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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21 13:35:06
Name becker
Subject 김윤환 vs 이제동 하나대투 4강 감상평
간만에 개인리그 오프를 뛰고난 뒤의 소감을 짤막하게 적어봅니다.

1. 판짜기의 이제동, 심리전의 김윤환

저도 그렇고 언제부턴가 김윤환선수의 별명이 브레인이 된 이후로 김윤환 하면 판짜기의 이미지가 크게 굳어진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게임속에서 보여지는 뛰어난 두뇌싸움이 판짜기로 바로 연결되느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존하는 게이머들중 가장 다전제 판짜기를 잘 다루는 게이머는 이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경기에서 5드론이 나왔을때, 이승원 해설위원께서는 "누가 이제동이고 누가 김윤환인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만, 사실 그러한 다전제에서의 도박적인 선택이야 말로 이제동의 가장 큰 특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동은 다전제에서 어제 포함 4-5드론을 세번이나 질렀습니다. 이렇게 많은 5드론을 다전제에서 쓴적은 없습니다만, 그 순간순간 모두가 워낙 의외의 타이밍에서의 4/5드론이였기에 허를 찔릴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반면 김윤환선수의 장점이 잘 부각되었던 경기는 역시 반격에 나섰던 3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윤환선수는 앞마당 해처리를 먹었고, 이제동 선수는 뒷마당부터 먼저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보통 저글링으로 공세를 나서는건 앞마당해처리를 핀 쪽입니다. 트라이애슬론의 뒷마당 해처리를 먹은 저그는 사실상 링싸움에서 1햇vs2햇의 구조로 진행되는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링싸움에서 수세에 몰릴수 있을 이제동선수가 이러한 선택을 했던것은 그만큼 링컨트롤 및 수비에 자신이 있었던것이고, 적당량의 저글링만 뽑아주면서 수비에 성공해냈습니다. 얼핏보면 이제동쪽이 유리한 상황입니다. 소수의 저글링으로 다수의 저글링을 막은것 처럼 보이거든요.

그러나 김윤환선수는 거기에 한발 더 앞서가 저글링싸움에서의 숫적우세를 점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이중트릭을 건 느낌이였습니다. 분명 저글링의 공세는 마치 자신이 더 많은 저글링이 있는마냥 계속해서 몰아붙혔습니다만, 실상은 이제동선수와 동일한 숫자의 저글링(혹은 소수의) 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저글링은 입구앞에서 농성을 하면서 저글링의 추가를 강요했습니다. 마치 상대방이 이것만 막으면 유리하게끔 보여놓고, 자신의 한방은 뮤탈에 중점을 두고 있었는데 말이죠.



2. 이제동의 기세, 김윤환의 머리를 누르다.

이러한 점을 보더라도 김윤환선수의 머리는 판짜기쪽보다는 확실히 상대방의 정보를 수집한 이후의 수싸움에서 굉장히 능한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4경기 투혼에서도 상대방의 10드론 본진 투햇을 발견하자 마자 저글링을 돌려주면서 굉장히 시간을 잘 끌었습니다. 분명 저글링 러쉬를 한번에 굉장히 많이 막고 나서 김윤환선수가 유리해질법한 타이밍이 있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본진에 먼저 투햇을 짓는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는 패자의 패인보다 승자의 승인이 더 빛나는 법입니다. 이제동선수가 결승행을 확정지었던 경기에서 보여줬던 가장 큰 승리 요인은 뭐랄까, 경기 바깥으로도 느껴졌던 "기세"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제 김윤환선수의 수비는 투성큰이 아니라 원성큰 원챔버심시티 이후 김윤환선수의 뛰어난 컨트롤이라면 막을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윤환선수가 투성큰을 강제받았던 이유또한 저는 기세에서 눌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번 이제동을 꺾은 바 있는 김윤환이고, 그 역시 랭킹 3위의 초고수이기에 왠만하면 기세에 눌릴것 같지 않은 선수입니다만, 아마 2경기에서 5드론의 충격이 꽤나 남아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분명 김윤환은 현존 저그들중 이제동에게 맞설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입니다만, 역시 이제동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괴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한판이였습니다.


3. MSL, 아픈 경험을 딛고 성공적인 축제를 위하여.

사실 굉장히 놀랐습니다. 제가 문래동을 찾은 이래로 이렇게 많은 팬들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저저전 다전제라는것을 감안하면 정말로 놀러운 성과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저는 김윤환/이제동 두 선수 모두 비슷하게 좋아하기에 두 선수 모두 응원했습니다만, 오프의 열기는 이제동선수 쪽 팬들이 더 많이온것 같았습니다. 온풍기 사건 및 반발이 많았던 개편들이 있었기에 MSL 최대의 위기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만, 적어도 어제 보여진 MSL의 열기는 위기를 기회로 넘길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생활을 하다 보니 알게된 MBCGAME의 한 두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드리면서 축하(?)를 드렸더니, 사람이 많이 왔다고 마냥 좋아할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지난 결승의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만... MSL뿐만 아니라 모든 esports 팬들과 관계자들, 그리고 남아있는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야 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디 이번 결승에는 좋은 무대를 만들어주셔서 팬들의 기억에 길이남을 축제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의 격납고매치를 시작으로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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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10/05/21 13:38
수정 아이콘
MSL도 결승 무난히 치르고 흥행했으면 좋겠어요~
아비터가야죠
10/05/21 13:39
수정 아이콘
어제 생방으로 봤는데 대만족이었습니다.
저저전이 그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4강답게 관중도 많아서 현장감도 느껴졌고요.
이번 양대리그 결승전으로 이스포츠판이 다시 뜨겁게 달궈졌으면 좋겠습니다.
DavidVilla
10/05/21 13:4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특히 김윤환 선수가 승리한 3경기에 대한 해석이 좋네요.

'멀티 위치의 차이'를 이용해, 방어하는 이제동 선수로 하여금 오히려 저글링을 더 많이 뽑게 하였지만, 공중유닛에 집중해 '숫자'에서 앞서는 김윤환은 저글링 싸움에서 밀리고도 이제동의 저글링와 뮤탈에 의한 일꾼 타격을 전혀 입지 않았죠.
그리고는 무난하게 끝내 버렸는데, 3경기에서만큼은 김윤환 선수가 '역시 브레인이구나!'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아, 그리고 관중들이 꽤 많이 오셨더군요.
한 경기 한 경기 끝날 때마다 선수 이름을 연호하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박수를 쳐주시던 다수 관중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저도 내일부터 펼쳐질 두 대회의 결승전이 모두 성황리에 마침표를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10/05/21 13:46
수정 아이콘
어제 2경기의 5드론이야 말로 폭군다운 모습이였죠. 정명훈선수와의 다전제, 그리고 J씨와의 다전제에서도 한번씩 보여줬던 모습입니다.

이제동선수의 5전제는 뭐랄까, 상대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자기자신이 즐겨하는 싸움속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느낌이 강합니다. J씨 같은 경우는 4드론 한번 당하고 나서 그 다음 매치에서는 평정심을 잃고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었죠. 반면 김윤환선수 같은경우는 흔들리기 시작하는 마음을 추스리고 한 세트를 따내더군요.

폭군의 기세에 움츠려 들만도 한데, 그 상황에서 냉정하게 한 세트를 따내는 모습을 보면서 김윤환선수 또한 정말 대단한 상대라는걸 새삼 확인했습니다.
칼라일21
10/05/21 13:52
수정 아이콘
어제 저저전 정말 재밌었습니다.
이제동의 판짜기와 치밀한 준비가 돗보였고 이에 맞서는 김윤환선수도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더군요.
저저전은 살얼음판의 떨림이 있지만 어떨 땐 일합이면 끝이라는 사실 때문에 답답한 면이 있는데,
어제 경기는 끊임없는 공세와 수싸움이 빛나는 경기들이었던 듯합니다.
가히 최고의 저저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Lainworks
10/05/21 13:53
수정 아이콘
농담아니라 5드론 했을때 현장 분위기는 정말
그리고 앞마당에 해처리가 펼쳐지는 순간 정말
...어휴
좋은풍경
10/05/21 13:57
수정 아이콘
저저전은...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는데,
1합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쾌검수들의 1:1 싸움 같다고 생각합니다.
주먹으로 하는 박투와는 달리, 칼질 한번에 그대로 승부가 갈리는... 눈을 떼지 못하는 승부.
Psy_Onic-0-
10/05/21 13:58
수정 아이콘
음.. 갑자기 기억이 안나서 질문 드리는데
이제동 선수가 어제 5드론,정명훈 선수와의 4강에서 4드론, 또 어디서 했죠??
cutiekaras
10/05/21 14:02
수정 아이콘
역시 원조 다전제브레인은 이제동 선수 라는걸 확실히 보여준거 같아요
10/05/21 14:05
수정 아이콘
이영호를 제지하는 이제동을 기대하기 때문이죠

김성대 vs 이영호 경기를 봤는데 상대가 이영호이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던거라고 봅니다

결국 스타판은 선수들이 끌고가는거랄까요
하이브
10/05/21 14:35
수정 아이콘
이제 저저전 = 흥행참패

이런 공식도 깨진 듯 합니다.

어제 김윤환 선수와 이제동 선수의 다전제는 진심으로 재미있고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그런데, 3경기에서 becker님/의 견해와는 다르게, 저는 확실히 김윤환 선수가 저글링을 많이 뽑았다고 봤습니다. 그럼에도 뮤탈 싸움에서 김윤환 선수가 이긴건.. 스컬지 일부를 뒤에 숨겨놨다가 뮤탈 교전 중간에 와서 들이받는 플레이 때문 아니었을까요? 확실히 이때 김윤환 선수는 스컬지를 많이 뽑았고, 제대로 효과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아리아
10/05/21 14:49
수정 아이콘
포모스 댓글에서 봤는데 이제동선수 3경기에서 가스2기로 캐서 밀렸다고 하는 댓글을 봤습니다 이게 사실인지.....
장군보살
10/05/21 18:48
수정 아이콘
최근의 저저전 경기중 가장 으뜸가는 재미였습니다. 아주 스피디하고 현란한 컨트롤에 눈을 돌리질 못하겠더라구요.
BoSs_YiRuMa
10/05/21 20:25
수정 아이콘
3경기같은 경우 그 맵에서 12드론 앞마당 vs9드론 뒷마당이면 12앞이 더 좋게 작용하죠.
이제동은 뒷마당을 먹을때 오버로드 찍지 않고 9드론을 찍고 뒷마당을 바로 먹었고, 김윤환은 하던데로 12앞마당을 가져갓으니 드론 수나 회전력에서도 차이가 날수밖에요.
참, backer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10/05/21 23:42
수정 아이콘
저저전.. 솔직히 재미 있습니다만, 역시나 가지고 있는 문제는 딱 하나인거 같습니다.
게임 시간이 너무 짧다는거죠. 이 것만 개선 되면 정말 재미있을텐데요..
lalrarara
10/05/22 01:24
수정 아이콘
저저전 스피디하고 재밌는데...
게임 시간이 너무 짧다는거죠.(2)
저저전은 정말 0.1초단위로 긴장이 몰려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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