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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5 21:03
저번에 운영진이 쓴 페미니즘 토론글에서 선생님의 쓴 댓글을 보았는데 그 명석함에 감동하여 저도 최근 인용하고 있습니다.(왠지 저는 벌점을 먹었지만)
매우 훌륭한글 잘 읽었습니다.
18/04/15 21:16
이런 아이디어를 수천년간 심화시키고 완성을 추구하는 것이 있지요 불교라고 추천드립니다 학문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삶의 방식으로 충전시켜드릴듯
18/04/16 00:03
글초에는 성적에 의한 불안감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결국 돌아보고 난 후에는 쓸데없는 야자를 끊고 학원을 등록한걸로 보건데, 우선선발로 합격하기에는 결국 지금의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 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즉, 관성에 의해 흐름에 휩쓸려서는 현재 본인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기 어려우니 잠시 멈춰서서 status를 확인해보자 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마이크로 컨트롤로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어 가다가는 애초에 목표했던 곳에서 벗어나도 알아채기 어렵다. 잠시 게임을 멈추고 M을 눌러 맵을 켜고 방향을 설정하자. 라고 이해하면 맞을까요?
18/04/16 00:13
네, 글 앞부분에서 서두에서 말한 내용은
1. 정시중에서도 수능우선선발을 노린것에 대한 불안감 2. 현재의 성적으로 인한 불안감 이 두가지로는 당시 느낀 불안감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왜냐면 모의고사 성적은 그대로만 나오면 막말로 원하는 아무과나 골라서 쓰면 붙는 수준이었고, 저는 정시 위주 입시에 대한 선택을 당시에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고 특별히 후회한적 없거든요. 다만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 라기보다는, 그냥 어느정도 관성에 의해, 이게 아니라는걸 의식하지 못하고 행하고 있었던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은거죠. 야자를 한다고 공부를 덜한것은 아니고, 야구게임 같은 경우도 철저하게 쉬기로 한 날에만 했기 때문에 그것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생각 자체가 무언가에 휩쓸려가는 흐름속에서 타성과 관성에 의해 만들어진거고, 멈추어 아예 제로베이스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니 게임은 아예 안하는것이 맞았고, 공부도 적어도 고3 여름 그 시점에서는 학교의 스케줄에 휘둘리는게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100%의 납득이 가는 스케줄에 따라 공부를 해야 할 때였다고 느낀거고, 그래서 그렇게 했고,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참고로 야자를 관두고 학원에 등록한 뒤 평일 공부 시간은 야자할때보다 오히려 더 줄었습니다. 즉 노력 = 공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노력은 덜 하게 된거죠. 중요한것은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학생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시키는 공부방법이 나한테 100% 맞는 방법일리가 없는데, 내 향후 인생의 청사진과 여태까지의 노력의 결과물이 달린 수능을 앞두고도 그냥 시키는대로 하고 있는것이 사실 말이 안되는건데, 그냥 그렇게 해온 흐름속에 있었기 때문에 그게 문제라는데 사고가 도달을 못한거고, 그걸 불안감과 이질감덕에 깨닫고 고쳤다고 하면 될까요. 다만 본문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가 그냥 단순히 멈춰서 숨고르기를 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것은 제가 깨달음은 얻은 동기와 깨달음으로 인해 얻은 당장의 이득일뿐이고, 중요한것은 그 깨달음 자체라고 생각해요. 게임으로 비유해주셨는데, 롤로 치면 넥서스가 생겨나고, 챔피언이 다섯이 나오죠. 500원을 가지고 템을 사서 라인에 가면 1분 15초에 미니언이 나오고, 정글몹이 리젠되고, 몇번의 일반 미니언 웨이브 다음에 대포 미니언이 나오고, 정해진 시간 드래곤 전령, 바론이 리젠되고, 6레벨이 되면 챔프들이 궁극기를 찍고... 타워를 깨고, 한타를 하고 돈을 벌어 템을 사고 강해져서 한쪽의 넥서스가 깨지고 게임이 끝날때까지 단순히 게임 플레이가 순간순간 단편적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단순히 모르가나 Q 날아오면 무빙으로 피하고 무빙으로 못 피하면 플을 써서 피하는 단순한 순발력 싸움이 아니라 위에서 말한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에 의해 이뤄지는것임을 깨닫는게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걸 깨달아야만 잠시 멈춰 생각했을때 내 플레이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지 그냥 M키 누르고 맵을 살펴본다고 해서 흐름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안 보이던게 보일리는 사실 만무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론 젠이 1분 남았는데 리스폰 타임이 30초도 안되는 상대 서포터 끊으려고 원딜로 점멸 힐을 다 쓰고 나서 바론 한타때 브루저에 물려 진다음에 '난 잘했는데 우리팀이 브루저한테서 날 못 떼주네' 하고 생각하는게 바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대표적인 플레이가 되겠네요...
18/04/16 00:27
좀 더 확실하게 이해되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타성에 이끌려서도 목표를 이룰 수 있으나 좀 더 완벽한 방법으로 좀 더 확실하게 목표에 도달하는 길을 선택하신 거로군요.
인생의 목표에 있어서 대학입시보다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때에도 고등학교 시절 익히신 그 자세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추가로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고등학교 당시 브린스님과 어떻게 보면 반대로 행동을 했는데 그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 궁금합니다. 즉 저는 제가 원하는 과에 이정도면 합격하겠다 수준이 된 순간 모든 야자를 끊고 집에서 놀았습니다. 불안함 때문에 타성에 젖어서 공부하기 보다는 이정도면 충분하니 실력 유지만 하면서 놀겠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그걸 실행했었는데 결과는 다르지만 이것도 비슷한 사고 회로에 의한 행동이라 볼 수 있을가요?
18/04/16 01:04
저는 원하는 분야의 공부에 보통보다 흥미를 많이 느끼는 타입이지만, 대신 말초적인 즐거움 역시 보통보다 상당히 크게 탐하는 쾌락 역치가 낮은 타입의 인간이라서, 집에서 노는게 공부하는것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즉 제가 안 놀고 공부를 하고 있다면, 공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미래가치가 지금 공부안하고 놀아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증가분과 비교했을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스스로 내렸다는뜻이겠죠. 당시의 정신건강의학님도 저와 마찬가지로 노는게 더 좋은 사람이라면, 시키는 대로 야자해서 공부해서 얻어갈 수 있는 가치 (입시 과정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확률이 오르는 것이 되겠죠.) 와 당장 집에서 놀때의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가치를 천칭에 달았을때, 후자가 더 무거우니 때려치고 집에서 놀게 되신것일테고, 그 선택은 기본적으로는 적어도 정신건강의학님 스스로에게는 올바른것일겁니다. 천칭이 고장났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평형이 어긋나 있었거나, 너무 놀고 싶어서 천칭이 어디로 기울었는지를 아예 외면했거나 ( 의외로 상당히 많은 가치 비교 실패 문제가 이 케이스에 속합니다. ) 지금 비교해야 할 가치가 아닌 불순물이 천칭에 슬쩍 매달려 있는게 아니라면요. 본문에서 말한 삶이 흐름임을 인식하는것은, 이러한 '의사 결정의 천칭'의 평형을 맞추고 불순물을 덜어내는 과정에 도움이 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내린 결정이 정말로 노이즈가 끼지 않은 판단에 의한것이었는지는 사실 제가 얘기할 부분은 아닌거 같아요. 정신건강의학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런거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뭔가 잘못된것이 있던거겠죠. 스스로가 훨씬 더 잘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18/04/16 00:33
동감합니다..
자기자신을 풀와이드샷으로 돌아보지 못한다는건 미니맵 안보고 라인전하는거(..) 한가지 이유를 굳이 더 추가하자면, 흔히 '도전' 이라고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때의 본능적인 거부감과 고독감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관성' 이라고 하는 강한 힘을 때로는 긍정적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저항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현재의 내가 가진 용기만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있습니다.
18/04/16 06:28
예, 실패에 조금 더 의연해질 수 있는것과 더불어 말씀하신대로 무언가 도전하는데에도 확실히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저는 한번 망했지만 ㅠㅠ
18/04/16 01:08
저는 회사에서 문제해결 할 때 본문과 비슷한 방법을 자주 씁니다. 한쪽으로 답을 찾아가다가 답이 잘 안나올 때 맞다고 가정했던 전제조건들을 다시 거슬러 돌아오면서 부정해보다보면 어느새 출발점으로 돌아올 때도 있고 중간 어딘가에서 전체 흐름을 다시 조망하다보면 많은 경우 결국 해법이 찾아지더군요.
18/04/16 01:27
저는 항상 그럴 때면 생각지 않던 새로운 국면으로 삶을 진행시킬 때더군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우리 자신의 흐름이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울 수가 없는데 문득 그 흐름을 느끼는 순간 그 방향을 틀어버리겠다는 강한 생각이 솟아버리는 것 같습니다. 삶을 공격적으로 만들고자 할 때 이런 조망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 선택의 결과는 차치하고서 말이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8/04/16 06:27
말씀대로 저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면 말씀하신대로 삶의 전환국면을 은연중에 느껴서 그랬을 확률이 높죠. 스케일은 작지만 저도 그랬구요. 다만 저는 저 이후엔 그런 일이 없어도 몇개월에 한번 정도는 휴가를 내고 제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장소에서 의도적으로 흐름을 느끼면서 명상을 하곤 합니다. 제겐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구요.
18/04/16 11:40
철학적으로 흥미로운 질문이 있습니다.
잠을 자기 전과 나와 자고 깬 나와의 연속성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가령 신이나 악마가 와서 착각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죠... 잠이라는 의식 끊김이 있으면 엄밀하게 삶은 연속적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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