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이어 2탄입니다.
https://pgr21.com/?b=8&n=78832
한 권 읽을 때마다 독후감 쓰듯 쓰니까 5권 8000자가 넘어가고
한 권만 정해서 쓰려고 보니 글 실력이 너무 부족해 제 감상을 다 담을 수 없고
그래서 짧게 짧게 느낀 점을 담아 약 두 달간 읽은 추리소설 간단하게 써보려 합니다.
스포는 없습니다. 근데 추리소설 추천 글이 될만한 글인지는 모르겠어요. 보편적인 추천 글이 아니라 제 취향에 의한 글이고, 글 수준도 워낙 떨어지고 저도 PGR에서 추천 받아서 읽은 거라...
아래 없는 책은 제가 3년 전에 읽은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그리고 추리소설은 아닌데 처음으로 읽은 책인 세계대전Z - 맥스 브룩스, 2권입니다.
1. 7년의 밤 - 정유정
추리소설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재미난 스럴러 소설이었습니다. 긴박감과 심리전이 돋보이는 책.
아쉽다고 하면 아쉬운 게 저는 깔끔하게 끝나는 걸 미덕으로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난잡하고 불편한 결말을 원합니다. 7년의 밤 종결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확실한 끝맺음을 가지지만, 전 좀 더 지속하길 원하는...몹씁 생각이 있어요.
어쨌든 등장인물 중에 오영제라는 캐릭터는 스릴러 장르 악역으론 진부한 캐릭터긴 한데, 이 캐릭터 때문에 추리소설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어서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2. 모방범 1,2,3 - 미야베 미유키
이게 저의 첫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네요. 전에도 썼지만, 지금도 ToP5 안에 들어가는 작품입니다. 의문의 토막살인으로 시작되는 사회파 추리소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전에 위키로 미야베 미유키가 봉준호를 찾아가 영화를 부탁했다는 점과 책 표지 뒤쪽에 '토막살인'이라는 글귀를 보고 골랐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건 범행 동기.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범죄 관련된 영화를 종종 보게 되는데 영화 장르 특성상 범죄만 주목받고 범행 동기는 뭉뚱그려지거나 그냥 평이하게 만들어지는 걸 자주 봤는데요, 모방범은 제목답게 사실상 거의 한 권에 걸쳐서 연쇄살인마가 왜 사람을 계속 죽이고 다니는가? 그 과정에서 그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는가? 를 조명합니다.
물론 이 책은 사회파 추리소설답게 일본 사회 문제점을 꼬집기도 하며, 극 중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묘한 감정, 단서를 쫓아 범인을 그리는 과정도 볼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근데 그 지점은 다른 책이 더 낫다고 봐요. 오히려 <화차>나 <이유>가 더 낫거든요.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건 2권과 3권 초반에 펼쳐지는 거대한 배경과 사건 경과 과정이 마음에 들어서 좋아합니다.
마무리는....전 많은 분이 아쉬워하는 마무리는 의외로 좋은데, 장소가 좀 아쉬웠네요.
3. 밀실살인게임 시리즈 - 우타노 쇼고
- 밀실살인게임
- 밀실살인게임 2.0
- 밀실살인게임 마니악스
첫 정통 추리소설(신본격)이라서 기대를 한 작품인데 호불호가 좀 갈렸습니다.
좋았던 건, 이 책은 신본격 장르답게 트릭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작품이면서도 의외로 현실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가령 2.0편에서 추리를 할 때 주의점으로 추리를 하는 것과 경찰이 범인을 밝혀내는 것, 두 방식의 차이를 짚어주는데요, 예전부터 추리 장르 영화나 소설을 볼 때마다 생각했던 거라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사실 실제로 범죄 수사를 할때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색출하진 않잖아요? 요즘 같은 시대는 CCTV, 탐문, 과학수사가 거의 기본이니까요. 그래서 추리소설과 현실 수사의 괴리감이 있는데 이걸 지적합니다. 마니악스편은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중반에 추리소설과 독자의 관계를 문제 삼는 게 좋아요. 트릭성애자에 대한 일침이랄까. 이런 현실감이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트릭도 굉장히 좋죠.
반면, 이 소설의 줄거리는 나쁘다고 볼 수 없는데 범행동기가 약합니다. 정확히는 획일적이겠네요. 5명의 주인공이 추리 게임을 위해 각각 실제 사람을 죽이고 나머지 4명이 추리를 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범행동기는 사실상 '게임을 위해서'라고 내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스토리상 어쩔 수 없지만, 제가 느끼기엔 감흥이 없더라고요. 처음에 읽을 때는 제가 책을 워낙 안 읽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맹목적 살인 게임으로밖에 보이질 않았어요. 그리고 1편은 신기했으나 한 권, 한 권 지날수록 질리는 감이 있습니다.
4. 백야행 1,2,3 - 하가시노 게이고
기대를 안 했는데...재미있어서 굉장히 놀라웠네요. 두 남녀의 비밀 성장기.
사실 읽으면서 그런 감정은 있었어요. '그래 네놈이 어떻게 되나 보자'라며 중반 이후부터 좀 억지로 읽었던 게 있거든요.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다 보니 중간중간 템포가 끊기는 부분이 많았고 작가가 남주와 여주를 드러내기보다는 은연중에 비출 때가 많아서 궁금한 단서가 폭발할 지경이었네요. 다 읽고 나서도 추리소설로써 좀 애매하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다만, 저번에 듀나 감상평을 보니까 이 책을 두고 '미완성'이란 말을 하던데 그 평가 덕분에 애매한 부분을 감쌀 수 있었어요. 추리소설에서 애매함은 상극일 텐데... 주제와 결말을 생각해보면 이 책은 그 애매함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5. 신세계에서 1,2 - 기시 유스케
전에 애니로 봤고요. 이번에 책으로 또 봤죠. 아 추리소설보다 SF소설이겠네요. 흐흐.
역시 워낙 명작이다 보니 줄거리를 알고 있음에도 흥미진진하더군요. 애니에서 다루지 못한 몇몇 일화도 재미있었고 이걸 재미있었다고 봐야 할지 모르겠는데 동성 간 사랑도 진지하게 그려줘서(?) 괜찮았습니다.
애니를 안 봤으면 책을 읽었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그 기분을 또 느끼고 싶다. 안본뇌 있으면 사고 싶어요.
내가 애니를 안 보고 스퀴라와 기로마루, 특히 유사 미노시로를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했어요. 애니를 봐서 좋은 것도 있고 안 봤으면 좋았겠다는 것도 있습니다.
혹시나 안 본분들 계시면 무조건 보세요.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SF소설입니다.
6. 관시리즈 - 아야츠키 유키토
- 십각관의 살인
- 수차관의 살인
- 미로관의 살인
- 인형관의 살인
- 시계관의 살인
- 흑묘관의 살인
- 암흑관의 살인 1,2,3
- 기면관의 살인
저번에도 썼지만, 너무 좋아하는 소설이고요. 누가 추리소설 읽고 싶다고 할 때 추천을 드리고 싶긴 하나...추천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하네요.
트릭을 기반으로 하는 정통 추리소설임에도 트릭은 사실 약한 편이고 미스터리가 강합니다. 저는 관시리즈를 좋아하는 글을 아직 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하기 그런데 이 책을 좋아하는 상당수는 트릭이 아니라 극 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시마다 기요시'가 말하는 관 특유의 매력 때문에 이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만큼 나카무라 세이지란 인물이 창조한 이 관은 기묘하고 우울하지만, 꼭 들어가서 실제로 체험해 보고 싶은 마약 같은 매력을 지녔습니다.
이 중 1편만 읽는다면 시계관의 살인을 권하고 싶네요. 이 책은 트릭의 정교함과 작가의 성실함을 흠뻑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며 배경도 탄탄합니다. 근데 조심스럽게 추천을 하자면, 이 시리즈는 암흑관의 살인을 제외하면 사실 분량이 많지는 않아요. 혹시나 코드가 맞는다면 (좀 지루하더라도) 십각관부터 계속 순서대로 읽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수차관이 트릭을 떠나 재미를 줬다면 이후엔 복잡한 관이 주는 매력에 빠지실 수 있어요.
7.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사라진 여자를 찾는 사회파 추리소설.
매력적인 장치가 많아요. 사라져버린 여자를 위해 단서를 쫓는 과정이 즐겁고, 특히 여주의 대사가 한 마디도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사회파 추리소설이잖아요. 신용불량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맞는 말 같으면서도 아니다 느끼지만) 이 신용불량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는 게 흥미로워요. 토론할 깜냥이 안되어서 뭐라 적을 수 없지만,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 개인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을지, 사회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너가 주제도 생각 못 하고 카드 긁었는데 그게 니 잘못 아니냐? VS 시스템이 그런 인간을 만들어냈다고 생각 안 해봤니?
미야베 미유키 여사 책 읽고 싶다고 추천하면 전 이걸 추천하고 싶어요. '이유'가 더 명작임에도 '화차'는 가볍게 읽기 좋거든요. 월메이드 작품.
8. 살육에 이르는 병 - 아비코 타케마루
추리소설 읽는다고 한다면 무조건 처음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트릭이 간단해서가 아니라 추리소설 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혹은 자기도 모르게 임하는 자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등장인물이나 사건을 파악할 때 몇 가지 전제로 깔고 책을 읽습니다. 근데 그렇게 하다 보면 이 책은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애초에 그럴 생각도 못하게 처음에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이 발매된 시대도 고려해야겠지만, 저 같은 경우엔 책 1/3 읽을 때 트릭을 눈치채서 김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래도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게 고어(...)입니다. 사실 고어 팬들에겐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저 같이 맛만 본 고어 성애자는 재미있게 볼 수 있어요. 시간+토막살인+시체훼손 쓰리 콤보가 아주 완벽히 생중계되듯 그려지거든요. 저도 스릴러 영화 꽤 봤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인체의 신비(?)를 어쩔 수 없이 봤는데 앞서 쓴 것처럼 3가지가 하나로 결합한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초보 고어 팬이다 보니 그게 매혹적으로 보이기도 하더군요. 그니까 뻔히 답이 뭐가 뭔지 알아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크크.
그거 하나만으로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9. 이유 - 미야베 미유키
처음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의문의 살인 사건을 르포 형식으로 작성했습니다. 그래서 중반까지 굉장히 빠르게 그려져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추리가 시작되는데 르포형식이다 보니 사람과 사람, 수많은 공간, 시간축까지 뒤섞이면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감 있는 긴박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모방범, 화차, 그리고 이유를 읽으면서 전 이 작가의 천재성을 느꼈죠. 덜덜...
근데 극 중간부터는 이야기 구조상 사건의 뒷배경을 설명해야 하기에 템포가 느려지고 등장인물의 대화가 길어집니다.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그 점이 좀 그랬어요. 피자 한창 먹고 있는데 맥빠진 콜라 먹는 느낌.
물론 주제는 물론이고 결말까지도 지금까지 읽은 미야베 미유키 책 중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점을 서술방식, 사건, 등장인물, 배경까지 잘 결합한 소설이거든요. 모방범이나 화차보다 완성도가 높습니다.
10. 벚꽃이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 우타노 쇼고
추리소설 처음 읽는 분들이라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고 역시 작가가 작가다 보니 트릭은 뭐... 두말해도 입이 아프죠.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게 있는데 제가 정통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렇다고 사회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건 또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이 책 읽을 때쯤 추리소설 갈래를 봤어요. 본격이니 신본격이니 사회파, 하드보일드 같은 분류법을 봤는데, 제가 관시리즈를 좋아해서 제 취향을 정통(본격)쪽으로 생각을 했어요. 이 장르는 작가와 독자가 대결하는 게 가장 짙다고 하더군요. 근데 이 책은 정통 추리소설임에도 전 안 끌려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소재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앞서 소개한 다양한 작품도 형식미를 파괴한 작품을 좋아했고 기발한 살해방법(...)도 이유가 되겠죠. 앞서 글도 쓴 교코쿠도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도 다른 것보다 상상도 못 할 범죄행각이기에 더 좋아합니다.
이 책은 트릭을 빼면 사실 남는 게 크진 않아요. 진부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소재가 특이한 것도 아니고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기준입니다.
제 취향을 찾게 해줬다는 점에서 저에게 기념비할 만한 작품이 되긴 했는데... 전 이런 소설이 맞진 않는 것 같아요.
물론 트릭이 워낙 기상천외해서 하하...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절대 재미없게 보진 않았어요. 상상도 못 해본 트릭.
11. 우라조마 덴마 시리즈 - 아오사키 유고
- 체육관의 살인
- 수족관의 살인
-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테리(단편집)
- 도서관의 살인
이 책 추천사 같은 걸 봤는데 요즘 추리소설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서 다양한 장르와 결합을 시도한다고 하더군요. 미스터리 추리, SF 추리 같은 방식으로요. 이 책은 웃긴 게 라이트노벨(...)과 결합을 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좀 무시를 했고요. 위키에 관시리즈 작가인 아야츠키 유키토가 '앞으로의 관시리즈는 유고에게 맡긴다'란 말만 없었어도 이 책 볼일은 없었을 겁니다.
근데 의외로 재미있네요?
제가 고전을 안 읽는 이유가 고전 작품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오마주 되거나 특정 트릭이 마치 상식처럼 무분별하게 사용될 때가 많아서, 즉 한번 읽은 작품을 또 읽기 싫어서 그걸 일부러 피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에선 엘러리 퀸이 자주 써먹었다는 소거법 추리가 등장하는데 저는 여기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별명도 엘러리 퀸 후예라고 하더군요. 만약에 고전 작품을 읽었다면 아마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겠죠.
그것뿐 아니라 기존 추리소설과 다르게 가벼우면서도 무게감을 잃지 않는게 매력입니다. 학생이 주요 등장인물이고 장소나 단서 같은 것도 매우 친숙한 물건이 주가 됩니다. 기존 추리 소설은 바닥까지 내려가는데 이 책은 코난 재미있게 읽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어요.
근데 라이트 노벨이잖아요? 좀 많이 오글거립니다. 하하하... 제가 라이트 노벨을 본 게 소아온 하나라서 뭐라 말하기 그런데 하렘이라던가, 츤데레라던가, 라이트 노벨 특유의 대사... 그런게 자주 등장해서 좀 그래요. 그리고 '체육관의 살인'은 너무 오덕스러운 느낌이 있고 '체육관, 수족관의 살인'은 아무리 추리소설이라지만 '분 단위 알리바이'가 현실감을 떨어지게 만듭니다. 고로 굳이 한편만 읽으라면 도서관의 살인을 읽는 게 좋고요, 사실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그냥 처음부터 읽는 게 좋습니다.
12. 교고쿠도 시리즈 - 교고쿠 나즈히코
- 우부메의 여름
- 망량의 상자 1,2
- 광골의 꿈 1,2
- 철서의 우리 1,2,3
- 무당거미의 이치 1,2
어느덧 <광골의 꿈>과 <철서의 우리>까지 독파했네요. 이제 남은 건 <도불의 연회>랑 <무당거미의 이치>밖에 흑흑... 지금 <무당거미의 이치> 3편을 읽는 중인데, 남은 교고쿠도 시리즈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근데 단편이 있었네요????) 당시 글을 쓸 때 <망량의 상자>까지 다 읽은 상태여서 걱정이 좀 있었어요. 우부메와 망량은 높은 평가를 받지만, 그 뒤의 작품은 포기하시는 분도 있었고, 어쩌다가 후기를 봤는데 <철서의 우리>에서 실망을 느꼈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중간에 매력을 못 느껴서 접게 될까 봐 걱정을 했는데...접기는 개뿔 이번에도 시간 순삭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쉬운게 없지는 않으나 재미가 그 아쉬움을 덮으니까 신경을 덜 쓰게 되네요. 간단하게 요괴를 배경으로 하는 변칙 미스터리 정통 추리 소설.
사실 이 책은 구조가 좀 단순합니다. 안 그런 정통 추리소설이 어딨겠냐만, 이 소설은 관시리즈와 다르게 같은 등장인물이 계속 나오다 보니까 어느 정도 눈에 그려지는 게 있어요. 탐정역인 추젠지 아츠히코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인데 이 인물의 등장여부에 따라 작품의 매력이 달라지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사건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스토리가 쉽게 그려집니다. 어떤 독자들은 매번 똑같은 짓거리를 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맥이 빠질 것 같기도 합니다. 정형화된 캐릭터가 시리즈 마다 등장해서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지겠죠. 물론 친숙하다 보니 쉽게 읽히는 장점도 있고요.
그리고 책이 좀 어려워요. 후기 읽다 보니까 장광설이란 단어도 알게 되었는데, 탐정역의 추젠지 아츠히코란 놈은 사건을 배배 꼬아서 수수께끼를 해체하는, 그래서 진상을 해결하는 미괄충(...)입니다. 배경을 다 깔아놓고 설명을 하는데 이게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광범위하게 다루다 보니 이해 못 할 구석도 많습니다. 배경도 어지간한 배경이어야지 프로이트의 정신 관련 부분이라던가, 양자역학, 불교 관련 깨달음의 정의, 꿈 해석, 일본 고대 요괴까지 그냥 잠 술술 오는 내용이라 하하하... 심지어 시리즈마다 엄청난 분량을 자랑합니다. 단어도 엄청 어렵죠. 그래서 하루 날 잡아서 읽지 않는 이상, 시리즈 한 권을 읽는데 이틀은 걸립니다.
그런데도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아주 기괴한 사건과 요괴이야기,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분위기는 매력적이고 2차 세계대전 이후를 그려서 전쟁에 대한 시각도 나름 느낄 수 있는 재미난 책입니다. 저번에 전부터 알던 PGR분이 '호불호'가 맞으면 굉장히 재미난 책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호불호가 갈릴 터라 추천은 못 하지만 지금까지 이 시리즈가 제 추리소설 No. 1 입니다.
13.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사실 처음부터 이 책이 추리소설이 아닌 SF소설임은 알았고요. 굳이 읽은 이유는 제가 3년 전에 전자책 처음으로 산적이 있었는데 그때 <13계단>과 <제노사이드>, <7년의 밤>, 3권 중에 한 권을 골라야 해서 <13계단>을 골랐거든요. 그래서 이참에 남는 거 읽었습니다.
초중반에 이과계열 책인지 분간이 안 갈 수 있는데 사실 아주 크게 집중할 필요는 없고 그냥 이해 못 해도 됩니다.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존재인 인간을 고찰하는 소설이니까요. 그리고 책이 사건 중심의 서사극이라서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재미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으나 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일단 한국인 캐릭터가 나오는데, 뭐 이건 작가가 일본인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넘겨야겠죠. 주제를 생각하더라도 그 인물은 전형적입니다. 그다음으로 절정에서 좀 묘한 느낌을 받았는데, 저는 절정에 관련된 사건이 좀 와닿지 않았어요. 물론 제가 워낙 교양이 없는 놈이라 그런 행위가 실제 가능한지 아닌지 논할 수는 없지만요. 단지 발생하는 사건이 너무 황당하고 상식 외의 일이라 그 행위가 특별하다고 느끼기 어려웠어요.
14.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제목부터 대놓고 좀비 추리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생각나는 제목이죠.
스포가 아닌 게 그냥 대놓고 좀비가 됩니다. 정확히는 정신은 멀쩡하나 신체는 그렇지 않은 존재겠네요.
정통 추리물이고 단서가 꼼꼼히 제시되어서 추리 하는 게 재미있어요. 인간과 관련된 추리가 아니라 좀비가 관련된 추리물이란 말이죠. 상식 외의 단서를 가지고 조합하다 보니 거기서 느끼는 희열이 있습니다. 대부분 인간이 주 일수 밖에 없는 추리소설과 비교해 이 책의 소재는 분명 신기하고 진귀합니다.
근데... 좀 지루해요. 집중하기 좀 어려웠던 책입니다. 제가 마냥 사건을 기다리는 놈은 아닌데, 이 책은 그 허용범위를 넘어서서 긴 분량으로 단서를 깔아두려 합니다. 초반을 버티기 힘들었네요.
15.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일단 엄청나게 실망한 작품이고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영화 제목도 수차례 봤었고 나중에 영화 보려고 몇 년간 묵혀놓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기대했던 방식은 사건을 두고 대담을 하는, 마치 데스노트 같은 추리극이었어요. 그만큼 기대감이 하늘을 뚫었던 작품입니다.
근데 기대와 다른, 드라마가 좀 더 강조된 책이었고 영화는 이보다 더 드라마 성이 짙다길래(...) 아쉬움이 퍽퍽 묻어나온 책입니다.
트릭은 사실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제가 트릭의 실제 가능 여부를 판단하진 않아서 이미지만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트릭이었어요. 그리고 한 편의 드라마로 본다면 뭐... 역시 나쁘지 않았고요. 근데도 왜 제가 계속 왜 지루한가 싶었거든요. 그러다 알게 된 게 이 책 소재가 너무 뻔해요. 신기한 살해(...)도 아니고 탐정역을 맡은 인물과 범인의 토론도 없지는 않았으나 너무 적게 그려졌어요. 형사 캐릭터도 굉장히 마음에 안 들고요. 밍밍합니다. 제가 계속 사람을 찢고 해체하는 인간 도륙 소설을 계속 읽다 보니까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16. 삼월의 붉은 구렁을 - 온다 미쿠
PGR에서 추천받은 작품입니다. 사실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없지는 않아요.
이 책은 확실히 순수 문학 쪽에 가까운 책인 듯싶어요. 명확하지 않고 두리뭉실합니다.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커피 중에 자판기 커피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책은 밍밍한 녹차 같은 책이었어요.
전 이런 책이나 영화를 볼 때 몇 가지 하는게 있는데 소재나 줄거리, 카메라 구도, 감독이 말하려 하는 것 등등을 가볍게 파악하고 나머진 다 버려버립니다.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한, 두 가지만 정해서 그게 제 기준에 얼마나 충족했냐 그 정도로 재미 유무를 따져요. 가령 비상업영화, 예술영화 같은 작품이 그렇습니다. 그런 작품에선 흥미를 갖는 게 쉽지 않으니까 대부분 뭉뚱그려서 파악합니다. 그런 의미로 따지자면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는 책입니다.
1권의 책에 4개의 단편이 있고 그 단편에는 4개의 소설이 등장합니다. 이 4개의 소설은 앞서 말한 4개의 단편과 이어져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다시 1권의 책으로 완성됩니다. 책 속의 책 속의 책이 뫼비우스 띠처럼 순환합니다. 그리고 <삼월>책 4번째 단편인 회전목마는 저 구성을 취하기 위해 굉장히 특이하게 전개되는데 당연히 여기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고요.
사실 단편 하나만 따지고 들자면 추리소설로서 재미는 떨어지고요, 연계한다는 느낌으로 읽으니까 묘한 자극을 받으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까 녹차 이야기를 했는데 보통 추리소설은 녹차 느낌 낫다가 한 번에 뒤통수치는 얼얼한 전개를 기본으로 하잖아요? 이건 그런 느낌이 전혀 안들고요, 정말 책 읽는 2시간 내내 녹차 우려먹는 느낌입니다. 은은함이 2시간 내내 남습니다.
17. 13.67 - 찬호 께이
삼국지가 마지막(...)인 듯싶으니 학창시절 이후로 중화권 소설(홍콩)은 이게 처음인 것 같아요.
우려가 좀 컸는데, 웬걸? 재미있어요. 추리물로서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데 다른 점이 재미있습니다.
먼저 역순. 이 책은 단편 연작 집으로 6개의 단편이 시간 역순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2013년에서 1967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내려갑니다. 그래서 제목이 13.67이고요.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이게 배경과 결합하면서 묘한 시너지를 주더군요. 13.67은 배경이 홍콩입니다. 그리고 홍콩은 영국령에서 중국령으로 반환된 역사적 사건이 있죠. 그걸 시간 역순으로 돌리면서 주인공 및 나머지 인물의 말투, 행동, 추리 방식, 홍콩 내 사회 변화를 보여줍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는 게 아니라서 이게 잘 쓴 소설인지는 모르겠으나 가볍게 파악하기에는 확실히 좋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책, 홍콩 영화 느낌 납니다. 하하하. 여기서 이걸 느낄진 몰랐는데 홍콩 경찰 영화인 무간도나 아니면 80~90년대를 수놓은 홍콩 영화 내 경찰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요.
트릭은 아주 뛰어나다고 볼 순 없으나 단편임을 고려하면 괜찮다고 생각되고요, 그 점보다 다른 부분을 감상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재미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책 앞에 추천사가 있는데 절대로 먼저 보지 마세요. 다 읽고 보시길. 사실 모든 추리소설은 책 읽기 전에 추천사와 뒤표지 안 보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18. 푸른 불꽃 - 기시 유스케
무난하게 읽었고요. 솔직한 감상으로는 평이했습니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을 계속 읽다 보니까 어떤 것이든 좀 겹칠 수밖에 없는데, 저 스스로가 물린다고 느낀 게 컸네요.
그렇지만, 재미있는 소설은 맞습니다. 역시 누군가에게 추리소설을 권한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
이 작품의 매력은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 좋고요, 이 점에서는 (그게 실제로 가능한가는 차지하더라도) 다른 추리소설과 다르게 현실감이 높아요. 사실 추리소설에서 등장하는 살인은 묘하게 동떨어져 보일 때가 많잖아요? 그냥 죽인다고 하지만 그게 실제로 가능하게 하려면 준비단계는 물론이고 마음가짐 역시 중요할 겁니다(?). 그냥 단순히 '칼로 찌른다'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찌른다'를 재미나게 그려낸 작품이자 사건 전개, 감정선도 실감 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다만, 어떤 분들에겐 이 책이 좀 김이 빠져 보일 수 있어요.
19. 신참자 -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깊은 실망감을 느낀 나머지 본래 읽을 예정이었던 <가가 시리즈> 전권 읽기를 포기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서요. 다만, <백야행>도 읽었으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남은 수작은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게이고 소설은 이제 2편만 읽으려고요. <악의>랑 무슨 백화점 어쩌고 가 남았네요. 그리고 역시나 인기작품이라 계속 대출중 ㅠㅠ
추리보다 드라마가... 아 이게 재미있네요. 따뜻합니다. 가가 형사가 사건을 두고 차근차근 풀어가는 재미도 분명 있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뭉클합니다. 그리고 책 읽다가 운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는데 작가가 필살기를 준비했더군요. 오래간만에 울컥했습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단편만 9개나 됩니다. 그래서 책이 좀 두꺼운데 줄 간격이 워낙 넓어서.... 이런 책은 또 처음이었네요. 그냥 책 좀 빠르게 읽는 분들은 2시간 만에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아마 책 읽는 독자층을 파악해서 이렇게 만들었겠죠. 재미있게 봤습니다.
20. GOTH - 오츠이치
6개의 연작 단편집. 죽음이나 살인에 있어서 무감각한 두 남녀 고등학생의 6가지 이야기.
오묘합니다.
일단 트릭은 좀 뻔하고요. 추리소설 책 좀 읽었다 하는 분들에겐 무리 없이 읽히는 작품이고 어렵지 않아요.
잔인한 묘사가 많은데, 단어 하나하나가 강렬해서 그렇지 양 자체는 적습니다.
단편임에도 책 두께도 얇아서 이제까지 읽었던 책들과는 다르게 혹시 뭐가 더 있을까 싶은 그런 것도 아니에요.
근데 이 책 재미있습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은 놈이 아니라서 뭐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는데 짜임새가 굉장히 좋아요. 군더더기를 다 빼버렸다고 할까요. 단편마다 차이는 있지만, 뻔한 이야기일지라도 강렬한 묘사가 들어가면서 힘을 불어넣는 것 같아요. 기존 추리소설과 비교하면 확실히 분량이나 배경이 적어서 아쉽다고 느끼지만, 묘한 맛이 있어서 마치 잔혹동화 보는 듯이 볼 수 있습니다.
21. 그로테스크 - 기리노 나쓰오
완벽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뭐라 정의하기 힘든 소설이네요. 외모지상주의를 다룬 소설.
처음엔 여성을 잘 모르는 남성들이 읽어야 하는 책으로 생각을 했어요. 주인공 무리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책 50%를 차지하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왕따나 질투 같은 걸 좀 과하게 표현하거든요. 반면,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모인 자리에선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묘한 공기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이걸 보면 유치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오히려 여자가 읽어야 하는 책인가? 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성장기를 지나면서 표면에 깔아놓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표현이 거세지고, 그러면서 억압받는 여성을 그리고 있거든요. 책이 발간 될 때와 요즘 사회 분위기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여권신장에 관련된 소설이라고 생각을 했죠.
근데 다 읽고 또 생각이 바뀌었어요. 물론 전반적으로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비판한 소설은 맞는데... 전 이 책 처음 읽었을 때는 상상도 해본 감정을 느꼈거든요. 해방감, 분출감 같은 감정이요. 딱 떠오른 영화가 '데어 윌 비 블러드' 였어요. 이 영화에서의 분출과 묘하게 닮아있어요. 그리고 둘 다 통쾌하기도 하죠.
결말도 완벽했습니다. 보통 남자가 섹스할 때 사정하고 현자 타임이 온다고 그러죠? 이 책은 중반 이후에 여느 시점에서 폭풍 분출을 일으키고 분위기가 가라앉습니다. 그 뒤는 결말이 뻔히 보이는, 그래서 추악함만 남은 상태로 잔인하게 극이 진행되는데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다시 한번 부글부글 끓게 만들어요. 정말 대단한 소설입니다. 그래서 남녀 가리지 않고, 표면적으로는 외모 지상주의 비판인 소설이지만 그게 주가 되는 소설이 아닌 모두가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그런데요, 정말 불쾌하고 더러운 소설이기도 해요. 이 책 1/3 읽는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책도 두껍지만, 너무 불편해서 보기가 싫어요. 집중을 못 하겠더군요. 어린 시절에 관련된 부분은 몸만 소녀고 말만 소녀지, 이들의 행동과 생각은 성인과 다름 없어서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낼 수가 없어요. 그냥 말투만 소녀예요. 너무 재미있었으나 다 읽는 순간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은... 지옥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책.
22. S&M 시리즈 - 모리 히로시
- 모든 것이 F가 된다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좀 아쉬운 건, 제가 <그로테스크>를 읽고 이걸 읽어서 정신이 살짝 나가 있었거든요. 집중을 좀 못했어요. 나쁘지 않은 소설인데 평이하게 읽어버린 듯한 느낌이네요. 또, 이 책 키워드가 '천재의 고독' 입니다. 이게 좀 와닿지 않더라고요. 물론 천재라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너무 생뚱맞다고 느꼈어요. 이 책 추천사를 보니까 이게 원래 4번째 편이었는데 가장 흥미를 돋게 하는 책이라 처음으로 돌렸다고 하더군요. 전 차라리 전 이걸 4번째에 봤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뭐 그래도 S&M 시리즈는 다 읽을 겁니다. 흐흐. 주인공이 좋아요.
지금까지 읽은 추리 소설에서 탐정역을 맡은 인물은 전부 뛰어난 추리 감을 가졌고 천재로 그려졌어요. 성격만 다를 뿐이지 그들의 지능은 한없이 높아서 먼 산 같은 존재였죠.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 그건 어디까지나 나이에 따른, 신분에 따른, 직업에 따른 것이었지, 전반적으로는 다른 세계 사람 같았거든요. 근데 이 책의 주인공은 허점이 보여요. 뛰어난 추리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역시나 직업도 교수인데, 내면에 불안함이 있거든요. 관심이 크게 갑니다.
하여튼, 이 책을 마냥 재미있게 읽진 못했지만 대다수의 독자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23. 검은빛 - 미우라 시온
아까 <삼월>이란 책에서 밝혔듯, 이런 책 접하면 하는 게 있거든요.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느끼자.
아쉽지만 흑... 저에겐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책 내용은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 그날 밤이 적절하겠네요.
대충 이해는 가지만, 아무래도 공대생 출신에 책도 고등학생 이후로 담쌓은 놈이라 이런 문학작품은 저에게 많은 걸 느끼게 해주진 못하는 것 같아요. 평소에 책 좀 읽었으면 좀 다르게 읽히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끝나지 않은, 그리고 책 제목인 검은 빛을 사전적 의미로만 생각하지 않고 읽으면 좀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24. 아웃 - 기리노 나쓰오
도시락 파트타임 공장에서 일하는 네 명의 중년여성들을 다루고 있고요. 제목인 OUT에서 보이듯 탈출을 자기도 모르게 꿈꾸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읽기 싫었고요. 그로테스크 너무 재미있었는데, 기리노 나쓰오 작가 글은 못 읽겠더라고요. 정신이 피폐해지는 느낌이랄까.
근데 마약도 아니고 또 손이 갔어요. 그래도 이 책은 그래도 그로테스크보단 편안했어요. 후후.
역시 이 책도 해방감과 분출 감이 녹아있어요. 위키에 기리노 다쓰오 작가에 대해 쓴 걸 봤는데
그녀의 글들이 무조건 어둡고 무섭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실은, 그녀의 글들은 뜨겁다고 할 수 있다. 깊이 읽어보면, 어둠 속에서 활활 타고 있는 새빨간 장미 같은 글. 아마 이 장미를 발견할 이들을 위해 그녀는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호소하는 자이기도 하니까.
딱 이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기한 게 <그로테스크>나 <아웃>에서 등장하는 여성 나이대가 비슷하거든요. 당연히 여성이 물건도 아니니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가 되겠죠. 결말도 주제도 두 책이 달라요. 근데 이번에도 전 <그로테스크>에서 느꼈던 해방감과 분출감, 자유로움, 그리고 위키에 쓰여 있는 호소감을 느꼈어요. 사회파 추리소설 읽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줄 몰랐는데... 하하하.
개인적으로는 주제를 떠나 현실감이 녹아있는 <아웃>이 <그로테스크>보다 더 읽기 편했어요. 다만 결말은 좀 그랬고요. 뭔 말을 하려는 지 알겠는데, 이 책은 현실적인 것도 많아 보여서 그런 점이 오히려 마이너스로 다가왔어요. 그로테스크는 그래도 되지만 아웃은 안 그랬어도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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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두 달간 읽은 소설책 감상문 다 썼네요.
맞춤법 검사하면서 다시 글 읽어봤는데, 역시 감상만 적어놓은거라 책 고르는데는 도움이 안될... 것 같아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