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승급기가 별거 있나 싶으실수도 있겠습니다만.
저 나름대로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싶어서 새벽에 몇 자 적어봅니다.
그냥 저랬나보다.. 하면서 읽어주세요.
편의를 위해서 반말체로 작성합니다.
-----------------------------------------------------------------------------
* 배치고사 이야기
나는 롤을 작년 3월에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대학원 들어오면서 시작한건데, 개발 동아리 온라인 회의때문에 잠시 피시방에 왔다가 영 할 게 없어서 그냥 해본게 계기가 되었다.
중간에 한 20렙쯤에 멘붕하고 그래서 접었다가 다시하기도 했고, 온라인 게임은 그닥 열심히 하지 않는 편이라 만렙을 찍은건 거의 1년 후가 되었다.
만렙을 찍고 나니 딱히 욕심도 안생기고, 그냥 아는 사람들이랑 하는 것만 재밌어서 주로 노말에서 파티플레이만 하곤 했다.
주로 하는 사람들은 동아리 사람들.
연구실 사람들도 많이 하기는 하는데, 그 사람들은 칼바람 하는걸 좋아해서 그다지 같이 하지는 않는다.
동아리 사람들이 다들 실버, 브론즈에 언랭들이라 그냥 우리끼리 바보짓 하면서 놀면 그게 참 재미있었다.
그러다 7월 즈음..
석사 과정도 3학기가 끝나고 아직 마지막 학기는 아니고 하다보니 일상이 영 재미가 없다.
날씨도 더워지고 연구실 일들도 재미가 없고.. 졸업이니 논문이니 취직이니 하는거야 어차피 마지막 학기에 신경쓸일이고..
여행은 8월에나 가기로 해서 아직 멀었고..
뭐 재미있는게 없을까 하다가, 랭크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랭크 게임이란게 해보지 않은 사람한테는 좀 두려운 존재다.
주말 낮에는 초딩들이 트롤을 한다더라, 승급전 하는 사람에게 '너 승급전이라며?' 하면서 트롤을 한다더라..
워윅이 레드인척 하고 서있는다더라..
노말에서 트롤 만나봤자 '와 저런 놈도 있네'하면서 웃으면 그만이지만, 왠지 랭크에서 트롤을 만나는건 무섭다.
그래도 어쩌랴.. 나는 모든게 귀찮은 한낮 대학원생에 불과한것을..
무작정 주말 낮에 배치고사를 시작했다.
한창 정글 엘리스가 꿀이던 시절이라, 정글 엘리스, 원딜 바루스, 서폿 소나를 하면서 배치고사 3연승을 했다.
어.. 생각보다 랭겜 할 만 한데? 잘하면 실버 2쯤 되는거 아냐? 하는 단꿈을 꿀때였다.
친구중에 소위 탑신병자가 하나 있다.
탑 피오라, 리븐, 쉬바나 같은것만 하는 친구인데, 소환사명마저도 피오라 뭐시기였다. (지금은 피오라를 때려치고 딴걸로 바꿨다.)
어쨌든
롤만 아니면 참 괜찮은 친구인데, 그 친구가 자기가 실버 상위권 가게 해준다면서 배치 듀오를 하잔다.
듀오 큐를 돌리고 4, 5픽이 되었는데 미드와 서폿이 남았다.
상대 미드는 라이즈.
친구놈은 바로 피오라를 고르고 락인했다.
같은 팀원들이 '미드 피오라?' 하니까 친구가 말한다.
'미드 피오라 갈게요. 나름 라이즈 카운턴디..'
그 말과 함께 게임은 시작되었고,
나의 배치고사 DTD도 시작되었다.
* 멘붕 이야기
무난하게 듀오를 망하고, 배치고사를 계속 본 결과는 5승 5패. 브론즈 1이란다.
속으로 '음 그래도 실버 5는 되지 않을까'하고 기대했는데 역시 배치고사.. 가차없죠..
원래는 배치만 받고 말 생각이었는데, 막상 그 유명한 브론즈에 떨어지니 약간 욕심이 생겼다.
그래도 롤 하면서 실버는 가야하지 않나?
챔피언스도 그렇게 죽어라고 보면서, 롱판다를 그렇게 까면서 브론즈이면 그건 좀 아닌것 같다.
롱판다를 까려면 최소한 실버는 되어야 할 것 같다라는 이상한 기준을 가진 채 랭겜을 시작했다.
롱판다형.. 아니지 롱판다동생.. 미안해요..
어쨌든 게임을 해보니 생각보다 게임이 잘 된다.
첫 판을 무난하게 승리하고 나니 30점 가까이 올랐다.
배치후 3연승. 바로 실버 승급전에 도달했다.
'그래 내 실력이 못해도 실버4 정도는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자축.
며칠 뒤 승급전을 시작했다.
같이 하는 사람들이 내 승급전 결과를 가지고 내기를 걸어놓은 터라, 약간은 긴장이 된다.
정글 엘리스를 고르고 게임을 시작하면서 op.gg로 현재 게임 정보를 보는데..
무언가 잘못되었다.
왜 우리팀에 골드가 있는거지.
왜 적팀에도 골드가 있는거지.
모두들 실버 1 아니면 2인 이유는 뭐지.
배치고사 이후 연승을 해서 그랬나 MMR이 생각보다 높았나보다.
미드 OP.. 아니 골드 OP요
금색 하늘의 공기는 너무나도 높았고, 나는 무난하게 발을 헛디디면서 무난하게 망해갔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도 우리의 그브-레오나 봇듀오는 상대방 봇을 폭파시켰고..
버스 탑승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나는, 억지로 탱템을 올리면서 버스 뒷자리에 간신히 올라탔다.
어찌되었건 승급전 1승.
후덜덜한 기분으로 다음 판을 시작했다.
바루스 원딜을 고르고 현재 게임정보를 보는데 우리팀은 모두 골드고, 적 팀은 실버 하나, 골드 3, 플래티넘 하나.
아 우리팀이 모두 골드라는 말은 잘못되었다.
나는 브론즈고, 우리팀은 4명이 골드였다.
실버도 한 명 있었던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뭐 어쨌든..
그것보다 난 왜 이런곳에서 2픽인거지..
아는 사람들은 내기 결과 구경한다고 아프리카로 방까지 파서 관전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골드 이즈느님과 라인전을 하려니 손발이 떨리고 머리가 핑핑 돈다.
이 하찮은 똥색 브론즈가, 골드 이즈느님의 q를 피할수나 있을까요?
그저 다른 라인 분들이 캐리해주기만을 바라며 게임을 시작한다.
골드는 골드다. cs 먹는게 나랑 정말 다르다.
그래도 자칭 스코어식 안정적 라인운영을 통해 생각보다 크게 뒤쳐지지 않으면서, 딜교도 무난하게 진행했다.
그러다 갱을 맞아서 우리 쓰레시가 던진 랜턴을 타려고 도망가는데 적팀들이 귀신같이 몸으로 랜턴을 막는다.
무난한 1데스
그래도 라인전은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데, 우리 미드 케일이 상대 아칼리에게 계속 폭파당한다.
케일 혼자서 거의 7킬쯤 따일 때, 봇에서 내가 상대 블리츠를 잡고 2데스째를 하고 말았다.
울 서폿 쓰레시가 나 한심하다고 버리고 간단다.
바루스 답이 없다고, 이딴 원딜이랑 겜 하기 싫다고 미드로 가버린다.
뭐 내가 그닥 잘한건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미안하다고 하고 게임을 하는데
쓰레시의 채팅창은 멈출줄을 모른다.
원딜의 기본이 안되있느니, 게임을 하나도 이해를 못하느니..
'쓰레시형.. 형이랑 듀오돌리는 케일은 지금 9데스째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승급전이라 참았다.
승급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
게임은 이미 기울었지만 어쨌든 한타는 해보고 끝내야 하기에, 템을 뽑고 울 정글에서 한타를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쓰레시는 끊임없이 욕을 하고, 말 없이 게임하던 쉔도 나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한타는 당연히 무난하게 망하고, 정글 우디르도 나를 뭐라 하기 시작한다.
케일은 말이 없다.
나도 말이 없다.
내 멘탈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모두 저 먼 곳으로 증발해버렸고,
서렌을 친 후 나는 약 28일동안 랭크 게임을 하지 않았다.
* 승급 이야기
사실 28일동안 랭크를 안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여행으로 일본을 다녀오고 다시 랭크 게임을 하려고 보니 이미 승급전이 취소되어있었다.
그냥 브론즈1 100점.
그래도 100점인건 좋네. 내가 바로 브론즈의 왕이구나. 똥왕이다 똥왕.
...
휴면 계정이라고 리그 순위에도 제대로 안뜨는건 왠지 아쉬워서 그냥 한 판만 하자 하고 게임을 했다.
멘탈 박살나기 싫어서 그냥 쓰레시 서폿을 했다.
무난하게 게임을 이겼는데, 다시 승급전으로 되지를 않는다.
음, 휴면계정이면 랭크 한 판 해서는 점수 변동이 없나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도 휴면계정 된 것 같다 싶으면 랭크 게임을 한 판 정도 했고, 여전히 나는 브론즈1 100점이었다.
그렇게 10월이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논문도 써야되고, 취직도 해야되고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가끔씩 아는 사람들과 롤은 했다.
10명이 같이 스카이프 하면서 내전하면 짱 재미있습니다 여러분도 꼭 해보세요.
오늘은 간만에 5인팟으로 두어판 하고, 다시 일이나 할까 하면서 그 전에 전적이나 보려고 전적검색사이트에서 전적검색을 눌렀는데,
새로고침하고 보니 나는 브론즈1 승급전 2승 2패중이었다.
저기 저 그런 사람 아닌데요..
저 소환사이름은 내가 맞는데.. 하면서 당황스러운 마음에 게임에 들어가보니 난 정말로 실버승급전 2승 2패중이다.
나는 대리를 맡긴적도 없고 아이디를 빌려준적도 없고 최근 전적도 다 내가 한건데 이게 무슨 소리요.
멍하니 승패패승이 떠있는 창을 보고 있자니,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승급 취소 된 이후 한 랭크겜이 대충 4게임 정도 되는것 같기도 하고..
아니.. 앞에 승패는 내가 한거랑 같은데.. 혹시 승급전 취소되고 2게임밖에 안했던가?
그럼 서버가 맛이 가서 갑자기 미친척 하고 그냥 승급전 시켜주는건가?
어느쪽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내가 해온 랭크 게임들은,
서버는 아닌척 했지만 사실은 그동안 계속 승급전이었던 것이었던 셈이다.
나는 하루아침에 실버를 포기한 아무 생각 없는 브론즈에서,
승급전 2승 2패를 하고 마지막 게임을 제발 이기기를 바라는 모든것이 두려운 브론즈가 되었다.
* 진짜 승급 이야기
두려운 마음으로 랭크를 돌렸고, 우리팀 요릭은 짱짱맨이었고, 나는 실버5가 되었다.
와와!
써놓고 보니 썰만 길고 별거 아닌 이야기.
ps.
저도 정말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그냥 리그 100점인 상태로 표시가 되어있어서 저는 정말로 휴면계정이었어서 그런줄 알았어요.
오늘 승급전 2승2패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혹시 오늘 패치하면서 뭔가 제대로 표시되게 바뀐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면 서버가 정말로 오류가 생겨서 승급전을 시켜줬던가..
ps2.
저 배치할때 피오라 한 친구가 가끔 랭크 게임 얘기가 나오면 저한테 되게 미안해합니다.
사실 새 승급전 승패패승 할 때 한 게임중에 마지막 승은 저 친구가 자기가 미안하다고 듀오 한번만 더 하자고 해서 한거에요.
다만 들어가고보니 제가 1픽이고 친구가 5픽이여서 그 친구가 멘붕했다는건 비밀..
시즌 말이라 다들 랭크 하느라 바쁘실텐데 모두들 승급 성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