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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28 10:36:18
Name 휀 라디엔트
Subject 도재욱 vs 박찬수 5경기 화랑도 - 예측된 움직임은 상성이고 뭐고 다 무시한다
2:2로 팽팽해진 상황. 더구나 역스윕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 박찬수는 정말로 심장이 터질듯한 먹먹함이 머릿속에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주어진 전장은 화랑도. 세인들이 전부 대플토전 저그가 유리하다고 입을 모으는 전장이고 자기 자신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더구나 상대방은 1경기때 날빌을 한번 걸었었다. 무난하게 끌고 가면 무난하게 이길꺼라는 예상은 당연한 거였다. 그래서 박찬수는 무난하게 ‘9드론’을 했다. 1경기에서 본대로 날빌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상황이었다.

게임은 여기서부터 박찬수에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9드론을 하면, 일반적인 맵에서의 원겟 플토는 선질럿후 두 번째 파일런을 올리는 것이 정석이다. 아니면 저글링의 난입을 허용하니까. 그러나 맵은 화랑도였고 러시거리는 길었기에 도재욱은 마치 테란을 상대하듯이 코어를 먼저 올리는 초반 빌드를 운영할 수 있었다. 물론 저글링의 난입은 있었지만 발업도 안된 저글링 소수는 질럿과 프로브로 격퇴가 가능했다.

그리고 도재욱은 적어도 테크트리를 올리는 데는 부족함 없는 가스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도재욱은 스타게이트(가스 150)에서 커세어 2기(가스 200)를 생산해 저그의 오버로드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박찬수는 당연하게 히드라덴을 건설하여 방어를 하지만 오버로드는 어쩔 수없이 몇 기 내준다. 이 상황에서 박찬수의 자원상황은 9드론에 레어를 올린 상황이기에 전혀 부유하지 않았고, 커세어 때문에 빌드는 히드라로 강요받게 되었다. 정찰이 되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2경기 같은 올인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결국 ‘가장 좋다고 알려진’ 선러커를 가게 된다.

박찬수는 모르지만, 이 모든 것은 도재욱의(어쩌면 그 뒤의 박용욱의) 예측안에 있었다.

중계진도 미처 잡지못한 로보틱스(가스 200)와 옵저비터리(가스 100)가 그 증거이다. 병력으로 환원된 가스는 오직 드라군 1기(가스 50). 적어도 테란전을 하듯이 빌드를 운영해서 꾸준히 흡수한 가스이기에 이 정도는 가뿐했을 것이다. 병력은 오직 미네랄만 활용하는 질럿. 더불어 질럿의 기동력을 살리기 위한 아둔(가스 100)과 질럿 발업 리서치(가스 150). 도재욱이 의도했던 가스의 활용도는 여기까지였다. 이후 운영핵심은 어떻게든 가스멀티를 먹자. 더불어 발업된 질럿과 옵저버로 상대방의 멀티를 견제(!)만 하자였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박찬수 역시 1가스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마당에 드론도 충원하지 못한 채로 선러커에 스파이어와 오버로드 속업까지 해야했던 박찬수는 짜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진영으로 보낼 수 있는 러커가 2기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발업질럿에 그나마 지연되어 결국 앞마당에 버로우한 러커는 단 1기. 그것이 옵저버에 의해 공격받는 장면에서 박찬수는 자신이 무언가 엄청 꼬인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했을지도 모른다.

도재욱의 예측적 움직임은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발업질럿과 옵저버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기에(몇 차례 공격을 감행하려는 상황에서 참고 뺀 도재욱의 판단은 정말로 그가 더 이상 단판에 연연하는 신예가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수비적으로 돌아선 박찬수는 멀티지역 방어를 위해 가스를 있는 대로 러커로 바꾸기 시작했고 스파이어가 있음에도 무탈은 뜰 수가 없다고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히드라 웨이브도 없을거라 확신하기에 스톰은 배제하고 아콘을 먼저 생산하여 저글링의 멀티지연과 역무타를 동시에 대비하는 모습은 도재욱이 얼마나 화랑도에서 연습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후 경기는, 박찬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운영으로 가면 이길 수 없는 도재욱의 능력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어쩌면, 박찬수가 12드론 앞마당을 하고 드론 충원을 한 후 상대방의 움직임에 맞추어 저글링 히드라 웨이브나, 아니면 동시 투멀티를 시도하는 후반을 바라보는 ‘무난한 저그의 움직임’을 시도했더라면, 정말로 무난하게 저그에게 잡아먹히는 ‘더블넥 활성화 이전의 암울한 플토’를 보여 주었을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12드론 스포닝만 했어도 이런 경기는 안나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그가 좋다는 모두의 예상과 1경기의 날빌 트라우마가 박찬수를 9드론으로 이끌었고, 선러커를 가게 했으며 선러커가 상대방에게 가볍게 저지된 순간 박찬수의 모든 것은 진흙탕속으로 빠져버렸다.

경기 내내 박용욱 코치의 인터뷰(회랑도에서 준비된거 있다.)가 회자되었지만, 준비되었다는 것이 어쩌면 1경기의 날빌을 통해 5경기를 9드론으로 강요하게 만들었던 거라면 억측일까? 만약 맞다면...도재욱은 악마의 적자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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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손잡이
08/06/28 10:40
수정 아이콘
5경기 연속 9드론.....

아예 운영으로 후반가면 도의 덩어리물량을 감당못할거라 생각한 박의 고육지책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나르는 드랍쉽
08/06/28 10:43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오늘 박용욱코치의 화랑도 빌드 발언은 심리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SO1 결승이었던가요. 오영종선수인지 조정웅감독인지는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경기전 인터뷰에서 1,5경기에 쓰였던 라오발에서 준비한 빌드가 두개 있다고 심리전을 걸면서 0:2에서 2:2까지 끌고오면서 5경기 분위기를 가져온 임요환선수에게 소극적인 플레이를 강요한 그때와 흡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08/06/28 11:08
수정 아이콘
사실상 5번째 화랑도는 완전히 심리전 게임이어서 박찬수가 졌다고 생각합니다.
화랑도는 모두 아실테지만 저그들이 유리하죠 1번경기때 날빌을 써서 통했으나 판단 미숙이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고,
5번째 도재욱은 넥서스 하나로 버티면서 저글링이나 대비하고 테크를 탑니다.
여기서 박찬수가 정찰허용하지 않고 대놓고 확장했으면 경기는 끝이었겠지만 1경기에 예도 있었고 날빌로 승부할지도 모르기때문에
본진과 앞마당만 먹고(가스없는) 박찬수는 저글링 한부대가량을 완전히 정찰로 씁니다. (혹시나 모를 건물을 찾기위해..)
거기서 도재욱은 시간을 어느정도 벌었고, 거기서 서서히 박찬수는 꼬인듯한 느낌을 보입니다
재빨리 앞마당과 개스 기지까지 빨리 먹고 도재욱의 개스기지를 파괴 시켰다면 박찬수가 이겼겠지만 너무 쉽게 내줬죠.
도재욱에게 개스기지를.. 그게 가장큰 패인으로 보여집니다.
Sinclair
08/06/28 11:16
수정 아이콘
언론 플레이는 '안티 캐리어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 의 이영호 선수가 생각나네요.. 너도 속고, 나도 속았던 그 박카스 결승전!
당신은저그왕
08/06/28 11:32
수정 아이콘
뛰어봤자 벼룩이군요. 찬수를 위한 나라는 없다.
Kreinvaltz
08/06/28 12:10
수정 아이콘
......;; 잘쓰셨네요
그런데 아둔은 가스 100인데요.;
헌터지존
08/06/28 12:24
수정 아이콘
도재욱선수의 질럿운영이 아주 돋보인 경기라 보여집니다.. 질럿으로 원가스상태에서 저그의 러커를 강요했고 두가스를 최대한 늦추는데 성공했죠..질럿생산 가스비축으로 테크트리+아칸을 완성했을때는 이미 저그는 가스부족으로 플토의 조합을 이길수 없는상황..물셀틈없는 빈틈없는 운영이 아주 뛰어난 명경기중 하나라 생각합니다...결승전때 쓸수있는 운영을 이미 노출했다는게 좀 아쉽네요..
08/06/28 13:38
수정 아이콘
가장 중요한 가스 100이 빠졌네요. 바로 공업입니다. 1공업과 발업이 동시에 되는 하이퍼 프로토스.
화랑도처럼 앞마당 노가스 맵은 저그도 어쩔수 없이 저글링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 저글링을 가장 효율적으로 상대하는 원가스 빌드가 하이퍼 프로토스죠.
여기서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있었습니다. 하이퍼 프로토스를 본 저그의 일반적인 대처는 방업입니다. 그런데 도재욱선수는 타이밍 맞춰서 템아카를 간 후에 바로 2단계 공업에 들어간 듯 합니다. 그 덕분에 방1업 저글링은 여전히 질럿 2방에 녹았고 계속해서 질럿에 압도당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이것이 프로토스가 멀티를 할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저글링으로 공격갈 수 없는 상황을 유도했습니다.
08/06/28 13:45
수정 아이콘
5경기는... 원게이트 테크의 프로토스와.. 9드론 저글링 뽑아서 온맵을 다 밝힐정도로 뛰어다니던 저글링... 여기서 경기가 이미 프로토스에게 기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휀 라디엔트
08/06/28 13:50
수정 아이콘
Kreinvaltz님// 부끄럽습니다...수정합니다...
R.님// 가장 중요한 점이네요! 저글링으로밖에 흔들수 없는 박찬수 선수의 상황을 좌절로 빠뜨린 연속적인 공업!! 질럿중심의 병력구성에서 힘을 실어주는 포인트였죠.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물빛은어
08/06/28 14:07
수정 아이콘
읽으면서 경기를 십분 이해할수 있는 글이네요.
앞마강 노가스 맵이 저플전에서는 저그쪽이 더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 경기 보면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경기도 봐야겠네요. 개인적으로 토스유저이지만 화랑도는 좀더 쓰였으면 합니다.
지니-_-V
08/06/28 16:11
수정 아이콘
도재욱선수는 아둔을 올려놓고 한동안 발업을 안눌러준게 분명합니다.

가스를 로버틱스+옵저버터리+옵저버를 뽑는데 먼저 썼었죠. 그때의 자원상황을 보면 도재욱선수의 가스가 한 600정도 남아있는걸 알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앞마당에 버로우했던 럴커를 처리함과 동시에 발업이 되죠.

커세어로 저럴인걸보고 가스를 최대한 아끼면서 (공업만누르고) 옵저버를 빨리가면서 멀티를 먹으면 이길수 있다는 생각이 도재욱선수에게 든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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