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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8/13 22:11:20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스포) <헌트>의 결말에 담긴 의의 (수정됨)
※ 영화 <헌트>, <바스터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너무 매끈하게 잘 빠졌다. 약간 칼을 갈았다는 느낌도 든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집요해 보이는 연출이 관객을 흡족하게 한다.


#2
대사 진짜 안 들린다. 넷플릭스로 다시 보고 싶다.


#3
시나리오가 훌륭하다.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 삼으면서도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개연성을 확보했다. 내부의 첩자를 밝혀내야 한다는 시놉시스 때문에 자연스럽게 반전을 예상하게 되는데, 드러나는 반전이 기막히다. 정말 간만에 만난 '예상 못 한 반전'이었다. 게다가 반전이 드러나기까지 흘리는 복선도 깔끔하다. 모티브와 복선과 반전, 이 3가지가 아주 촘촘하게 얽혀 있다. 진심 볼 맛 나는 시나리오였다.

다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 장면을 예로 들어 보자. 일본 지부장(정만식)이 깨어나자 김정도(정우성)와 국내팀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병실을 옮긴다. 그런데 그 병실이란 곳이 저격당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런 점에서 사실성이 떨어진다. 보호 대상자가 저격당했으니 김정도는 책임지고 옷을 벗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무언가 징계를 받았어야 했다. 조직에서 크게 비화할 일을 어물쩍 넘어간다는 점에서, 특히 두 차장이 알력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게 전제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개에 고개가 갸우뚱하게 된다. 즉, 핍진성이 떨어진다. 다만 추후에 드러나는 반전을 고려할 때 김정도가 의도적으로 동림의 정체를 감추고 싶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나마 개연성은 살았다. 영화 전체에서 이와 비슷한 맥락의 갸우뚱이 종종 찾아왔다.

그래도 몰아치는 전개로 이러한 단점을 커버하고, 큰 줄기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탄탄한 개연성, 핍진성, 사실성을 확보하고 있는 훌륭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단점은 옥에 티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한산>이 단점이 없으나 장점도 힘이 빠진 느낌의 작품이었다면, <헌트>는 단점이 있어도 장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4
이 영화의 장르는 여러 단어로 규정할 수 있다. 첫째, <헌트>는 첩보 영화다. 조금 더 세분화하자면 <007>이나 <본> 시리즈 쪽보다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나 <스파이 게임>에 더 가깝다. 둘째, <헌트>는 팩션이다.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두고 있지만, 영화의 내용은 엄연히 허구다. 그런 면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추구했던 <공작>과는 확실히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5
첩보 영화에서 팩션을 다루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연성과 핍진성은 첩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극한의 순간에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만으로도 전개가 휙휙 바뀔 수 있는 장르가 첩보 영화다. 사실 바로 그런 점을 잡아내는 게 첩보 영화의 쾌감이기도 하다. 눈치력 만렙의 두뇌 싸움이 성립하려면, 앞뒤가 맞아야 하고 행동이 그럴듯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황당한 장면이 나오면 산통 다 깨지는 거다. 한편 팩션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허구다. 역사와 다른 전개가 등장하는 순간 역사를 아는 관객이 황당하게 느낄 수 있다. 황당하기 쉬운 팩션에서, 절대 황당하면 안 되는 첩보 영화를 다룬다라.... 이거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을 잘 지켜야 한다. 그리고 <헌트>는 이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황당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거의 없더라. 마지막 방콕 폭탄 테러가 너무 과한 거 아니냐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 장면의 모티브였던 '아웅 산 묘소 테러'를 생각하면 또 납득이 간다. 팩션이라서 도리어 납득이 가는 상황이랄까? 약점일 수 있는 부분을 오히려 강점으로 살려냈다는 생각이 들어 이 또한 흡족하게 다가왔다.


#6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헌트>는 정치적인 선도 지켜야 한다. 현대사는 역사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경험이기도 하다. 그걸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비상선언>이 받았던 비난은 잽도 안 되는 커다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감독이 위축될 수도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헌트>는 정치적인 선도 잘 지켰다고 생각한다. 당시 정권의 악랄함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운동권의 한계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북한도 단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전쟁광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동림의 주장처럼 합리적인 의견 역시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여러모로 정치적인 균형 감각을 잘 지켰다고 생각한다.


#7
팩션 첩보 영화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바스터즈>다. 말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치밀한 눈치 싸움을 끌어내며 첩보 영화의 매력을 최대치로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 팩션은 선을 대놓고 넘는다. 솔직히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이거 뭐야?'라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스터즈>는 이 황당함을 감독의 이름값으로 커버한다. '타란티노라면 그러고도 남지....'라는 생각이 드니 또 그럭저럭 납득이 되더라. 감독의 후광효과가 작품성을 좌지우지한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지만, 인간인 이상 이럴 수밖에 없는 것도 또 사실이더라.

만약 <헌트>의 마지막이 <바스터즈>처럼 선을 대놓고 넘으면 어땠을까? 두 명의 두더지가 힘을 합쳐 학살자 문어를 처형하는 결말이었다면 말이다. 아마 이런 결말에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굉장한 불편함을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정재는 타란티노가 아니고, 학살자 대통령은 히틀러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헌트>의 결말은 지켜야 할 선을 잘 지켰다고 평하고 싶다. 이 영화의 매력은 모티브-복선-반전의 촘촘함에서 나오지만, 그 매력을 드러내기 위해 수많은 함정을 요리조리 피하며 줄타기하는 고뇌의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이정재 감독이 이 시나리오를 4년에 걸쳐 뜯어고쳤다고 한다. 그 고뇌의 모든 순간에 박수를 보낸다.


#8
사실과 허구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공작>과 <헌트>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헌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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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카르카
22/08/13 22:14
수정 아이콘
깔끔함은 공작, 임팩트는 헌트
22/08/13 23:00
수정 아이콘
공감이 많아가네요
린 슈바르처
22/08/13 23:01
수정 아이콘
음향 좀 신경써줬으면 좋겠어요.. 대사 웅얼웅얼...
SAS Tony Parker
22/08/13 23:18
수정 아이콘
돌비 애트모스 적용이 아니라..
민초단장김채원
22/08/13 23:31
수정 아이콘
총소리는 정말 맘에 들었는데 정작 대사는 왜...
블레싱
22/08/14 12:28
수정 아이콘
얼마전 한산에서 한국말도 대사를 써줄수있다는걸 보여줘서 더 아쉬운거 같아요. 특히 CIA 외국배우분 한국말은 너무 심하던데
김하성MLB20홈런
22/08/13 23:04
수정 아이콘
3번 너무 공감하는게 순간순간 ? 싶은 장면은 있어도 그게 발목을 잡진 않더군요. 저 물음표가 어느 때엔 대사가 안들려서, 또 어떤 때엔 말씀하신 핍진성이 결여돼서 등의 이유로 머릿속에 뜨지만, 다음 씬이 이 물음표를 강제로 접어넣어서 다시 영화에 몰입시켜준다는 점이 지금 돌이켜봐도 흡입력있게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방증이 아닌가 합니다.
당연히 단점이 없지 않지만 장점이 훨씬 많았고 저처럼 라이트하게 영화보는 관객에겐 장점이 더 크게 와닿을거라 봅니다.
SAS Tony Parker
22/08/13 23:21
수정 아이콘
동돌비였는데도 안들리는 대사가 있더군요
(헤어질 결심 탕웨이 대사도 다 들렸음) 돌비 적용 녹음이 아니라 그건 아쉬웠고... 자막 삽입이 안된것도 아쉽긴 합니다

스토리는 데뷔작 맞나 싶을 정도로 잘 뽑았습니다 크크
22/08/13 23:52
수정 아이콘
좀전에 보고 왔는데 정리를 잘하셨네요.
작년 모가디슈 이후 최고의 한국 영화입니다
세이밥누님
22/08/14 00:21
수정 아이콘
전 대사 잘 들리길래 안들린다는 말들이 좀 의아하더라고요.
아니면 다들 안들리신다고 하길래 귀를 더 귀울인 거 같기도 하고…

별개로 영화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SAS Tony Parker
22/08/14 01:01
수정 아이콘
귀 엄청 밝다고 소문난 수준인데 대사가 나오다 씹히는거처럼 되더군요 녹음 문제가 확실합니다 돌비 애트모스 없는 티 확 났음
22/08/14 08:36
수정 아이콘
돌비 애트모스는 업파이어링 혹은 천장스피커로 3차원적 공간감이 핵심이지 대사 전달과는 별 상관이 없지 않나요?
SAS Tony Parker
22/08/14 09:08
수정 아이콘
제가 막귀인가 싶기도 크크
22/08/14 02:29
수정 아이콘
저도 거의 다 들렸는데 후기들 보니 제가 잘 알아듣는거였더라구요
생각해보니 넷플릭스볼때 한국작품은 자막 틀고 본적도 없는거 같고..
22/08/14 08:43
수정 아이콘
저도 그냥 잘 들렸습니다. 헤어질 결심도 그럭저럭 다 들은거 보면 제가 잘듣는건가 싶기도 하네요.

전 오히려 범죄도시2의 후시녹음이 너무 거슬리던데, 의외로 그 얘긴 별로 안나오더라고요.
22/08/14 00:31
수정 아이콘
진짜 최고였습니다 크크크

번외로 중간중간 카메오가 계속 등장하는것도 재밌었네요 인맥이 최고다!
shadowtaki
22/08/14 01:26
수정 아이콘
방금 관람하고 나왔습니다. 괜찮은 소재에 잘 짜여진 픽션이 괜찮네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르의 영화를 이 정도로 잘 만들어서 좋았습니다.
밤가이
22/08/14 02:08
수정 아이콘
시간가는 줄 모르게 확 끌고가는 영화였습니다. 동림의 정체가 들어나고 나서도 내용이 이어지면서도 긴장감도 유지하고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김차장이 박차장 혼자만 집으로 초대한 것, CIA 행동, 병실 옮기는 부분이 약간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쿼터파운더치즈
22/08/14 05:06
수정 아이콘
음 저는 정우성 노골적으로 의심가게끔 전개되는거 보면서 아 이정재가 동림이고 정우성은 그 강풀 26년 주인공같은거겠구나 했는데 딱 그대로 가더라구요
그리고 고윤정 배우 너무너무너무 예쁩니다 진짜 보면서 깜놀함
마스터충달
22/08/14 10:30
수정 아이콘
와... 촉이 좋으시네요!
무적LG오지환
22/08/14 11:14
수정 아이콘
저도 영화 재미있게 보면서 고윤정 나올 때마다 고윤정 데뷔할 계기 마련해준 대학내일에 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크크크
22/08/14 08:27
수정 아이콘
정우성이 동림의 정체를 왜 숨기죠? 동림의 정체를 숨겨야하는건 동림 본인 혹은 북측이고 동림이 이정재라는 증거를 찾아야하는 정우성이 정만식을 죽음에 이르게 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오히려 이정재 측이 들이닥쳐서 정상적인 경호 수행을 방해하고 그 타이밍에 저격수가 와서 정만식이 죽었으니 정우성은 더더욱 이정재가 동림이라고 확신을 가졌을 장면이라고 해석해야하지 않나요?
22/08/14 14:52
수정 아이콘
정우성의 입장에서는

둘의 목표 문어대가리의 처단 , 남측1호의 처단이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겁니다.

다만. 이정재는 북측의 정치적 문제로 계획 자체가 민족의 비극인 전쟁 발발로 변경된걸 알게된 이상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떄문에..
22/08/14 15:57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부분은 막판 이정재가 동림이란걸 알고 북측에서 대통령 저격 작전이 있다는걸 알고나서야 판단했던 부분이고, 서로의 빤스 벗기기에 여념이 없던 본문3번에 언급된 시점에선 동림이 누군지도 북한의 계획이 뭔지도 모르고, 이정재는 자기를 조여오는 시점에선 성립하지 않는 이야기죠.
장헌이도
22/08/15 14:21
수정 아이콘
워싱턴 일도 있었고 하니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22/08/15 15:19
수정 아이콘
워싱턴 사건은 정우성이 암살자들을 전부 사살해서 증거인멸 한걸 보면, 정우성이 속해있던 군부세력의 암살시도라고 봐야겠죠.
난엘리
22/08/14 09:33
수정 아이콘
Gv에서 테러에 성공하는 버전 시나리오도 썼었는데, 이미 실제 일어난 일이고 인물인데 그런 결말이 더 허무할 것 같아서 배제했다고 하더라구요! 시나리오를 엄청 많이 고쳤다던데 최선의 방향으로 나온 것 같아 다행입니다!!
마스터카드
22/08/14 11:48
수정 아이콘
일단 재밌었습니다. 각본이 깔끔하구요.
이것저것 생각하기 전에 계속 밀어붙이니까 눈을 뗄수없었습니다.
바보영구
22/08/14 17:11
수정 아이콘
신세계와 히트를 잘버무린 영화 같다고 느꼈습니다. 재밌었네요. 촬영을 진짜 잘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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