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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4 14:19
이 영화 밤에 보고 집에 와서 한참을 꺽꺽거리며 울었던 기억이.. 이상하게 눈물이 안 멈추더군요.ㅠㅠ 소원 보고도 정말 많이 울었는데 이준익 감독의 코드가 저랑 좀 맞나 봅니다. 마음에 한참 남았던 영화라 글 제목이 너무 반갑네요.
저도 강하늘 박정민 연기가 정말 좋았어요. 영화 시작할 때는 윤동주가 좀 더 꽃미남스럽게 유약해 보이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더군요. 박정민이라는 배우 연기는 여기서 처음 봤는데 뭐랄까 힘이 있어 보여서 역할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 줄 크크크크크 저도 어딜 가나 희한하게 여자 꼬이는 동주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었답니다 크크크크 하지만 동주는 시밖에 모르는 바보였지...
16/03/24 14:40
저도 영화 보는 동안 눈물을 흘렸지만, 이상하게 집에 오는 길에도 계속 시의 구절이 떠오르고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시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울먹하지는 않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던 그 기분이 생소했습니다.
16/03/24 14:26
이준익 감독은 개인적으로 참 '이야기꾼'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감독이 아닐까 싶어요. 화려한 연출 솜씨보다는 담백하고 힘있는 이야기를 보여줄때 훨씬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16/03/24 14:52
근데 이런 점이 좀 아쉽긴 합니다. 훌륭한 이야기꾼이긴 하지만 훌륭한 연출가 혹은 비주얼리스트의 면모는 없는 것 같아서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중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건 <왕의 남자>가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김지운과 이준익이 퓨전을 하면 완전체가 나오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16/03/24 16:06
전 그런 면모를 보여주려고 노력을 했던 영화가 "사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결과는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매우 처참했고, 자신의 재능을 인정 받지 못한 사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A~Z까지 이다라고 포트폴리오를 짜서 보여주는 느낌같이 전체적인 맥락에 맞지 않고 '나 이런것도 할 수 있거든?'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보는 입장에서 매우 불쾌하긴 했습니다만 노력을 안한것은 아닌 것 같아요. 단지 본인이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도'와 같은 괴작(?)이 나온것일 지도 모르죠.
그 실망감으로 인해 이준익의 영화는 다시는 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기 떄문에 동주는 볼 생각도 안했습니다만 충달님의 글을 보니 보러가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16/03/24 16:52
특히 <사도>의 마지막 장면에서 말씀하신 한계를 절절히 느꼈습니다;;; 부채춤... 확실히 춤이라는게 비주얼적 감성이 충만한 소재이긴 한데 이건 뭐 너무 막지르는 기분이;;
16/03/24 17:23
이게 곽경택 감독이나 이준익 감독을 보면서 동시에 드는 감정 중 하나인데 오히려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스타일과 좀 다른 영화가 출세작이 된 케이스라고 생각이 들어요. <왕의 남자>가 너무 히트를 쳐버렸고, <친구>가 너무 히트를 쳐버린... 어쩌면 이준익 감독 필모에서 좀 쉬다 오신게 어느 정도 본인의 강점과 밸런스를 찾아온 계기가 된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16/03/24 14:27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제가 아는 윤동주의 이미지와 강하늘의 이미지가 너무 맞는 거 같네요. 예능과 미생에서 본 강하늘은 세련된 듯 하면서도 순박하고, 날카로운 듯 하면서도 부드럽고, 지적인 듯 보이면서도 어리숙하며, 차가운 듯 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의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통해 갈등하면서 고뇌하는 윤동주의 순수한 모습에 강하늘의 이미지가 딱 매치 되네요. 미생을 통해 첨 알게 되었지만, 지금껏 보지못했던 이미지의 배우라서, 오래 볼수 있길 바랍니다.
16/03/24 14:39
개인적으로 저는 별로였습니다.
시낭송을 위해 억지로 장면을 끼워맞춘 느낌이 들었고 그 시낭송도 너무 담담하고 빨라서 전혀 시 낭송 같지 않았습니다. 그냥 나레이션과 차이를 못 느낄 정도. 특히 별 헤는 밤은 쉼표의 사용이 빈번하고 호흡이 긴 시인데 그걸 다른 시와 똑같은 방법으로 그것도 2번의 씬으로 나눠 읽었을 때 산통이 다 깨졌습니다. 덧붙여 윤동주가 원체 과묵한 성격이었다고는 하나 영화에서는 과묵을 넘어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소심한 바보 쑥맥처럼 나오더군요. 송몽규한테 지르는 장면 하나랑 마지막에 일본군에게 지르는 장면 둘을 빼면 기억나는 대사는 마지막 시집 제목을 읖조리는 장면뿐입니다.
16/03/24 14:48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쑥맥이었지만, 신념을 말할 때는 당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냥 바보 쑥맥으로 그리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16/03/24 15:10
신념을 말한 것은 제가 말한 2번뿐이고 그 외 몽규와 대화하는 중에, 몽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 앞에서, 강의 중 일본 군인 앞에서, 번역을 도와준 일본 여자 앞에서 등등 말을 제대로 한 기억이 없습니다. 특히 꿈에도 그리던 시인을 만난 그 씬에서조차 정말 만나고 싶었던 거 맞아? 싶었습니다.
16/03/24 15:14
강하늘의 표정도 내내 기가 죽은 듯한 표정으로 읽혀 저에게는 과묵이라는 느낌이 와닿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당한 송몽규와 대비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러 선택지에서도 송몽규의 의견을 마냥 따라가는 느낌을 받았고요.
조금만 더 능동적으로 그려냈다면 윤동주는 시인으로서 송몽규는 혁명가로서 세상을 바꾸고자 한 대비가 좀 더 와닿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6/03/24 15:30
내내 기가 죽은 것은 그 만큼 자신의 현실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영화의 핵심인 만큼 그런 표현이 적절했다고 봅니다. 다만 말씀대로 좀 더 적극적인 면모를 드러내도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평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게다가 그 적게나마 신념을 외치는 장면에서 과묵한 사람이 꾹 참고 있다가 뱉어내는 말의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해석은 역시 주관적인 영억입니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음 합니다.
16/03/24 15:34
물론 충달님 생각은 존중합니다. 저도 제 생각이 그렇다는 부분이고요. 저는 초반 장면부에서 송몽규가 등단했을 때와 중반부 송몽규는 대학에 붙고 윤동주는 떨어진 두 장면에서 보인 윤동주의 반응 때문에 그런 생각이 영화 내내 들지 않았나? 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충달님이 말씀하신 여러 부분에서 합격점을 충분히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국어과 출신으로서 윤동주 시인이 답답하고 소심하게 보인 것이 맘에 들지 않아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6/03/24 15:41
그런 인물의 사심은 이 영화의 논픽션적 요소이죠. 윤동주가 실제로 그러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근데 저는 그 묘한 질투심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저도 글쓰기를 어느 정도 목표로 두고 있어서일까요. 세상에 나보다 글 잘쓰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존경심과 함께 마음 깊은 곳에서 울부짖는 부러움이 있습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인간 윤동주가 더 친근하게 다가오더군요. 그런 감정을 짚어낸다는 게 연기나 연출로서는 꽤 어려운 부분인데 이를 잘 짚어낸 것 만으로도 배우와 감독의 클라스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16/03/24 14:47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보는 동안 가슴이 멍해졌습니다. 흑백영화여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며 감상을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고 결국엔 못 썼는데, 충달님의 좋은 평 감사합니다.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다른 얘기지만 영화를 본 뒤 윤동주의 생애가 궁금해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봤는데, 윤동주는 정말 미남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평생 연애는 못했다고...
16/03/24 15:07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 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윤동주가 쓴 동시 "눈"입니다. 다른 시 보다 전 이 시를 보고 윤동주라는 사람이 얼마나 순수하였는지가 와닿더군요.
16/03/24 15:23
이준익의 폼이 날이갈수록 올라가고 있습니다 ㅜ.ㅜ
처음에 시를 통해 스토리를 표현할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올린 윤동주란 인물의 표현을 <서시>로 터뜨리는 순간 감동이 확 오드라구요
16/03/24 15:34
감정을 터뜨리는 방식이 시에서 인물로, 인물에서 삶으로, 삶에서 시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한 순간 살짝 소름이 돋더라고요. 상당히 묵직하게 감동이 다가왔습니다.
16/03/24 15:34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을 받아본 날이 마침 [동주] 개봉일이었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덤덤했는데 영화 막판에 펑펑 울고, 집에 가서 시집을 보면서 영화에 나온 시들을 되새겼네요. 두 주연 배우의 연기... 눈빛, 표정이 참 좋더군요. 흑백도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어요. 사실 충달님 짤평 기다렸는데, 감사합니다. :)
16/03/24 15:36
사실 영화는 개봉주에 봤습니다. 막 봤을때는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 글로 풀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는 영화가 될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생각나고 여운은 점점 커지더라고요. 그리고 결국 어떤 말로 풀어내야 할지 감이 잡혀서 글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16/03/24 17:03
그냥 주관적인 느낌이라서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러시안소설의 전반부나 조류인간을 제가 좋아하는데
그 영화들의 느낌들이 났던 거 같아요. 배우들이 겹쳐서 그럴수도 있겠지만요.
16/03/24 18:18
송몽규와 박정민의 발견이라는 평에 무한 동의합니다. 연기가 너무 좋아서 두번이나 관람하러 갔었네요. 시대적 아픔 앞에서 담담하려했지만 처절히 스러져갔던 두 청춘이 대비되는 점도 너무 좋았고, 시 낭송도 담백하니 좋았어요.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숨쉬는 영화였습니다. 박정민은 오래도록 기억할 배우입니다. 기승전 박정민이네요 크크 이친구 파수꾼이랑 들개에서도 인상적이었는데 포텐을 하나 터뜨렸어요.
16/03/24 20:24
박정민 연기 놀랐습니다 .사실 이영화 블라인드 시사회 2번이나 당첨되서...;; 아무튼 파수꾼에서는 이제훈밖에 안보였는데 여기서는 강하늘은 안보이고 박정민만 보이더라고요. 원래 연기를 저렇게 잘했나... 영화는 너무 좋았습니다.
16/03/25 05:25
영화 끝나고 ost가 깔리면서 스탭롤이 올라오는데 다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몇분을 그냥 앉아있었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라 일어나지 못하고 그냥 앉아 있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귀향처럼 막 후벼파는 그런게 아니라 뭐랄까 더 자연스럽게 눈가가 촉촉해지는 그런 감성이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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