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운전 문화에서 가장 논쟁과 성토의 대상이 되는 것 중 하나가 1차선 정속주행일 것 같습니다. 독일 아우토반에서 이를 칼같이 지키면서 무제한 속도로도 안전한 운전문화를 보이는 것과 비교도 곧잘 되지요.

원칙적으로 1차선은 추월 차량만 사용하고, 추월 목적으로 사용 이후에는 다시 2차선 미만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가 이견이 없겠습니다만, 여러 가지 조건들이 붙기 시작하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각자 생각하는 기준이 다들 달라서 애매한 상황이 생길 때가 있어, 정리를 위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첫째], 아무리 자동차 전용도로라 해도 도로의 수용성에 비해 차량이 지나치게 많다면 추월차선을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어집니다. 명절/주말 등 빡빡하게 밀려 있는 도로에서 1차선 비우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차가 '적당히 많은' '어중간히 많은' 상황들은 어떨까요. 정도의 차이, 도덕적 회색지대 라는 것은 대부분의 상황에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차량이 어느 정도 많아야 1차선 정속주행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명절 귀향길에도 1차선은 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신가요?

[둘째]. 현재 1차선 정속주행은 설령 법정 최고속도로 달리고 있더라도 당연히 범법 행위입니다. 현재 도로교통법상으로는 당연히 문제가 있는 행위이므로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를 처벌하는 것이 옳은지, 그 당위성에는 다소 의문이 듭니다. 단순히 '지금 법이 그러니까 당연히 그냥 안돼'를 넘어서서, 지금 법이 그래야 하는 이유 말이지요. 110km 정속주행을 하고 있는 차량은 사실상 범법(과속) 차량을 제외한 다른 차량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정 최고속도를 지키면서 이 차량을 추월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므로, 모두가 준법 운전을 하고 있다면 차량 흐름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준법 시민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범법 시민에게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당위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셋째].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운전들을 하시는지. 딜레마 상황을 자주 만납니다. 1차선에서 정속주행하고 있는 차를 만난다면 우측 추월을 하시는지요? 우측 추월 또한 위험하고 금지된 행위인데 말이지요. 금지된 행위를 하는 차 때문에 내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또다른 금지된 행위를 해야만 하는지, 스트레스받을 때가 많습니다. 우측 추월이 꺼려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1차선 정속주행 중인 분이 운전이 서투를 경우, 자신을 쌩쌩 2차선에서 지나쳐가는 차들 사이로 다시 2차선 복귀하기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뒤에서 2차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려고 하는 편이지만, 그러다 보면 내가 또다른 정속주행 차량이 되고 맙니다. 뒷 차들은 답답해서 지나쳐 가고, 나도 그 사이로 결국 끼어들어서 뒤늦게 정속주행 차량을 비난하면서 우측추월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옆 차선으로 빠지되, 우측 추월을 하지 않고 주행한다면 1차선 정속주행 차와 2차선의 내 차가 교묘하게 대각선 또는 평행을 이루면서 길을 막는 애매한 모양이 될 때가 많습니다. 혹여나 이 두 차 사이로 비집고 가려는 차가 생긴다면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지요. 이럴 때는 내가 다소 과속을 해서라도 차량 흐름상 1차로의 차를 추월할 수 있는 모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센스일텐데, 이런 과속도 나쁜 과속일까요? 아니면 과속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 되는 걸까요?

아우토반처럼 법정최고속도가 삭제된다면 딜레마 상황 없이 마음껏 1차선 정속주행자들을 비난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두 가지는 항상 상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냥 법을 지키라는 의미에서 '과속도 안 되고 1차선 정속주행도 안 됨. 둘다 나쁨. 땅땅땅.' 하고 끝나면 단순하기는 하지만, 그 나쁜 두 가지 짓을 하는 엄청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도로를 달려야 하고, 또 피하려고 노력해도 나 자신도 그런 짓을 하게 될 때가 생기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참 순하게 운전하는 편입니다만, 길 좋고 차량 적고 카메라 없는 곳에서 신나게 한번 안 밟아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1차선 정속주행 나쁘다고는 하지만, 1차로의 저 앞에는 앞차가 달리고 있고, 옆 차선에서는 복귀하기 애매한, 나보다 약간 낮은 속도로 차들이 달리고 있고, 그런 애매한 상황에서 1차로 점유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물론 누가봐도 난폭 과속, 누가봐도 답답한 정속주행이 있기는 합니다만, 현실 속에서는 애매한 딜레마 상황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