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4/01/26 17:39:46
Name Movingshot
Subject 글과 답글에 대한 사견.
A가 글을 썼다.
B는 답글을 단다.
C도 답글을 단다.
D도 답글을 단다.
E도...

이게 인터넷 게시판 답글이죠.

A는 글을 잘 썼을 수도 있고, 못 썼을 수도 있으며, 그저 그럴 수도 있습니다.
A가 성의있게 썼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A가 어떤 상황에서 글을 썼는지 알 수 없으며, 알 생각도 없습니다.
행여나 한다면...정말 심심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A의 글만을 통해 A를 파악해야 합니다.
물론 A라는 필명(닉네임)이 익숙하다면 우리는 A에 대해서 사전정보를 갖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그 글이죠.

A의 글을 봤을 때 기분은 1) 더럽다 2) 좋다 3) 밝다 4) 웃기다 5) 엽기도 6) 짜증난다...
무수히 많은 반응이 각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반응은 또한 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답글이 달리기도 하고 안 달리기도 하죠.

게시판에 답글을 다는 단순한 행위는 인간행위이기 때문에 대충 분석해도 이렇게 복잡한 체계로 나뉘게 되죠.



끝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요렇게 끝내버리면 답글이 어떻게 달릴까요?

게시판 문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기대하고 들어오신 분들이 대부분이기에
아마도 "뭐야 이 새-_-끼"라는 반응이 담긴 답글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사실 글이라는 것은 자기 만족을 채우기 위해 남에게 보여주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일기장은 훗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내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역시 기대하게 되죠.


우리는 게시판에 글을 씁니다.
그리고 답글이 달립니다.


만약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답글을 받고 싶다면 그만큼 투자를 해야 합니다.
(글을 잘 쓴다, 재미있다, 멋진 분석이다 등...제가 주로 받고 싶은 답글들이죠;;;)
시간을 들여 글을 쓰고, 퇴고까지 해야 하죠.
개요-_-;까지 짤 필요는 없지만, 머리 속에서 대충의 글의 윤곽을 잡아나가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글이든 조금의 성의만 있다면 거의 대부분 악플이 달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글의 형태, 즉 외양을 결정짓는 부분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객관적이며 옳고 그름이 있습니다.



그러나 글의 외양은 훌륭한데도 악플이 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웅토스 박정석만 최고다. 나머지 토스들은 쓰레기야." 라는 요지의 글이 있다면
이는 당연히 악플감이죠.

내용에 문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 정도는 아주 간단하게 옳고 그름이 가늠되지만,
이 문장은 어떨까요?


"이윤열이 최강이다."


저 문장 내에서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다들 어렵게 찾으셨겠죠 -_-;;






정답은 "선수를 붙이지 않았다" 입니다. (-_-;)



이윤열 선수가 최강인지 아닌지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란 불가능합니다.

각자의 기준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서로 각자의 기준에 따라 자신의 말이 옳다고 싸웁니다.


또한 자신의 글에 자주 태클이 들어온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글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 문화권 내에서, 사이트의 성격상 그 글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순수문학 사이트 가서 야설 올리는 경우와 일맥상통하죠;;;;)


자신이 댓글만 달면 누군가가 그 댓글이 잘못되었다고 시비를 겁니다.

그 이유는 그 누군가가 보기에 댓글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간단하게 "음, 이 사람과 나는 이 부분에서 생각이 다르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분수님 감사 ^^;;)

그렇게 생각하기 싫으면 토론을 하세요.

비판과 비난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토론입니다.

상대방의 기준을 생각하는 역지사지를 마음에 담아두고 토론을 하세요.

사실 토론할 시간에 조금 더 성의있게 글을 쓰는 것이 백배 낫습니다.



게시판에서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엄청난 시간낭비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알면서도 왜 싸울까요?

결국에는 아주 교훈적인 결론이 내려지는 군요.



게시판에서는 싸우지 맙시다 -_-;;;



사족.
이런 글은 쓰는데 삼십분이나 투자했으면서도 보잘 것 없는 글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_-;;;
* 항즐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1-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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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다크
04/01/26 17:45
수정 아이콘
Movingshot님//글 재밌네요^^;; 100% 동감.. ^^
Movingshot
04/01/26 17:48
수정 아이콘
수정하면 분수님의 리플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수정 안하고 내비두겠습니다 ^^;;;
(개그입니다 -_-;)
라고 썼다가 다시 씁니다. "틀리다"라고 쓴 부분을 못 찾아서 그냥 둡니다 -_-;;;;;;
낭만다크님, 감사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듣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_<
04/01/26 17:55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유머가 아니면서도 읽으면서 슬며시 미소를 띄게 만들더군요.
moving shot님이 쓰신 글 첫부분 "우리는 A의 글만을 통해 A를 파악해야 합니다"에 공감하며 덧붙이자면,,, 가끔.. 보다는 자주 A의 글에 달린 B,C,D,E... 의 댓글을 통해 A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댓글들의 분위기로 인해 A의 원래 글까지 A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 당연한 ... 사실이요. 대표적인 예로,,, 글쓴이의 의도를 조금 오해한 리플들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논쟁이 오고가고 비난으로 발전하며, 원래 전혀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쓰지 않은 A까지 말려들어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있겠네요. 글을 읽을 때도, 글을 쓸때의 1/4만큼이라도 성의를 가지는게 해결책일 것 같습니다. ^
저그소녀
04/01/26 18:07
수정 아이콘
저에게 큰 깨우침을 주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한 한시간을 투자해도 이런 글을 못 쓰던걸요.^ㅁ^ 어떤 게시물과 그 아래 답글들을 볼 때 PGR에서의 다양화와 다원화에 대한 심오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그런 심오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또 어떤 존재(나와 다른 감정 혹은 생각)에 대해 부정하려 하지 말고 공존하려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피터팬
04/01/26 18:09
수정 아이콘
자주 오지만 피지알의 문화는 독특함니다. 뭐라할까 양날의 검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옥같은 글이 많지만 오히려 그런 문화자체가 글을 쓸때 글은 이렇게 써야지 하는 압박감을 주면서 글을 이렇게 써도 될까?하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은 피지알만이 주는 장점이자 단점이죠. 전 피지알의 댓글의 싸움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합니다. 내생각은 이런데 과연 내가 이런 표현을 하면 다른 사람이 날 공격하지 않을까 이런 이유로 리플을 안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은 글인데도 말이죠.
가끔은 피지알이 두려울 때도 있군요.
물빛노을
04/01/26 18:15
수정 아이콘
Movingshot님의 말씀에 진정으로 동감합니다. 바로 그겁니다.
피터팬님//인과관계가 바뀐 게 아닐까요...그런 문화 덕분에 주옥같은 글이 나오는 겁니다.
초보 토스
04/01/26 18:17
수정 아이콘
전 성격적인 문제인지는 몰라도 긴 글들은 그냥 스-_-킵~ 하면서 넘어갑니다. 하지만 가끔은 긴글이라도 다 읽는 경우도 있죠. Movingshot님의 글처럼요. 즉, 좋은 글 포장도 이쁘고(?) 내용도 알찬 글들입니다.
그런 글들을 읽고나면 그에 대한 답글들도 궁금해서 다 읽게 되구요.
PgR에서는 글쓰기 하나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책임, 부담감(저만의 생각일지는 몰라도..)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Movingshot
04/01/26 18:31
수정 아이콘
그냥 제 생각에는 pgr 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볼 수 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닥치는대로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게시판도 있는 반면에,
이렇게 잘 다듬어서 올리는 게시판도 있지 않겠습니까?
pgr같이 모든 분들이 글을 조심스럽게 올리는 사이트가 있어서 전 좋습니다.
그만큼 사이트 게시판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
그래서 물빛노을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피터팬님, 그런 고민으로 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니 많이 고민하세요 ^^
Movingshot
04/01/26 18:33
수정 아이콘
아 참 그리고 글을 주의깊게 읽으시고, 제가 받고 싶은 답글 부분을 기억하셔서 답글을 남기신 위의 분들께 진심어린 축복을...-_-;;;
아케미
04/01/26 18:3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누구나 각자의 생각이 있기에, 그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 평화로운 그러면서도 활기 넘치는 게시판이 되는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댓글 남기는 것도 어렵네요^^;; 그래도 그렇기에 PgR이 좋습니다.
04/01/26 18:39
수정 아이콘
리플 달린 글들 중에 제일 많이 보는 유형은 1)딴지같지만... 맞춤법에 관한 것-이 글에도 가장 먼저 등장하는군요. 2)그것(화제)보다는 OOO에 관한 것, 그리고 글의 주제와 점점 멀어지는 리플들이 주욱 달리는 경우 3)동감입니다. 항상...운운하는 자기자신에 대한 후회 내지는 반성 을 봅니다. 그래서 리플을 가려읽는 습관이 생긴건지도 모르죠. 정말 좋은 글인데도, 혹은 좋은 글이라서 리플이 거의 없는 글을 자주 보는 것도 관련이 있겠죠.
04/01/26 18:40
수정 아이콘
아.. 제목OOO를 OOX로 잘못보았다. 그리고 낄낄.. 이런 식의 리플도 한가지 유형일까요..
Ripsn0rter
04/01/26 18:46
수정 아이콘
정답:선수를 붙이지 않았다. 에서 피식! : ) 했습니다. ^^;
정석보다강한
04/01/26 18:48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더불어, 가끔씩 (아니 의외로 자주) 글쓴이의 의도를 바로 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엉뚱하고 생뚱맞은것을 붙잡고 늘어지시는 분들도 앞으론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다메칸타빌
04/01/26 20:14
수정 아이콘
음 그래도 pgr은 타게시판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심하게만 안싸우면 지금 분위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노드
04/01/26 20:49
수정 아이콘
음... 추게로 갔으면 하는 -_-;;
WizardMo
04/01/26 21:26
수정 아이콘
내용도 쓴방식도 모두 남에게 귀감이 될만한글입니다.. 저도 추게로 추천한방!
04/01/26 22: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역시 추게로 추천!
pgr에 모든 글이 제 생각과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제가 쓴 글도 pgr의 모든 분의 생각과 일치하진 않을겁니다.
그럴때, 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거야?라고 반문하지 않고, 내 생각과는 '다르구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게 제가 pgr에서 배운 것중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거랍니다^^
안전제일
04/01/26 22:40
수정 아이콘
가끔은 조금 열기를 식힌체 글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것도 좋습니다.
모든 글을 하나하나 다 정성들여 읽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것...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히 이상적이라 하지 않을수 없는 모습이겠습니까만은
사람인 이상 다른 일도 하고 다른 생각도 하는 고로 피로함에 지치고 삶에 지쳐서 짜증이 가득 올라와 있을때에는 아무리 좋은 글도 심혈을 기울여 읽는 만큼 짜증과 분노만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스스로의 상태가 좋지 않다.라는 판단이 드셨다면 주저없이 컴퓨터를 끄고 주무시는게 제일입니다.
그게 어렵다면 유머게시판을 추천합니다. pgr의 유머게시판은 그것자체로도 충분히 즐거운 곳이거든요.^_^(매니아라고 절대 고백못합니다.전.ㅠ.ㅠ)
좋은글은 좋은 상태에서 더 좋게 읽히는 것이니까요.
기적의얀
04/01/26 22:47
수정 아이콘
정말 좋으신 글입니다.
생각없이 댓글은 단 것이 반성이 되네요..
추천게시판으로 갔으면 좋겠네요..
04/01/26 23:25
수정 아이콘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04/01/27 01:20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추게로 보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을 보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키 드레이번
04/01/27 10:18
수정 아이콘
저도 추게에 추천한방..삼십분만에 이런 훌륭한 글이 나올 수 있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이곳에 글을 쓰시는 모든 분들이 한번 읽어보셨으면 하는 글이네요..^^
Raesoo80
04/01/27 18:04
수정 아이콘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
멜랑쿠시
04/01/28 00:09
수정 아이콘
글을 잘 참 잘쓰십니다, 물론 재미도 있었구요, 멋진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본문의 글 복사해서 붙인 거 아닙니다^^
박영선
04/01/28 17:37
수정 아이콘
글을 참 맛있게 쓰십니다.
어떻게 삼십분만에 이런 맛있는 글을 쓰시는지...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글 써 주시는 분들께...행운이 가득하시길...^^
시미군★
04/01/29 07:46
수정 아이콘
여러 게시판을 돌아다니다가 수준낮은 언쟁들을 보면 가끔씩 댓글로
'스타크의 PgR의 엄숙한 분위기를 본받자' 말하기도 했는데
그런 수준낮은 언쟁이 PgR에서도 이따금씩 생겨나자
'결국 양이 늘어나면 질은 지키기 어렵나' 라는 생각에 참 아쉬웠는데
떄마침 좋은 글이 올라온것 같네요 ^^
04/02/01 09:46
수정 아이콘
너무 식상하는 제목이라
추게에 있다해도 여태 클릭하지 않다가
게시판의 글들 별로 읽을 게 없(는 것 같아서)어서 들어 와 봤습니다.

본문 다 읽을 때까지는 미소도 지어지고
고개도 주억거려졌습니다. 도대체 어떤 분이 이렇게 잘 쓰는거야? 라며 아이디도 다시금 확인해 봤구요.

그런데, 리플들이 죽 칭찬 일변도이니까, 또 이런 생각도 듭니다.
왜, 있잖아요. 시기하고 질시하는 마음! 흠... 앞으로 어떤 글을 쓰나 두고 보자, 아직 평가는 이르다... ^^;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치고 나온다' pgr의 멋있던 필진들이 많이 사라져서 아쉬운 만큼, 새로운 멋진 분들의 출현이 반갑고,
그래서 계속 pgr을 가까이 할 수 밖에 없나 봅니다. ^^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04/02/02 03:31
수정 아이콘
p.p 님 // 저도 제목보고 일부러 안읽고 있다가 심심해서 읽어봤는데, 좋은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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