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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27 11:13
한 일년 병원 다녔었습니다. 뭐 심각한건 아니었다라고 생각하고요 어느순간 삶의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사는게 재미가 없고 하루하루가 너무 무료했었죠. 당시 병원(정확히는 상담센터/클리닉?) 에서 검사한 바로는 1/1000 이라고 나름 심각한 수치라고...
거의 상담으로 이루어지던데 스스로가 상대편 의사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느껴지는게 좀 있더라구요. 근데 첨에 다니던데는 유명한데라 상담비가 좀 후덜덜 해서 몇번 가다가 동네 병원으로 바꿨죠. 약은 프로닥인가 처방해줘서 먹었었구요. ( 살은 좀 빠집니다. 식욕억제돼는지...) 근데 동네 병원 가니까...비하하는건 아닌데...누가봐도 병원 다니겠다 싶은 사람들이 많더군요. 외모나 눈빛이나...어느순간 약 먹다가 내가 왜 이 약을 먹어야 돼는거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약을 더이상 먹지 않고 모든 원인은 내 마음이구나 하는 득도를 했습니다 -_-; 회사 선배한테 사는게 재미 없어요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그사람 왈 " 나도 재미 없다. 넌 요새 뭐 맛있는거 있냐? 난 먹고싶은것도 없다. 인생 별거 없다. 그냥 소소하게 작은 재미 찾아가면서 지내는거다 " 라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크게 느낀 바가 있었죠. 제가 미세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마음이 허전한건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거에 너무 집착하고 빠져들면 지는거고, 일부러라도 쾌활하게 살라고 해야 하는거 같아요. 누구에게나 인생은 어려운거니까요. 어릴때 여자 좋아하고, 차 좋아하고 등등. 친구놈중에 정말 라면 먹고 차에 돈 쳐바르는 놈이 있는데 예전에는 저놈 미친거 아냐 했는데 요새는 이해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거 하면서 사는거죠~ 남자들 사회생활 하고 중년이 돼면 골프 치는것도 그런 종류라 보여지구요. 하다못해 지름신 강림해서 쓸데없는거 사제끼고, 막말로 술값 몇십몇백 쓰고, 뻘짓거리 하고 다니고...등등 우리가 볼땐 이해 안가는 것일지라도 본인에겐 그게 인생을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거. 결론은, 심각한 우울증이 아니고 저 정도의 증상이라면 약물치료 없이 이겨낼 수 있는거 같아요^^;
10/04/27 11:38
유전적인 경향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후천적인 요인이 크다면 상담 등의 치료효과도 기대해볼 만하지만 약에 의지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10/04/27 12:09
물론 치료가 가능합니다. 다만 위에 글쓰신 분처럼 맘대로 약을 끊거나 하면 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우울증은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서 뇌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긴 병이라고 보는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따라서 약으로 조절이 가능하긴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습니다. 약을 복용하면서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정신적 문제를 상담을 통해 풀어내야 완전한 치료가 되는겁니다. 배에 구멍이 나서 물이 들어오면 일단 물을 퍼내고 구멍을 막는 것과 같은 이치죠.
10/04/27 12:11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울한 일이 생기면 정신과보다는 점집을 많이 찾는단 이야기가 있지요. 그만큼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뜻도 됩니다. 사실 사주나 점집이나 이렇게 성행하는 것은 정신과를 간다는 데에 꺼려지는 탓이 있겠죠. 어차피 약물 처방도 해주겠지만, 어쨌건 일정 시간 동안 온전히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있다라는 사실이 정서적인 안정에 도움을 주기도 하겠죠. 뭐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런 심정을 토로하겠지만, 일반인들이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거기에 이런저런 훈수를 두려하고 때로는 나약하다 어쩐다 타박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주변에 우울증 때문에 회사까지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움이 된다고는 하더군요. 아무래도 전문가이니까 자기 이야기를 듣고 어떤 행동 처방(?)을 내려주긴 하니까요. 어차피 본인이 변하는 게 가장 우선이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뭘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애매한 경우도 많으니 도움을 받는다라는 측면에서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도 사실 도움을 받으러 가는 것과 비슷하잖아요. 예전에 위가 안 좋을 때 병원에 갔더니, 자꾸 약에 의존하면 내성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이 설거지 며칠 안 한다고 설거지를 못하게 되느냐, 그건 아니다. 약은 일정 기간 안 좋은 상황에 도움을 주는 거지, 약을 끊는다고 해서 위 기능이 완전 상실되는 건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위 기능이 떨어진다고 가능한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하더군요. 세상살이 좋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라고 하시면서요. 덕분에 도움도 받고 깨달음도 있었는데, 저는 정신과 치료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10/04/27 12:52
하루하루가 즐거운 사람은 삶의 이유같은 걸 생각하지 않죠. 뭔가 일이 잘 안 풀려서 답답하고 사는 재미가 없을 때 '내가 왜 사나'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하는 생각이 자리잡죠. 자신의 장점은 아무 데도 쓸모 없는 것 같고 단점만 크게 보이고요.
'왜 살까'라는 생각을 '어떻게 살까'하는 생각으로 바꾸고 일상 속에서 작은 즐거움부터 찾아나서야겠죠.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세상이 다르게 보이게 되죠.
10/04/27 13:55
그래도 병원 치료가 의의가 있는 부분은,
항우울제 처방과 상담으로 인해 환자의 마음이 일시적으로나마 호전을 보인다는 거죠. 자기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부분도 그 본인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는 어쩔 수가 없는데, 일종의 휠체어나 기브스의 역할은 한다고 봅니다. 뼈를 바로 붙게 해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거동은 가능하게 해 주는.. 누구나 문제를 안고 살고 있고, 모든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래도 살게 해 주는 일종의 대증. 보조요법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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