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보면 왜 1314 시즌에 많은 한국 선수들이 해외 wcs에서 뛰었을까요.

스2판은 애초에 연맹 시절이 분수에 맞는 판이었던 겁니다. 그게 파이 규모에 맞는 적절한 인재풀과 인프라였던 거죠.

헌데 프로리그가 들어오고 기존의 스1 프로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회와 가능성은 더 줄어들고

경쟁에서 밀려난 연맹 프로들은 해외판을 선택하는 식으로 생존 전략을 짜게 됐던 거죠.


다시, 돌이켜보면 1314 시즌 같은 wcs 정책이야말로 외려 정신 나간 정책이었던 겁니다.

wcs15가 발표됐을 당시에는 한국판을 죽이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욕먹은 정책이기도 했습니다만

세상 어느 e스포츠씬에 지역락 없이 프리미어 리그를 운용하는 곳이 어딨습니까?
(wcs16처럼 프리미어 미만 급의 해외대회까지 지역락을 걸었던 건 저도 너무했다고 생각하지만요)

과거 wcs 정책은 협회의 스2 전환 이후 갑자기 비대해진 한국씬을 해외의 파이로 먹여살린 해괴한 정책이었습니다.

그것이 한국 인재풀의 거품을 만들었고, 결국 지역락이 걸리자 해외씬에서 활동하던 한국 프로들이 꽤 많이 은퇴하게 됐죠.


다시, 다시 돌이켜보면 프로리그도 과거 wcs 정책과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로리그 역시 애초에 판 크기에 맞지 않는 리그였고(거품이었고)

어떻게 보면 죽은 스1의 유령 버전이었던 거죠.

처음부터 프로리그는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스1의 몰락으로 말이죠. 헌데 그 목숨을 스2로 연장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는 스2의 국내인기를 고려했을 때 더더욱 그렇습니다.

프로리그는 처음부터 스2씬의 파이가 아니라 협회의 파이었고 그건 과거 스1의 파이었으며,

스2씬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해서 했던 투자이거나

프로리그 그 자체에 대한 가능성을 과대평가해서 해왔던 투자인 거죠.


다시 다시 다시 돌이켜보면 스2씬은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겁니다.

뼈대는 작은데 살은 엄청 쪄서 언제 이상이 생길지 알 수 없었던 게 이제야 문제가 된 거죠.

앞으로 어려운 시기가 찾아오겠지만 이제 다이어트도 좀 해서 잘 추스려야죠.

일단 상황이 연맹 시절보다 훨씬 안 좋은 건 명백합니다.

협회팀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재정상의 이유로 해체한 연맹팀들이 수두룩하고

과거에 연맹쪽이었던 프로들도 많이 은퇴했죠(군대도 한몫 했고요)

그렇다고 전환 때 넘어온 협회 선수들이 계속 스2 프로를 할 거냐 하면 이것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마 많은 선수들이 은퇴할 테죠.

더구나 프로리그 해체 때문에 팬들이 감정적으로도 매우 상해 있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조작 사건이 2번이나 터져버렸구요.
(제가 정말로 좋아했던 선수, 이 판의 미래라고까지 생각했던 선수가 조작을 했을 때는 저도 정말 더이상 스2를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게 원래 스투판에 맞는 사이즈인 겁니다.

wcs 정책 변경으로 인해 프로들이 은퇴했던 것처럼 살려면 다이어트를 해야겠죠.

아무쪼록 wcs17 정책이 잘 발표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건 본론과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앞으로 수많은 한국 프로들이 은퇴할 텐데

지금처럼 kr 대 세계 식으로 지역 구분을 해야하나 싶습니다.

차라리 아시아, 유럽, 북미로 나누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싶어요.

그 정도로 한국씬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선수들로 32강을 다 채울 수나 있을지 걱정이고

코드a 같은 경우도 유지할런지 의문이니까요. ssl은 열리지 않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하여튼 그래도 스2 파이팅입니다. 이렇게 씬이 죽기에는 솔직히 게임이 너무 아까워요.

많은 분들의 말씀처럼 스2가 하기에는 상당히 어렵고 스트레스 받아도(그래도 하지만)

보기에는 정말 재밌는 게임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