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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23 01:36:40
Name 데미캣
Subject 격납고에서 펼쳐진 결승 직관 후기입니다.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1. 김포공항역에서 격납고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많이 엄격하고 까다로웠습니다.
3번출구에서 진행요원들의 통제를 받으며 3분 정도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이동. 셔틀버스를 타고 5분 정도 이동, 도착지에서 다시 진행요원들의 엄격한 통제 속에 2열로 4분 정도 이동..
조금은 본사의 느낌을 만끽하며 자유로운 이동을 꿈꿨던 저로써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허나 결승을 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손해쯤은 감수해야겠거니! 생각했으나.. 이 엄격한 통제는 나중에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난 후 집으로 가는 길은.. 정말 김정우 선수가 맛봤을 것 같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2. 매점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으나, 진행요원의 통제가 좋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매너도 좋았기에 비교적 잘 운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용하는 인원에 비해 물건의 수량이 매우 부족해서, 출출한 시간대에 사람들이 원했던 먹거리들은 금세 동났던 건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화장실 또한 간이화장실이었으나 큰 불편을 겪진 않았습니다. 경기장 입구에선 관람 인원을 위해 공짜 음료를 제공했던 것도 상당히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음료를 거의 퍼주다 시피 하던데.. 황송할 지경이었습니다. 생수가 떨어지니 사이다 캔을, 사이다 캔이 떨어지니 드링크 음료수를..

3. 생각보다 격납고 크기가 생각보다 엄청나진 않더군요. 물론 크긴 했으나, 그냥 그 중앙에서 앉아서 봤을 때는 압도적..인 사이즈로 체감되진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2시 정도에 도착했지만, 생각보다 꽤 앞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앉아서 동생 녀석과 이것 저것 먹으며 2시간 정도 기다리니 입장이 됐고, 어쩌다보니 이영호 선수 팬클럽 자리에 앉게 되었지요. 이 덕에 이영호 선수의 얼굴이 그려진 황금색 망토 아이템을 얻었고, kt 롤스터 깃발을 힘차게 휘두를 수 있는 영광을 얻었죠. 아직 초등학생인 동생은 황금색 망토를 정말 마음에 들어 했고, 깃발은 몇 번 휘둘러 봤으나 생각보다 많이 힘이 들었던 관계로 뒷자리 친구에게 슬쩍 넘겨줬지요.
이 외에도 샌드위치와 음료를 공짜로 제공해주신 이영호 팬클럽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4. 정말 토나오게 많은 사람들이 왔으나, 기민하게 대처한 진행요원들 덕에 많은 관중들이 타 관람물에 비해 비교적 질서있게 착석했습니다. 그 수많은 의자를 채우고도 사람들이 더 와 스탠딩으로 보더군요. 음.. 좀 더 여유있게 좌석 배치를 했으면 어땠을까. 공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던데 말이죠. 생각보다 예상 관중을 과소평가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5. 시크릿분들에게 애도를. 뭐랄까.. 초대가수의 분위기가 안 나더군요. 주위를 둘러봐도 호응하는 부류는 중앙의 몇몇 정도로 보이더군요. 그 수많은 관중들에게 관심을 못 받는 걸 보며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왕 큰 무대인데, 좀 더 임팩트 있는 가수를 불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들더군요. 그리고 오프닝.
김정우 선수의 어마어마한 높이에서의 크레인에서의 등장. 오오오.. 하는 마음에서, 저 정도로 포스 있는 등장이면, 이영호는 어느 정도인거지? 하고 궁금해했었는데, 그 순간. 정면의 무대가 열렸습니다.
정말, 현장에서 보는 저는 숨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굳게 닫혀있던 대한항공 로고가 그려져있던 격납고 입구가 떡하니 벌어지면서, 항공기 한척이 몸을 내밀고, 거기에서 내려오는 이영호. 이 정도의 연출.. 과거 어느 무대에서도 볼 수 없던 과감한 연출, 그리고 포스 있으면서도 격식 있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 조금은 지루한 세팅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합니다. 발키리가 잡히면서, 김정우 선수에게 기울어져 가는 분위기를 과연 이영호는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점점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고 있는데 ppp. 그리고 재경기.. 약 40여분 동안의 지루한 기다림 속에 너무나도 속상하고, 짜증이 났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벌어지는 결승전인데, 최대한 좋은 무대를 보여주며 좋은 행사로 끝났어야 하는 결승전이 재경기 상황으로 무너질까봐 걱정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난관을 뚫어가며 온 결승전인데 이런식으로 망쳐지는 것 같아 조금은 불쾌한 마음이 들기도 했구요. 그 수많은 관중들이 출구를 향해 무질서하게 나가는 모습을 보며 심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괜히 주말에 시간 낸 것 같아..라는 회의도 들었던 것 같군요. -_-;

7. 하지만, 선수들의 좋은 경기력으로 경기는 멋지게 끝났습니다. 김정우 선수의 경기를 뒤집는 모습을 보며, 얼마 전에 봤던 베르세르크의 그리피스라는 주인공이 생각나더군요. 모든 근육이 파괴되고 절망의 삶밖에 남지 않은 그가, 다시금 화려하게 부활하여 구세주로써 여겨지는 모습. 만화에서는 악의 화신이 되어 그 모든 것을 이뤄나가나 김정우는 자신의 힘으로 그 모든 것을 헤쳐나가며, 메시아로 등극하는 것이 무언가 판타지의 주인공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황홀한 막이 내리는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그 커튼콜을 위해 경기가 끝나는 순간 집으로 향하는 수많은 군중을 뒤로하고 김정우 선수의 트로피 수여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이 엔딩의 순간을 눈으로 기억하고 싶기도 했고, 이대로 집으로 가는 건 너무나 아쉽기도 했으며 선수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지만 말이죠..


여기서부터 최악의 상황이 시작됩니다.
퍼뜩 정신이 들게 됩니다. 아차, 오늘은 토요일. 막차 시간은 11시 20분 남짓일텐데.. 시계는 벌써 10시 10분을 가리키고 당장 출구 쪽을 향해 동생 손을 잡고 뛰어갑니다.

허, 벌써 출구 쪽에 운집해 있는 수많은 인파들.. 헌데, 그 인원들이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격납고를 오기 위해 지켜졌던 무수한 절차들. 제 앞에 이미 출발했던 관중들이 지키고 있을 그 까다로운 절차들.. 그렇습니다. 그 절차들이 그 수많은 군중들에게 가해질테니, 이 끝없는 행렬은 미동조차 할 수 없는게 분명하다는 사실.

막차 시간은 다가오고. 벌써 11시입니다. 겨우겨우 출구를 빠져나왔으나 아직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가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거기에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하지요. 저 혼자라면 상관이 없었으나, 아직 13살 된 동생 녀석은 점점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우산을 든 행렬이 끝이 날 줄을 모릅니다. 정직하게 줄을 지키는 저희를 사이로 옆에 무수한 인파가 새치기를 시도하나, 제지하는 이도 없습니다. 대체 왜 내가 이 요원들의 지시를 철통처럼 따라야 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동생을 어떻게든 위로를 해주기 위해 "형 훈련소에서 이렇게 걸었던 기억이 난다. 너도 나중에 할꺼니까 미리 예습해 놓는다 생각해. 크."라며 군드립을 날리지만 안색이 더 안 좋아지네요. 끙.



11시 15분 즈음 셔틀버스 앞에 도착. 허나 이미.. 지하철을 타봐야 강동역까지 오는 차는 끊겼습니다. 멍청한 놈. 커튼콜은 보는게 아닌데. 좀 더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동생에게 너무 미안해집니다. 첫 스타리그 결승전 관람인데, 경기를 볼 때는 그렇게 즐거워하던 놈이 너무나 지쳐있네요. 가슴이 아픕니다. 결국 셔틀버스를 타지 않았습니다. 도보로 김포공항까지 쭉 걸어갔지요. 10분쯤 걸었을까, 공항에 도착하였고 택시를 탔습니다. 맘씨 좋은 어르신 기사분께서 할증 스위치도 키지 않고 와주어서, 2만 5천원 내고 군자역까지 와서 단 하나 남은 막차 버스 타고 겨우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렇게 황홀했던 결승이었는데, 퇴장하는 길은 최악의 순간이었습니다. 제 지갑에 그 정도 돈이 없었으면, 전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요? 피시방? 찜질방? ..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 권유한건 온게임넷 측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런식으로 퇴장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만 했는지. 막차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감안하고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보안이 우선이고, 질서가 우선이라지만 집에 가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해줬어야지요..

오늘 경기하는 도중, 동생이 말했습니다. "형, 다음주 결승도 꼭 데려가 줄꺼지?"
돌아오는 길, 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다음주 결승 갈꺼니?"

".. 다신 안가.. 이건 지옥이야 지옥. 재미는 있었는데.. 너무 힘들다 정말"


.. 좋은 기억만 남겨주고 싶었는데.. 축 늘어져서 잠자리로 향하는 동생을 보며 제 가슴은 너무도 속상했습니다

- 뻘글. 실물로 본 조현민 팀장님은 정말 미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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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23 01:39
수정 아이콘
착한 형이시네요^^
10/05/23 01:42
수정 아이콘
에휴..수고 많으셨습니다. 푹 쉬세요~
그나저나 온겜은 다 잘해놓고 왜 마지막에 이랬어야 했나 싶네요.
그동안 수많은 결승전을 치뤄왔는데, 끝나고 퇴장하는 관객들 편의 하나 신경 못 써주나요.

어제 뒷담화에서 그렇게 와달라더니, 제발 이 판을 살려달라느니. 그렇게 사정사정 하더니만
힘들게 빗속을 뚫고 오프 간 사람들에게 이정도 밖에 못해준 겁니까.
글쓴님이야 돈이 좀 있으셔서 괜찮았지, 학생들도 많이 갔을텐데
아마 이 비오는 날, 밤새면서 집에도 못 가는 그런 학생들도 있을 것 같군요..
10/05/23 01:45
수정 아이콘
오는 것만 신경쓰고 가시는 길은 편히 못 살펴드리나 봅니다...

그래도 오프를 직접 가신 분들은 수고하셨어요...
칼잡이발도제
10/05/23 01:45
수정 아이콘
저도 오프갔다왔는데 이스포츠에 대한 빠심이 넘치지 않는이상 오늘 결승(특히 귀가길)은 정말 힘들긴했죠;; 전반적으로 글쓰신 분 말씀이랑 동감합니다...;; 시크릿같은 경우는 I Want you Back 이 흥이 나는 노래가 아닌지라 좀 분위기가 거시기 했는데 오늘 드림콘서트날이라 초대가수 섭외가 엄청 힘들었다는걸 감안하면 그래도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말씀하신 '까다로운 절차들'같은 경우, '군사보호시설'로서의 보안문제와 비가 오는 상황에서의 안전문제를 생각하자면 좋게봐줄수도 잇긴하지만 그래도 막차를 눈앞에둔 사람마음이 그런지라 상황이 안좋을수 밖에 없었네요;; 1경기 재경기만 안됐어도 훨씬 좋았을텐데 그놈의 비로인한 장비문제라는게...;; 아쉬움이 없는 완벽한 결승이다! 그렇게 말할순 없겠지만 그래도 위기의 e스포츠에서 '굵은' 한줄기의 희망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10/05/23 01:45
수정 아이콘
진짜 간이 매점 유격장에서 봤던 황금마차 생각나더군요

그것도 달랑 한대만 올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 내 차례 되서 올라갔더니 먹을꺼 하나도 없고 휴지만 달랑 올려져있더군요

ㅡ,.ㅡ;;
10/05/23 01:49
수정 아이콘
".. 다신 안가.. 이건 지옥이야 지옥. 재미는 있었는데.. 너무 힘들다 정말"

아아.. MSL 결승 흥행 참패인가요..

근데 MSL 결승은 고려대라 교통편은 편할 것 같은데 (물론 사람들이 몰리면 북적대니까 힘들긴 하겠지만 비교적)

실제로 교통편 잘되있는 곳도 결승가면 많이 힘드나요? 전혀 간적이 없어서;
10/05/23 01:50
수정 아이콘
이글 보니까 화나네요.. 그렇게 오라고 거의 구걸하다시피 말할더니 정작 온 사람들한테 이런식으로 대접하나요?
그것도 대중교통을 권했던건 온게임넷이라고? 참 너무합니다.
彌親男
10/05/23 01:53
수정 아이콘
MSL 결승은 고려대 화정체육관이라고 해서 교통이 편하리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실제로 화정체육관은 고려대에서 언덕길을 족히 20분은 걸어 올라가야 하구요. 마을버스 한 노선만 화정을 지나갑니다.

당일에 셔틀을 운영할 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고려대 역에서 하차해서 걸어가야지~~~"

하시는 분들은 츄리닝에 운동화 신고 편한 복장으로 오세요.

고대생들도 화정 거의 안 걸어갑니다. 셔틀 타고 가지...


자세한 것은 매번 그 근처에서 pgr 캐치볼 모임을 하는 것 같으니 그 분들에게 물어보시면 될 듯 합니다.


다행인 것은 끝나고 빠져 나가는 길은 굉장히 넓고 많기 때문에 온게임넷 처럼 혼잡할 일은 없습니다.
10/05/23 01:58
수정 아이콘
彌親男님// 엠에쓰엘 결승전 셔틀 운행 한다고 들었습니다

네이트배때를 생각하면 ........... 원활한 진행이 안되서 가고도 너무나 후회했는데

가야될지 말아야될지 아직도 고민되네요...
네고시에이터
10/05/23 02:20
수정 아이콘
이거 뭐 후기들 쭉 읽어보자면..한마디로 뭔판이였군요. 대중 교통 이용하게 만들어 놓고 막차 끊기게 만드는건 뭐니 대체 ;;
다크질럿
10/05/23 05:13
수정 아이콘
온겜넷 진행 미숙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비판보다는 댓글이 MSL 쪽으로 흐르네요.
안스브저그
10/05/23 05:14
수정 아이콘
화정에는 매년 큰 행사 치르지요 연고전이라고 말입니다. 연고전때는 별 통제없이 학생들이 알아서 잘 빠져나가던데 또 여기저기서
통제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리쌍록의 어마어마한 관중수도 변수가 될 것 같고 말입니다. 아마도 격납고 보다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화정체육관이 꾀나 고려대 높은 곳에 있어서 먹거리 같은거 싸들고 가심도 좋을 듯 합니다.
lovemind
10/05/23 12:06
수정 아이콘
이렇게 차분하게 쓸 수 있다니 정말 천사이십니다. 동생 분 오프 데리고 간 것도 그렇지만요 ^^
정말 성격 좋으신 듯 합니다.
가만히 손을 잡
10/05/23 22:34
수정 아이콘
잘 다녀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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