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어째서 유행하게 되었나 묻는다면 나로써는 "가능하니까"라고 추측할 방법밖에 없다. 줄기세포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것 중에 가장 황당한 것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이 "꼬리의 유행"을 1순위에 올려놓고 싶다. 고릴라나 침팬지 마냥 되다만 꼬리를 달아주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만 여자들이 커피숍에 둘러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듯 자기 꼬리를 스다듬는 모습이나 과거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모습을 벤치마킹이나 하는 것처럼 긴 꼬리를 휘날리며 오토바이를 타는 폭주족들을 보는 것은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더군다나 꼬리로만 핸들을 잡거나 안장에 꼬리로 버티고 서서 묘기를 부린다고 사고만 부쩍 늘어난 상황이다.
꼬리에 대한 법률 허가가 통과된 데에는 미용계의 로비가 지대한 공헌을 한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금도 "당신에게 꼬리를 만들어 드립니다." 라는 XX회사의 지하철 광고 옆에는 멋들어지게 올백한 남자가 부스스한 꼬리를 들고 "이제는 당신의 꼬리에도 시간을 들여야 할 때입니다."라던가 알락꼬리 원숭이가 말꼬리 같은 자신의 꼬리에 놀라며 "당신에게 어울리는 꼬리를 만들어 드립니다. 꼬리 커팅, 염색 전문"과 같은 광고를 보는 것도 그리 희안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물론 위의 냉소적 말투에서 보였듯이 꼬리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이다. 누구처럼 팔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어서, 아니면 길거리에서 간이의자 대용으로 쓰고 싶어서라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또, 쌍쌍이 팔과 꼬리로 이중 삼중으로 껴앉고 있는 연인들을 보면 부럽지 않은 것도 아니나 '30년 동안 없이 살아도 불편할 것 없었는데 이제와서 굳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가장 큰 것이다. 아무리, 이제는 꼬리부착수술이 쌍꺼풀수술만큼이나 쉬워졌다 하더라도 엉덩이에 꼬리뼈 억제 호르몬 억제제 척수주사를 맞는 것이나 내몸 밖에서 자란 꼬리를 이식하는 것도 영 꺼름칙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꼬리 유행에 대한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전에 나갔던 소개팅에서 "영환씨는 다 좋은데 꼬리가 없어서 안되겠네요"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조금 허탈했었다. (물론 그녀는 멋들어지게 애쉬블론드로 염색한 꼬리를 갖고 있었다.)
또, 며칠 전에 만난 여성은 영화관까지 순조롭게 이끌어 갔지만 영화를 보는 와중에 내 허리를 꽉 한 번 휘어감아주고는 스르르 풀어지는게 이번에도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곧바로 주었다. 헤어질 때 이유를 들어본 즉슨 자신을 탄탄히 받쳐줄 꼬리 근육이 없는 사람은 안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꼬리가 전달해주는 촉감의 매력을 모르는 내가 불쌍하다는 소리까지 하였다.
뭇여성들에게 유행에 뒤껄어지는 놈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일이다. 수많은 여자 중에 꼬리 없는 여자나, 꼬리 없음을 사랑해 줄 여자가 없겠는가. 문제는 어느샌가 나의 일자리 한가운데 또아리 틀어 들어앉아 있었다. 그 것은 외모나 업무에 대한 평가절하보다 더욱 개인적이고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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