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7/09 22:39:22
Name 다혜헤헿
Subject [일반] [SF? 단편] 꼬리의 유행(上)
꼬리가 어째서 유행하게 되었나 묻는다면 나로써는 "가능하니까"라고 추측할 방법밖에 없다. 줄기세포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것 중에 가장 황당한 것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이 "꼬리의 유행"을 1순위에 올려놓고 싶다. 고릴라나 침팬지 마냥 되다만 꼬리를 달아주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만 여자들이 커피숍에 둘러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듯 자기 꼬리를 스다듬는 모습이나 과거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모습을 벤치마킹이나 하는 것처럼 긴 꼬리를 휘날리며 오토바이를 타는 폭주족들을 보는 것은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더군다나 꼬리로만 핸들을 잡거나 안장에 꼬리로 버티고 서서 묘기를 부린다고 사고만 부쩍 늘어난 상황이다.

꼬리에 대한 법률 허가가 통과된 데에는 미용계의 로비가 지대한 공헌을 한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금도 "당신에게 꼬리를 만들어 드립니다." 라는 XX회사의 지하철 광고 옆에는 멋들어지게 올백한 남자가 부스스한 꼬리를 들고 "이제는 당신의 꼬리에도 시간을 들여야 할 때입니다."라던가 알락꼬리 원숭이가 말꼬리 같은 자신의 꼬리에 놀라며 "당신에게 어울리는 꼬리를 만들어 드립니다. 꼬리 커팅, 염색 전문"과 같은 광고를 보는 것도 그리 희안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물론 위의 냉소적 말투에서 보였듯이 꼬리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이다. 누구처럼 팔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어서, 아니면 길거리에서 간이의자 대용으로 쓰고 싶어서라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또, 쌍쌍이 팔과 꼬리로 이중 삼중으로 껴앉고 있는 연인들을 보면 부럽지 않은 것도 아니나 '30년 동안 없이 살아도 불편할 것 없었는데 이제와서 굳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가장 큰 것이다. 아무리, 이제는 꼬리부착수술이 쌍꺼풀수술만큼이나 쉬워졌다 하더라도 엉덩이에 꼬리뼈 억제 호르몬 억제제 척수주사를 맞는 것이나 내몸 밖에서 자란 꼬리를 이식하는 것도 영 꺼름칙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꼬리 유행에 대한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전에 나갔던 소개팅에서 "영환씨는 다 좋은데 꼬리가 없어서 안되겠네요"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조금 허탈했었다. (물론 그녀는 멋들어지게 애쉬블론드로 염색한 꼬리를 갖고 있었다.)

또, 며칠 전에 만난 여성은 영화관까지 순조롭게 이끌어 갔지만 영화를 보는 와중에 내 허리를 꽉 한 번 휘어감아주고는 스르르 풀어지는게 이번에도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곧바로 주었다. 헤어질 때 이유를 들어본 즉슨 자신을 탄탄히 받쳐줄 꼬리 근육이 없는 사람은 안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꼬리가 전달해주는 촉감의 매력을 모르는 내가 불쌍하다는 소리까지 하였다.

뭇여성들에게 유행에 뒤껄어지는 놈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일이다. 수많은 여자 중에 꼬리 없는 여자나, 꼬리 없음을 사랑해 줄 여자가 없겠는가. 문제는 어느샌가 나의 일자리 한가운데 또아리 틀어 들어앉아 있었다. 그 것은 외모나 업무에 대한 평가절하보다 더욱 개인적이고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원추리
16/07/09 22:40
수정 아이콘
아 내가 꼬리가 없어서....
물맛이좋아요
16/07/09 23:46
수정 아이콘
꼬리 있으면 생기나요..
다혜헤헿
16/07/10 00:39
수정 아이콘
얼른 꼬리하나 장만하셔야죠
16/07/10 15:14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읽었습니다 소재도 신선하구요 하편 읽으러 갑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259 [일반] [스포] 비밀은 없다 보고 왔습니다. [5] 王天君6162 16/07/10 6162 0
66258 [일반] 심심해서 써보는 걸그룹 탑10을 정해보자. [14] 사유라5571 16/07/10 5571 0
66257 [일반] 여친이랑 사귄지 4개월만에 아빠되기. [113] YanJiShuKa16296 16/07/10 16296 106
66256 [일반] [해외축구] 포그바 사가의 승자는? [48] 미하라7326 16/07/10 7326 1
66255 [일반]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은 명왕성이었으면... [14] Neanderthal10188 16/07/10 10188 21
66254 [일반] 본문삭제) 악몽 [15] 저글링앞다리4476 16/07/10 4476 8
66253 [일반] [SF? 단편] 꼬리의 유행(下) [11] 다혜헤헿3544 16/07/10 3544 3
66252 [일반] 영화 곡성을 보고 어떻게 느끼셨나요? (스포 함유예요) [19] 몽쇌통통7236 16/07/09 7236 1
66251 [일반] 알뜰폰 사용후기.txt [30] 파란만장9977 16/07/09 9977 2
66250 [일반] 커피와 BJ를 주문할 수 있는 카페 생긴다 [32] Anastasia 10472 16/07/09 10472 1
66249 [일반] [SF? 단편] 꼬리의 유행(上) [4] 다혜헤헿3245 16/07/09 3245 2
66248 [일반] 메갈리아를 다루는 진보언론을 보며... [144] 마스터충달11603 16/07/09 11603 31
66247 [일반] 양상문은 경질되어야 하는가? [52] 박용택8192 16/07/09 8192 0
66246 [일반] [쇼미더머니]돈이 많던가 B.I&`하`등급 받은 탈락자 BeWHY [73] 장난꾸러기11454 16/07/09 11454 2
66245 [일반] 허현회씨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114] 호롤롤롤롤23976 16/07/09 23976 4
66244 [일반] 쏘스뮤직(여자친구)의 자신감이 대단하네요. [28] 홍승식8811 16/07/08 8811 0
66243 [일반] 어제의 쇼미더머니 무대들! [82] 케이건 드라카9384 16/07/09 9384 1
66242 [일반] 김종인이 말하는 경제정책들 [43] 에버그린9043 16/07/09 9043 17
66241 [일반] [오피셜] 클롭, 리버풀과 6년 재계약 [20] blackroc6552 16/07/09 6552 0
66240 [일반] 팬질과 덕후 [12] 공룡5850 16/07/09 5850 30
66239 [일반] 초보 애견인이 드리는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 [65] RoseInn13234 16/07/08 13234 15
66238 [일반] [리뷰][스포]잔예 - 살아서는 안되는 방 [17] Sgt. Hammer5653 16/07/08 5653 1
66236 [일반] 민중들은 개, 돼지 입니다. (feat.교육부 고위 간부) [134] CoMbI COLa14766 16/07/08 14766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