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는 유명 게임 제작자 중 한 사람인 존 카멕의 신작 '레이지'를 이번에 구매해서 플레이해봤습니다. 발매 이전에는 오픈월드니, 존 카멕의 신작이니 해서 나름대로 기대감을 가진 게임이었는데요. 솔직히 말해서는 생각보다 많이 실망입니다.
1. 첫 느낌
우선 게임의 배경은 운석 충돌로 멸망해버린 지구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자세히 말하면 동면 장치 같이 생긴 아크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박살나버린 문명 세계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인 듯 싶긴 한데... 개인적으로 폴아웃도 그렇고 너무 자주 나오는 세계관인지라 딱히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식상하고요. 깨어나보니 다른 사람들은 다 죽고 나 홀로 살아남아 탈출한다는 초반 진행도 별로였습니다.
무엇보다 연출에 있어서도 그리 좋다고 느껴지지 않은게 갑작스레 등장한 적이 날 공격해서 위기에 빠지는 순간을 긴박하게 표현하긴 하는데 굉장히 뻔합니다. 그마저도 초반에 몇번 나오다가 좀 진행하기 시작하면 전혀 나오질 않고요.
게임 로딩 때마다 보이는 컨셉 아트인데 이 게임의 장점 중 하나는 컨셉 아트와 게임이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앞으로 언급할 것들을 생각하면 몇 안되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아 어느 정도 비슷하냐면
바로 이렇게 말이죠.
네... 이렇게 말이죠. 그 외에도 대부분 컨셉 아트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2. 자유도
처음에 언급한대로 전 처음에 이 게임이 보더랜드나 폴아웃처럼 어느 정도 자유도를 가진 게임인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발매전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말했고요. 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면 제작자의 전작인 '둠'이 생각나는 일직선 진행 구조입니다. 그나마도 서브 퀘스트가 있지만 다른 지역을 이동하는게 아니라 메인 퀘스트의 장식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심지어 해결 방식도 메인 퀘스트를 하다가 자연스레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한마디로 오픈 월드란 말은 전혀 맞질 않습니다.
또한 캐릭터에 있어서도 불만이 많습니다. 대사 하나 없는 몰개성한 캐릭터면서 자신이 꾸밀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아크에서 깨어난 생존자일 뿐이죠. 그마저도 옷 하나 갈아입으면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초반 진행하다 보면 옷을 갈아 입게 되는데 게임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이는 멀티 플레이에서도 이어지는데 이건 잠깐 뒤에 설명하죠.
3. 게임의 정체성
자동차의 각종 보급품을 사는 장면, 이 게임은 자동차가 가지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아니 이걸로는 설명이 안될 수준입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차가 게임의 메인 컨텐츠란 점입니다. 자동차에 각종 화기를 장착하고 부품을 깔아끼우며 각종 무늬로 치장까지 해줄 수 있습니다. 개성 없는 주인공에 비하면 정말이지 넘치는 자유도를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중요한건 이 게임은 레이싱 게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분명 fps 게임이라 소개해놓고 실제로 퀘스트를 하면서 자동차 경주는 빠질 수가 없으며, 못하면 게임 진행에 걸림돌이 됩니다. 심지어 멀티플레이에서는 경주가 메인 컨텐츠지요. 물론 재밌긴 합니다. 단순한 경주가 아니라 미니건이나 로켓을 달아 싸우면서 달리는게 나름 재미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자유롭고 풍성하게 구성해놓고는 게임의 본질인 1인칭 액션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는게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입니다.
이 게임은 주인공보다 자동차에 열심히 투자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미니건을 달고 바퀴에 칼날을 달고, 부스터를 더 좋은 부스터로 개조해봅시다.
4. PC 게임으로 불편한 점
하면 할수록 콘솔 위주의 게임이란 생각이 물씬 듭니다. 어이없을 정도로 적은 멀티플레이 인원은 둘째치고 조작키 배치가 너무 불편합니다. 있으나마나한 경우도 있고 심지어 V키를 누르면 개머리판을 때린다는 것도 설명 없이 넘어가서 이런 저런 키를 찾다가 알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무엇보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그래픽 관련에서 여러가지 소동도 있었고요. (이 점은 개인적으로 겪지 않은데다가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궁금하신 분은 알아서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5. 심심하다 못해 밋밋한 멀티플레이
제일 실망한 부분입니다. 멀티플레이는 두 가지 방식을 제공하는데 한 가지는 1인칭 액션의 탈을 쓴 자동차 경주인만큼, 자동차 경주를 4인까지 지원합니다. 현재까지는 딱 한번 플레이해봤는데 아직까진 발매 초라 다들 캠페인을 하는지 제대로 게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운로드가 늦어 새벽 시간대에 했다는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리고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에서 보던 스펙 옵스 같은 '황무지의 전설'이란 게임 모드를 제공합니다. 말 그대로 PVE 모드인데요. 충격적인건 이건 유일한 1인칭 액션 모드이면서 3인 이상으로 지원이 안 됩니다. (딸랑 2명이서 할 수 있다는 뜻) 그마저도 한 단계 올라가면서 여러 스테이지가 풀리지만 전체 스테이지가 10개가 안 되는데다가 하나의 스테이지도 무진장 짧습니다. 그나마 재미있으면 모르겠는데 영어로 열심히 떠들어대는 외국 유저와 아무런 호흡도 맞출 필요 없이 열심히 쏘면 깨는, 아주 간단한거라서 더욱 더 실망했습니다. 나름대로 전투시의 몰입도가 괜찮은 게임이 일반적인 멀티플레이 지원이 없고 오히려 자동차 경주가 메인 컨텐츠다 보니 여러모로 실망입니다.
그나마 자동차 관련해서는 이렇게 언락할 수 있는 자동차까지 제공하면서...
황무지의 전설은 스테이지와 난이도 조절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거의 몸 풀기 수준...
6. 결론
도무지 이게 무슨 장르의 게임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레이싱 게임인지, FPS 게임인건지...
솔직히 전투시의 몰입도나 연출은 괜찮습니다. 실외의 넓은 황무지는 밝은 분위기면서도 실내로 들어가면 어두침침하면서 묘하게 긴장하게 만드는 음악 등은 정말로 일품입니다. 또 전투시에도 백병전을 벌이러 오는 적의 움직임도 날카롭고 긴장되게 만들거든요. 그 외에도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이나, 총에 맞고 죽어가면서도 공격하는 모습, 머리에 쓰고 있는 투구가 총에 맞아 날아가는 등의 전투 중 묘사는 굉장히 휼륭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멀티플레이에서 다수 대 다수가 붙는 데스매치나 좀 더 많은 인원이 함께 할 수 있는 협동 모드가 지원되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정말 전투시 이렇게 달려드는 적을 보면 꼭 '둠'이 생각납니다. 실제로 대부분 인간 혹은 인간과 비슷한 돌연변이면서도 총 한 두발로는 쓰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꼭 '둠'의 그것들 같더군요.
안전한 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도박, 간단히 설명하면 돈을 걸고 다가오는 4명의 적이 빨리 해치울수록 돈을 벌고, 아니면 망하는 게임입니다. 일종의 슬롯머신에 가까운 구조입니다. 묘하게 긴장감이 드는터라 중독성이 있더군요. 물론 돈 버는데는 도움이 안 됩니다... (돈을 잃을 확률이 적은데 돈을 딸 확률도 적은 게임입니다.)
7. 평가
장점 : 몰입도 높은 전투,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픽 등으로 잘 구현된 세계관, 취향에 맞는다면 굉장히 흥미로울 자동차 경주
단점 : 오픈 월드하고는 전혀 상관 없는 게임성, 지나치게 레이싱에 편중된 게임 구조, 빈약한 멀티플레이, 일부 PC에 일어나는 텍스처 문제 등...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데드 아일랜드'와 비교해서는 많이 실망한 게임입니다.
* kimbill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10-07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