(2016)

의 세 게임이 포함됩니다. 국내에는 일본 출시명을 따라 ‘극한탈출 시리즈’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작사는 카마이타치의 밤, 단간론파 시리즈 등으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스파이크 춘소프트입니다.


1. 개요

이 게임의 장르는 ADV로, 흔히 방 탈출로 일컬어지는 퍼즐과 선택지를 통해 루트를 개척해 가는 비주얼 노벨이 혼합된 형태입니다.


(인게임에서 퍼즐이 제시될 때의 연출)

방 탈출은 2000년대 초 처음 나타난 이래 이제 고인물화되어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온갖 악랄한 수법들이 횡행하고 있지만,
이 게임의 퍼즐 난이도는 평이한 편으로 퍼즐이 쥐약이신 분들도 쉽게 입문할 수 있습니다. 
될 듯 안 될 듯 하는 경우도 많아서 때때로 자신이 원숭이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만...


(방 탈출 게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UI. 아이템을 찾아 조합하면서 단서를 찾는다.)


(원숭이들을 가려내는 대표적인 미니게임 주사위 굴리기)

그러나 방 탈출 퍼즐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로, 주된 게임 진행은 텍스트와 선택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제대로 게임을 즐겼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퍼즐만 보고 구입하시기에는 부적절합니다.


(Zero Escape: Virtue's Last Reward의 인게임 플로우차트 UI. Novel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2. 줄거리

대학생 준페이는 어느 날 밤 귀가 직후, 가스 마스크를 쓴 괴인에게 납치되어 모처에 감금된다.


(가스 마스크를 쓴 괴인)

정신을 되찾은 준페이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8명의 사람들이 더 있음을 알게 되고, 이들에게 스피커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괴인은
자신을 ‘제로(Zero)' 라고 자칭하며 일행에게 목숨을 건 운명의 게임 ’노나리 게임(Nonary game)‘이라는 것을 강요하는데...


(I am Zero.)


3. Nine Hours, Nine Persons, Nine Doors


(Nine Hours, Nine Persons, Nine Doors OP)

2009년 출시임에도 이른바 모에체 그림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복고풍 필치지만 캐릭터들은 개성 있게 잘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생사를 함께 하게 된 9인)


(복고풍 CG)

부가적으로 대사창 캐릭터에 애니메이션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소소한 즐거움.


(Not 종이인형)

BGM의 경우 멜로디 그 자체보다 사운드에 비중을 두고 있어 아쉽게도 기억에 남는 트랙은 적은 편입니다.


(게임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main theme)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몰입도는 역시나 뛰어납니다. 동 회사의 단간론파 시리즈가 다음 사건까지만! 재판까지만!... 하다가 엔딩이라면,
이 게임은 다음 방만! 다음 방만!... 하다가 엔딩이랄까요.
그렇다고 플레이어를 내내 죄기만 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위트가 있고 유머가 있어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가가 풀어지게 됩니다.


(의외의 만담 콤비)

이 진공청소기 같은 흡입력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에 기반을 두는데요. 
보통 이런 유의 텍스트 게임 내 캐릭터들이 고삐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 것에 반해, 
이 게임은 적게는 9세부터 많게는 60대까지 연령층을 다양하게 두고 있고 버려지는 캐릭터가 적어서 감정이입이 좀 더 쉽습니다.


(오오 중년 간지)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플레이어는 직접적인 설명이 제시되지 않음에도 문득 지금까지가 어떻게 된 영문이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의 쾌감과 황홀함을 안겨줄지 서사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더 부가하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총 플레이타임은 텍스트 100% 완독시 20시간 정도입니다.


4. Zero Escape: Virtue's Last Reward(2012)


(Virtue's Last Reward OP)

캐릭터 디자인은 전작과 동일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맡았지만 인게임 그래픽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3D로 바뀌었습니다. 
영세 제작사인지라 큰 힘을 쏟을 여력은 없는지라 모델링에서 호불호가 갈릴 듯 합니다.



(2D와 3D의 괴리감)

새롭게 자기 딴에는 귀엽다는 축생이 합류하는데, 동 제작사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출연하는 곰 인형과 성우가 같습니다.
어떤 역할인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귀여운 마스코트)

1편과 대비되는 특징으로는 퍼즐의 난이도가 높아졌습니다.
1편에서는 플레이어가 문제를 못 풀면 캐릭터들이 이런저런 힌트를 던져줘서 쉽게 돌파가 가능했는데요. 
이 점은 2편도 마찬가지만, 힌트를 받아가는 easy 난이도를 선택할 경우 설정 등을 해설해 주는 게임 내 파일을 입수할 수 없습니다. 
퍼즐 자체도 1편보다 복잡해진 편입니다.


(이 게임의 최종보스. 방 사면 전체가 퍼즐이다.)

방에서 방으로의 이동을 컷신으로 직접 보여주는데, 3D로의 전환을 자랑하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이 컷신을 스킵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신선하지만 지겹기도 하고 긴박한 상황에서 템포를 끊고 있어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단점입니다.

게임은 Trilogy 중 중간 다리 역할을 맡은 만큼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1편은 6개 엔딩이었지만 2편은 19개 엔딩에 달하며 텍스트 양도 어마어마하게 늘었습니다.


(광대한 Virtue's Last Reward의 시나리오 트리)

각종 떡밥을 투척하며 노도처럼 펼쳐지는 전개는 결말부에 이르러 화려한 폭발을 맞이합니다.
전작은 플레이어의 짐작과 상상에 맡기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주인공과 여러 캐릭터의 대사를 통해 답변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총 플레이타임은 텍스트 100% 완독시 40시간 정도입니다.


5. Zero Escape: Zero Time Dilemma(2016)


(Zero Time Dilemma OP)

기계가 가동되려면 예열이 필요하듯이 텍스트 게임도 전개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고 급물살을 타려면 짧든 길든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이런 휴지기가 없습니다.

Zero Time Dilemma는 시작부터 곧바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최고의 페이지 터너입니다.
이 마술과도 같은 첫 단락은 어떤 시간과 장소의 게시로 시작됩니다. 
배경을 보는 순간, 전작들을 거쳐 온 플레이어들은 저도 모르게 아드레날린이 솟구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 설정상 “story fragment"로 통칭되는 구성 방식이 이 몰입도의 비결입니다. 각각의 조각들은 사실상 ”승-전-결“의 구성으로
플레이어는 기름기가 빠진 이야기에서 빠르게 절정을 맛볼 수 있습니다.


(Fragment UI)

그래픽의 경우 2편은 적당히 데포르메된 3D 캐릭터였는데, 3편은 리얼계 3D로 모델링되었습니다.
모델링은 조악하지만 표정 묘사 하나만큼은 정말 뛰어난데, 후술될 단점과 시너지가 있습니다.


(다이아나의 2D 포트레잇과 인게임 모델링)

비주얼 노벨 특유의 대사창은 제거되고 내용 전개는 인물간의 대사와 풀 컷신으로만 이루어집니다.
덕분에 완성도 높은 미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던전 게임 유저라면 익숙한 복장의 악역)

퍼즐 난이도는 1편과 2편 사이입니다. 2편의 난이도에 따른 설정 해금이 없어지고 캐릭터들이 이런저런 힌트를 줍니다.
다만 시리즈화물에서 피할 수 없는 매너리즘의 결과인지 일부 복붙 퍼즐들이 보여서 이점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전 작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디시젼 파트(Dcision part)의 추가인데, 플레이어는 게임을 풀어나가면서
다음과 같은 UI와 함께 선택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은 희생을 불러 오기도 하죠...


(눈을 깜박이며 죄책감을 유발하는 동료)

선택의 결과는 다음과 같이 플로우 차트에 반영됩니다.



1, 2, 3편을 따라 달려온 이야기가 많은 수수께끼와 인과, 진실을 거쳐 결말을 맞이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설정상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이를 말씀드리면 스포일러가 되기에.

단점을 꼽자면 스팀 태그에 “고어”가 붙어 있을 정도로 폭력성이 있습니다.
1, 2편은 일부 출혈 묘사가 있지만 15세 이용가 정도로 보는데,
3편의 경우에는 리얼한 3D 캐릭터의 아낌없는 출혈 신으로 얄짤없이 청불 등급입니다.
대놓고 장기자랑을 하는 정도는 아니고 카메라가 미묘하게 각도를 돌려줍니다만, 돌려주는 쪽이 캐릭터들 얼굴(...).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게임, 표정 묘사가 뛰어납니다.

저는 고어 내성이 없는 편이라 BGM상으로 일이 터질 것 같으면 전체 화면에서 창으로 전환하고 플레이했습니다.
혹시 폭력성 때문에 구매가 망설여지는 분이 계시면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오프닝만 봐도 피비린내의 단편을 느낄 수 있지만, 놀랍게도 눈물을 쏙 빼는 감동적인 신도 있다는 게 아이러니.

총 플레이타임은 텍스트 100% 완독시 25시간 정도입니다.


6. 총평

정가의 2배를 주고 사도 아깝지 않은 명작 ADV. 
무수한 지뢰밭을 거치면서도 ADV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

- Nine Hours, Nine Persons, Nine Doors 
단순하지만 게임만이 가능한 무시무시한 구성으로 시리즈로의 완벽한 초대
- Zero Escape : Virtue's Last Reward 
기나긴 전개를 헛되이 하지 않는 묵직한 충격, 건실한 가교
- Zero Escape : Zero Time Dilemma
대규모 트릭과 파격적인 전개로 기분 좋은 여운

저는 서브컬쳐 중 스즈키 코지 씨의 링 시리즈를 제일 좋아하는데,
한 가지 소재를 다양한 장르로 변주하며 세계관을 확장시켜 가는 기교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Zero escape trilogy도 85시간의 플레이 타임 동안 내내 행복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정적인 게임에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지루한 장마 기간 동안 더할 나위 없는 경험이 되시리라 봅니다.

*우리의 친구 나무위키는 항목은 간략하지만 각종 치명적인 스포일러로 점철되어 있으므로 
1~3을 올클리어한 후 정리 차원에서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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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형 활자이터
18/07/03 21:20
수정 아이콘
푸른음속
18/07/03 21:27
수정 아이콘
한글화가 안되어있군요.. 슬프네요
쑤이에
18/07/03 21:46
수정 아이콘
구성품 제목은 트릴로지인데 꾸러미 설명을 보니 Contains Zero Escape: The Nonary Games and Zero Escape: Zero Time Dilemma. 2가지만 언급되어 있는데 구매하면 3개 플레이 할 수 있는건가요?
쑤이에
18/07/03 21:47
수정 아이콘
라고 질문드렸는데 보니까 노나리 게임안에 두개가 들어있는거군요....
제2형 활자이터
18/07/04 11:33
수정 아이콘
네 3개입니다~
밀크공장공장장
18/07/03 22:10
수정 아이콘
영알못은 공짜로 풀어도 못하는게임이네요....
가브리엘
18/07/04 01:53
수정 아이콘
흐잉... 한글화만 되었더라면 할텐데요 ㅠㅠ
무적전설
18/07/04 09:52
수정 아이콘
한글화가 안된게 아쉽네요. 일단 찜 목록에는 넣었고.. 나중에 유저한글화 뜨기라도 하면.. 그때 해보려구요.
及時雨
18/07/04 15:50
수정 아이콘
일본말로 했는데 재밌었어요.
스팀판 나온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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