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의 의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나온 좀비 블록버스터 (‘좀비’로 한정하면 다른 작품도 꽤 있습니다.) 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메이저한 좀비 블록버스터로써의 기준을 충족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기차 내부라는 제한된 공간을 활용한 서스펜스와 액션도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면서도 분명 연상호 감독이란 이름에 기대하게 되는 요소는 부족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부산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속도와 돌파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과 일행이 끊임 없이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영화의 전부라고 표현해도 다르지 않을 거예요. (이런 부분이나 기차가 하나의 사회로 상징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설국열차>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감, 그리고 (호러 영화의 규칙인 뒤를 조심하라는 것을 비롯해) 서스펜스가 뛰어난 작품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애초에 장르의 초창기가 사회 비판 혹은 풍자와 크게 맞닿아 있던 좀비물로써도 분명 흥미로운 묘사가 군데 군데 심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연상호 감독의 이름에선 좀 아쉽다. 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서늘함’의 부족에 있을 듯 합니다.
일단 저는 신파를 괜찮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솔직히 안 좋아하긴 하는데 막상 안 좋아한다기엔 감독이 울라고 만드는 씬에 다 울어서… 여튼 앞서 말한 속도감이 중반부-후반부로 갈수록 느려지는데 이 부분이 조금은 늘어집니다. 약간은 뜬금 없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 후반부 신파가 아쉬운 이유를 생각해보면 일단 그닥 세련된 형태의 신파는 아닌게 첫째 이유일테고 (실은 꽤 촌스럽게 느껴지는 부분과 꽤 있습니다.) 두 번째는 캐릭터 간의 관계에 있을 듯합니다. 이게 개인적으로 아쉬운 두번째 이유로 연결 되는데요.
좀비 영화가 사회 비판 – 풍자와 연관성이 있는 건 사실이고 이 영화에서도 그런 묘사들이 꽤 인상적으로 얽혀있습니다. 그런데 좀비 영화로써 생존자 내에서의 관계 묘사는 조금은 아쉽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기적인 인물을 통해서 침묵하는 다수라든지 아니면 팩트 대신 정정당당하게 날조와 선동(?)으로 승부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인물 간의 관계에 집중했어야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약한 캐릭터 간의 고리로 인해서 인물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동시에 인물들의 행동에 관해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으로 인해서 분명 인상적이었던 초-중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사회적 메시지이든 이야기의 힘이든 상당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솔직히 인물들이 대체로 평면적입니다. 인상적인 캐릭터라고 할만한 마동석씨도 엄밀히 말하면 배우의 아우라(…)에서 나오는 느낌이 강하구요.
특히 더더욱 아쉬운 부분이 바로 엔딩 직전의 장면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여운을 남기는 것도 앞의 비관적 상황과 어울리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결말이라는 아쉬움이 좀 남는 결말이기도 합니다. (뭐 근데 생각해보면 제가 아쉬워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랬으면 하는 부분대로 하면 너무 암울하긴 할거 같아요. 흐흐)
결국에는 이 영화에 대해서는 크게 나뉠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감독의 전작들 같은 사회적이고 서늘한 사회적 좀비물을 기대하기에는 분명 지나치게 부드러운 부분들이 있고 이러한 요소들이 이야기 끝까지 연결되지 않는 아쉬움이 분명 존재하지만 좀비 블록버스터로써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상황을 꾸준히 던져주면서 긴장감을 길게 끌어가는 영화거든요. (분명 아쉬운 엔딩이지만 이 상황에서도 설마? 싶게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어느 부분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서 만족스러운 작품일 수도 아쉬운 작품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P. S. 연상호 감독의 특유의 스타일이 좀 아쉬워서 그런지 프리퀄로 예정된 <서울역>이 더 기대되기도 하네요. 흐흐
P. S. 마동석의 캐릭터, 그러니까 좀비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캐릭터는 세계 어느 좀비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캐릭터가 아닐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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