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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6 20:17:08
Name 몽키.D.루피
Subject [일반] 문재인의 분수령이기도한 안철수의 분수령, 대선 이후 안철수발 정계개편
오늘 안철수가 문재인을 지지선언했습니다.
근데 지지선언이야 예전부터 했었고 오늘 선언은 유세 선언이자 분수령 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문-안 두명이 손잡은 자리에서는 "대선의 분수령"이라고 했지만, 그 후 올린 트윗에서는

안철수@cheolsoo0919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하겠습니다.
오늘이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함께 힘을 모아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안철수 드림

보시다시피 문맥상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분수령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대선의 분수령도 되지만 방점은 새정치에 찍혀 있죠. 그 자리에서 문재인이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이야기 한 것과 순서가 다릅니다. 결국 그 둘의 악수는 새정치와 정권교체의 악수인 셈입니다.

오늘은 문재인의 분수령이기도하지만 안철수의 분수령이기도 합니다.

지금껏 안철수는 한번도 손해보는 패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단일화 과정에서도 안철수는 차기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이자 이 후 어떤 선거에 나오든지 가장 당선될 확률이 높은 조커 카드를 손에 쥐고 갔습니다. 지금 분위기라면 당장 다음 보궐 선거에서 안철수는 그냥 지역구 하나 찍으면 당선되는 수준입니다.

근데 그것만 가지고는 새정치라고 할 수 없죠. 분수령이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하구요. 안철수 국회의원 한 사람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근데 오늘로써 그림이 그려지네요. 안철수가 생각하는 큰 그림은 대선 이후 안철수발 정계개편이라고 봅니다. 이 정계개편은 여야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양새가 될 거 같습니다. 마치 진심캠프의 구성원들처럼요. 문재인이 이기든 박근혜가 이기든 이 정계개편은 무조건 성사될 것입니다. 오늘 안철수의 행동이 그걸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분수령인거죠.

만약 안철수가 뜨뜻미지근하게 있었다면 대선은 야권의 패배로 끝났을 것이고 안철수는 진심캠프 정도의 조직으로 정치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라면 결과가 다르죠. 누가 이기든 안철수의 파괴력은 이미 검증 수준이 아니라 입증이 됐고, 안철수에게 붙으면 뭐든 떨어질 수 있겠다는 희망 아닌 희망이 모든 정치인들의 뇌리를 스칠 겁니다. 물론 이 정치인들을 변별해 내는 것이 안철수의 과제이기도 하겠죠.

일단 먼저, 안철수의 세력 개편이 새정당의 탄생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정당이 아니라 일종의 서클을 만들어서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참여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신당이라는 방법 자체가 안철수스럽지 못하다고 할까요? 안철수라면 다른 방식을 취할 거 같다라는 막연한 생각에 신당은 아닐 거 같습니다만 그건 추세를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이길 경우..

민주당은 거의 꼬마 민주당 시절만큼 축소될 거 같습니다. 다른 점은 당시 꼬마 민주당이 구민주 세력이었다면, 여기의 꼬마 민주당은 친노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겠죠. 그리고 새누리당은 여전히 1당으로 기세 등등하겠지만 비박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결국 비박이 붙을 곳은 안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기존 민주당 70에 새누리당 30 정도가 헤쳐 모여서 안철수는 정치권내 새누리당과 맞먹는 제2세력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문재인이 이길 경우,

반대로 새누리당이 내홍을 겪겠죠. 하지만 문재인이 졌을 경우의 민주당보다는 덜 심할 겁니다. 98년의 이회창처럼 아마 박근혜가 여전히 당권을 잡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상 박근혜를 대체할만한 대안세력이 없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박들은 안철수에게서 희망(국민들의 희망이 아닌 정치인들의 희망)을 찾을 겁니다. 박근혜가 이겼을 때보다 더 많은 수가 안철수에게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거의 당이 반으로 쪼개질 정도가 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비노 세력들과 합쳐서 정치권 내 제1세력이 되는 거죠.


어느 쪽이든 안철수는 정계개편 후 정치권내 가장 유력한 인물이 되는 겁니다.
(물론, 안철수 입장에서는 문재인이 이기는 편이 좋습니다. 과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제 1세력이 돼야 원하는 입법활동에 유리하니까요.)



ps 이 모든 것은 저의 소설이며, 사후 추론입니다. 안철수가 사람들의 예상대로 움직인 적은 거의 없으니까요.. 안철수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 않은 이상 모두 독심술이죠.. 크크

ps2 정치인의 이합집산이 안철수의 새정치랑 안 어울려 보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이합집산이 일어나야 새정치가 시작되는 거라고 봅니다. 그 와중에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는 능력, 그리고 이들을 통솔하는 능력을 볼 수 있는 거죠. 근데 안철수식 리더십으로 보건데 아마 이들을 통솔하려고 들지는 않을 겁니다. 알아서 모이고 알아서 갈테면 가라는 식이겠죠. 사퇴 발표처럼 이러한 정치인들의 뒤통수 치는 일들도 가끔 발생할 수도 있구요. 대신 국민들 뒤통수만 안 치면 됩니다.

ps3 그리고 안철수의 타이밍은 기가 막힙니다. 부산 유세라니요. 모두가 서울 유세를 생각하고 있을 때 안철수가 잡은 첫 유세 장소는 무려 부산입니다. 이번 선거의 핵심을 완전히 찌르고 있는 듯 합니다. 이번 선거의 키워드는 중도, 40대, 그리고 부산이죠. 이들의 표심을 잡으면 이기는 선거입니다. 그런데 안철수는 중도와 40대는 이미 잡고 있고 이제 부산 잡으러 출발하는 겁니다.

ps4 개인적으로 소박한 바람은 안철수로 시작해서 안철수로 끝나는 선거이지만 막판에 문재인이 존재감 좀 발휘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문재인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이지만 팬심 담아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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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06 20:21
수정 아이콘
왜 전 물음표로 보일까요. 내 생각이 물음표인가.
인간실격
12/12/06 20:25
수정 아이콘
안철수가 잘한 거죠. 이렇게 해야 선거에서 져도, 이겨도 어떤 경우든 대선 이후 안철수의 행보에 힘을 받게 됩니다... 계속 미적거렸으면 이후 지지층 확보에서 분명한 한계선을 넘기지 못했을 겁니다. 타이밍도 참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애매한 타이밍이긴 한데, 하여튼 안철수의 결정은 야권을 위해서나 스스로를 위해서나 잘한 겁니다.
12/12/06 20:37
수정 아이콘
안철수는 정말 간철수라고 불릴만 한거 같아요. 간보는게 정말 장난 아닙니다. 애간장 태우는 것도 치가 떨릴 정도이구요.
근데 이게 절묘한 타이밍을 넘어서 자신이 그 타이밍을 만들고 있으니 이 또한 대단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온 국민을 애간장 태우는 정치인의 시작을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국현 씨 처럼 안타깝게 사그라들 불꽃이 아니라 말이죠.
다이애나
12/12/06 21:02
수정 아이콘
오늘 결정으로 안철수는 앞으로 5년이 보장됨과 동시에 민주세력의 2인자 자리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져도 큰 타격이 없는게 대선 이후에 국민연대라는 이름하에 신당 창당하고 민주당 흡수해 버릴 수 있는 활로까지 마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늘 타이밍은 정말 신의 한수네요.
항즐이
12/12/06 21:31
수정 아이콘
박근혜가 이길 경우, 안철수의 "타이밍"과 "과정"에 대한 평가가 엄청날 겁니다. 문재인이 당선되지 못할 경우, 안철수가 입는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나이트해머
12/12/06 21:39
수정 아이콘
현재 거의 굳어진 양당체제가 무너질 일은 없어보입니다. 자민련 이후 제3당이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특히 그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정도의 폭풍이였던 노풍을 등에 업은 열우당의 실패는 안철수 신당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벽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바람이 노무현 바람보다 크고 강하다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말할 수 없더군요. 심지어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도 안철수 쪽으로 간 민주당 인사들 대부분은 민주당 당적을 유지했습니다. 그들도 아는 거죠. 등뒤에 총질을 할지언정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민주당 내에서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이건 새누리당도 마찬가집니다. 새누리당에서 뛰처나와 제3당을 시도했던 사람들 중 제대로 성공한 건 찾기 힘듭니다. 친이 친박 그렇게 싸워대도 한나라당, 새누리당이라는 울타리는 지키고, 그걸 벗어나면 공공의 적이 되더군요. 이쪽에서 사람 빼오기도 힘듭니다. 예외지역이라면 충청도 지역구를 가졌을 때 정도일까요. 캐스팅보드라는 특권 때문인지...

그렇기에 박근혜가 승리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꼬마민주당 수준으로 내려앉거나 새누리당에서 상당수 의원을 빼온다거나 하는 가능성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민주당의 최소치는 지난 정권때의 80여석 내외이고, 이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은 새누리당 의원 수를 120석 이하로 내려버리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탄핵정국 시절에도 불가능했던 그것, 말입니다. 물론 안철수의 정치적 파워는 매우 올라갔습니다. 자기 지역구야 어지간한 지역 정도는 찍기만 하면 되고, 몇몇 지역구도 그렇게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솔직히 교섭단체만 얻어내도 성공일 겁니다.

민주당의 비노 세력들을 끌어모은다... 고 했지만, 애초에 민주당이 80여 석의 빈사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친노 인사들을 하나 둘 재기용한 것에서 시작한 게 현재의 민주당 내 친노계열이고, 비노 인사들은 대중적 인지도다 약한, 구태 정치인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안철수가 이들 '비노 정치인' 들을 긁어모아도 그게 의미있는 정치세력이 될려면 안철수 혼자 이들을 일일히 끌어올려줘야 합니다. 한계가 있죠.

국민연대를 이용한다면? 글쎄요. 국민연대는 안철수와 생각처럼 그리 친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시민사회에서 경력을 쌓아온 박원순 서울시장을 중간매개체로 삼는다면 또 모르나, 박원순 시장이 그렇게 안철수의 손발처럼 움직여 줄까요. 이들은 독자적인 경력과 조직, 생각과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건 안철수와 그리 가깝지는 않습니다.

안철수가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시도한다면 이런 고착화된 정치 구조의 벽에 부딪처 실패하지 않을까 합니다.
iAndroid
12/12/06 22:42
수정 아이콘
오늘 국민연대가 오전에 발대식을 가졌는데 안철수가 오후에 발표한건 일부러 거리두기라고 봐야 합니다.
일부러 시간차를 두어서 기사와함으로써, 안철수는 기존의 정치세력과는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 준 것이죠.
뭐 지금 안철수의 행보가 정치 역사에서 나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이건 안철수의 행보가 성공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후일의 정치경험으로 충분한 좋은 예를 보여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이회창-이인제의 예로 분열하면 죽는다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 줬고, 유시민-심상정과 같이 후보단일화 안하고 후보등록했다가 뒤늦게 사퇴하면 어떤 상황이 오는지 이제는 다들 알지 않습니까?
노무현-정몽준에서 김민새와 후단협같이 정당성을 가진 대선 후보를 무시하고 쓸데없이 나대다가 정계 영구퇴출을 당한다는 정치경험도 있습니다. 당장 이번 문재인의 경우에서도 나오질 않습니까? 이전 사태를 보고 나서는 당적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거죠.
나중에 정계입문해서 대권을 노리는 사람들은 저런 실수를 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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