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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회 글쓰기 이벤트 글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0.
할머니와 이별했습니다.
6월초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게 된 할머니.
지난 토요일 10시. 그녀는 조용히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습니다.
#1.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장례를 외손주의 자격으로 치러본적은 있지만
장례를 주관하는 맏상주의 아들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처음 장례식장에 할머니가 도착하신 후 시신을 확인하는 절차.
할머니의 영정을 놓고 제단을 꾸미는 것.
음식과 일회용품 등의 가격을 지불하는 것.
슬픔과 피곤으로 눈이 퀭해진 부모님과 형의 얼굴을 보는 것.
입관 전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
절친한 고등학교 동창에게 위로를 받는 것.
입사한지 2달 된 회사에서 화환과 조문을 받는 것.
할머니의 관을 들고 영구차에 옮기는 것.
화장장에 들어간 할머니가 하얀 재가 되어 나온 것을 보는 것.
할머니가 원했던 장지에 하얀 재가 묻히고 그곳에 손 흔들며 인사를 하는 것까지.
너무나 슬픈 2박 3일을 보냈습니다.
#2.
장례를 치르는 동안 날이 참 좋고 맑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이런 노래 가사가 떠올랐어요.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있다"]
#3.
태어났을 때부터 한 집에서 같이 살았던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오늘은 할머니 방에 있던 짐들을 모두 치우고 버릴 것들을 골라내고 방을 비웠습니다.
할머니 방에 있던 비니가 제 방에 왔는데 흰 머리카락 한 올이 붙어있었습니다.
할머니의 것이겠지요.
주책스러운 것도 알지만 차마 떼지 못하고 그대로 붙인 상태로 옷장에 넣어두었습니다.
언젠가 까맣게 잊고 "뭐야?" 하면서 자연스럽게 떼고 쓰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4.
그녀는 눈이 부셨을까요.
평생 행복하지 못하게 살다가 돌아간 그녀는 눈이 부셨을까요.
병원에서 마지막 의식을 붙잡고 있을 때, 결혼하지 않은 손주 걱정을 했던 그녀는 눈이 부셨을까요.
목사님이 집에 찾아와 임종예배를 드릴 때 청력이 좋지 않은 귀에 대고 "권사님, 기도제목 있으세요?" 라고 물어보셨을 때,
"우리 아들, 손주들, 새끼들 잘 사는 거요." 라고 대답하고 목사님의 손을 꼭 붙잡고 기도했던 그녀는 눈이 부셨을까요.
그녀를 보는 제 눈이 부시다는 건 알겠네요...
#5.
할무니.
손주들 평일 휴가 다 받아가라고 토요일에 가신거 다 알아요.
하여튼 쓸데 없이 그런 거에 디테일하다니깐.
우리 형아 32년. 나 27년 동안 할무니 사랑 많이 받고 잘 컸어요.
할무니 빈소에 화환 봤죠? 그거 우리가 다 했어요.
마지막까지 내 손 붙잡고 형아 걱정만 해서 좀 삐쳤지만..
할무니 사랑해요.
나도 할무니만큼 오~래 살고 따라갈테니까
거기서 잘 살면서 딱 기다려요.
또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