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0/05 00:47:08
Name Fig.1
Subject [일반] [테크히스토리] 너의 마음을 Unlock / 자물쇠의 역사 (수정됨)
최근 늦은 여름휴가로 호캉스를 즐기고 왔습니다. 호텔에 있는 풀장, 조식 등등 모든 결제를 호텔 객실 키로 하고 체크아웃할 때 한꺼번에 결제하는 시스템이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카드키의 발전도 궁금해졌어요.

생각해보면 열쇠를 사용 안 한 지가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릴 적에는 열쇠를 잃어버리지 말라고 엄마가 목걸이처럼 만들어 주셔서 쓰고 다녔던 기억도 있고, 그럼에도 기어코 열쇠를 잃어버려 혼난 기억도 생생하거든요. 자, 그럼 자물쇠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한번 살펴보시죠.



Fig.1 기원전에도 자물쇠는 있었다


[Figure.1 고대 이집트 자물쇠를 재현한 유튜브 영상]

자물쇠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경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무로 만든 자물통 속에 핀과 빗장의 구멍이 맞물려 문이 잠기고, 빗 모양의 열쇠를 빗장의 구멍과 핀의 높이와 같게 하면 문이 열리는 형태였죠.

이처럼 자물통, 핀, 빗장, 열쇠로 구성된 자물쇠를 ‘핀 텀블러 자물쇠’라고 하는데요. 로마 시대에는 철로 바뀌어 사용되었고, 오늘날 현관문에도 그대로 쓰이는 메커니즘이죠.


cslJs8o.pngyeGkH9J.png

[고대 그리스에서 쓰인 스파르탄 자물쇠 ⓒhistoricallocks.com]

이집트에서 자물쇠가 만들어진 지 천년이 지난 후에는 그리스에서도 자물쇠가 등장합니다. (그래도 기원전 1,000년) 그리스의 자물쇠는 이집트의 핀 텀블러 자물쇠와 달리 슬라이딩 빗장 형태였는데요. 스파르탄 자물쇠라고 불렸죠.

스파르탄 자물쇠는 열쇠를 걸 수 있는 골이 있는 빗장이 문 안쪽에 설치되어있고, 문구멍으로 기다란 열쇠를 넣어 골에 물리게 하여 빗장을 밀어 문을 여는 형태였는데요. 열쇠로 빗장을 밀려면 꽤 큰 힘을 줘야 했기 때문에열쇠가 보통 40cm 이상이 되었다고 하고, 보통 열쇠를 어깨에 걸고 다녔다고 하네요.



Fig.2 별별 기능이 추가된 자물쇠

고대 이집트에서 발명된 자물쇠의 메커니즘은 물론 오늘날에도 쓰이지만, 18세기까지 정말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왔는데요. 그래도 그사이 재밌는 기능이 추가된 자물쇠들도 있었습니다.

YwtPEvP.png
[Figure.3 존 윌크스의 자물쇠 ⓒslate.com]

1680년에 발명한 존 윌크스 John Wilkes 의 잠금장치는 많은 기능이 들어있었는데요. 우선 장식되어있는 사람의 무릎을 들어올려야 열쇠 구멍이 보이고, 모자를 눌러야 열쇠를 돌릴 수 있었죠. 그리고 문이 열릴 때마다 다이얼이 한 칸씩 움직여 누가 몰래 잠금장치를 열었는지 확인할 수도 있었어요.


MArSD6U.png
[Figure.4 잘못된 열쇠를 넣으면 입이 닫히는 잠금장치 ⓒslate.com]

18세기 도시가 산업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한 도시에 모여 살게 되는데요. 그에 따라 보안에 대한 요구도 늘어났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많은 수단이 있었는데, 그 중 극단적인 자물쇠에는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잘못된 열쇠로 잠금장치를 푸는 시도를 하면 손목을 빼지 못하게 하는 잠금장치, 심지어는 총이 발사되는 잠금장치 등이 있었죠.



Fig.3 영국의 자물쇠 3대 천왕

18세기 영국의 자물쇠 장인 3명에 의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 세 명의 이름은 바로 로버트 배런 Robert Baron, 조셉 브라마 Joseph Bramah, 제레미아 처브 Jeremia Chubb 였죠.
hICPEw0.gifWTKUXst.png
[Figure.5 (왼) 더블 액팅 텀블러 자물쇠의 원리 / (오) 5 레버 방식]

가장 먼저 자물쇠를 발전시킨 것은 로버트 배런으로 그가 1778년에 발명한 ‘더블 액팅 텀블러 자물쇠’는 몇몇 나라에서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죠.

배런의 ‘더블 액팅 텀블러 자물쇠'에는 정확한 높이에서 들어 올려야 하는 두 개의 레버가 있고, 열쇠가 레버 홈에 물려 레버를 움직이면서 빗장이 플리는 방식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쓰이지 않지만, 오늘날에도 일부 국가에서 쓰고 있으며 주로 3 레버, 5 레버 잠금장치가 쓰인다고 하네요.

LB5Tq8M.pngngw8P9F.png
[Figure.6 (왼) 브라마의 실린더 형태 자물쇠 / (오) 브라마의 어그로 도전 자물쇠]

조셉 브라마는 1784년 한층 더 복잡한 자물쇠를 발명합니다. 실린더 속에 원형으로 요철이 배치되어 있고, 열쇠를 삽입해 회전시키면 요철이 정렬되면서 잠금장치가 풀리는 원리였죠. 브라마는 자신감의 표시로 1790년 자신의 가게에 도전 자물쇠를 걸어놓고 그것을 푸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했죠. (그리고 진짜 주게 되었다고 한다..)

VblrPHQ.png
[Figure.7 처브의 잠금장치 ⓒprecision-locksmiths.co.uk]

1817년 프츠머스 선착장에 잠금장치를 풀고 도둑질을 한 사건이 발생하는데요. 이에 영국 정부가 성능이 개선된 잠금장치를 만들기 위한 공모전을 열었죠. 이때 당선된 사람이 제레미아 처브인데요. 그가 만든 잠금장치에는 잘못된 열쇠를 삽입하면 잠긴 상태로 잠기도록 설계되어 원래의 키가 삽입하여 다른 방향으로 회전할 때까지 풀지 못했죠. 이 자물쇠를 기반으로 처브는 1820년 처브 자물쇠*Chubb Locks* 회사를 설립합니다.

하지만 1851년 만국 박람회에서 미국의 자물쇠 기술자 알프레드에 의해 브라마의 자물쇠와 처브의 자물쇠는 털리죠.



Fig.4 금고용 자물쇠는 뭐가 다를까?

BciRQJD.png
[Figure.8 진짜 오늘날 자물쇠랑 동일한 예일의 핀 텀블러형 자물쇠  ⓒyaledws.co.uk]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되는 ‘핀 텀블러형 자물쇠’가 완성된 것은 19세기 예일 Yale에 의해서입니다. 톱니 모양의 모서리를 가진 작고 평평한 구멍에 완전히 딱 맞는 열쇠를 이용하는 형태로 그야말로 오늘날 쓰이는 잠금장치였죠. 예일은 이 자물쇠에 대해 1861년에 특허받습니다.

TIaBhkD.pngd1KWmxm.png
[Figure.9 (왼) 예일의 번호식 자물쇠 / (오) 사젠트의 타임 락 자물쇠 ⓒmy-time-machines.net]

예일이 ‘핀 텀블러형 자물쇠’를 완성하기는 했지만, 그의 주력 사업은 은행 금고용 잠금장치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1851년 ‘예일 마법 무적의 은행 자물쇠’ *Yale Magic Infallible Bank Lock*의 특허를 시작으로 오늘날 금고에 쓰이는 열쇠 대신 번호를 사용하는 ‘다이얼 콤비네이션 자물쇠'를 발명했죠.

또 다른 금고 잠금장치 제작자였던 제임스 사젠트 James Sargent 는 1873년에 설정된 시간에만 열리는 타임 록, 1880년에는 일정 시간 후에만 열리는 타임 딜레이 록을 만들어내죠. 이 장치는 시계의 메커니즘이 잠금장치에 결합한 형태였죠.



Fig.5 호텔 열쇠는 왜 카드 키일까?
y7Ptmgk.png
[Figure.10 최초의 카드 키 ⓒnewlocksystems.es]

1970년대까지 호텔은 도둑 문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가수인 코니 프랜시스*Connie Francis* 가 1974년 호텔 방에서 공격받은 일이 있었는데요. 이 이야기를 접한 토르 쇠네스Tor Sörnes 는 호텔에 쓸 수 있는 잠금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쇠네스가 1975년에 개발한 잠금장치는 홀 카드 방식으로 32개의 위치에 구멍의 유무로 패턴을 만들었는데요. 총 42억 개의 조합을 만들 수 있어 호텔은 투숙객마다 고유한 키를 만들어 줄 수 있었죠. 원리를 제대로 설명한 글을 찾지 못했지만 짐작건대 천공카드와 같은 원리로 작동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키는 애틀랜타에 있는 웨스틴 피치트리 플라자 호텔이 최초로 도입했고, 쇠네르는 이를 기반으로 VigCrad라는 브랜드를 설립했죠.

VigCrad는 오늘날 호텔에서 쓰이는 마그네틱 스트라이프 기반 잠금장치를 개발했는데요. 이 장치는 센서가 스트라이프의 내용을 읽고 중앙 시스템에 기록된 내용과 비교해 일치하면 잠금장치가 열리는 원리이죠.



Fig.6 20년 밖에 안된 디지털 도어락

CJuREYQ.jpg
[Figure.11 아마도 국내 최초 디지털 도어락 게이트맨 끌레]

국내 디지털 도어락은 2000년에 출시된 iRevo사의 게이트맨 끌레Gateman Cle 에서 시작됩니다. 이때는 비밀번호와 전자식 스틱형 열쇠를 이용하는 방식이었죠. 이러한 게이트맨 디지털 도어락은 신축 아파트에 도입되면서 퍼지게 됩니다.

하지만 2005년에는 전기충격기로 디지털 도어락이 고장나는 점을 이용한 범죄가 발생하고, 방전되면 문을 열 수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났죠. 이후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홍채인식, 지문인식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디지털 도어락이 나왔습니다.



Reference.
- 김예상. (2020). 건축의 발명. MID
- Naif A.Haddad. (2016). Critical Review, Assessment and Investigation of Ancient Technology Evolution of Door Locking Mechanisms in S.E. Mediterranean. Mediterranean Archaeology and Archaeometry. Vol.16. No 1. pp. 53-74
- Adam Clark Estes. (2015). The History and Future of Locks and Keys. gizmodo. URL :  https://gizmodo.com/the-history-and-future-of-locks-and-keys-1735694812
- Tom Pearce. (2020). A History of Locks. precision-locksmiths. URL : https://www.precision-locksmiths.co.uk/a-history-of-locks/
- Unkown. (2012). The History of the Key. slate.com. URL : http://www.slate.com/articles/arts/design/2012/05/the_evolution_of_everyday_objects_the_key_the_book_the_phone_and_more_.html
- ZeroDayGear.com. (2020). Robert Barron and the Double Acting Tumbler Lock. zerodaygear. URL : https://zerodaygear.com/blog/robert-barron-double-acting-tumbler-lock


<테크히스토리 이전글>

[테크히스토리] 애플이 프린터도 만들어? / 프린터의 역사

[테크히스토리] 회오리 오븐 vs 레이더레인지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능숙한문제해결사
22/10/05 02: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근데 영화같은데서 나오는 마스터키 같은건 그냥 x소리인거죠?
22/10/05 08:49
수정 아이콘
예일 자물쇠까지는 핀같은 것으로 자물쇠 여는 것은 가능한 이야기고, 마스터키는 모르겠네요
VictoryFood
22/10/05 06:23
수정 아이콘
역시 이집트야
22/10/05 08:49
수정 아이콘
만물 이집트 기원설..!
메타몽
22/10/05 07:18
수정 아이콘
현대 이전의 열쇠는 기계공학과 아이디어의 정수 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모순 대결에서 항상 뚫는자가 이기는게 해킹이 떠오르기도 하는군요 흐흐
22/10/05 08:50
수정 아이콘
매커니즘은 고대 이집트와 동일한데 미묘하게 발전하는 것이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지네요흐흐
-안군-
22/10/05 12:47
수정 아이콘
이런걸 보면 현대인이 과거로 가면 천재가 된다는 얘기가 얼마나 헛소리인지 알수 있을것 같네요. 현대에 사는 일반인이 이집트 시대로 간다고 해서, 인터넷의 도움 없이 저런 구조의 자물쇠를 만들수 있을리가...
22/10/05 22:21
수정 아이콘
그렇죠. 오늘날 보면 조악해보이는 옛날의 발명품들도 사실 시대상 재료, 기본 지식의 차이 때문에 그런거지
그 결과물을 생각하는 과정은 시대를 초월해서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스라이
22/10/05 22:59
수정 아이콘
이따금씩 올려주시는 양질의 글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2/10/06 10:10
수정 아이콘
힘이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811 [정치] 권성동 의원의 속시원한 일침. [106] 오리와닭23363 22/10/07 23363 0
96809 [일반] [갤럽] 尹 긍정평가 29% [76] 아이는사랑입니다20286 22/10/07 20286 0
96808 [정치] 국힘 이준석 당원권 정지 1년 추가...2024년 1월까지 [186] 대법관26643 22/10/07 26643 0
96807 [정치] 전현희 "감사원, 종료 직전 서해사건 유권해석 감사…정치공세 의도" [9] 베라히13576 22/10/07 13576 0
96806 [일반] 부산국제영화제 후기. (사진과 스포 다량 함유!) [8] aDayInTheLife11618 22/10/07 11618 0
96804 [일반] 송도에 대한 잡감 [45] 아스라이15027 22/10/06 15027 17
96803 [일반] 작은 개발사를 운영하며 겪는 경제 위기 [27] 시드마이어15080 22/10/06 15080 52
96802 [일반] '우리 집'에서 산다는 것의 행복함 [83] 여수낮바다17991 22/10/06 17991 80
96801 [정치] 법원, 이준석 가처분 기각…정진석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효력 인정(링크 수정) [243] 대법관25608 22/10/06 25608 0
96800 [일반] 드디어 애플페이가 11월 30일 (예정?) 에 상륙합니다. [100] Leeka16377 22/10/06 16377 2
96799 [정치] 결국 드론택시가 강남을 못가게 생겼습니다. [65] DownTeamisDown20656 22/10/06 20656 0
96798 [일반] 김정기 화백을 안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 분은 우리나라의 국보였다고 생각합니다. [29] 홍철18391 22/10/05 18391 6
96796 [일반] 김정기 작가 별세. [71] 앓아누워17357 22/10/05 17357 7
96795 [일반] <블레이드 러너> 후기 [45] aDayInTheLife12257 22/10/05 12257 6
96794 [정치] "尹몰랐던 '아나바다 뜻', 준비 자료에 있었다" [86] 베라히21050 22/10/05 21050 0
96793 [정치] 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수석이랑 문자를 하다 걸렸습니다. [84] 마빠이24261 22/10/05 24261 0
96792 [일반] 드디어 국내 통신망 문제에 대해 이슈화가 가속화되네요 [36] 가마성14569 22/10/05 14569 0
96791 [정치] 여가부 폐지 →복지부 산하 본부로…정부조직개편안 野에 보고 [81] 바둑아위험해15993 22/10/05 15993 0
96790 [정치] 김동길 명예교수 별세 [42] 츠라빈스카야14812 22/10/05 14812 0
96789 [정치] 윤대통령 전대변인 SNS "가르치려 드느냐’ 화내고 1시간 중 혼자 59분 얘기" [106] 빼사스24083 22/10/05 24083 0
96788 [정치] 여왕조문을 가지못한 이유.. [184] Darkmental25993 22/10/05 25993 0
96786 [일반] 강릉에서 미사일 오발 사고가 난 모양입니다. [46] 19023 22/10/05 19023 0
96785 [일반] [테크히스토리] 너의 마음을 Unlock / 자물쇠의 역사 [10] Fig.150880 22/10/05 50880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