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괜히 억지로 댓글을 부풀리는 그림이 될까봐 복기 내용과 관련된 댓글에만 댓글을 달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다른 댓글을 써주신 분들께 무례를 범한 셈이 되버렸습니다.
새삼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댓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전 글에서 skt의 격렬한 초반 파상공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인베이드에서 큰 이득을 본 skt는 그라가스의 지속적인 카정으로 이득을 보려했는데, 국지적인 실수로 그 의도가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스노우볼을 계속 굴리지 못한 것 뿐이지 skt가 애초에 세운 것은 라이즈의 기동력을 활용하는 플랜입니다.
페이커는 skt의 초반 플랜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보실까요.
자르반은 바위게->레이스, 그라가스는 블루->레이스 중입니다.
직전 상황에서 블루를 먹은 그라가스가 자르반이 바위게를 먹은 동선을 확인했습니다.
라이즈는 자르반이 오른쪽에 있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위 사진을 보면 라이즈가 미니언 라인을 넘어가면서까지 격렬하게 압박하고 있죠? 자르반에게 어그로를 끄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근거없는 어그로는 결과가 좋더라도 저는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라인을 넘어가면서 압박하는 플레이는 얼핏 보기엔 굉장히 화려해보이지만 실제로는 빠르게 라인을 밀어 넣는게 나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페이커의 이 어그로는 굉장히 훌륭한 시도입니다.
첫번째, 말자하의 6레벨 전 갱킹 호응력은 최악이고, 원래도 갱회피가 괜찮은 편인 라이즈가 회복과 플래시도 들고있다는 점.
두번째, 아까 그라가스가 블루팀 늑대와 두꺼비의 리젠시간을 파악했기때문에 미드에서 자르반의 어그로를 끌어주면 그라가스가 늑대 두꺼비를 모두 카정할수있다는 점.
페이커의 훌륭한 시도에 엠비션은 냉정하게 대처합니다. 자르반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레이스->늑대 동선을 밟습니다.
자르반이 낚이질 않자, 라이즈는 라인을 민 뒤 직접 그라가스의 블루지역 장악에 힘을 줍니다. 이 플레이로 탑 구도에서 나르가 10여개의 cs를 아예 버리는 결과가 나옵니다. 라인프리징 중이었기 때문에 짧은 압박이었음에도 꽤 손해를 봤습니다.
라인을 밀고 먼저 집간 야스오가 아까 장악할 때 박아둔 와드에 텔을 타면서 그라가스가 자르반의 두꺼비까지 뺏습니다.
skt는 정말 살벌하게 자르반을 견제하는 중입니다. 야스오가 최후의 숨결을 찍었기 때문에 그라가스 야스오가 정말 무섭습니다.
한편, 이제 봇은 몇번의 출장에도 불구하고 skt봇듀가 주도권을 가져왔습니다.
복기와 무관하지만 쓸쓸해보이는 자르반과 흡족해보이는 그라가스가 너무 잘 대조되는 장면이라 한번 찍어봤습니다.
자르반 견제를 위해 텔을 썼지만 나르가 푸시가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라 야스오는 저 라인을 잘 챙겼습니다.
이 장면이 이번 글에서 제일 흥미로운 장면입니다.
양 팀 모두 서로의 정글이 집에 간걸 알고있는 상황에서 첫 버프가 리젠될 시간이 됐습니다.
그런데 위치상 자르반이 더 빨리 도착할게 분명한데도 갑자기 라이즈가 라인을 밀고는 블루팀의 레드 정글로 들어갑니다.
그라가스의 카정을 사전답사 하려는 의도인데 말자하가 플궁을 다들고있기때문에 스펠을 다 들고있다지만 리스크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skt의 봇이 백업을 오고있기 때문에 라이즈의 사전답사는 근거 있는 함정유도입니다.
대신 백업을 가느라 봇라인이 밀리게 될것이므로 손해를 감수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skt는 정말정말 지독하게 자르반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점이 있습니다. 룰루는 라인에 있고 부패의 사슬도 아직 못찍은 바루스가 라이즈의 진입을 백업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복기할 때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서폿이 라인? 원딜이 백업? 왜? 대체 왜?
계속 고민해본 결과, 저 선택은 불타는 향로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skt의 플랜상 초반은 탑미드 동선을 압박하게 되있습니다.
거기서 득점한 이후 봇포탑퍼블을 시도할수 있도록 봇이 시종일관 라인주도권을 잡아줘야하는데 향로가 늦게 나오면 주도권을 뺏깁니다.
그런데 룰루가 이미 여러번 출장 갔다오느라 조금 성장이 뒤쳐졌습니다. 그래서 룰루는 라인에 남겨두고 굳이 바루스가 백업을 간거 같습니다.
뭐 봇주도권을 잡고있는 상태에서 간거고 skt가 봇미드쪽 정글의 주도권도 잡고있기 때문에 바루스가 실제로 놓친 라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쨌든 빠르게 구인수를 뽑아야하는 바루스의 성장을 조금 포기하면서까지 자르반을 견제하려고한 skt의 집요함은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정말 대놓고 낚시입니다.
황천의 손아귀를 찍은 순간 플래시까지 들고있는 말자하의 갱호응은 미드라이너 중 최고 수준입니다.
자르반의 위치를 눈으로 보고있는 것도 아니면서 플궁 다 있는 말자하 상대로 라이즈가 이런 포지션을 잡습니다.
당연히 근거도 있습니다. 라이즈도 스펠이 다 있고 그라가스는 집에서부터 오느라 약간 늦기때문에 바루스가 봇주도권을 바탕으로 백업을 왔죠.
그런데 skt의 생각보다 자르반이 늦어서 이 함정도 무위로 돌아가고 맙니다.
함정이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skt는 자르반이 편하게 레드를 먹는게 꼴보기 싫습니다. 그래서 또 들어옵니다.
skt는 정말정말정말 자르반을 견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근거로만 따지면 이 플레이는 리스크가 꽤 큽니다. 함정을 팠을 때 바루스가 출장가느라 봇라인이 밀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kt의 초반 스노우볼링에 대항하기위해 말자하 6레벨을 기다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삼성이 드디어 칼을 뽑았습니다.
삼성의 이 카운터 펀치는 근거가 확실한 시도입니다. 바루스가 출장간 사이 라인을 밀어넣은 삼성의 봇듀가 백업오는게 보이시죠?
삼성은 억지로라도 물면 무조건 이긴다고 판단하고 치고 들어갑니다.
억지 이니시이기 때문에 성공한다고 100% 확신할수는 없지만 봇듀의 백업으로 실패확률도 낮습니다.
게다가 skt의 미드정글이 반격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크게 이득을 볼수있습니다. 따라서 삼성의 반격 판단은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르반의 실수가 나옵니다. 어차피 서로 다 스펠이 있는 상태인걸 알기 때문에 선공은 무조건 말자하에게 맡겼어야 했는데 먼저 깃창을 쓰는 바람에 깃창에 대응한 라이즈의 플래시로 인해 말자하의 플궁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르반의 깃창도 그라가스가 침착하게 몸통박치기로 끊습니다.
효율적인 대처로 삼성의 카드를 소모시킨 skt 미드정글이었지만, 봇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모양인지 반격하지않고 침착하게 퇴각합니다.
초반 주도권을 내주는 삼성의 플랜에서 초반 보험은 말자하의 갱호응 능력입니다.
꼭 갱킹을 성공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말자하가 플래시와 황천의 손아귀를 들고만 있어도 상대방의 스노우볼링을 억제할수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 빠져 버렸죠. 이제 skt는 삼성의 반격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스노우볼을 굴릴수 있습니다.
skt가 크게 이득을 봤습니다.
skt봇듀가 다시 삼성봇듀를 밀어붙이자마자 바로 그라가스가 자르반을 괴롭히러 들어옵니다.
이젠 말자하의 플래시와 궁극기가 없기 때문에 반격할수가 없습니다.
그라가스가 편하게 블루팀 레드정글의 시야를 장악합니다.
아까 올때 핑크를 못사와서 삼성의 시야를 지울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레드 시야만 잡아놓고 레이스를 먹습니다.
자르반은 울며겨자먹기로 작골을 먹습니다. 서로 뭐하는지는 당연히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라가스가 자르반을 괴롭히던 이때, 탑라인을 계속 밀고있던 야스오가 라이즈에게 블루를 먹여줍니다.
어차피 나르가 라인프리징을 했기 때문에 삼성은 이 손해를 예상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라이즈가 블루를 먹으러 자리를 비우자 집에 갔다고 착각했는지 플래시가 없는 말자하가 라인을 적극적으로 밉니다.
skt는 라이즈의 궁극기와 그라가스-야스오의 강력한 연계를 활용해서 말자하를 따냅니다.
내줄거 내주면서도 잘 버텨온 삼성이 휘청합니다. 라인도 안 좋기 때문에 텔을 쓰지 않으면 말자하가 cs손해를 좀 보는 상황입니다.
전 라인의 주도권과 야스오 그라가스 라이즈의 강력한 갱킹능력을 바탕으로 드디어 skt가 유효타를 삼성의 복부에 적중시켰습니다.
글을 마치며
skt는 블루인베 때 본 이득을 굴리는데는 실패했지만 원래의 플랜이었던 라이즈의 로밍으로 꾸준히 득점합니다.
삼성은 두들겨 맞으면서 내줄걸 내주다가 좋은 타이밍에 칼을 뽑아들었는데 전술 상 실책과 skt의 빠른 브리핑으로 반격에 실패했습니다.
skt는 반격에 실패한 삼성의 허점을 주시하다가, 실수를 발견하고 정확하게 포착해서 결국 유효를 따냈습니다.
한편, 미드에서 skt가 탑미드정글을 집중시켜 득점했기때문에 skt의 탑이 비었습니다. 그래서 나르가 라인프리징을 멈추고 밀어넣습니다.
빅웨이브도 아니고 급하게 밀어넣는 중이라서 큰 의미는 없습니다. 미드 갱킹 성공과는 비교도 안되는 사소한 손해입니다.
그런데 이 사소하기 짝이 없는 손해에서부터 삼성의 반격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