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트 앤 매직, 그냥 왈도를 소재로 한 유머만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예전부터 게임을 즐겨왔던 분이라면 후속작의 등장이 반가울 게임일 겁니다. 특히나 그 후속작이 쓸데없이 액션 RPG가 된다거나, 전작을 아예 무시하지 않고 최대한 전작을 계승하는 정식 넘버링을 단 후속작이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마이트 앤 매직이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선 리뷰를 시작하기 앞서서, 저는 얼리 억세스는 해보질 않았습니다. 그냥 정식 발매 이후로만 플레이해봤으므로, 얼리 억세스에 대한 이야기는 없을 겁니다.
[1. 첫 인상]
그냥 평범했습니다. 처음은 파티를 완성시키는 것부터였는데, 전작하고 똑같거든요. 직업의 수나 고를 수 있는 종족 폭마저 똑같습니다. 능력치나 스킬 시스템도 달라진게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허전합니다. 또 이후로 계속 언급할 부분입니다만, 일러스트 활용이 별로다 보니까, 각각의 캐릭터가 갖는 매력도 없다시피 합니다. 하다 못해 퀘스트 하나 던져주는 NPC가 더 개성 있을 지경이라면 말 다한 셈이죠.
물론 캐릭터를 만들 때마다, 어떤 능력치를 찍어야 하나 고민하면서 수없이 시간을 끄는 게임보다야 낫다고 생각합니다. 쓸데없이 복잡할거라면 그냥 단순한게 낫죠.
거기다가 튜토리얼의 부재도 아쉬웠습니다. 물론 튜토리얼이 없으면 진행 못할 게임도 아니고, 간단한 도움말도 있긴 하죠. 그런데 전작을 해보지 않았던 유저들을 고려한다면 아주 간단하게나마 있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2. 부실한 이야기]
원래 이 시리즈가 짜임새 있고,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게임은 아니었죠. 누구에게나 칭찬 받는 구성을 가진 게임들만큼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10편의 이야기는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6 이후로 시작합니다. 이게 문제죠. 과연 히어로즈 6편을 해봤던 유저가 얼마나 될까요? 가뜩이나 나레이션부터 지루하고 진부한 게임인데, 대부분의 요소를 거기서 따오니 흥미가 안 생깁니다.
[3. 허전한 부분들]
게임을 계속 하다 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종류가 얼마 되지도 않는 일러스트, 수없이 반복되는 캐릭터의 대사들,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음악까지, 돈이 들어갈만한 요소는 여지 없이 빠져 있습니다. 물론 25달러짜리 게임을 하면서 60달러짜리 게임과 같은 수준을 바란다면 그건 욕심이겠죠.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아주 예전의 RPG들도 이것보다 풍성했거든요. 충분히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봅니다.
또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6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6편의 디자인이 너무 촌스러워서 굉장히 싫어했거든요. 그 점도 저에겐 단점입니다.
[4. 발전이 없는 후속작]
제가 10편에 대해서 가장 크게 비판하고 싶은 부분은 10년만의 후속작이 전작들보다 나아진 점이 있느냐란 점입니다. 분명히 해당 시리즈의 팬이라면 10년만에 나오는 후속작이란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전작을 그대로 계승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일 겁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서 10년만에 나오는 후속작이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은 결코 좋게만 볼 수 없습니다.
아주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래픽 말고는 달라진게 없는 고전 게임'에 불과하니까요. 비교 대상으로 똑같이 고전 명작 시리즈였던 엑스컴의 리메이크작이었던 에너미 언노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냈던 것은 단순히 옛 시리즈를 그대로 계승한게 아니라, 충분히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많은 것을 추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이트 앤 매직 10은 아닙니다.
[5. 생각 없이 만든 UI]
UI에 대해서는 비판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조금만 플레이해봐도 개발진이 과연 UI를 개선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서 물약은 4명의 캐릭터가 공유해서 사용합니다. 따로 인벤토리마다 나눠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단축 바에는 따로따로 등록시켜줘야 합니다. 그냥 디아블로3처럼 따로 물약 칸을 만들어주면 되지 않았을까요?
거기다가 공격이나 방어 같은 명령을 단축 바에 따로 등록해야 할까요? 이것도 UI를 아주 조금만 손 보면 더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마법 책으로 가면 더욱 불만스러운데,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마법 책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개발진은 불편함을 그대로 계승하는게 좋게 평가 받는다고 생각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6. 최적화]
애시당초 휼륭한 그래픽을 기대한 게임도 아니었고, 그게 장점인 시리즈도 아니었습니다만. 넓은 장소로 나갈 때마다 조금씩 프레임 드랍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역시 단점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냥 낮은 옵션으로 플레이하면 될 일이긴 합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어차피 그래픽을 바라보며 할 게임이 아닌데, 무시하고 넘어갈 부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7. 한국어 번역]
얼핏 보면 괜찮을 때도 있습니다만, 자세히 따져보면 이것도 그저 그렇습니다. 몇몇 아이템은 이게 번역인가 싶을 정도로 번역기 수준의 것들도 있었거든요. 의외로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정성을 쏟은 부분도 있긴 한데, 그냥 게임 진행에 방해는 안 되는 수준 정도라 봅니다. 장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단점까진 아닙니다.
[8. 그럼에도...]
하지만 마이트 앤 매직은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던전을 탐험하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몬스터와 싸우고, 희귀한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 전작처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이는 불편할 정도로 전작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겠죠.
또 일단 게임이 25달러란 점에서도 옹호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완성도를 60달러로 냈다면 전 더도 말고, 올해 최악의 게임으로 일찌감치 결정했겠지만 25달러짜리 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그렇게 높진 않거든요. 오히려 25달러라면 만족할만한 완성도라 생각될 때도 있고요.
[9. 총평]
마이트 앤 매직 10은 호들갑 떨면서 기대할만큼의 완성도를 가졌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냥 25달러짜리 게임답다고 봅니다. 이건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계속 플레이할 때마다 변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거기다가 UI 같은 부분은 충분히 큰 어려움 없이 개선할 수 있었을텐데도 무려 10년전 게임과 달라진게 없다는 점에서 비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작을 그대로 계승한 후속작입니다. 전작을 재미있게 해봤던 유저라면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게임입니다. 모험을 떠나는 RPG, 던전을 탐사하는 재미는 달라진게 없습니다. 좀 더 풍성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그리고 최소한 이제는 누구나 웃으면서 농담으로 써먹는 6편보다야 나은 한국어 번역이 있으니, 불편하지 않게 즐길 수도 있겠죠. 마침 한정판으로 사면 예약 보상도 6편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