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이 당 태종 이세민에게 패해, 서역으로 말머리를 돌린지 150년.
아시나 가문은 본래, 서돌궐의 대칸 휘하 일개 부족에 불과했다.
그리고 서돌궐이 무너진 뒤에는, 아바르 카간의 깃발 아래 있었다.
하지만 헤라클리우스의 치세 당시에 아바르 부족이 약화되자 독립.
이후, 아시나 가문은 불가르, 마자르 족을 물리치며 대초원을 석권했다.
이제 아시나 가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동방.
우랄 산맥을 넘어, 잃어버린 선조들의 고향을 되찾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끄응, 역시나 저항이 만만치가 않아.]
아시나 가문의 카간, 바가투르는 자신의 게르 안에서 양가죽 위에 그려진 지도를 보며 앓는 소리를 냈다.
아시나 가문의 동방 진출은 현재, 생각보다 그리 순조롭지는 못했다.
교두보로서, 우랄 산맥 초입부의 목초지를 손에 넣는데는 성공하였다.
위기에 빠진 재종형제, 콘스탄티누스의 구원 요청을 무시해가며 얻은 성과였다.
그렇지만, 여기까지였다.
그 너머로는 타 부족의 저항이 너무 거세서 더 나아가기가 힘들었다.
뭔가 방도가 필요했다. 현상을 돌파해낼 방도가.
이때였다.
[카간, 콘스탄티누스로부터 카간께 올리는 전언이 있습니다.]
[전언? 무슨 내용이지?]
[카간께서 현재 동방의 적들로 인해 심려하시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바, 병력을 이끌고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으음.]
바가투르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콘스탄티누스에게 자신에 대한 충심이 있을리는 만무했다. 그가 가장 큰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해주지 않기로 한 결정을 내린 것은 바로 자신이니까.
이전의 반란 진압 때처럼 참전해서 이권을 요구하려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콘스탄티누스의 땅, 알라니아와 동방은 너무나도 멀다.
[일단은 연회를 통해 속을 떠 보자. 그리고...]
바가투르는 환영 연회를 개최하여 콘스탄티누스를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연회에 참석할 때는 모두가 비무장인 채로 참석하는 것이 대초원의 율법.
이 율법에 의한다면 자신과 콘스탄티누스가 독대를 하는 것이 가능해지리라.
하지만 그는 몰랐다.
콘스탄티누스에게 대초원의 율법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피의 연회', 그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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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유목정의 특징 한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스샷 보시면 빨간 박스 안에 있는, 화면 상단에 집 비스무리하게 생긴 알람 아이콘 떠 있는 것이 보이실 겁니다.
저건 정착 가능한 땅이 생겼다는걸 알리는 겁니다.
지난 화에서 카르틀리 공작령을 얻어 봉건정 봉신이 생겼죠?
그래서 가능해졌습니다. 봉건정 영지면 어디든, 정착 가능하니까요.
이 커맨드를 실행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영지를 클릭해, 영지 화면을 띄웁니다.
그리고 수도 영지 그림을 오른쪽 클릭해서 탭 메뉴를 띄웁니다.
그럼 스샷과 같은 메뉴가 등장하고, Settle as Feudel 누르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유목정에서 봉건정으로의 전환이 이뤄집니다.
다만, 일단 봉건정으로 정착하면 유목정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 연대기에서는, 일단 콘스탄티노플 먹고 로마 황제 되기까지는 유목정으로 진행할 겁니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추후에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본편으로 넘어가서...
[콘스탄티누스 : 연회라. 바가투르, 그 자도 참 어리석군. 내가 그따위 야만인들의 율법 따위를 곧이 곧대로 지킬 것이라고 믿었던가.]
콘스탄티누스는 애시당초 대초원의 율법 따위, 지킬 생각도 없었습니다.
병력 규모가 비슷해진 지금, 아시나 가문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생각 뿐.
단 하루만에 아시나 가문의 게르에 도달할 수 있는 위치에 병력을 배치한 콘스탄티누스는, 연회를 앞두고 방심하고 있는 아시나 가문을 다짜고짜 기습합니다!
아시나 가문의 게르는 순식간에 함락되고 맙니다. 이 와중에 목숨만을 간신히 건진 채로 탈출한 아시나 가문의 카간, 바가투르는 동쪽으로 나가있던 병력을 불러들여 그들과 합류, 복수전을 준비합니다.
문제는, 이 군을 이끄는 두 사람, 자신의 후계자인 아들 불란과 휘하 부족 가운데 으뜸인 부칼 가문의 수장인 카이가라흐의 사이가 몹시 험악하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아시나 가문 카간 바가투르 : 불란, 카이가라흐, 네 이 놈들! 네놈들은 대체 뭘 하는 것이냐! 사사로이 공을 다투다가 감히 일을 그르쳐!]
[콘스탄티누스 : ...참으로 어이가 없구나. 적전 분열이라니.]
좌익의 카이가라흐, 우익의 불란은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바가투르의 중군이 분전하여 콘스탄티누스의 한쪽 날개에 다소 타격을 주기는 했지만, 양익이 무너진 이상 그가 전세를 뒤집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죠.
이렇게, 콘스탄티누스는 아시나 가문으로부터 독립하는데 성공합니다.
독자 세력으로 일어서는데 성공한 기념으로, 잠시 주변 정세를 보도록 하죠.
[콘스탄티누스 : 매형의 위세가 정말 대단하구나. 나도 언젠가는...]
철수 대왕의 위세가 대단합니다. 롬바르드 왕국과 바바리아 왕국을 무너뜨리지 못한 것은 역사와 다릅니다만,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서유럽 최강은 확실합니다.
우마이야는 서서히 아스트리아스 왕국을 잠식하다가 대규모 반란이 터졌네요.
압바스는 건재하고, 로마도 불가리아에게 성전 걸어서 이겼었네요.
응? 근데 성전이라고??
[로마 황제 크리스토포로스 : 아버지의 성상 파괴 지시는 명백한 과오였다. 짐은 성상을 인정하며, 앞으로 그 어떠한 성상 파괴 행위도 용인치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하노라.]
성상 금지를 철회하는 칙령이 원 역사보다 수십 년 빨리 반포되었습니다.
이 시나리오를 하면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경우입니다. 콘스탄티누스 5세가 독실함 달고 있어서 성상파괴주의가 오래가고, 역사대로 제위를 이어받는 레온 또한 성상파괴주의에 독실함이 달려 있어서 보통은 수십 년에서 백 년 이상 지속되는게 일반적이거든요. 성상파괴주의가 메인이 되고, 정교가 이단이 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후계자가 일찍 죽고, 정교 믿는 크리스토포로스가 황제가 되면서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일단, 성상파괴운동으로 인한 내부 혼란을 틈타 로마를 넘보기는 힘들어졌네요.
이러한 상황에서 콘스탄티누스가 나아갈 길은 단 하나 뿐입니다.
[콘스탄티누스 : 찬탈자의 무리가 우리와 같은 신앙을 공유하게 되어, 쉽사리 도모하기 힘들게 되었다. 아르메니아의 아쇼트와 맺은 협정도 아직은 유효하지. 그렇다면, 허울만 남은 아시나 가문을 공략하는 수밖에.]
이번 원정으로 초지를 넓히는 한편, 흑해 연안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 콘스탄티누스의 목적입니다.
해당 지역은 앞서 언급한 부칼 부족의 소유입니다.
따라서 부칼 부족의 게르를 먼저 공략한 콘스탄티누스는,
[부칼 부족 카간 카이가라흐 : 이 더러운 배신자! 율법을 저버리고 초원의 명예를 더럽힌 악마의 자식 같으니라고! 네 놈이 과연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콘스탄티누스 : 배신자는 맞다만, 초원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군. 승리 앞에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부칼 부족의 주력과 아시나 가문 군대의 혼성군을 가볍게 격파합니다. 다른 부족과의 전쟁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싸움을 끝으로 아시나 가문은 저항할 여력을 완벽하게 상실합니다.
결국, 아시나 가문은 항복을 선언합니다.
[아시나 가문 카간 바가투르 : 내가... 졌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콘스탄티누스의 영토는 다음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 영지가 광활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땅에 살아갈 사람을 채우는 일이겠지.]
처음 시작과 비교했을 때, 영토가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제 콘스탄티누스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후반.
오늘날이야 30대 후반이면 아직 젊은이지만, 당시에 30대 후반이면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후계를 준비할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후계 구도를 확인하고자 창을 열어보았더니...
[콘스탄티누스 : 나의 아들, 마누엘은 아직 어리다. 이대로면 부족 내 그 누구도 마누엘을 차기 카간으로 인정할 수가 없겠지.]
이 계승법 또한, 유목정만의 특징입니다.
유목정의 계승법은 오로지 Agnetic Nomad Succession입니다.
Agnetic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딸은 승계가 불가능합니다.
또한 명예 순대로 후계자가 결정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영토 몰아주면 후계자 바꾸는게 가능한 이슬람의 승계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아들이 미성년이면 후계 서열에서 원천 배제이기 때문에, 아들이 미성년인 채로 사망한 경우에는 대칸의 자리가 자기 휘하 칸 가운데 명예가 가장 높은 칸에게로 넘어갑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아들을 다음 대 칸으로 세우고 싶으시면 일단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린 다음, 온갖 명예직과 자문회 직책 던져줘서 명예를 빠른 속도로 쌓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뭔가 복잡한 것 같은데, 익숙해지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 비명횡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겠네요.
이쯤에서 다시 본편으로 돌아오면...
유목정은 대체로 인구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목초지 수에 따라 꾸준히 부족을 만들어 분배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번에도 콘스탄티누스는 인구 수를 빼올 곳을 찾습니다.
마침, 마자르 표 도시락을 다시 먹을 때가 왔네요.
[콘스탄티누스 : 슬슬 마자르를 다시 칠 때가 왔군. 그나저나 루시퍼의 자식이라...]
스샷 보시면 주인공에게 '루시퍼의 자식'이라는 중2병 돋는 별칭이 붙은 거 보이실겁니다.
수도사와 신비들 DLC에서 새로이 생긴 호칭 가운데 하나가 저거인데요.
뭔가 모략을 쓰거나, 동맹, 혹은 종주국 뒤통수를 치거나 하면 붙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밖에도 특정 종족만 열심히 작살내다보면 '○○의 학살자'칭호가 붙습니다.
이거 이용해서 불가르 족 애들 열심히 때리면 '불가르인의 학살자' 칭호가...!
로마 황제 바실레오스 2세의 별명이 '불가르인의 학살자'였던 걸 생각하면 재미있는 요소죠.
하여튼 지금은 빨리 세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입니다.
역사상 무시무시했던 괴물이었던 양반이, 무럭무럭 커나가고 있으니까요.
[불가리아의 왕 크룸 : 콘스탄티누스라는 자가 커나가고 있다지? 언젠가는 전장에서 만날 날이 오겠군. 그자의 해골로 술잔을 만들면, 술맛이 참 좋을 것 같군 그래.]
크룸 둘로.
역사적으로 보면, 로마 황제를 사로잡아 해골로 술잔을 만들었다고 하죠.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제 1 불가리아 제국을 만든 창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무력이 무려 28, 주인공도 높은 편인데 얘는 상식을 뛰어넘네요.
참고로 모디파이어 란의 빨간 눈 표시는 악마숭배하다가 걸린 걸 나타냅니다.
크룸 이 인간, 여러모로 무시무시하네요.
콘스탄티누스는 마자르로 원정을 떠날 채비에 들어갑니다. 협정이 끝나길 기다리면서요.
그런데, 이쯤에서 아시나 가문에는 격변이 발생합니다.
[아시나 가문의 카간 바가투르 : 피의 연회에서 죽은 일족의 복수를 해야... 하는데...]
수십 년간 카간 자리를 지켜왔던 바가투르가 콘스탄티누스에게 패한 충격으로 세상을 뜨고 맙니다.
그러나 바가투르의 별세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였으니...
[아시나 가문의 카간 불란 : 커헉... 카이가라흐 네 이 놈...!]
바가투르의 뒤를 이은 불란이,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카이가라흐에게 즉위하자마자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그 뒤를 이어 카간이 된 이는 바가투르의 손자이자 불란의 장남, 에즈라.
이미 성인이었기 때문에 카간의 자리를 다른 칸에게 빼앗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그뿐, 아직 경험이 적은 에즈라로서는 가문의 혼란을 수습할 역량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정황을 지켜보던 콘스탄티누스는 마자르 원정을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콘스탄티누스 : 돈 강 너머 서쪽으로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지. 그곳을 장악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가문의 숙원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다.]
크리미아 공작령에 해당하는 초원을 차지하기 위해 출진합니다.
아시나 가문이 내분에 휩싸인 가운데 승승장구해나가는 콘스탄티누스.
알라니아를 벗어나, 대초원 방면으로의 첫 확장을 시도하는 그의 앞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