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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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잘 하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노력을 잘 하려면? 노력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자아 고갈 ego depletion 이론 : 무언가를 억지로 해야했다면 다음 작업에서는 자기 통제력을 발휘할 의지나 능력이 줄어든다. 즉 자기 통제력, 의지력은 소모되는 에너지 같은 개념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멘탈 길잡이, 행복 전도사, 22입니다.
지난번에 자아 고갈 이론이 뭔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엔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들에 대해 설명해보려 합니다.
저는 사회과학에 대해 잘 모릅니다만, 관련 책들을 읽다보면 사회과학자들이 무지하게 잔인한 사람이란건 알겠습니다. 어마무시하게 잔인한 실험들을 많이 행하기 때문이죠.
자아 고갈이론의 창시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합니다.
래디시 실험
우선
아직은 사람인 대학생들을 굶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학원생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떻게 대학원생도 아니고 대학생을 굶길 수 있죠?? 이것이 사회과학 실험의 잔인성입니다.
얼만큼 굶겼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배고픈 상태로 만듭니다.
그리고 이들을 실험실 탁자 앞에 쭉 앉힙니다.
이때 각자의 탁자 위에 놓인 접시에는 랜덤하게 음식이 올라갑니다.
절반은 방금 막 구어진 따뜻한 쿠키, 절반은 아무런 조리도 하지 않은 래디시(radish)
(무가 아닌 래디시 (radish) 라고 표시한 걸 보니 흔히 서양 무라고 불리는, 동그랗고 빨간 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선 그냥 맛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은 남의 음식에는 손 댈수 없고 오직 자신이 받은 음식만 먹어야 합니다.
이때
래디시만 받은 학생들은 엄청난 유혹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쿠키의 냄새라도 맡아볼려고 쿠키 주변을 기웃거리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하구요. 하지만 그들이 먹을 수 있는건 맛 없는 래디시뿐이었습니다.
즉, 그 과정에서
쿠키의 유혹을 뿌리쳐야하는 학생들은 강한 의지력을 발휘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어서 연구자들은 학생들을 다른 방으로 데려가서 기하학적인 수수께끼를 풀게 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풀지 못하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펭귄으로 바꿔야 합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지적 능력을 시험하는 테스트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이 수수께끼는 답이 없는 문제였습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그 문제 풀기를 포기하는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은 인내심을 테스트하기 위해 수십년간 사용해왔던 방법이라고 하네요.
실험 결과는?
초콜릿 쿠키를 먹은 학생들은 문제를 푸는데 평균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별도로 실험한 아무것도 받지 않고 실험을 받은 통제집단의 경우도 비슷한 시간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래디시를 먹은 학생들은 8분만에 문제 풀기를 포기해버립니다.
이 학생들은
쿠키의 유혹을 뿌리치는데는 성공했지만 거기에 너무 집중하느라 문제를 풀 힘을 소진한 것이죠.
이 실험 이후 다른 연구집단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계속 관찰되었습니다.
다음은 또 다른 실험의 예입니다.
우선 피실험자들을 모아 놓고
악력기에 저항하는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이때 손이 피로해지고 근육에 고통을 느끼게 되겠죠.
따라서 악력기를 더 이상 쥐지 않고 쉬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충동입니다.
이 충동에 저항하여 악력기를 계속 누르는 건 의지력을 발휘하는 행동이구요.
그리고 피실험자들에게 아주 아주 슬픈 영화를 보여줍니다. 이때 이들에게 카메라를 통해 이들의 표정을 관찰할 것이라고 미리 이야기 합니다.
이때 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에게는 영화를 보는 동안 드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라고 합니다.
한 그룹에게는 영화를 보는 동안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감정을 억누르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머지 한 그룹에게는 아무 지시도 하지 않습니다. 즉 통제집단이 되겠네요.
영화가 끝난 후 처음과 같은 악력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그 결과?
첫번째, 세번째 집단은 이전과 똑같은 시간동안 악력기를 견뎌냈지만 두번째 집단, 즉
감정을 통제하라고 지시받은 집단은 그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습니다.
이 역시
감정적인 반응을 통제하느라 의지력을 빼앗겼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실험과 사례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찾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결국 이런 실험들과 사례들은 앞서 말한 자아 고갈이론의 타당성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자제력은 일종의 소모되는 에너지의 개념입니다.
이건 마치 특정 근육을 많이 쓰면 점점 피로해져서 나중에는 그 근육을 쓰기 어려운 현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특별한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시스템입니다. 특히나 저같이 한때 겜창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에겐 말이죠.
여기에 너무나도 적절한 예시가 있습니다.
바로 게임에서의 ‘마나’ 시스템입니다.
마나 = 의지력
스킬을 쓰는 행위 = 의지력을 사용하는 행위
다시말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에 의지력을 다 써버리면 정작 중요할 때 의지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것은
라인전 하느라 q w e 를 허공에 꼴아박으며 마나를 다 써버리면 정작 한타 때 마나가 없어서 궁극기를 못쓸 수 있다.
교전 전에 할루시네이션을 써서 템플러의 마나를 다 써버리면 교전에서 스톰을 못 쓰게 된다.
이런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면 생각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인생을 열심히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노력을 할 수있지? 라는 질문은 저에게 너무 무겁고 다가가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한타에서 스킬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자주 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치환한다면? 우리같은 사람들이 죽자살자 달려드는 주제 아닙니까? 질문이 훨씬 가벼워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자제력을 이런 관점으로 바라 볼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워보려 합니다.
[추신1]
이번 글을 어느정도 정리하고 지난 글의 댓글을 보니 ‘키류’ 님께서 제 이번 글을 스포일러 하셨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