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고 외진을 다니기 시작한지 1개월이 지난듯 합니다. 확실히 퇴원할때에는 좀 아쉽다 했는데 막상 집에오니까 더 좋아졌네요.

우선 스테로이드제를 하루 반알로 줄였더니 소화불량이나 위액쪽 문제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물론 아직도 소화가 잘 안되서 밥도 한 그릇을 못먹는, 아니 전성기때에는 회사 점심시간에 2~3공기씩 먹고 중간중간 간식 먹어치우던 그 먹성은 어디가고 이제 2/3 공기 먹고 배부르다고 저녁까지 아무것도 안먹고 있습니다. 확실히 입맛이 떨어진건지... 이걸 어떻게 하루 14~15알씩 먹었는지 감도 안옵니다.

먹성이 많이 사라진건지 검사하고 나서 병원에서 영양부족 (...) 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입원했으면 또 영양 수액 꽂고 다녔을텐데 그게 안되고, 일단 고기든 야채든 과일이든 과자든 뭐든 좀 많이 먹으라고.... 태어나서 이런 판정 받기는 처음입니다.

덕분에 몸무게는 30kg 정도 빠졌는데 운동해서 빠진게 아니라서 근육도 빠졌고 몸이 영 예전처럼 활기차지가 않아요. (그런데도 남들 정상체중보다 더 나갑니다..) 운동을 하긴 해야하는데 이 산골동네는 길이 얼어버리면 언제 녹을지 모릅니다. 차도 안다니고 도로에 햇볕도 잘 안들다보니까 첫 눈이 아직도 안녹은 동네라... 혈액 응고수치가 낮아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뭔 일이 생길지몰라서 그냥 조용히 집에서 가볍게 운동만 하고 있습니다.

다른 장기기관들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하고, 간이 문제인데 일반인과 비교하면 40% 정도라고 하더군요. 입원할때에는 10% 도 안되어서 오늘내일 했었는데. 100% 까지는 복구가 불가능하고 목표는 70% 인데 한 1~2년 더 치료 받아서 올리는게 좋다고 합니다. 그나마 간 환자치고 어린편이라 회복력이 좀 빠른편이래요. 이식은.... O형 + 간이식 대기 + 좋아지는 상태 등 고려해보면 대기 명단에서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데다가 이식 후에 평생 면역억제재 달고 걱정할게 많아서 일단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퇴원할때에는 2주에 1번씩 병원와서 검사받고 약타가기로 했는데, 이게 어쩌다가 꼬이고 꼬여서 10일 간격으로 가고 있습니다. 뭐 저는 좋아요. (...) 왜냐면 여기 진짜 할거 없는 동네라 가까운 편의점이나 하나로마트가 걸어서 1시간이고 그 이내에는 어떠한 가게조차 없는, 차 없으면 못사는 동네인데 낮에는 차가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집에만 있다가 외출하는 유일한 날짜가 외진할때랑 주말에 일주일치 장 보러 나갈때입니다.

다만 문제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서울오가는 것도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이죠. 동네야 걱정은 없지만 시내 나가는 것도 눈치보이는데 서울은 가서도 조심해야하고 지금 상태에서 코로나라도 걸리면 어떻게 될지 모르다보니 가도 조심 와도 조심 또 조심입니다. 서울 오간다고 하면 주변에서도 코로나 이야기부터 할 정도니 뭐...

백신 들여오고 하면 좀 괜찮아 지지 않겠냐고 했는데 그게 또 언제될지 모르고... 내년에도 이렇게 고생해야겠네요. 가뜩이나 먹는약도 많아서 이게 백신이 들여와도 맞을수 있는지 걱정이긴한데 뭐 그건 백신 들여온 이후에 생각할 문제고 당장은 마스크 끼고 자주 씻고 최대한 집구석에 처박혀서 살아야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