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요, 언론사들에서 "펙트 체크" 라면서 사실에 입각한 취재를 강조하기 시작했죠.
취지도 좋고,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일방적인 기사에 사람들이 휘둘리는 일이 많이 줄었으니까요.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펙트체크' 라는 이름을 걸었으면 더 사실에 입각한 취재를 해야겠죠.
제가 오늘 퍼온사례는, 펙트 체크라는 이름 하에 펙트가 제대로 체크되긴 커녕 오히려 허위 사실이 유포된 사례입니다.
1. 한국당 "북핵과 주한미군 철수 연계 협상은 하지 말아야" (
http://db.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803102743Y)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이 3월 10일 논평에서
[주한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팽창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2. "
[팩트체크] 평화협정 체결되면 주한미군 철수한다?" (
http://www.nocutnews.co.kr/news/4949626)
4월 5일, 노컷뉴스는 이상과 같은 "펙트체크" 기사를 냅니다. 그리고 이 기사의 본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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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김정은이 승리의 춤을 출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가 한미 동맹을 폐기하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주한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팽창과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며 "단순히 북한 때문에 주한미군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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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미 상원 청문회에서 자유당 논평인이 했던 발언 - "주한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팽창과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며 "단순히 북한 때문에 주한미군이 있는 것이 아니다" - 과 똑같은 발언을 했다는 기사입니다.
3. "北위협 사라져도… 美軍 주둔은 한미동맹의 상징"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3/2018050300318.html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3/2018050300318.html)
조선일보의 5월 3일 기사입니다. 이 기사의 마지막 문단에서
[주한 미 대사 유력 후보인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도 지난달 의회에서 "주한 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 팽창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며 "단순히 북한 때문에 주한 미군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라며 노컷뉴스의 기사처럼 미 태평양 사령관이 의회에서 같은 발언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4. "한국당 대변인, 미국 태평양사령관으로 ‘빙의’" (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2553#csidxc88e81b9b2108c2b1e64cf978baf3b6)
미디어오늘의 5월 4일 기사입니다. 미디어오늘 측에서 자체적으로 청문회 속기록을 확인하여
[진짜] 펙트체크를 한 결과,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조선일보와 노컷뉴스에 확인해 보니 최초의 노컷뉴스 기사가 거짓이었고, 조선일보는 그런 거짓사실을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5. 이에 노컷뉴스는 기존의 기사에 다음과 같은 사과문을 덧붙입니다. (2번 링크기사에서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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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5일 송고된 팩트체크 기사에서는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김정은이 승리의 춤을 출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주한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팽창과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북한 때문에 주한미군이 있는 것이 아니다"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취재 결과 두 번째로 인용한 내용은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한 말이 아닌 보수당 측에서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팩트체크 코너에서 독자 여러분께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지 못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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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자유당 대변인이 논평을 함 -> 노컷뉴스의 "펙트체크" 기사에서 자유당 대변인의 논평을 미 태평양 사령관의 발언인 것으로 둔갑 -> 조선일보에서 노컷뉴스의 허위 기사를 인용 -> 미디어오늘의 진짜 펙트체크결과 노컷뉴스의 펙트체크가 거짓이었음이 확인]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때때로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이번 노컷뉴스의 펙트체크는 번역 과정상의 실수라던가 애초에 잘못된 기사를 인용했다던가(이번 조선일보의 경우처럼) 등 단순한 실수로 여겨질 수준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이 한 발언을 마치 특정인이 한 것 마냥 허위로 인용했다는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실수를 해야 저런 경우가 생길 수 있을까요.
노컷뉴스는 펙트체크의 모토로
["세상에 떠도는 가짜뉴스, 노컷이 검증한다!"]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검증한다는 코너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다니는 모순을 저질렀습니다. 자신들의 이러한 행위가 자신들의 신뢰성에 큰 피해를 입힌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고, 앞으로 "펙트체크"라는 이름을 내세울거면 더욱 더 사실에 입각한 취재를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