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2/23 05:47:34
Name beach
Subject 토론에 대해서...
토론에 대한 생각을 하나 올려볼까 합니다.
pgr에서 토론을 하다보면 참 안 좋은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될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가끔씩 의미 없는 비방 글이 발견됩니다. 유머도 아닌 동의도 아닌 반박 글이 한 줄-_- 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 글들의 주인은 대부분 보지 못하던 아이디입니다. pgr사이트가 새로운 사람들을 받지 않겠다면 모를까, 이곳을 많은 이들과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온전하게 토론을 일궈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냥 댓글만 달던 제가 오늘 느꼈던 점이 있어서 pgr의 토론문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고 저의 심리와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하나 써보려고 합니다. pgr의 많은 분들은 이런 글쓰실 때 딱딱 절제된 문장과 정리된 생각을 바탕으로 논리 정연한 글을 쓰시지만, 저는 워낙 김동수 선수-_-처럼 단순하고 저돌적-_-인지라;;;;; 편하게 일기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1. 댓글을 달 때는 한번만 다시 읽어봅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고 접할 때마다 긴장을 하고 읽게되는 토론. 전 가끔씩은 댓글을 '반드시' 달아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는 바로 심적으로 흥분되는 때입니다. 다른 이의 의견이 개진된 글을 보면서 저와 생각이 다르다고 판단되고,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 글을 올리지 않으셨을 때죠.
'아 이건 말도 안되는 글이다'
라고 생각되면 바로 고민에 들어갑니다. 이 의견의 허점이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 그러다 딱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그러면 바로 댓글쓰기 작업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렇게 바로 쓴 글은 다시 읽어보면 스스로 생각해도 앞 뒤 논리가 잘 맞지 않고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게 보이더군요. 그래서 10초도 채 안돼서 삭제하게 되고... 이렇게 삭제한 댓글도 숫자가 꽤 될 것 같습니다.

원래 이렇게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때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다른 곳에서 했듯이 써놓고 'write'버튼을 누를 뿐이었죠.

하지만 pgr분들이 워낙 글과 댓글을 잘 쓰시는 탓에, 나중에 다른 분들 댓글과 저의 댓글을 함께 보게되면 스스로 부끄러운 댓글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그후부터 전 아예 댓글을 달 내용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쓰게 되었고, 쓴 후에도 한번쯤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댓글을 달고 나서 꼭 한번쯤은 다시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처럼 글을 올리기 전에 자신이 쓴 글을 세 번 정도 검토해보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저도 귀찮아서-_- 못하는 일을 다른 이에게 요구하고 싶지 않습니다. 딱 한번쯤만 다시 읽어보세요.


2.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것

요즘에 pgr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는 대선 토론과 워크3의 게임성 토론을 접하던 저는 새로운 저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대선 토론에 임할 때는 저와 반대된 입장에 계신 분들의 글은 단지 '반박해야할 필요가 있는 글'과 '반박할 필요가 없는 글'로 나뉘어져서 받아들여졌지만, 워크3의 게임성 토론에 임할 때는 저와 반대된 입장에 계신 분들의 글이 '아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이런 건 개인의 취향의 차이일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되었던 거죠.

토론이라는 게 일정 반목되는 입장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고, 두 토론 모두 저는 한쪽의 입장을 유지하는 상태인데, 유독 저는 두 토론 각각에 대해 상이한 태도를 견지한 이유가 뭘까 고민되었습니다.

결국 제가 생각해낸 이유는 '각각에 대한 입장이 얼마나 확고한지'의 차이였습니다.
대선의 경우는 '이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안 된다'는 나름의 신념과 고집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일 공간이 없었고, 저는 상대방을 저의 의견으로 설득 내지는 설복 시키는데 주 역점을 두었습니다.
반면, 워크3의 게임성 같은 경우는 스스로도 이 게임을 몇 번만 해보고 판단하는 것이기에 '내가 몰랐던 부분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읽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알았던 것도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저처럼 생각하실거라는 건 아닙니다. 단 저에게 있어서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떠나 워크3 토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서 정반합 과정으로 원활하게 흘러갔다는 생각이죠. 모든 토론이 제가 워크3 토론을 접할 때처럼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공존하는 이상 그럴 수는 없겠죠.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 수와 비슷한 숫자의 생각과 신념이 존재하니까요.

단지 대선에 관해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흥분하며 토론을 지켜보다가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스스로의 모습에 이유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이유를 몰랐다는 사실이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을 안고 있는 채로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댓글을 달아왔을 제 모습이 민망하기만 하더군요. 제가 저 스스로를 잘 몰랐던 만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을 테니까요. 저와 같은 의견을 훨씬 더 객관적으로 논리적으로 제시하시던 다른 님들의 지식을 부러워할 뿐,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감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렇게 글로서 다른 분들에게도 전하고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대처하시는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그렇다면 민망-_-;)


제가 얘기해보고 싶었던 부분은 이렇게 두 가지였습니다. 다른 분들이라면 두 줄로 요약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충격의 감동을 표현하고자 발악하다보니 길어진 것 같습니다;;;

글을 끝맺으며...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성탄절 되시길 바랍니다.



p.s 예전에 가입하자마자 썼다가 스스로 삭제한 글 이후론 이 글이 처음 글입니다. 어떤 분 말씀대로 한글에 쓴 후 옮기려고 실행중인데, 이게 무척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3일 동안 계속해서 퇴고하시다가 글 올리시는 분도 있던데,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단지 이 글을 나중에 다시 보았을 때 삭제하고 싶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p.s2 저 김동수 선수 팬입니다. 혹시라도 오해 없으셨으면 한다는...-_-;;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먹자먹자~
02/12/23 06:17
수정 아이콘
여기 pgr의 글을 읽다가 보면 글들이 정형화 되어 있다는 느낌을 자꾸 받게 되는군요. 토론이나 여타 이야기를 할때에 자기가 알고 있는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되는것이지 정답을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쓸때에 남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예의만 갖추어진다면 글의 형식은 어떻든지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자유분방하고 창조성있는 자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02/12/23 07:57
수정 아이콘
정답을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주 작은 배점일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오답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답을 얘기하고 싶었죠. 그래서 2시간 넘게 계속해서 고치며 글을 썼습니다.
먹자먹자~님은 pgr의 어떤 글이 어떻게 정형화가 되어있다는 말씀인지 기준을 어디에 두고 말씀하시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형식이 정해진다 해서 내용까지 창조성이 없다는 말씀은 좀 아닌거 같군요. 형식은 말그대로 형식일 뿐입니다. 하지만 형식도 지켜졌으면 하는게 솔직한 바람입니다. 먹자님은 저보다 나이가 많을지 적을지 신상정보를 공개 안하셔서 잘 모르겠지만, 이곳은 연령층이 다양한 만큼 형식을 지키지 않게되면 내용을 보기도 전에 거부감이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알고 있는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솔직하게 이야기 한 후 다른 이들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애초에 쓰지 않은만 못한 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견을 개진할때는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명확한 근거를 들어가며 얘기를 해야겠죠. 솔직함은 전제조건일뿐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합니다. 명확한 근거를 알고 있지 못하다면 다른 이들의 얘기에 귀기울여야겠죠.
무슨 설문조사도 아니고 단답식으로 의견을 게재하는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물론 토론글에 국한된 얘기입니다.
먹자먹자~
02/12/23 08:48
수정 아이콘
자기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을 고칠 필요가 없다고 머리속에 입력되어 있으면 토론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없습니다. 시간 낭비죠.
글을 쓸때 남을 위한 글을 쓰기 위함입니까? 아님 자기를 위한 글입니까?
제가 말한 자유와 창조성이 님의 생각속의 자유와 창조성이 다른듯 하네요. 그렇지 않다면 댓글의 내용이 달라졌겠죠.
제가 말한 정형화는 형식적인 면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02/12/23 09:24
수정 아이콘
먹자 님께서 말한 정형화라는 것이 형식적인 면이 아니라면 어떤 면에서 그런지 구체적으로 애기해주셨으면 좋겠네요 ...
단지 서로 다르다 라고 말하고 마는게 아니라 무엇이 다른지 밝혀주시는게 PGR 의 형식적인 면 이자 예의 였으면 합니다
참 그리고 호미님의 댓글에서도 한번 애기했는데 정치 문제나 기타 여러가지 이슈를 논하고 싶을 땐 자게 보다 토론 게시판을 이용했으면 싶네요
02/12/23 09:27
수정 아이콘
갈수록 전 먹자 님이 무엇을 말씀하시는건지 모르겠군요.
님 말대로 제 글의 '형식성'을 얘기하고자 함입니까,
아니면 제 글의 '토론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함입니까.
한가지만 집중적으로 얘기해주셨으면 좋겠군요.
님의 주장은
1. 저의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
2. 자유성과 창조성이 저의 생각과 다르다.
3. 정형화는 형식적인것과 다르다.
거의 각 줄마다 주장이 한줄씩 들어가 계시군요.
저의 본문에 문제제기 하시는건지, 저의 댓글에 문제제기 하시는건지,
저의 생각과 반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전혀 알수가 없네요.
02/12/23 11:52
수정 아이콘
반박글 올려놓고 잠드셨는지 학교가셨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으시는군요. 글 하나 완성했다고 좋아했는데, 글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댓글로 잠까지 못이루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차라리 쓰지 않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단지 한 분의 생각때문에 이렇게 마음고생이 되는데, 그동안 직접 몸으로 부딪히셨을 분들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 아무튼 전 자러가겠습니다.
02/12/23 12:01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이런 긴 글 논리적으로 쓰기 힘든데...^^
항즐이
02/12/23 14:41
수정 아이콘
전 beach님에게 한표
02/12/23 20:14
수정 아이콘
두분의 격려 정말 고맙습니다. 빈말이라 하더라도 그런 말이 듣고 싶었습니다. ㅡ.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9071 오늘 정말 베틀넷에서 짜증나는 게임을 한판 했습니다.. [8] TheJupiter3020 02/12/24 3020
9070 모든분들에게............ [3] estrolls1284 02/12/24 1284
9069 스타에 관한 몇가지 얘기와 잡담 [4] 어딘데1966 02/12/24 1966
9067 역시저는 우물안 개구리 였습니다.... [3] Kim_toss2019 02/12/24 2019
9066 지금 딴지일보에... [10] 으...이상해3239 02/12/23 3239
9065 한해를 pgr21과 마감하면서...(너무 이른건가?) 조선태종1289 02/12/23 1289
9064 스타일 XP.......질문 포함... [2] NINJA1111 02/12/23 1111
9063 [잡담]ㅠ.ㅠ 아숩다... [1] 이병욱1148 02/12/23 1148
9062 [잡담] 8월의 크리스마스? 12월의 크리스마스 [1] eclips1191 02/12/23 1191
9061 미련 [2] 스코1089 02/12/23 1089
9060 드디어 내일은 문자중계를 볼수 있겠군요 [5] 맛있는빵1279 02/12/23 1279
9059 스타는 하면할수록 실력이느는걸까요? [8] 묵향지기1483 02/12/23 1483
9057 기도 [27] 공룡1682 02/12/23 1682
9056 W세대. R세대. 잡담. 비타민C1205 02/12/23 1205
9055 안녕하세요. 다빈아빠 김창선입니다. [40] 김창선3547 02/12/23 3547
9054 파나소닉배16강 제 6경기이윤열vs강도경 [3] 유재범3388 02/12/22 3388
9052 낼 결전 예상입니다. [2] 초보랜덤1593 02/12/23 1593
9050 겨울이어서 더 듣기 좋은 아름다운 락 발라드 BEST... [13] 카제미돌쇠3284 02/12/23 3284
9049 지오팀 요즘 근황에 대해서... [11] 이재석2624 02/12/23 2624
9047 [잡담]홍진호 선수.. [7] ReachEyes2022 02/12/23 2022
9046 의외로 몰랐던 팁 하나(?) [13] drighk2158 02/12/23 2158
9045 토론에 대해서... [9] beach1098 02/12/23 1098
9044 임요환은 역시 임요환이다? [6] 이병욱2460 02/12/23 246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