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6월 2일~5일까지 3박 4일간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결혼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와이프랑 둘만의 여행이었는데요, 그간에는 항상 아이들과 함께 갔다 오곤 했었는데, 와이프는 아이들만 집에 두고 여행가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던 일이어서, 여러 우여곡절(?) 끝에 둘만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일정은
1일차. 출국. 노보리베츠 온천. 쿠마목장 관광
2일차. 비에이-후라노 관광 (현지 1일 버스투어 신청)
3일차. 오타루 관광. 시코츠 호수의 온센 료칸 이동
4일차. 신치토세 공항 주변 쇼핑. 귀국. 이었는데요,
비행기표 왕복 2인 42만원, 호텔(2박/조식)+료칸(1박/석식,조식) 합해서 3박에 70만원, 비에이-후라노 현지 1일 버스투어 2인 14만원해서 경비 제외하고 120여만원 정도가 항공, 숙박 등 예약 비용으로 들었고요, 일본가서 4일간 교통비(장난이 아니네요), 식사, 약간의 쇼핑 등으로 7~80만원 정도 썼으니까, 총 비용은 200만원 정도 들은 것 같습니다.
해외 여행을 많이 한 편은 아니지만, 갔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 관광이 되었든 여행이 되었든 다른 나라 둘러보는데 3박 4일는 좀 짧다는 점인데요. 첫 날과 마지막 날의 출국. 귀국 일정 때문에 실제로는 이틀 정도의 시간뿐이라 시간에 쫓기듯 훑어보고 오는 식이어서 항상 아쉬었는데, 와이프가 4일 이상의 일정은 또 꺼려하는 터라 이번에도 4일 일정이었지만 첫날은 아침 일찍 , 마지막 날은 가급적 늦게 오는 일정으로 비행기 표를 알아봤습니다.
[1일차] 출국 비행기 시간이 오전 7시 20분이었는데, 전날에 미리 모바일 체크인을 해두었기 때문에 인천공항에는 오전 6시 즈음 도착해서 출국수속 후, 비행기 타고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30분 쯤이더군요. 2박 예약한 숙소가 공항에서 가까운 JR치토세역 근처여서 호텔로 가서 체크인 가능 여부를 물어보니 오후 3시부터 가능하다 해서 호텔에 짐만 맡기고, 다시 신치토세 공항의 터미널로 이동, 노보리베츠행 직행 버스를 탔습니다.
(노보리베츠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관광 안내도)
오후 1시쯤 노보리베츠 터미널 도착해서 우선 소바로 유명하다는 소바도코로 후쿠안에서 점심을 먹었는데요, 튀김도 맛있었고, 소바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소바 맛을 몰라서 그런지 그렇게 특별한 맛인지 까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손님은 한국인도 많고 일본인도 많고 진짜 끊임없이 들어오데요, 그렇게 맥주 한잔이랑 점심 맛있게 먹고 바로 근처의 쿠마목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노보리베츠는 워낙에 온천으로 유명해서 기회만 된다면 하루 묵으면서 온천을 즐겨도 좋을만한 곳이던데요, 3일차에 온천이 포함된 료칸 예약한 일정이 있어서 노보리베츠는 곰 목장하고 지옥계곡, 천연족욕장 코스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곰 목장은 일본 여행카페나 블로그 여행기 찾아보면 추천하는 글도 있었지만, 돈만 비싸고 별로였다는 글도 있어서 살짝 고민을 했었는데요, 여태 동물원이 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실제 곰을 본 적이 없던 터라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가보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너무 좋았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감상이어서 같은 것을 보고도 별로라 느낄 수 있겠지만 어마어마한 크기의 곰을 실제 코앞에서 보니 진짜 위압감이 대단합니다. 곰을 마주치면 이미 죽어있는 거라는 우스개가 우스갯소리가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던데요, 진짜 산에서 (어른)곰을 만나면 일단 그 크기에 압도되어서 발이 얼어붙을 것 같고요, 정신차리고 뛰어봤자 그 큰 곰이 성큼성큼 쫓아오면 몇 발자국 못가 잡히기 십상이겠더군요.
곰 목장의 위치는 산 정상에 있어서 이동은 곤돌라를 타고 오르내리는데요, 정상에 도착하면 목장 옆에 희한하게도 새파란 물 색깔이 인상적인 큰 호수가 있어서 그것 또한 좋았습니다.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잘 나왔더군요.
노보리베츠 온천의 하이라이트 지옥 계곡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연기도 그리 많이 나지 않고, 유황 특유의 (삶은 계란??)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고 하던데, 냄새도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지옥계곡에서 천연 족욕장까지 거리가 한 2km 정도 거리의 둘레길 스타일이었는데, 와이프가 무릎이 좋지 않아 오래 걷지 못하는데, 적당히 피곤할 때쯤 족욕장에 도착해서 한 20여분 발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어서 딱 적당한 코스라 생각되었습니다.
참고로 신치토세 공항 - 노보리베츠 터미널까지의 직행 버스는 점심때까지만 운행하는 것 같더군요. 코스를 돌고 내려오니 오후 4시 즈음이었는데, 시내버스 말고는 직행은 다 끊겼다고 해서 JR노보리베츠역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가서 JR열차를 타거나 그 근처에서 신치토세 공항까지 다니는 버스타고 와야 하는데, JR은 1인당 3천엔이 넘어서 한시간 정도 버스 시간 기다렸다가 버스(1,200엔)타고 돌아왔습니다.
[2일차] 비에이-후라노 관광은 한국에서 미리 1일 버스투어를 신청했습니다. 코스는 삿포로 TV타워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해서 일본 라벤더 화원의 원조로 불리우는 팜토미타(Farm TOMITA), 청의 호수, 흰수염 폭포 등 유명 관광지를 들러본 후, 오후 7시 즈음 다시 삿포로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요, 한국 분들 20여명 정도가 함께 다녔었고요, 삿포로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어서 삿포로 - 비에이 지역까지 2시간 정도 거리더군요.
(한창 시즌이면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고... 6월초엔 저렇게까지 피어있지는 않더군요)
가이드하시는 분 얘기로는 팜토미타의 경우, 워낙에 7월 중순 이후 부터가 라벤더 시즌이라 그때가 되면 볼거리가 더욱 많다고 하던데, 시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더군요. 몇몇 종류의 꽃들은 볼만하게 피어있었고요, 팜토미타에서는 특히 라벤더 아이스크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엄청 부드러운 식감에 맛도 좋아서 라벤더 아이스크림 먹으러 다시 가보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팜토미타 화원 이후에는 물 색깔이 인상적인 청의 호수, 흰수염 폭포 관광 후에 비에이역 근처에서 점심식사 후 패치워크로드, 멜론을 맘껏 먹을 수 있는 허브가든 등의 코스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번 버스투어에서 제일 괜찮았던 관광지는 팜토미타보다 오히려 청의 호수였습니다. 진짜 신비한 물 색깔이었는데, 가이드분 말씀이 매번 코스를 다녀봐도 오늘 같은 물 색깔은 진짜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어제도 다른 팀과 왔었는데, 어제와 또 물 색깔이 다르다고… 파노라마로 한 장 찍은 컷이 너무 잘 나와서 지금 컴퓨터의 바탕화면으로 쓰고 있습니다. 흰수염 폭포, 켄과메리의 나무 코스 등도 사진찍기 좋았습니다.
각 관광지마다 거리가 가까운 편은 아니어서 대여섯군데 관광지 투어 후 다시 두어시간 걸려 삿포로에 돌아오니 저녁 7시 즈음이었는데요, 삿포로까지 왔으니 징기스칸(양고기) 요리는 또 먹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삿포로에서 징기스칸 요리로 가장 유명한 다루마는 항상 사람이 많아 대기 시간이 길다고 해서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가이드분이 투어 하차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추천해 주셔서 그리로 가게 되었는데요, 한국에서 양꼬치 요리는 몇번 먹어봤어도 본격적인 양고기는 또 처음이라 조금 기대를 하고 갔는데, 적당한 가격에 맛도 괜찮고 좋았습니다.
저녁먹고 나오니 오후 9시 정도였는데, 치토세의 호텔까지 복귀하려면 열차타고 1시간 정도 걸리지만, 그래도 여까지 왔으니 일본 3대 야경이라는 모이와山의 삿포로 야경을 보러 택시타고 15분쯤 거리의 모이와산 전망대로 갔습니다. 월요일 저녁 시간이었는데도 전망대로 오르는 케이블카는 사람으로 가득이더군요. 한국의, 중국의 관광객도 많고 현지의 젏은 커플들도 많았습니다. 전망대에 올라보니 그야 말로 3대 야경 소리 들을만한 경치더군요. 전망대에서 내려와 숙소 복귀하니 거의 12시가 다 되었는데, 피곤했지만 알찬 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일본 3대 야경으로 유명한 모이와山 전망대의 삿포로 야경. 한 컷에 다 담을 수가 없더군요)
[3일차] 어제는 버스투어 시간에 맞추는라 삿포로까지 아침 7시 30분까지는 가야 해서 오전 6시에 조식을 먹는둥 마는 둥 서둘렀었는데, 3일차 아침에는 느긋하게 조식 후, 오타루로 이동했습니다. 치토세에서 오타루까지 JR직행(쾌속)열차가 있어서 편히 갈 수 있었는데요, 가는 중간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오타루에 내려서 운하따라 오르골당, 디저트 맛집 등 유명한 곳들을 둘러보다보니 조금씩 내리는 비가 오히려 운치있고 좋았습니다. 운하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잘 나왔습니다.
오타루 지역은 운하도 유명하지만 워낙에 해산물이 유명한 지역이라 하던데요, 운하를 끼고 관광지들을 한바퀴 쭈욱 돌아보고 오타루역 바로 인접한 삼각시장의 해산물 덮밥이 유명하다는 가게를 찾아 갔었는데, 오후 2시 즈음이었는데도 대기 줄이 장난없더군요. 그 가게 직원분께 물어보니 50분 정도 걸릴거라고… 옆집들 둘러보니 메뉴는 다 비슷한 것 같아서 바로 옆 가게에서 오타루에서만 판다는 오타루 맥주 한병과 해산물 덮밥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삿포로 맛집 포스팅마다 성게알(우니) 칭찬이 많더니만 진짜 맛있더군요. 비싸서 그런지 성게알 양이 조금밖에 없던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10여가지의 해산물 중 토핑은 원하는대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새우, 연어알, 우니 선택!!)
오타루 관광 후, 시코츠 호수의 OOOO 온센 료칸의 일정이었는데요, 료칸까지 가는 버스는 치토세에서 타야 해서 같은 열차를 이용해 오타루에서 다시 치토세로 와서 버스타고 료칸으로 이동했습니다. 저희가 체크인 한 료칸은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고 하던데, 오래된 만큼 시설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만땅인 료칸이었습니다. 와이프는 이 곳 료칸의 저녁 카이세키 요리도 아주 맘에 들어했는데요, 사전에 료칸 검색했을 때도 항상 가성비 좋은 식사로 매년 Top10에 드는 료칸이라고 하더군요. 저녁 식사는 방에서 먹을 수도 있고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는데, 저희는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방에서 먹을 때는 한번에 모든 요리가 차려서 들여 오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전식부터 차례차례 먹을 수 있는 식당에서의 식사가 더 좋은 것 같더군요. 방에 음식 냄새 베일 염려도 없고요.
그리고 여기 료칸은 온천도 아주 괜찮은 편입니다. 대욕장에 노천탕도 있고, 호수와 연결되는 천연 노천탕도 따로 있는데요, 저녁 식사 후 조금 쉬다가 온천을 하러 내려 갔었는데, 천연 노천탕에 먼저 가보니 물은 따뜻한데 하필 그날 천연노천탕의 수위가 정강이 정도여서 몸을 담그기는 조금 모자라더군요. 다시 대욕장으로 올라와서 옆에 있는 노천탕으로 가니 저녁 10시 즈음이라 사람도 없었고, 마침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비 내리는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밤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와이프도 비맞으며 노천탕에서 온천한 것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주 좋았다고 하더군요. 물론 온천탕은 남탕, 여탕 구분되어 있고요, 와이프는 못 일어났지만 저는 새벽에 한번 더 온천을 하고 왔더랬습니다.
(물보라가 가득한 호수전경. 호수뷰로 선택하길 잘 했습니다)
[4일차] 아침에 조식 후, 산책로를 따라 호숫가를 둘러 봤는데요, 선착장으로 가보니 호수를 관광할 수 있는 조그마한 유람선도 있었고요. 이른 아침부터 서너척의 고깃배들이 벌써 고기를 잡아서 료칸으로 가져가던데, 식재료로 사용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산책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하루만 더 있었다면 정말 푸욱 쉬면서 온천만 하면서 보내도 괜찮은 휴식이 되겠다 싶었는데요, 나중에 혹시 온천 여행 계획을 잡게되면 아닌게 아니라 2~3일 온천에서만 묵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출국 비행기 시간이 오후 3시쯤이라 1시까지는 공항에 가야 할 것 같아서 오전에 바로 체크아웃 후 신치토세 공항으로 이동했는데요, 출국 수속 시간까지 적당히 시간이 남아서 조그마한 선물들 쇼핑과 함께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카레스프로 선택. 사실 홋카이도 여행 계획때부터 징기스칸 요리랑 카레스프는 꼭 먹어보려고 했는데요, 카레스프는 못 먹나 싶었는데, 그나마 마지막에 공항에서라도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첫날 노보리베츠 다녀오면서도 저녁을 이곳 공항에서 먹었었는데요, 공항 3층 식당가에 홋카이도의 유명한 라멘집들을 한데 모아놓은 라멘도장(ラーメン道場)에서 호쿠오카의 이치란만큼이나 유명하다는 홋카이도 이치겐 라멘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집은 줄이 없는데, 이 곳 이치겐만 대기 줄이 있어서(이치겐은 항상 대기줄이 있다고 하더군요) 10분쯤 기다려서 저는 미소라멘, 와이프는 소유라멘 먹었는데, 맛은 좋았지만 국물이 조금 짜더군요…. 전반적으로 일본에서 먹었던 라멘의 국물은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이 먹기에도 짠 것 같아요. 저도 집에서 짜게 좀 먹지말라고 맨 잔소리 듣는 편인데, 제가 먹기에도 국물이 짭니다. 그에 반해 카레스프는 왜인지 모르게 심심한 맛이어서 그다지 기억에 남을만한 맛은 아니었는데요, 나중에 카레스프 전문점에서 다시 한번 먹어봐야겠습니다.
카레스프를 마지막으로 짧은 듯한 3박 4일 일정을 뒤로하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결혼 후 와이프와의 첫 여행이어서 저는 이제껏 여행에서 가장 좋았습니다만, 와이프의 생각은 저랑 좀 다른 것 같네요. 어쨌든 뭐 그런대로 좋았다고는 합니다만... 흐. 홋카이도를 나중에 다시 온다면 대중 교통으로 다니기에는 교통비가 너무 비싸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겠다 싶던데요, 이번에 여름 즈음에 와봤으니 다시 온다면 겨울에 한번 더 와보고 싶은데, 눈 많은 지역에서 운전이 또 만만찮을 것 같아... 미리 쓸데없는 걱정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